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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이 만난 사람들] 과학자도 인문학 해야 하지만, 인문학자도 과학 알아야… - 장회익 교수

연구자나 학자보다는 ‘공부꾼’으로 불리길 원하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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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또 우리는 왜 배워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가 장 교수를 만났다. 중앙일보와 예스24가 공동 기획한 '희망의 인문학'의 첫 특별 공개 대담에서다. 2003년 퇴임 뒤 충남 아산에 살고 있는 장 교수는 독자들과 만나려고 기차를 타고 서울을 찾았다.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열린 대담에서 장 교수는 “따로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았다. 연구하던 과학을 삶과 연결해 고민하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나를 인문학자로 불렀다. 과학과 인문학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구분하기를 좋아한다. 삶과 죽음,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을 나누고 과학과 비과학, 인간과 자연을 구분한다. 인문학과 과학을 별개의 것으로 논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지식과 삶의 분리를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장회익(73) 서울대 명예교수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각별하다. 물리학자이면서도 인문학적 주제를 천착해온 그에게 삶은 앎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였고, 과학 연구가 곧 철학적 성찰이었다. 그가 주창한 '온생명’은 이 같은 학문의 통합과 소통의 결실이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또 우리는 왜 배워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가 장 교수를 만났다. 중앙일보와 예스24가 공동 기획한 '희망의 인문학'의 첫 특별 공개 대담에서다. 2003년 퇴임 뒤 충남 아산에 살고 있는 장 교수는 독자들과 만나려고 기차를 타고 서울을 찾았다.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열린 대담에서 장 교수는 “따로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았다. 연구하던 과학을 삶과 연결해 고민하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나를 인문학자로 불렀다. 과학과 인문학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승 : 『공부도둑』은 보통 과학자들이 쓴 자서전과 달랐습니다. 우리도 외국학자들이 쓰는 그런 자서전이 나왔구나 했죠. 너무 즐겁게 읽었고, 많이 권했던 책입니다. 공부해 온 이야기, 소소한 에피소드가 담겨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죠. ‘학문이 담긴 창고의 열쇠를 훔치는 공부도둑이 되길 원했다’고 하셨는데요. 교수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장회익 :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하시는데요. 결코 그렇진 않습니다. ‘대단하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냥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었지요.

온생명 녹색사상가 장회익의 70년 공부인생 이야기


정재승 : 공부가 제일 쉬웠나요? (웃음)
장회익 : 그건 아니고, 시험 때만 되면 괴로워하는 보통 사람이었어요.



정재승 : 언제부터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가진 공부꾼이 되셨나요?
장회익 : 초등 6학년 때 중퇴를 했어요.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공부하려면 학교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때까지 공부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정신이 얼얼해졌어요. 다들 학교에 가는데 나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온다거나 이런 일을 했거든요. 남다른 공부를 한 거죠.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그래도 공부는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학교 공부가 아니라 나 혼자 하는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1년 정도 공백이 있었고 중학교 입학시험을 칠 수가 없어서, 서당 비슷한 곳에서 공부를 배웠어요. 2학년 2학기가 되어 정식 편입을 했습니다. 그 과정이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공부하는 습성, 동기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정재승 : 과학자가 예순 넘은 삶을 정리한다면,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기술할 법도 한데요. 공부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매우 겸손하게 느껴지거든요. 공부는 뭔가를 하기 전에, 준비과정으로 보이기도 하잖아요. ‘공부’라는 단어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연구자나 학자보다는 ‘공부꾼’으로 불리길 원하는 물리학자

장회익 :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삶이죠. 내가 알아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뭘 하다 보면 이런 걸 더 알고 싶고, 책을 펴고, 또 읽고 그런 일들이 반복됩니다. 그걸 뭐라고 할까요. 연구? 그것보다는 가볍게 ‘공부’라고 하는 게 맞죠. 내 생의 대부분이 그렇게 보낸 시간입니다. 그러니 연구자나 학자보단 ‘공부꾼’에 가깝죠.

정재승 : 서울대 교수가 되시고 난후, 양자역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셨어요. 점점 인문학과 가까워지셨는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장회익 : 어떤 학문을 받아들일 때, 확실하게 알기 전까지는 만족하질 않아요. 그렇게 했던 것 중 끝까지 나를 힘들게 한 게 양자역학입니다. 그런데,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나니 달랐어요. 알고 가르쳐야 했으니까요. 듣는 사람도 알게 만들어줘야 하니, 간단하게 줄이고 요리하는 법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양자역학을 새롭게 해석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걸 철학, 인문학이라고 했어요. 스스로가 만족하고, 학생들한테 도움이 되는 걸 하다 보니 절로 흘러간 것 같습니다.

정재승 : 여기 계신 분들은 거의 모르실테니, 선생님의 해석이 얼마나 새로운지 간단히 한 3분 만에 설명이 가능할까요? (웃음)
장회익 : 자... 이렇게 보면 돼요. 처음엔 도대체 역학이라는 게 뭔가, 물리학이라는 걸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학문의 구조부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대상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 인식론적인 틀을 먼저 짰죠. 고전 역학, 양자 역학 양쪽에 다 맞는 걸 만들어야했습니다. 중요한 건 인식 주체와 대상이었죠. 그 사이에 정보는 어떻게 들어오고, 이론은 어떻게 만든다, 그 틀에서 양자역학은 이것이다, 이렇게 재규정을 한 거죠. 저와 제자들이 만든 결과물이라 고전적인 코펜하겐식 해석이 아닌 ‘서울 해석’이라고 하신 것 같아요.

정재승 : 양자역학이 얼마나 어려운지 배우셨습니다. (웃음) 거시적인 세계에선 빛을 쏴서 측정을 할 수 있는데, 아주 작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선 빛을 쏘는 행위 자체가 결과값에 영향을 미치니 측정하는 사람이 관측 결과에 개입되는 상황이 되는데요. 관찰의 주체와 대상이 모호해지는 거죠. 반드시 관찰자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기도 하고, 관찰자에 대해 재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새로운 해석, 참 어렵기도 한데요.
장회익 : 양자역학에선 주체와 대상이 불분명해진다고 했죠. 이게 전형적인 코펜하겐식 해석입니다. 그게 아니고,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 관계를 맺게 해야 한다. 이게 제 해석이었습니다.




정재승 : 『온생명에 대하여』(통나무, 2003)를 읽고 크게 놀랐습니다. 생명을 재정의 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장회익 : 물리학은 알고 싶은 사물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어렵다, 힘들다면서도 재미를 느끼죠. 예컨대 다이아몬드가 뭔가? 이런 질문을 갖게 되면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와 그것을 지배하는 일반적인 자연법칙만 갖고 다이아몬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탄소원자가 모여 어째서 그렇게 반짝반짝하고, 투명하고, 전기도 통하지 않는 다이아몬드가 되는가? 이 문제에 답해야 하죠. 난 ‘캘리움 안티모나이드’라는 반도체를 연구했는데. 그것이 왜 그런 성질을 가졌는가를 양자역학으로 보여주었어요. 그런데 저도 그걸 본 적은 없어요. 그러니까 사실은, 아는 거죠. 보지 않아도 설명 할 수 있었으니까요.

장회익 교수가 주창한 학문의 통합과 소통의 결실


물리학자가 생물학을 거쳐 인문학자로 불리다

정재승 : 여기에 계신 분들 표정은 속은 느낌인데요? (일동 웃음)
장회익 : 그런데, 그걸로 만족이 안 되었어요. 가장 중요한 걸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바로 생명이었죠. 내가 살아가는 이 생명이란 게 무엇일까. 이 문제를 보다 깊이 고민한 거죠. 그때까지 생물을 공부 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학교 다닐 때도 물리는 좋아했지만, 생물을 싫어했습니다. 생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생물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분자생물학을 통해 DNA를 보기 시작했어요. 도서관에 가서 『분자생물학』이란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무언가가 열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생물학자로 가볼까 이런 생각도 했어요. 그때부터 진짜 생명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싶어진거죠.

그때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궁리, 2007)를 읽게 되었어요. 책은 별로였어요. 내가 알고 싶은 답이 없었거든요. 사기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후에도 같은 이름의 책이 나왔죠. 린 마굴리스, 도리언 등이 썼는데 모두 슈뢰딩거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슈뢰딩거의 책은 과학사에서 연구과제로 삼고 있어요. 현대 분자생물학의 기틀을 잡는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해 준 책이죠. 거의 대부분의 학자가 그 책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답하는 데 큰 기여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힌트만 있는 거죠.

“생명이란 네거티브 엔트로피를 먹고 산다!” 이런 주장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그렇다면 생명은 뭘까?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답을 찾기 어려웠어요.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가장 간단한 걸 골라 접근해야 해요. 예를 들어 정재승 씨를 골라 왜 생명인가를 연구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복잡하겠어요?


정재승 : 생명이 아닐 수도 있고요. (웃음)
장회익 : 그건 너무 심하다! 가장 간단한 건 아메바, 박테리아, 바이러스죠.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생명이 아니다, 그런 결론에 도달했어요. 생명은 다른 거다. 뭐냐? 바로 온생명이다. 정재승, 박테리아, 이 모든 게 연결된 것, 그게 바로 온생명입니다. 한 생명이 존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걸 다 연결시켜 완성되는 것이 온생명입니다. 그 중 한 부분만 떼어서 증명하려니까 생명이 무엇인지 답을 내릴 수 없었던 거죠. 하물며 슈뢰딩거조차도! 물리학적 입장에서 상호작용, 인과관계를 보다 보니 온생명에 도달했습니다. 낱생명(Individual Life)과 온생명(Global Life)을 구분했습니다.


칸트와 물리학의 관계를 논하다



* 이 기사는 정재승 교수와 장회익 교수 대담 기사 중 전반부입니다. 전문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장회익 교수 대담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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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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