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중국인이 붉은 색에 열광하는 이유 - 색깔에 민감한 중국: 축구 공한증도 붉은 유니폼 때문?

축의금이나 뇌물을 흰색 봉투에 줬다간 인간관계 파탄날지도…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중국인들은 색깔에 대단히 예민하다. 좋아하는 색과 싫어하는 색이 극단적으로 갈린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붉은색과 황색이다.

 
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
홍순도 등저 | 서교출판사
베이징 특파원 13인이 발로 쓴 최신 중국 문화코드 52가지 - 중국 문화를 알면 중국 경제가 보인다!
전ㆍ현직 베이징 특파원이 발로 써낸 책인 만큼 현지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중국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도 술술 넘길 정도로 쉽지만, 준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독파할 정도로 가볍고 만만한 책도 아니다. 흙먼지 휘날리는 중국 대륙 곳곳에서 건져 올린 특파원들의 오랜 경험이 농축된 만큼 객관적 설득력을 갖는 최신 중국의 문화코드와 묵직한 울림까지 담겨 있다.

중국인들은 색깔에 대단히 예민하다. 좋아하는 색과 싫어하는 색이 극단적으로 갈린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붉은색과 황색이다. 이 색깔들은 행운을 가져오고 액운을 쫓는 색으로 여기면서 극도로 좋아한다. 특히 붉은 색은 오늘날의 중국인들이 그 어느 색보다 좋아하는 행운의 색깔이다. 대문을 빨간 색으로 칠한다거나 춘제 같은 경사스런 날에는 천지를 온통 붉은 색으로 도배하다시피 한다. 심지어는 연말이나 춘제 등의 명절에 터뜨리는 폭죽조차 빨간색이 많다.

빨간 색을 선호하는 습성은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식이나 축하 연회 등에는 반드시 모든 것에 빨간 색을 사용한다. 춘제 때에 빨갛게 칠해 놓은 집의 대문에 걸어놓는 대련(對聯)도 붉게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 언어로도 빨간색을 좋아한다. 장사해서 남은 이익은 훙리(紅利), 어느 단체나 기관에서 중책을 맡은 인물을 훙런(紅人), 인기 스타를 훙싱(紅星)으로 부른다. 연예인들이 인기를 끄는 것을 일컫는 저우훙(走紅)이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빨간 색의 겨울용 상하 내복, 팬티, 양말 등을 선물하는 것은 춘제의 전통이 되다시피 했다. 탐관오리들에게 은밀히 건네지는 뇌물까지 이른바 훙바오(紅包. 붉은 봉투)에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작가 위광쉰(禹光勳) 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중국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번밍녠(本命年)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태어난 띠의 해를 말한다. 매 12년마다 돌아오는 이 해는 한국에서는 모르겠으나 중국에서는 특별하다. 운이 나쁜 해를 의미한다. 그래서 각종 방법으로 이 나쁜 운을 막으려고 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허리에 붉은 띠를 두르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아예 붉은 속옷을 입는다. 또 집에다 붉은 색 물건을 걸어두기도 한다. 이런 붉은 색 물건을 일컬어 본명훙(本命紅)이라고 부른다. 붉은색 봉투에 넣는 훙바오도 마찬가지다. 만약 부정한 뇌물이라면 어떻게 하는가? 액땜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뇌물을 줄 때 붉은 색 봉투에 주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좋아하는 색은 적색과 황색, 싫어하는 색은 흰색과 검은색

기업들도 당연히 붉은 색을 좋아한다. 매년 발표되는 100대 기업 중에서 이미지 통일(CI))을 상징하는 로고의 색깔이 붉은 곳이 40개 이상에 이른다. 40여개에 가까운 파란 색과 함께 단연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국기인 우싱훙치(五星紅旗)를 봐도 바탕이 완전히 빨간 색이다.

황제의 색으로 인식되는 노란 색은 빨간 색 다음의 자리를 차지한다. 최고 권력자의 색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어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노란 색은 왕조 시대의 일반인들에게는 오랫동안 금기시됐던 색이었다. 노란 색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모반과 불경(不敬)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목을 내놓기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안 당국에서 음란물을 황색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빈번해 다소 권위가 바래졌다.

파란색은 건강에 좋은 옥(玉)이 이 색깔을 띠므로 중국인들은 선호한다. 또 서구 선진 기업들이 파란색을 로고로 채택하는 경향이 농후해 덩달아 좋아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 100대 기업의 로고 중 거의 40개가 파란색이다. 파란색을 로고로 쓰는 대표적인 외국 선진 기업은 삼성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가장 싫어하는 색깔은 흰색과 검은 색이다. 이중 흰색에 대한 혐오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결혼축의금이나 뇌물을 하얀 색 봉투에 넣어 건네는 법이 절대로 없다. 설사 실수로라도 그랬다가는 인간관계가 파탄 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인들과 친해지려는 한국 사람들은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흰색을 얼마나 싫어하는 지는 언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과거 장제스가 이끄는 정권을 백색 정권이라고 했다거나 마약의 범람을 백색 오염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얀 색 다음으로 중국인들이 싫어하는 것은 검은색이다. 검은 색에 대한 혐오는 부정적 의미를 가진 단어 몇 가지만 얼핏 살펴봐도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 숨어 사는 범죄인이나 호적에 오르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헤이런(黑人)과 헤이하이쯔 , 수전노를 뜻하는 헤이옌피(黑眼皮) 등이 이 단어에 해당한다. 중국인들에게 검은 색은 흰색과 더불어 죽음을 상징한다. 이런 옷을 입으면 귀신을 불러들여 집안에서 누군가를 죽게 만든다고도 여긴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평상시에는 검은 옷을 입는 경우가 드물다.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입히는 수의 역시 검은 색으로는 하지 않는다. 검은 색 수의를 입히면 죽은 다음에 다시 당나귀로 환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녹색도 싫어해

녹색도 중국인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색이다. 녹색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 역시 유래가 깊다. 지금도 그렇지만 동양권 관리들의 직급은 대체로 1등급에서 9등급으로 나눠졌다. 그런데 당나라 때부터 하급 관리들은 대체로 녹색 옷을 입었다. 천민들 역시 그랬다. 부인이 몰래 바람피우는 횡액을 당한 남편을 일컬을 때 흔히 사용하는 다이뤼마오쯔(戴綠帽子?녹색 모자를 썼다)라는 뒷골목의 유행어 역시 녹색이 좋게 생각되지 않았을 것임을 미뤄 짐작하게 한다.

이 유행어에는 재미있는 민간의 일화가 있다. 원나라 때 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둘은 금슬이 좋았다. 그러나 남편이 장사 때문에 집을 종종 비운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넘치는 끼를 주체 못한 아내는 급기야 집안을 자주 찾아오던 비단 장수와 바람이 나고 말았다. 그녀는 생쥐가 꿀 단지 드나드는 기분을 계속 즐기기 위해 남편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하면서 바람을 피울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남편이 장사를 나갈 때 녹색 모자를 씌워주는 방법이었다. 그게 이를테면 비단 장사가 안심하고 자신의 집으로 오도록 하는 신호인 셈이었다. 이후 사람들은 아내가 바람난 남자에 대한 욕을 일컬어 다이뤼마오쯔라고 했다. 이런 얘기가 전해지면서 녹색 역시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색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붉은색 한국 축구유니폼 때문에 중국축구 공한증 주장도

광적인 축구 팬들이 종종 거론하는 웃을 수 없는 미신적 속설도 있다. 중국의 축구 대표 팀이 한국만 만나면 영 맥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양 팀의 유니폼 색에 있다는 속설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하얀 색보다는 붉은 색 유니폼을 선호하고, 중국은 국가의 상징색이라고 해도 좋을 붉은 색 대신 다른 색들을 유니폼 색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일까 요즘 중국의 일부 축구 팬들은 한국이 빼앗아간 붉은 색을 확실하게 빨리 되찾아 축구계에 만연한 공한증(恐韓症)을 극복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주장을 펴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이미 살펴본 것처럼 색을 경제나 돈과도 직접 연결시킨다. 중국 100대 기업 로고 중에 흰색이나 검은 색이 거의 없는 현실이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때문에 앞으로 중국에 진출할 한국 기업들은 로고가 백색이나 흰색일 경우 가능하면 색을 바꾸는 것이 낫다. 더불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상으로 제품을 생산,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가전업체 쿠쿠가 별 생각없이 중국에 황금색 압력 밥솥을 수출했다가 꿈에도 생각 못한 대박을 맞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6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

<홍순도> 등저 15,300원(10% + 5%)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을 모르고서는 먹고살기도 힘들어진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중국인들이 수천 년 동안 형성해온 기질과 습성, 문화코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생존 공간을 넓혀나가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는 아직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다. 등잔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