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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편지로 시작된 낭만적인 사랑

발자크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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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사랑에 빠져, 천국보다 여기가 행복”. 나는 미칠 수 있을 만큼, 당신에게 거의 미쳐 있어요. 두 개의 생각을 하게 되면 당신이 반드시 그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두 생각을 함께 할 수 가 없답니다.

이벨리나 한스카에게

1836년 6월 19일 일요일
파리

내 사랑하는 천사,
나는 미칠 수 있을 만큼, 당신에게 거의 미쳐 있어요. 두 개의 생각을 하게 되면 당신이 반드시 그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두 생각을 함께 할 수 가 없답니다.

당신을 제외하고는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나대신 내 상상이 나를 당신에게 옮기고 있어요. 내가 가진 가장 사랑스러운 천 개의 손길로 당신을 꼭 붙잡고, 당신에게 키스를 하고, 당신을 부드럽게 만집니다.

내 마음 속에는, 언제나 당신이 있을 거에요 -반드시 그럴 거에요. 나는 당신이 내 마음 속에 있다는 달콤한 느낌을 가지고 있답니다. 하지만 하느님 맙소사 당신이 나의 이성을 빼앗아가버리면 나는 어떻게 된단 말입니까? 이것이 오늘 아침 나를 무섭게 만든 편집증입니다.

매 순간 일어나서 나에게 말합니다. “자 이제 그곳으로 갈 거야.” 그리고 나서 나는 의무감에 다시 앉습니다. 무서운 충돌입니다. 이건 삶이 아니에요. 나는 예전에 이런 경험을 절대로 해 본 적이 없어요. 당신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겁니다.

당신을 생각하자마자 나는 바보같은 기분과 즐거운 기분이 들어요. 나는 한 순간에 천 년을 사는 즐거운 꿈속에서 빙글 빙글 돕니다. 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

사랑으로 가득 차서, 온 몸 구석 구석에 사랑을 느끼고, 오직 사랑을 위해 살고, 내가 슬픔에 의해 바짝 여위게 된 걸 보게되고, 수많은 거미줄에 잡혀버렸습니다.

오, 내 사랑 에바. 당신은 모를 거에요. 나는 내 앞에 있는 당신의 엽서를 들고, 마치 당신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말을 합니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 내가 어제 보았던 것처럼, 아름답고,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당신을 말입니다.

어제, 저녁 내도록 나는 혼잣말로 “그녀는 내것이야” 라고 말했습니다. 아, 천사들은 내가 어제 행복했던 것만큼 천국에서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는 프랑스의 극작가, 소설가이고 그의 방대한 리얼리즘 대작인 ‘인간 희극’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이후 세대의 작가들과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조각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발자크는 평생동안 과도한 집필 일정으로 인한 건강 문제로 고통을 받았다. 가족과의 관계는 경제적으로, 개인적인 드라마로 자주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1832년 발자크는 수신 주소가 없는 ‘외국인으로부터’ 라고 서명된 편지를 한 통 받았다. 그 편지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이 적혀 있었다. 그는 가제트 드 프랑스 지에 광고를 실어 답장을 했고, 이것이 평생 “그의 가장 달콤한 꿈의 대상”과의 서신왕래의 시작이었다. 이벨리나 르제우스카 한스카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재력가와의 정략 결혼으로 갇혀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1841년 사망했을 때, 비로서 그는 그녀의 연인이 되었고 그가 죽기 직전에서야 그들은 결혼했다.


서진의 번역 후기

발자크의 정력적인 집필 습관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후 다섯 시나 여섯 시에 가벼운 식사를 하고 잠을 잔 뒤에 자정 무렵 일어납니다. 그 때부터 블랙커피를 마시며 열네 시간, 열다섯 시간 동안 집중해서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20여 년이 안되는 집필 기간동안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길 수 있었겠지요. 연애소설이 팽배했을 때, 그는 사실적인 19세기 모습을 담기위해 노력했습니다. 당시에 평단의 지지를 받지 못?지만 후대의 작가들-프로스트,디킨스, 포, 포크너와 캐루악까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소설가들은 발자크 처럼, 수백 명의 인물군상이 여러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거대한 대작을 쓰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은 사실주의적이었지만 익명의 편지 한 통으로부터 시작해서 죽음으로 맺는 그의 사랑은 왜 이리 낭만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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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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