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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여! 얼마나 많은 키스를 당신에게 할까요?

나다니엘 호손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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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어려움에도『주홍글씨』등 많은 명작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그만의‘비둘기’ -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달콤한 나의 귀여운 아내 소피 호손, 지난 목요일의 산책은 정말 멋졌어요. 지금도 우리가 걸었던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생각이 나는 듯합니다.


소피 피바디에게

1839년 9월 23일
보스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달콤한 나의 귀여운 아내 소피 호손, 지난 목요일의 산책은 정말 멋졌어요. 지금도 우리가 걸었던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생각이 나는 듯합니다. 그때의 기억을 거의 뚜렷하게 생각해 낼 수 있어요. 지상에서의 내 몸은 정말로 당신 곁에서 걸었고, 내 팔이 당신을 지탱해 주었지요. 그건 정말로 천상을 거니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때 정말로 지상에서 산책을 했던가요?

오 안됩니다. 우리의 영혼은 석양이 지는 구름 너머로 멀리 가버렸습니다. 천상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우리, 진정한 우리가 있겠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 성장해서 결혼한 한 쌍이 되겠지요.

친애하는 당신, 나는 우리의 결혼을 가능하면 오래 전으로 돌아가 시작하고 싶어요. 나는 확실히 우리의 인연이 계속 견고해 짐을 느낍니다. 심지어 우리가 함께 “영혼의 집”의 계단에 함께 앉아 있기 전에도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축복받은 시간이었는지!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관계에 대해 훨씬 많은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과거의 우리보다 지금 무한정 행복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추억은 내 영혼의 가장 중요한 보물들이지요. 그건 지나간 행복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의 축복의 일부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의심할 여지없이, 천상의 행복의 한복판에서 조차, 속세의 축복을 되돌아 볼 것이며 그것을 영원히 보배로 간직할 겁니다. 우리의 무한히 축적된 행복 안에서 말입니다.

아마 단순히 한 번의 손 안의 감촉이나, 한 번의 눈짓, 한 번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한 번의 키스가 아니라 이런 것들은 이따금 우리의 기억 속에서 계속 되풀이될 겁니다.

오, 사랑스럽고 축복받은 비둘기여,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천국으로 갈 것이라는 확신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당신에게서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잠시 안녕을 고해야겠습니다, 내 아내여. 편지를 쓸 때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벨이 울리네요. 내가 당신 생각에 빠져 있느라 벨이 울리는 것을 듣지 못했을 거라고 걱정하기 시작한 참이었습니다. 우리가 먹지 않는다면 좀 더 천상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나는 평범한 인간이고 속세의 식욕을 갖고 있습니다.

나의 아내여, 저녁 식사 이후로 어제 당신이 써준 편지를 계속 읽고 있었습니다(세 번째였어요, 두 번은 처음으로 소금 배- 마르시아 클리브즈에 승선했을 때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편지인지. 소피 호손을 두 번씩 만나고 나는 열렬하게 그녀에게 키스를 할 자유를 가졌습니다. 그녀가 나를 용서해줄까요? 사랑스러운 당신, 당신은 자신의 이름이 소피 호손이라는 것을 아나요? 편지를 쓰면 심장이 뛰지만 당신의 손으로 이 편지를 읽을 거라고 하니 더 흥분이 됩니다.

오, 당신은 나의 아내 나의 가장 사랑스럽고, 진실하고, 부드럽고, 사랑하는 아내. 나는 잠시 동안이라도, 세상 어느 곳에서라도 당신과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편지를 쓰고 있을 때 내가 진정한 당신의 남편이란 생각이 강렬해집니다.

비둘기여, 당신을 그 어느 때보다 더 그리워하는 이 가슴으로 오세요. 침대에 누워서는 팔짱을 끼고서 당신이 내 가슴에 가까이 있다고 상상할 겁니다. 장난스런 아내여, 어떤 곳이든 갈 수 있는 권리가 당신에게 있나요? 이 고요한 밤에, 얼마나 많은 달콤한 말을 당신의 귀에 불어 넣어줘야 합니까? 얼마나 많은 고귀한 키스를 당신의 입술에 해야 합니까- 내가…나의 축복을 느낄 때마다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작은 비둘기여, 나는 아주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는 멋진 나비들이 내가 일하는 소금배의 갑판에 자주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환한 이방인들은 롱 워프(Long Wharf)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꽃도 푸른 것들도 없고 오직 벽돌 저장소, 암석 부두, 검은 배들, 푸른 하늘을 절대로 쳐다보지 않고 하늘을 방황하는 보석을 보지도 않는 고된 남자들의 소란스러움 밖에 없는 이곳에서 말입니다.

사랑스러운 당신, 만약 그것들이 당신 마음의 사랑스러운 환상이 아니라면, 당신이 나를 찾아 저쪽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면, 나비들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네요. 저녁 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안녕 내 사랑.

9월 25일 아침, 비둘기여, 나는 당신을 끌어안을 아주 짧은 순간 밖에 없습니다. 소피 호킨스에게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전해줘요.

남편, 나다니엘.


나다니엘 호손(1804-1864)은 인기 있는 미국의 낭만주의 작가이자, 고전이 된 소설 『주홍글씨』 『일곱 박공의 집』등으로 유명하다. 그는 또한 그의 친구인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의 성공적인 선거 유세용 전기를 썼다.

호손은 엘리자베스 피바디와 사귀었지만 그녀는 그를 여동생 소피아에게 소개를 시켜줬다. 그들은 1938년에 약혼했고,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초월주의 유토피아 공동체’에 가입했으며 마침내 1842년 결혼했다. 그들은 3명의 아이를 낳았고 잠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소피아는 남편 호손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나는 남편이 쓰고 있는 풍부하고 깊고 아름다운 글에 항상 감탄하고, 놀랐다. 나는 항상 두 번째 독자가 되어 읽기를 고대했다.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고 기적 같은 생각의 풍부함을 완전히 경험할 수 있는 글을 말이다.”

<나다니엘 호손의 작품들>


번역후기

편지를 쓸 당시에 호손은 소피와 약혼을 한 상태였고 보스턴의 세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가족이 쓰는 집에 방 하나를 얻어 쓰던 호손은 당시의 삶을 “나는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삶을 꿈꾸고 있었을 뿐이다.” 라고 회고했다고 합니다. 그가 바란 진정한 삶이란 약혼자와 결혼을 해서 창작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었겠지요.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그가 선택한 방식은, 실험적인 종교에 빠져 있던 약혼자의 종교 공동체 생활에 참여한 것입니다.

그 전까지 몇몇 단편을 발표한 호손이 결혼 후 『주홍글씨』 를 쓸 때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재능을 믿어주는 아내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미래의 아내가 될 사람을 향해 ‘비둘기’(Dove :평화, 온화, 성령, 순결의 상징)’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것도, 과장이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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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 야생의 숲 <나사니엘 호손> 등저/<정정호> 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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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바위 얼굴 <너새니얼 호손>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고정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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