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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의 장수비결 정지천 저 | 토트출판사 |
이 책은 조선시대 명문가들의 건강비책을 역사적인 배경과 생활습관 그리고 가문의 고유한 전통과 한의학적 근거를 통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저자는 명문가 선비들이 건강하고 장수했던 이유를 ‘가문 의식과 가문의 영향력, 종가 음식, 건강관리를 위한 의학 공부’라는 세목으로 나누워 고찰하고 ‘혼인, 성(性)생활, 삼년상, 과거 공부, 청백리淸白吏, 귀양’을 그들의 장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변수로 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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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와 다이어트에 효과가 크고, 비타민C도 많이 들어 있어서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도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이 식품은 무엇일까? 바로 녹차다.
예전에 녹차로 하는 다이어트가 잠깐 유행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녹차하면 다이어트가 우선 떠오른다. 하지만 녹차에는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녹차만 마셔도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고, 더불어 다이어트 효과까지 볼 수 있으니 녹차 하나로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다조의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도 녹차를 즐겨마셨다. 다행스럽게도 추사와 녹차는 궁합이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녹차를 마신다고 누구나 다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녹차가 맞지 않는 체질도 있으니, 자세히 한번 알아보자.
차를 사랑했던 추사 김정희
매화를 비롯해서 추사가 좋아했던 게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차를 좋아했다. 차의 명인인 초의선사와 함께 차나무를 심고 참선도 했을 정도이니 그가 얼마나 차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추사가 초의선사에게 보낸 편지를 보자.
나는 스님을 보고 싶지도 않고 또한 스님의 편지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차의 인연만은 끊어버리지도 못하고 쉽사리 부수어버리지도 못해 또 이렇게 차를 보내달라고 조르게 되오. ……(중략) 두 해 동안 쌓인 빚을 모두 챙겨 보내되 더 이상 지체하거나 어김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을 거요.두 사람 사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편지를 읽는다면, 추사를 상당히 무례한 인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사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은 우애가 있는 사이였다. 이런 편지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우애의 표시였던 것이다.
글에서도 나타나지만 추사는 자존심이 강하고 성격이 조금 괴팍해서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진정으로 마?을 터놓고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이는 오직 초의선사 한사람 뿐이었다. 그래서 초의선사는 해남 대흥사大興寺의 일지암一枝庵에서 직접 차를 만들어 추사에게 보내주곤 했다. 그 고마움에 답하여 추사가 초의선사에게 보낸 것이 ‘명선茗禪’이라는 글자였다. ‘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추사를 건강케 한 녹차의 효능녹차는 서늘한 성질로서 열을 내려주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풀어준다. 특히 열병을 앓거나 더위를 먹어 입이 마른 경우에 좋다. 그리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어, 풍과 열로 인해 머리가 아프거나 혹은 눈이 붉어지고 침침해지는 것을 낫게 한다. 또한 신경 안정 효능이 뛰어나 정신을 집중시키고 사고력을 증강시켜 주며 졸음을 방지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따라서 정신이 맑지 못하거나 잠이 너무 잘 오고 잠이 많은 경우에도 좋으므로 수험생이나 머리를 많이 쓰는 정신노동자에 어울린다. 또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응어리를 풀어주는 효능도 있어서 음식을 먹고 체하여 배가 아프고 신트림이 나는 경우에도 좋다.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도 있다. 국화꽃과 함께 달여 마시면 열을 내리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는 효과가 더욱 좋다.
까칠까칠하고 예민한 추사의 성격을 떠올려보자. 추사는 분명히 녹차의 깊은 맛을 즐겼겠지만, 유배지에서 열이 나고 답답했던 자신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추사의 몸이 녹차를 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녹차
한의학적으로 볼 때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풍, 열, 담 그리고 어혈인데, 녹차는 열을 내려주고 담을 삭이는 효능이 있다. 또 녹차를 마시면 기가 아래로 내려가고 이뇨 작용이 원활해져서 대소변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녹차에는 기름기를 없애는 효과가 있어 몸을 가볍게 하므로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마시면 좋다. 실험 연구를 보더라도 녹차에는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능이 있으므로 고혈압과 당뇨병 그리고 동맥경화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녹차에는 폴리페놀ployphenol이 들어 있는데 플라보노이드 계통으로써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catechin이라는 물질이다. 카테킨이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나타내어 종양 형성을 억제하므로 폐암, 전립선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예방하고 암의 전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고혈압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리며 지방 분해를 도와 체중 감량 효과도 있다.
술을 많이 마셔 숙취로 고생할 때 녹차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심장과 위장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러면 소변이 잘 나오게 되어서 주독도 풀 수 있다. 또 담배의 니코틴을 해독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자주 마시면 좋다.
우리 몸에서는 독소가 들어오면 이것을 정화하기 위해 몸속에 있는 효소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이 효소가 활동할 때 필요한 게 바로 비타민이다. 녹차에는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니코틴 해독 작용을 돕는다. 그리고 각종 발암물질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으므로 암 예방에도 좋다.
녹차가 해가 되는 사람도 있을까?몸이 야윈 사람이나 잠이 잘 오지 않는 사람은 녹차를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그리고 녹차의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몸이 냉해서 손발이 차거나 비?위장이 냉하여 입맛이 없고 설사를 잘 하는사람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임신 중이거나 젖을 먹이는 부인, 그리고 빈혈이나 불면증이 있는 경우에도 녹차는 피해야 한다.
녹차를 공복에 마시는 것도 좋지 않고, 특히 한약을 먹는 동안에는 녹차가 한약의 효과를 방해하기 때문에 이를 마시면 안 된다. 운동량이 적고 땀을 별로 흘리지 않는 사람이면 녹차를 조금만 마시는 게 좋다. 몸속에 수기水氣가 쌓여 수독水毒이나 습독濕毒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장은 습기를 싫어하는데, 차를 많이 마셔서 뱃속에 습기가 많아지면 비장이 손상되어 정상적으로 습기를 전신에 확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병이 생긴다. 주로 배가 부르고 아프거나 설사하는 증상을 나타낸다.
녹차가 맞지 않는 사람에게 좋은 차녹차가 맞지 않는 사람은 따뜻한 성질을 가진 귤피차, 생강차를 마시면 된다. 귤피는 귤껍질을 말려서 오래 둔 진피陳皮를 쓰는데 기를 순행시키고 땀이 잘 나오게 하며 가래와 습기를 없애는 효능이 크다. 또한 구역질, 구토, 딸꾹질을 막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속이 더부룩하거나 입맛이 없는 경우에 좋다. 귤피 하나만 달인 약을 ‘귤피일물탕橘皮一物湯’이라고 하는데, 너무 안일하게 쉬면서 활동하지 않아 몸이 찌뿌듯하며 결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다스려 몸을 가볍게 해 주는 명약이다.
생강生薑은 몸에 양기를 넣어주고 찬 기운을 몰아내며 기와 혈의 순환을 잘 되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가래를 삭이며 기침을 멎게 하고, 비?위장을 따뜻하게 하여 소화를 돕고 입맛을 돌게 한다. 해독 작용이 커서 약물이나 음식물 중독에도 효과가 있고, 노화 방지에도 좋다.
불교와 추사
추사는 유학자이면서도 ‘해동의 유마거사’라는 칭호를 들을 정도로 불교에 조예가 깊었다. 옛집과 묘소가 있는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 오석산에는 젊은 시절 학문을 닦고 심신을 단련하던 화암사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화암사를 출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와 접하면서 여러 불경을 보고 선禪도 익혔다.
추사는 구암사의 백파선사와 삼종선三種禪 논쟁을 벌여 조사선祖師禪에 비판을 가할 정도로 선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금강경金剛經〉을 호신용 부적처럼 항상 휴대하고 다닐 정도였고, 차로 유명한 전남 대흥사의 초의선사와도 차와 불교를 매개로 특별한 우정을 맺었다.
초의선사는 추사가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다섯 차례나 방문했을 정도로 그와 교분이 두터웠다. 이 모든 게 인연이 되어 차 맛에 더 조예가 깊어진 것일 수도 있다. 추사가 두 차례에 걸쳐 유배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이겨내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추사체를 완성하고 70세를 넘길 수 있었던 비결에는, 녹차뿐만 아니라 불교에 몰입한 데서 오는 마음의 안정도 한몫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