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에 좀 심하게 일하고 겨울엔 좀 쉬는 스타일이다. 여름이 좋아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땀 흘리고 일하는 데 보람을 느끼는 스타일도 절대 아니다. 여름엔 땀이 좀 나고 덥지만, 해도 길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사실 낮에 땀 흘려 일하고 집에 들어와 더운 물로 목욕한 후, 선풍기 앞에서 땀을 말리며 맥주 한잔을 마시는 맛은 나에게 여름이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여름을 보내는 최고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겨울엔 추위에 좀 위축되고, 해도 짧고, 뭔가 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일을 벌이지 않게 된다. 물론 여름의 맥주보다 겨울의 소주 한잔이 더 최고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제안하는 시원한 여름여름엔 바람을 찾아가면 된다. 적당히 많은 바람이 부는 곳에서 지내면 덥지 않게 지낼 수 있다. 그런 곳은 바닷가다. 바닷가는 육지와 바닷물과의 기온차로 인해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부는 이치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공기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한낮의 모래사장은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하지만 여름 바닷물은 차갑다. 반대로 해가 지고 나면 모래사장의 온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기온차로 인해 낮에는 바다로 바람이 불고 밤에는 바다에서 모래사장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자연이 만든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든 천연 선풍기가 바다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름에 태양, 바람, 사랑, 젊음, 신선함을 찾아 바다로 떠난다.
부채에서 에어컨까지, 시원한 만큼 더 더워진다
바람을 강제적으로 만들어내는 장치가 선풍기다. 바람이 피부의 땀이나 수분을 증발시켜 몸의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시원하게 느낀다. 부채 역시 공기를 휘저어 기압차를 만들어 바람을 만들어낸다. 둘 다 물리적 과정은 같다. 하지만 하나는 본인의 노동력을 이용한 장치로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시원한 만큼 더워진다는 효율의 원리다.
여름에 더운물로 목욕 후 선풍기 앞에 서면 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원리는 무엇인가? 더운 여름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는 원리와 같다. 바람이 피부의 수분을 증발시켜 몸의 체온을 효율적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여름에 찬물로 샤워를 한 후 선풍기 앞에 있는 것보다 뜨거운 욕탕에 반신욕을 하고 난 후 선풍기 앞에 서 있는 것이 훨씬 시원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바람이 피부의 수분의 증발을 가속시키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수분이 증발할 때 열이 필요하기 때문에, 목욕 후 수분이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피부로부터 빼앗아간다. 그래서 체온이 내려가게 되고 우리는 시원하다고 느끼게 된다. 땀 흘려 일하고 바람에 땀을 말리거나 그늘의 바람에서 땀을 닦고 나서 시원해지는 물리적 원리의 하나는 수분의 증발에 있다.
에어컨의 원리는 압력을 가한 냉매 가스가 증발할 때 열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 장치다. 에어컨은 외부에 있는 압축장치와 실내에 열을 빼앗는 냉각장치로 구분된다. 실내의 차가워진 냉각판에 바람을 통과시켜 시원한 바람이 나오게 된다. 에어컨 외부 장치는 실내의 온도 및 냉매가스를 압축하기 위한 압축모터의 열까지 포함한 열을 밖으로 팬을 이용해 내보내기 때문에 온풍기 역할을 한다.
실내에 열을 빼내는 냉각판이 차가워지면 물이 서리게 된다. 덥고 습한 날은 물이 많이 생긴다. 이 원리는 차가운 물을 컵에 담가 놓으면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원리와 같다. 여름 에어컨에서 물이 밖으로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 여름 자동차에서 물이 줄줄 나오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가 망가져 물이 세지 않나 자동차 밑을 쳐다보는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에어컨에서 수분이 응축되어 나오는 물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제습을 하기도 한다.
열의 성질을 알면 여름을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
손이 뜨거운 사람과 악수를 하면 뜨겁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손으로부터 열에너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손이 차가운 사람과 악수를 하면 순간 열에너지를 빼앗기게 된다. 열에너지는 항상 더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여름에 하는 포옹과 겨울에 하는 포옹의 열적인 차이는 크다. 사람의 기준 체온은 37-38도 사이다. 이 온도에서 0.1도라도 높으면 더위를 느끼게 되고 0.1 도라도 떨어지면 추위를 느낀다. 겨울에 포옹을 하면 처음엔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상대방의 포옹으로 부터 열을 보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여름엔 따듯함이 아니라 땀이 나고 열을 받게 된다.
사람의 각자의 기준 체온으로부터 온도가 덜어지면 처음엔 교감신경이 작용해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여 피의 순환을 높여 체온을 높인다. 하지만 이런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것으로 부족하면 닭살이 돋거나 털이 빳빳하게 서면서 근육을 떨리게 하여 운동 효과를 내게 해서 체온을 올린다. 추운 겨울 이가 떨리는 현상은 체온을 높이는 과정이다.
반대로 체온이 높아지게 되면 부교감 신경은 땀을 흘리게 하거나, 심장을 덜 뛰게 하여 혈압을 낮추게 하여 체온을 떨어뜨린다. 체온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물리적 과정이 땀을 흘리는 것이다. 여름에 겨드랑이에 땀이 난다든지 하는 일은 체온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역할인 것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화나거나 분노 때문에 열을 받는 경우가 있다열을 받는 경우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거나 분노를 느끼며 몸이 격하게 떠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 역시 체온을 떨어뜨리는 자연스러운 열역학적 과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지나친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면 열역학적으로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 경우 자신의 지나친 감정의 분출을 후회하는 과정이 오게 된다.
사람의 체온은 매우 민감하다. 자신의 기준체온에서 벋어나면 몸의 기능에 저하되고 심하면 심장에 무리가 온다. 덥다고 온도를 내리기 위해 찬 바닥에서 누워서 잔다든지, 덥다고 갑자기 강물에 뛰어든다든지,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고 잠이 들면 체온이 낮아져 심근경색이나 외경색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사람의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혈액순환이 안 되고 저체온증으로 의식을 잃게 된다. 이 온도는 정상 온도와 불과 2도 차이가 나는 범위다. 인간의 체온이 얼마나 민감한 범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뭐든지 급격한 변화는 물리적으로 좋지 않다는 의미다.
에필로그여름은 나 혼자만의 열기만 지탱하고 살 수 없는 열정이 있다. 나는 그 열정에 열광한다. 그 열 속엔 땀의 열기가 있다. 여름의 존재 의미가 땀인 것이다. 땀으로 얼룩진 트래킹, 콘서트, 한 엶 밤의 생맥주 등.
사실 나는 여름 바닷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늘도 없는 모래사장. 모래의 끈적거리는 염분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 정체되는 고속도로의 열기도 싫다. 여름엔 학교 연구실에서 지내는 것이 제일 좋다. 연구실의 에어컨 아래서 책을 읽고 밀린 일을 한다는 자체가 나의 최고의 여름 피서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