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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왜 평범한 중산층 청소년들이 폭동에 가담했을까?

사회 물리학, 소셜이냐 소설이냐?-『사회적 원자』 VS 『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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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문화경제학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과학 저자 중 하나인 우석훈이 문화산업을 경제학적으로 짚었다. 버라이어티쇼, 드라마, 출판, 만화, 영화, 연극 음악, 스포츠 등 대중들이 즐기는 다양한 문화를 산업, 특히 고용의 측면에서 분석했다. 5년에 걸쳐 현장에서 일하는 400~500명의 사람을 직접 만났다. 경제학자답게‘수치’로 문화산업의 실태를 진단하고, 정부보조금, 단체 행동 등 해결책도 제시한다.

사회 물리학, 소셜이냐 소설이냐?!
▣ ‘버스트’ 대 ‘사회적 원자’
복잡계 과학의 정수! 최근 물리학계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전반에서 뜨거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회 물리학과 복잡계 과학의 주요 쟁점들을 한쪽에서는 최신 이론과 실제 적용 사례들을 통해, 한쪽에서는 한 인간을 기준으로 가상으로 네트워크가 펼쳐지는 과정을 그린 과학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 기획 : APCTP(아태이론물리센터), 사이언스북스 공동 기획
▣ 서평자 : 윤영수(『버스트』 / 삼성경제연구소), 김범준(『사회적 원자』 / 성균관대 물리학과)

* 책 대 책이란?
한 권의 책을 내용 중심으로 소개하던 일반적인 서평 쓰기에서 벗어나 물리학의 역사에서 이정표 역할을 했거나 물리학을 대중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책들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이론 대 현실(혹은 상상),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분석하는, '희망의 인문학 캠페인'의 새 코너다.

사회적 원자

마크 뷰캐넌 저/김희봉 역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부의 양극화, 부의 불균등한 분배 문제는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도처에서 현대 사회의 가장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왜 부의 불균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가? 우파 경제학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돈을 버는 능력이 각자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좌파 운동가가 말하는 것처럼 소수 권력자의 횡포 때문일까?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혼돈 이론을 이용하여 사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사회적 원자: 세상 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에서 제시한다. 이 책은 부의 불평등 문제에서부터 집단 행동의 수수께끼, 그리고 역사 변동까지 인간 사회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사람이 아닌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사람을 구별 짓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우리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 책의 제목 “사회적 원자(The Social Atom)”는 자유의지의 유무로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데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아니, 감히 어떻게 ‘사람’을 ‘원자’로 비유하다니. 사람을 ‘원자’로 보겠다는 ‘낯선 시점(視點)’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인류가 이룩한 눈부신 과학 발전은 그러한 낯선 시점의 등장으로 인한 점진적이 아닌 단속적인 발전들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사람이 사는 지구가 우주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전혀 특별하지 않으며, 지구는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행성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낯선 시점, 그리고 사람과 동물을 구별 짓는 어떤 불연속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과 공통의 조상을 갖는다는 당시로써는 혁명적인 낯선 시점. 이러한 과학발전의 혁명적인 계기가 된 시점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전혀 특별하지 않으며, 자연을 설명하는 법칙들이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데에 있다. 사람을 원자로 비유했다고 자존심이 상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물리학에 등장하는 단순한 원자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견주어 스스로 적응하는 원자이고, 다른 원자들을 흉내 내기도 하며, 또한 다른 원자와 협력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사회적’인 원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 “사회적 원자”는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어지는 ‘통계물리학’의 접근법을 사회현상 이해에 적용하고자 하는 ‘사회물리학’의 다양한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사회물리학이라 불릴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 분야가 물리학자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것은 길게 보아도 20년 정도 된 것 같다. 19세기 후반에 볼쯔만(Boltzman) 등에 의해 시작된 통계물리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수많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물리’ 시스템”이 연구의 대상이다. 위의 문장에서 ‘입자’를 ‘사람’으로, ‘물리’를 ‘사회’로 바꾸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수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적용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이미 백여 년의 오랜 역사 동안 탄탄한 토대를 가지게 된 통계물리학의 다양한 방법들과 개념들이 성공적으로 적용될 여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며, 바로 이것이 사회물리학이라 불리는 영역이 된다. 사회 물리학에서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사회를 이루는 구성요소로서의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방안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기체 분자 중 특정한 분자 하나의 위치와 속도를 안다는 것과 이러한 기체분자들이 상호작용을 통해서 전체로서 만들어내는 거시적인 특징으로서의 온도, 압력 등을 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전통적인 통계물리학에서 전체 기체 시스템의 거시적인 성질의 이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되듯이, 당연히 사회 물리학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이해는 개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패턴’이 된다. 필자가 사회 물리학에 관련된 내용을 강의할 때 자주 하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강의를 듣는 사람이 몇 명인지를 세고(), 또 수강자 전체에서 발견되는 서로 다른 (김, 이, 박과 같은) 성씨가 몇 개인지()세어 보는 것인데, 이 두 숫자의 관계가 우리나라에선 로그함수 꼴()이 되고, 다른 나라는 멱함수꼴()이 된다. 수강자 전체 집단에서 성씨가 발견되는 패턴은 이 간단한 실험을 어느 나라에서 하는지에 따라서는 물론 달라지지만, 한 나라에서는 어떤 수강생 집단에서 결과를 얻더라도 상당히 규칙적인 패턴을 얻게 된다. 이처럼 사람의 모임이 전체로서 보여주는 규칙적인 패턴이 있다는 것이 각 개개인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유의지의 다양함이야말로 집단 전체가 보여주는 거시적인 패턴의 규칙성 근간이 된다.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은 실로 다양하다. 미국의 흑백 인종 분리, 90년대 세르비아인들에 의한 대규모 학살, 인도의 한 시골에서의 문맹률과 출생률의 급격한 감소, 평범한 미군들에 의해 행해진 잔혹한 포로 고문, 강력 범죄의 온상이었던 뉴욕시의 중심가가 어떻게 다시 평화로운 거리로 탈바꿈했는지 등의 흥미로운 사회현상들을 소개한다. 또한, 이러한 거시적인 사회현상의 갑작스러운 출현이 사회를 이루는 개개인의 속성 변화로 환원되어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영국의 폭동사태에서도 폭동 참여자의 상당수가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심각한 이민자들이 아닌, 평범한 백인 중산층 청소년들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의 시사점을 가진다. 책에서 소개된 사회학자 그라노베터(Granovetter)의 간단한 모형으로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출현하는 이러한 난동행위의 근본적인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100명의 주변 사람 중 몇 명이 난동에 가담해야 자신도 난동에 가담하는 어떤 문턱값이 사람들마다 다르게 주어져 있다 하자. 만약 다섯 명이 난동을 시작했다면, 문턱값이 다섯 명인 사람들이 새로 가담할 테고, 이렇게 늘어난 가담자 수는 더 높은 문턱값을 갖는 사람들을 다시 또 가담하게 한다. 즉, 비록 적은 수로 난동이 시작되었을지 라도, 외부의 영향이 없이 난동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의 인종 분리에 대한 간단한 모형에서는,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인종과 섞여 사는 것을 아주 심하게 꺼리지는 않아서, 자신과 같은 인종이 30%보다 적게 되는 경우에만 이사를 간다고 가정했다. 이처럼, 이웃사람들의 인종에 대한 약간의 선호만 있더라도 두 인종집단의 거주지가 명확히 구별된다는 것을 셸링의 모형은 명확히 보여주었다. 흑인과 백인이 완전히 구별된 거주지에 사는 도시를 보면, 우리는 도시의 사람 개개인들이 아주 심각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판단하기가 쉬운데, 이러한 판단이 얼마든지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전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가정은 소위 제한 없는 합리성(unbounded rationality)이다, 쉽게 풀어 적으면 경제주체로서의 사람들은 무한히 똑똑하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서 사람이 결코 고전경제학에서 가정하듯 그렇게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한다. 책에서 소개된 재미있는 예 하나. 1,100원에 노트 한 권과 연필 한 자루를 샀다고 하자. 노트가 연필보다 1,000원이 더 비쌌다면 노트의 가격은 얼마인가?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필자는 당연히 노트가 1,000원, 연필이 100원이라고 답했고, 그 답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필자의 답이 틀렸는지 모른다면 1,000원에서 100원을 빼 보면 된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답을 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체를 큰 것과 작은 것의 두 부분으로 나누는 것과 같은 일은 인류가 숫자를 이용한 계산을 시작하기 훨씬 오래전, 우리의 조상들이 동굴에서 살 때부터 습득한 기술이다. 필자는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이 과업을 놀랄만한 속도로 훌륭하게 해냈을 뿐이다. 이처럼 사람은 빠른 시간 안에 대충의 어림짐작으로 해야 하는 일에는 놀랄만한 재능이 있다. 고전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이성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학자들이 다른 분야의 학자들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필자를 포함한 많은 물리학자들은 ‘어림(approximation)’이라고 답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중고교나 대학교에서 자유낙하운동이라는 것을 배우는데, 이는 손에 들고 있는 물체를 떨어뜨리면, 지구가 물체를 당기는 힘에 의해서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것이다. 교과서에서는 자유낙하 하는 물체를 부피가 없는 하나의 점이라고 어림하고, 공기에 의한 저항력도 무시하며, 또한 물체와 지면 사이의 거리가 변함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중력가속도는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즉, 누구나 학창시절에 배우는 그 간단한 자유낙하운동조차도, 상당히 많은 ‘어림’이 들어 있게 되는데, 물리학자들은 주어진 물리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어떤 것은 무시하고(예를 들어 공기에 의한 저항), 어떤 것은 꼭 필요한 것(예를 들어, 균일하다고 가정한 중력)이니까 넣고 하는 일을 상당히 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다. 아인슈타인(Einstein)이 남긴 말에 “Things should be made as simple as possible, but not simpler”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things”를 문맥에 맞추어 번역하자면,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단순할수록 좋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단순하면 안 된다”가 될 터인데, 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어림’의 방법을 아주 명확하게 설명해서 언제 보아도 적절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고전 경제학에서 경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제한 없는 합리성’도 분명히 중요한 ‘어림’ 방법이다. 그러나 자유 낙하 운동을 기술하기 위해서 지구가 당기는 힘을 무시하고 오히려 공기의 저항만을 넣는 것이 올바른 어림의 방법이 아닌 것처럼, 제한 없는 합리성의 가정도 올바른 어림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내용이다. 물리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의 어림을 택하고, 그로부터 결과를 예측하며, 그 예측의 결과가 실험적인 사실에 들어맞는지를 항상 되물어 본다. 만약 실험의 결과가 처음 가졌던 가정에 기반을 둔 예측과 다르다는 것이 명확해 지면, 언제라도 기꺼이 첫 가정에서 사용한 어림을 포기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제대로 된 물리학자라고 생각한다. 고전 경제학의 제한 없는 합리성의 가정은 수많은 실제의 사례를 통해서 잘못됨이 명확해졌으며, 따라서 이를 다른 가정(혹은 어림)으로 바꿔야 한다고 책의 저자는 전한다. 그리고 저자의 제안은 “그때그때 주어진 정보의 한계 내에서 대충의 결정을 주먹구구식으로 내리지만, 이후의 경험을 통해서 그 결정을 끊임없이 조정해 나가는 존재”로서의 경제행위자를 상정하는 것이 경제학의 올바른 가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이타성의 설명은 진화생물학, 게임이론, 경제학 등의 실로 광범위한 학문분야에서 가장 많이 토론되는 주제 중의 하나다. 저자는 사회적 원자라는 책의 제목에 걸맞게 인간 사회의 이타성의 근원을 인간의 사회성에서 찾는다. 인간 역사의 대부분 동안 우리 조상들은 소규모의 수렵 채집 집단 안에서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살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집단 내 이타적인 호혜 행위(reciprocal altruism)는 그 집단이 다른 집단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했을 것이다. 한 집단내의 평화와 그 집단을 성공할 수 있게 하는 이러한 인간의 속성은 칼날의 양면처럼 집단 간의 적대감의 근원도 된다는 것을 명확히 설명한다. 5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세리프(Sherif)에 의해 행해진, 평범한 소년들을 임의로 두 집단으로 나눈 후 집단 간 적대감이 자발적으로 성장함을 보인 실험, 그리고 몇 년 전 악셀로드에 의한 컴퓨터 모형을 통한 연구도 소개한다. 이러한 연구들의 결과에 의하면 아무런 근거가 없는 편견이라도 편견이 있는 집단이 오히려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를 평화 시 작동하는 건전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이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붕괴할 때, 인류역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야만적인 민족갈등과 비교한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맹목적인 종교 신앙이 집단 통합의 강력한 무기이지만, 바로 그 이유로 다른 종교집단을 학살하는 잔혹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즉, 우리의 종교적 본능은 우리의 가장 위험한 ‘부적응 (maladaptation)’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말에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것이 있다. 사회를 이루는 사람을 ‘원자’로 보자는 발상도 이와 비슷하다. 즉, 전체 숲을 보려면 개별적인 나무들의 구체적인 속성들을 사상(捨象)해야 하듯이,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 내는 사회현상의 거시적인 ‘패턴’을 보려면, 일단은 ‘사람’을 ‘원자’처럼 단순한 존재로 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지막지한 단순화의 방법을 택했음에도 그동안 사회물리학 분야의 연구들이 거둔 눈부신 성과의 근간에는 통계물리학의 ‘보편성(universal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거시적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모형들이 비록 자잘한 차이점들이 있더라도 거시적인 현상의 예측결과는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엄청나게 발전한 컴퓨터와 네트워크관련 기술들 덕분에 최근 엄청난 분량의 자료가 실시간으로 전산화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어디서 언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남기고 있고, 이와 같은 대규모 자료 분석에 기반을 둔 사회, 경제현상의 연구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방향의 연구에서 ‘사람’을 ‘원자’로 보는 낯선 시점은 점점 더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확신하며, 필자를 포함한 사회물리학의 연구자들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해야 할 과학 발전의 새로운 국면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뷰캐넌의 “Ubiquity”와 “Nexus”라는 책도 아주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 책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서평자 / 김범준(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버스트 BURSTS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저 | 강병남, 김명남 공역 | 2010년 7월 | 동아시아

2002년 출시되었던『링크』의 후속작. 저자 바라바시가 자신의 가계의 유래를 모티브로 한 픽션과 역사와 과학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사이언스 팩션으로, 『링크』에 이어서 네트워크 과학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링크』가 웹이든 실생활에서든 공간 속에서 네트워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를 보여줬다면, 『버스트』는 어떤 면에서 시간 속에서 네트워크가 펼쳐지는 방법과 원리를 알려준다. 『링크』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더욱 진화된 네트워크 과학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현재 네트워크 과학은 단순한 인적 관계의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까지 진화했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전염병의 확산 경로를 밝히고 테러를 방지하는 일, 구글과 같은 수익모델을 계획하는 비즈니스계에서 매우 매력적인 연구 분야로 각광 받을 준비를 끝냈다.



이 책은 ‘인간의 행동이 과연 예측 가능한가?’에 관한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저자는 예측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예측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인간의 행동에는 폭발성(burst)이 숨겨져 있으며, 폭발성은 인간의 행동방식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암호와 같은 말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예측가능성이라는 이슈에는 다분히 시간이라는 개념이 함께한다. ‘버스트’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행동의 예측가능성, 즉 휴먼 다이내믹스(human dynamics)에 관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예측가능성 관련 몇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결정론적 세계관에서는 인간의 행동은 정해진 길대로 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를 알면 미래를 알 수 있으며, 미래는 과거의 결정판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확률적 세계관에서는 인간의 행동은 무작위(random)적이기 때문에 어디로 튈 것인지 예측할 수 없으며 확률적 판단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두 시각에 반해 저자는 복잡계적 시각에서 인간행동의 패턴은 무작위적이지 않으며 확률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단순하고 재현 가능한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행동은 폭발성을 지니고 있으며, 거듭제곱법칙(power law)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이다.

복잡성과학에서 예측가능성에 관한 이슈는 난류, 기상현상 등 자연과학의 다양한 난제 및 종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슈에서 사회 경제 시스템으로 옮겨오면서 불붙기 시작하였다. 자연과학의 기상현상, 난류, 생태계, 진화 등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려던 다양한 노력들이 사회과학의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한 이슈로 넘어오면서 부딪쳤던 문제가 “So What?"이었다. 경제학, 사회학, 경영학, 정치학 등 사회과학의 다양한 학문들의 경우 복잡한 문제를 이해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즉, 사회과학에서 대부분의 이론은 현실 세계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고 그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통제하는데 기여하는 것으로써 그 가치가 평가되기 때문에 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미리 예측할 수 없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산타페 연구소를 중심으로 복잡성 과학의 연구자들은 예측가능성이라는 이슈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도전을 거듭해 왔다. 그 중 한명인 바라바시는 네트워크 과학의 측면에서 인간의 관계를 잘 이해하면 인간의 행동패턴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전작인 링크에서 자연과 생물세계,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거듭제곱법칙이 관찰됨을 밝혔다. 거듭제곱법칙은 x, y의 두 양이 y=ax-k 의 관계로 주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가령 지진의 경우 진도 1~2의 낮은 지진은 수없이 자주 발생하고 진도 8~9는 극히 희박하게 나타나며, 이때 지진의 크기와 빈도의 분포는 거듭제곱법칙을 따른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수의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지만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마당발도 존재하여 관계의 크기와 각 관계를 가지는 사람 수의 분포가 거듭제곱법칙을 따른다. 거듭제곱법칙은 인터넷, 교통시스템, 주가변동, 도시의 크기분포, 기업의 크기분포, 기업생태계의 네트워크 등 다양한 시스템에서 관찰된다.

이러한 거듭제곱법칙이 인간의 이동에도 적용되어, 대부분의 이동은 짧은 거리에서 일어나고 먼 거리 이동은 드물게 발생한다. 즉, 인간의 행동은 대부분 예측 가능한 짧은 거리에서 움직이고 일부 특이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쉽게 우리의 일상을 보면 지극히 제한적 범위 내에서 쳇바퀴처럼 움직이고 있으며 매우 낮은 확률로 장거리 여행과 같은 예외적 상황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실제 저자는 유럽 휴대폰 사용자 10만 명의 6개월간 위치 정보 데이터를 가지고 휴대폰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휴대폰 사용자가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있을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할 확률이 약 90%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특정 사람이 다음 주 수요일에 어디에 있을 것인지를 정확히 맞출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특정 사람의 이동 패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알 수 있으면 그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예외적인 사람도 있다. 바로 하산 엘라히이다. 그는 인간의 행동에 있어서 지극히 예외적인 사람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평범한 일상과 지극히 예외적인 행동으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대부분이 예외적인 행동으로 이루어진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행동방식이 거듭제곱법칙이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작위적인 분포를 가지는 사람이다. 무작위적인 분포를 가지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관점을 바꾸어 인간의 행동을 시간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거듭제곱법칙이 성립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잠하게 보내다가 특정시간에 인간의 행동이 집중된다. 이메일 발송, 인터넷 탐색, 전화 통화, 도서관에서의 대출, 병원 방문, 위인들의 서신교환 등 모든 인간 활동에는 긴 휴식기 뒤에 찾아오는 짧은 시간에 격렬히 폭발하는 패턴으로 나타난다. 가령, 이메일 보내는 패턴을 보면 일과 시간 중에 일정한 비율로 보내지 않으며, 갑자기 특정시간에 폭발적으로 발송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조용히 보내다가 특정 시간에 특정 행동을 쏟아낸다는 폭발성이 책의 제목인 ‘버스트’가 의미하는 바다.

그렇다면 왜 시공간상에서 이러한 폭발성이 발현되는 것일까? 저자는 인간 행동에 있어서 폭발성은 우선순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것은 아플 때이고, 아픈 것이 무작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방문 시기는 무작위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출간된 날이나 메이저 리그? 챔피언 시리즈가 열리는 날에는 병원이 텅텅 비어 있다.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일마저 미루는 것은 인간의 ‘우선순위 설정’ 때문이라는 것은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가령 매일 아침 내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우선순위별로 6개를 나열한 후 순서대로 처리하고 남은 일은 내일로 넘긴다고 치자. 또한, 매일 새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여 이를 포함하여 우선순위가 매겨진다고 했을 때 대기시간의 빈도수 분포는 가우스 확률분포를 따르기 보다는 거듭제곱법칙을 따름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은 빨리빨리 처리가 될 것이고, 우선순위가 낮은 일들은 내일로 미루어질 수도 있으며, 새로운 일들이 보다 우선순위가 높을 경우 무한정 미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 언급되어 있는 아인슈타인 서신의 사례도 유사하다. 아인슈타인이 충분히 모든 편지를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가우시안에 가까운 분포를 보일 것이나, 아인슈타인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량을 넘었을 경우 우선순위가 높은 편지가 먼저 처리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편지는 뒤로 계속 밀리는 상황이 연출되어 거듭제곱법칙을 따를 것이다.

즉, 인간이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늘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때문에 거듭제곱법칙이 성립할 수밖에 없으며,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폭발성이 필연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바로 자원과 역량이 충분하다면 거듭제곱법칙이 성립하지 않겠지만, 자원의 희소성과 역량의 한계로 인하여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하여 폭발성이 발현된다. 즉, 우선순위가 없으면 사람은 무작위로 행동할 것이지만, 우선순위가 있다면 그로 인해 인간행동의 패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다시 인간행동의 예측가능성의 문제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은 특정 시간에 특정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예측하는 이슈이다. 저자가 쓴 링크와 버스트의 아이디어를 종합해 보면 인간의 행동도 거듭제곱법칙을 따르고, 행동이 발생하는 시간도 거듭제곱법칙을 따른다면 인간 행동의 예측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특정시간에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빈도수 분포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분포가 거듭제곱법칙을 따른다면 분명 예측가능성은 높아진다. 여기서 거듭제곱법칙을 따른다는 의미는 자원과 역량의 한계로 인해 우선순위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거듭제곱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즉, 예외적인 행동이 예외적인 시간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면 인간 행동의 예측가능성에 관해서 결정론적 세계관에서 주장하는 바와 다름이 없어 보인다. 인간의 행동이 100%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결정론적 세계관이 밑바탕에 있다. 그러나 거듭제곱법칙에는 늘 예외적 현상의 발생이 가능하다. 인간의 행동은 특정한 일을 특정 시간에 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희박하지만 발생가능하다는 것이 거듭제곱법칙이 내포하는 바다. 또한,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한 규칙인 우선순위 설정에 의해서 인간행동의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복잡성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혼돈속의 질서를 연상시킨다.

정리하면 저자의 걸작서인 링크가 공간상의 거듭제곱법칙을 주로 다루었다면 버스트는 공간과 시간을 결합하여 휴먼 다이내믹스(human dynamics)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행동이 발생하는 공간의 거듭제곱법칙, 행동이 발생하는 시간의 거듭제곱법칙, 이것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인간행동의 폭발성과 예측가능성,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한 이유는 인간의 행동은 자기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도 결정되지만 사회적 관계에 의해서도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는 저자가 본문 속에서도 밝히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분석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알 수 있으면 예측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또한, 이 책은 인간행동의 다이내믹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스템의 다이내믹스를 예측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향후 더 많은 연구들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책은 고금의 다양한 사례와 이론을 중첩적으로 전개하여 약간 산만하면서도 독자에게 많은 여운을 주고 있다. 책의 중간 중간에 하산 엘라히 라는 이름을 가진 아랍계 미국인의 행적을 훑는 부분, 죄르지 세케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중심에 놓고 1400~1500년대의 헝가리 일대의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 복잡성 과학 자체에 대한 이야기 등이 혼재해 있어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놓칠 가능성이 높다. 그뢷지만 이러한 책의 구성이 독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제공하며, 독자 나름대로의 해석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감안하고 끝까지 완독한다면 저자의 주장이 실타래를 풀듯이 풀리리라 생각한다.

서평자 / 윤영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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