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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 -『책의 미래』: 구텐베르크 은하계와 전자책의 공존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은 초기 전자책인 메멕스가 등장한 1945년 이래로 계속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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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래
로버트 단턴 저/성동규,고은주,김승완 공역 | 교보문고
단턴은 미래, 현재,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일관되게 자신의 종이책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저자는 종이책에 대한 취향과는 별개로, 지식을 더 많이 전달하고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해주는 전자책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것은 저자의 표현대로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인 책의 역사가 계속 이어지기 위해 책이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정립하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할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책의 미래』는 책이 디지털화 최후의 보루에 선 ‘책’, 그 새로운 길을 이끌어갈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은 초기 전자책인 메멕스가 등장한 1945년 이래로 계속되어 왔다. 2009년 크리스마스 시즌 아마존닷컴의 전자책 매출이 종이책 매출을 앞질렀다고 하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건재하다. 서점에서 일하며 놀랐던 사실 중 하나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신간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그것들이 꾸준히 독자들의 손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책을 사는 것과 읽는 것은 별개일지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아직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나는 책을 사랑한다. 구식 책을 좋아하고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아한다.”『고양이 대학살』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단턴은 열혈 책 애호가다. 그는 대학에서 책의 역사를 연구해왔으며, 프린스턴 대학교 출판부 편집장과 미국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 이사를 거쳐 현재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활자로 인쇄된 책의 과거와 현재를 연구했던 그가 『책의 미래』를 통해 디지털환경 속 책의 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글의 도서 검색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가까운 미래 책의 세계에 대한 추측에서부터 현재 당면한 문제를 거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전자책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책의 역사를 설명함으로써 현재와 미래가 잊고 지나칠지 모를 세계의 매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2007년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장직으로 옮기면서 단턴은 대학과 구글의 놀라운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다. 21세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될 구글 도서검색 서비스였다. 현재 구글에서 전문 검색이 가능한 도서의 수는 700만 권 이상이다. 단턴은 구글에서 계몽주의 꿈의 실현 가능성을 찾았다.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에게 모든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구글의 초대형 디지털 도서관은, 문자-코덱스-가동활자-인터넷의 발명으로 이어진 지식의 민주화 과정을 최고의 단계로 이끌 지 모른다.

저자는 특히 연구 분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디지털이 아니고서는 처리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미 1997년 기획된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구텐베르크-e’를 총괄했던 그는 학술출판에서 전자책의 가능성을 내다본다. 전자논문이 경제적으로 생산되고 배포될 수 있으며, 출판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도서관 서가를 차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부록과 데이터베이스를 무한정으로 포함하여 오래된 자료들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지식의 확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유토피아적 열광에는 우려도 따른다. 단턴은 전자책과 구글의 서비스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는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독점적으로 통제할 때 생길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단턴이 말하는 지식의 민주화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과 같이 배타적 성격의 대학교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 규모의 도서관을 디지털로 공중에 개방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많은 연구도서관들에 방치되어 있는 특별 소장품-구글이 미처 손대지 못하는 것들-을 오픈 액세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게 하여 도서관의 의무를 다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문서의 보존 문제도 중요하다. 도서관 사서들에 의해 번진 ‘종이 대학살’은 시사하는 바가크다. 공간의 부족이라는 위협을 느낀 사서들은 종이가 보존성이 떨어진다는 근거로 수백만 부의 신문과 책을 마이크로필름으로 전환했지만, 오히려 마이크로필름이 종이책보다도 보존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처럼, 사이버 공간의 문서가 영원히 존속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비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고, 매체가 구식이 되면 문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갈 곳을 잃는다. 원본이 없는 텍스트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책을 느낀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디지털화한 이미지가 원본을 직접 볼 때 느끼는 가슴 벅찬 흥분을 안겨줄 수 있을까? 물리적인 면이 주는 매력은 책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종이책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저마다의 존재감을 내뿜는다. 책 무게로 뻐근한 어깨 때문에 전자책 구매를 생각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풍기는 종이냄새와 손끝에 닿는 감촉을 포기할 순 없다. 북 디자인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턴이 말하는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나은 점 몇 가지. “책은 휙휙 넘겨볼 수 있고, 주석을 달 수 있고, 잠자리에서 읽을 수 있고, 편리하게 선반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인 책은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과학기술보다 더 큰 권위를 가지고 있다. 라디오가 신문을 대신하지 못했고 인터넷이 TV를 없애지 못했듯, 단기간 내에 하나의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디지털 네이티브들로만 구성된 먼 미래 사회에서 책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단턴은 디지털 시대가 반드시 올 것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인쇄 방식과 디지털 방식이 공존하는 과도기인 지금으로서는 양자가 보조를 같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그 어떤 변화들보다 오래 지속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컨텐츠팀 진연우(lila@yes24.com)



로버트 단턴 Robert Darnton

1939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했다. 필립스 아카데미를 거쳐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4년부터 1년간 〈뉴욕 타임스〉 기자로 근무한 뒤, 1965년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1968년부터 약 40년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유럽사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7년 이후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단턴은 수많은 저서와 논문, 왕성한 학회 활동과 학술지 편집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지은 책으로 1996년에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책과 혁명』을 비롯해 『고양이 대학살』, 『앙시앵 레짐 시대의 문학적 지하세계』, 『조지 워싱턴의 틀니』, 『로버트 단턴의 문화사 읽기』 등이 있다. ‘책의 역사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는 미국역사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전자논문 프로젝트인 ‘구텐베르크-e’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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