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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티스트계의 별들이 남긴 명언과도 같은 최후의 한 문장

긴 여운이 남는‘묘비명’ Famous Last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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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단 한 줄의 문구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간 망자를 떠올리게 하며 깊은 감명을 주기도 합니다. 소위 레전드라고 불리는 팝 아티스트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웃기고 자빠졌네” 개그우먼 김미화 씨의 (예비) 묘비명이랍니다. 정말로 적절하면서도 기막힌 묘비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묘비명 문화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이기에 이런 재치가 더욱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죽음에 대한 엄숙주의, 체면의식 탓일까요. 전국을 둘러본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비석은 “아무개의 묘”라는 짧은 설명의 문구밖에 박혀있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 화장 문화가 공감대를 얻으며 전파되고 있지만, 추모공원에 안장된 수많은 납골함을 보더라도 사정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영미권에서 망자의 인생을 한 마디로 압축한 묘비명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단 한 줄의 문구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간 망자를 떠올리게 하며 깊은 감명을 주기도 합니다. 소위 레전드라고 불리는 팝 아티스트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부와 명예 그리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돌이켜보면 인생무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별들이 남긴 음악과 마지막으로 남긴 한 줄의 명구는 우리의 마음에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1915년 12월 12일 - 1998년 5월 14일


“The best is yet to come”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한 남자의 인생을 돌아보는 적절한 노래로 「My way」이외의 곡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신문배달 소년에 불과했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가 빅밴드 리더였던 토미 돌시(Tommy Dorsey)를 만나며 승승장구하는 인생역정은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큰롤의 등장과 각종 스캔들의 중심에 서면서 적잖은 부침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푸른 눈의 신사(Ol' Blue Eyes)는 수많은 위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스탠더드 팝의 제왕으로 군림했습니다.

매번의 위기마다 나락으로 빠지지 않았던 까닭은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한 걸음씩 전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으며 죽기 전까지도 최고의 순간을 갈구했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평생 동안 ‘나의 길’을 아름답게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투팍(Tupac Amaru Shakur)
1971년 6월 16일 - 1996년 9월 13일


“I'm not saying I'm gonna change the world. but I guarantee that I will spark the brain that will change the world.”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는 장담한다. 내가 세상을 바꾸는 생각에 불을 붙일 수는 있음을.)

25살의 젊은 나이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시는 아직도 젊은이들에게 시대의 유산으로 남아있습니다. 깊은 사색이 담긴 가사는 싸구려 길거리 음악이라는 힙합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분쇄했습니다. 여기에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와 함께 힙합을 제2의 전성기로 이끌었을 정도로 대중적인 흥행까지 거머쥔 힙합 메시아였던 셈입니다. 대중과 매스컴은 불세출의 영웅을 원했고 결국, 비극적인 신화의 정점을 찍어버리고야 맙니다.

신화의 생명력은 후세에게도 그대로 이어지듯이 그가 남긴 음악, 가사, 어록 등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후 앨범이 앨범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비극적인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음모이론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죠. 어린 시절 그의 사회참여적 가사가 담긴 노래를 듣고 자란 투팍 키드들이 이제는 각처에 만연한 부조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말콤 엑스(Malcolm X)가 투팍을 있게 했듯이, 투팍 역시 흑인 사회의 보이지 않는 운동가를 탄생시킨 혁명가였습니다.


자니 캐쉬(Johnny Cash)
1932년 2월 26일 - 2003년 9월 12일


“Let the words of my mouth, and the meditation of my heart, be acceptable in thy sight, O Lord, my strength, and my redeemer.” Psalm 19 : 14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시편 19장 14절)

자니 캐쉬의 묘비명은 그의 종교관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 앙코르 >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던 < Walk The Line >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30대의 캐쉬는 약물중독이라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때 그를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해 준 은인이 말년까지 함께한 부인 준 카터(June Carter)였지요. 준 카터는 폐인과 다를 바 없었던 남편을 끈기 있게 지켜봤고, 여기에 종교의 힘까지 더해서 결국에는 재기에 성공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의 인생에 기독교적인 신앙이 두터웠다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가장 큰 죄인(the biggest sinner of them all)이라고 자처하며 종교 활동을 병행하였습니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스펠 앨범이 무려 10장이 넘고, 성경을 낭독한 앨범까지 녹음을 했었을 정도입니다. 생의 마지막까지도 신과의 교감을 원했던 ‘인간’ 자니 캐쉬의 면모는 죽기 직전 발표한 「Hurt」의 뮤직비디오 클라이맥스 부분에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십자가에 못을 박는 장면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디 디 라몬(Douglas Glenn Colvin a.k.a Dee Dee Ramone)
1951년 9월 18일 - 2002년 6월 5일


“O.K… I gotta go now.”
(알았어. 나 이제 가봐야겠다.)

천방지축 펑크 록의 시조답게 마지막 한 마디 또한 쿨하지 않습니까. 미국에서 본격적인 펑크 록 시대를 열었던 라몬스(Ramones)의 베이시스트 역시 우리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망나니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조울증에 시달린 나머지 이에서 벗어나고자 헤로인에 손을 대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끝내는 일생동안 그를 괴롭힌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교적 젊은 나이인 51세에 세상을 뜨게 되었지요.

횡사한 경우이기 때문에 묘비 하단에 새겨진 마지막 한 마디는 생의 끝에서 직접 남긴 말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 숨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미련 없이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로커적인 기질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소니 보노(Salvatore Phillip "Sonny" Bono)
1935년 2월 16일 - 1998년 1월 5일


“And the beat goes on”
(그리고 내 노래의 고동은 이어진다.)

그의 묘비명은 1960년대 후반, 두 번째 부인 셰어(Cher)와 함께 환상의 듀오로서 활약하며 발표했던 히트 곡 중의 하나입니다. 실제로 장례식 장에서 역시 이 곡이 불렸다고 합니다. 자신의 히트곡을 묘비명에 새겨놓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포스트 펑크 밴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리드 싱어였던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묘비명 역시 팀의 대표곡인 「Love will tear us apart」입니다. 딘 마틴(Dean Martin) 역시 「Everybody loves somebody sometime」입니다.

물론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의향도 담고 있겠지만, 소니 보노의 경우에는 제목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뿌려진 노래들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담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시장을 거쳐 하원의원까지 오른 정치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결국 인생의 마무리는 제자리인 가수로 평온하게 돌아온 셈입니다.


에드윈 스타(Charles Edwin Hatcher a.k.a. Edwin Starr)
1942년 1월 21일 - 2003년 4월 2일


“Keep the faith”
(신념을 잃지 마라.)

영화 < 러시 아워 > 시리즈에 삽입되면서 다시 한 번 조명 받은 곡이지만, 에드윈 스타의 대표곡 「War」는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 여론을 담은 반전 곡이었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트위터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관과 소신을 강력하게 피력하는 소셜테이너 쯤으로 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전쟁은 어떠한 좋은 결과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상식적인 가사가 담겨있던 「War」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며 반전세력의 송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랑과 평화’라는 전인류애적인 믿음 하나만으로 끊임없이 미군 철수를 주창했던 젊은이들은 베트남 철군을 마침내 이끌어내며 커다란 승리를 만들어냈습니다. 간단한 주문이지만 사바세계에 있다 보면 지키기 어려운 정도(正道)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묘비명입니다.


몇 년 전에 지상파 방송국에서 생전 장례식 코너를 만들어서 재미뿐만 아니라 묘한 감동을 선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이로 남고 싶으십니까? 재수없게시리 무슨 벌써부터 죽는 타령이냐고 눈을 흘기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만약에 지인들이 제멋대로 생각해 낸 묘비명은 눈에 흙이 들어와도(?) 참을 수 없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미리미리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곧 죽어도 울림이 있는 문구 하나 남기고 가는 인생, 멋지지 않습니까.


송고를 하는 시점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의 사망소식을 접했습니다. 저 역시 그녀의 음악을 즐겨들었기에 팬의 입장에서 아쉬운 마음이 가장 먼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에는 못 다한 음악을 부디 편안한 그 곳에서 마음껏 즐기기를 바랍니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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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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