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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로 예뻐진 미녀는 진정 괴로울까?

<미녀는 괴로워>, 미모는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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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뚱뚱하고 못생겼던 한나(김아중 분)가 성형수술의 도움으로 늘씬하고 예쁜 제니로 변신한다는 내용을 기본 줄거리로 한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선안남 저 | 시공사
지친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화 속 메시지
상담심리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영화’를 매개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내면을 심리학적 기법으로 살펴본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 속 주인공의 현실을 보며 위축된 마음을 펴고, 조언을 얻으며 내 삶을 투영해주는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

미녀는 즐거워, 추녀는 괴로워?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뚱뚱하고 못생겼던 한나(김아중 분)가 성형수술의 도움으로 늘씬하고 예쁜 제니로 변신한다는 내용을 기본 줄거리로 한다. 외모가 빼어난 사람은 성격이나 능력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후광효과(Halo effect)’라 하는데, 영화 속 인물들이 제니로 변신한 한나(혹은 한나이자 제니)를 보는 시선 또한 이전의 한나를 대할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사람들은 제니가 잘못을 해도 감싸주고, 애정을 쏟고 존중해준다. 그녀의 외모는 재능을 돋보이게 해주며, 사랑한다는 말도 듣게 된다. 제니가 된 그녀는 한나였을 때 겪은 온갖 수모와 설움을 더는 겪을 필요가 없다. 단지 자아의 일부인 ‘신체적 자아'가 바뀌었을 뿐인데 말이다. 한 사람의 자아를 구성하는 것은 신체가 다가 아니다. 한 사람의 자아를 제대로 알려면 외양뿐 아니라 성격, 사회성, 도덕성, 가족, 능력 등 다양한 측면을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영화 속 현실, 현실 속 영화는 이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

대충매체와 광고의 해악은 마치 신데렐라의 요술 봉처럼 신체적 변화가 우리의 자아를 아무 부작용 없이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제목이 〈미녀는 괴로워〉이긴 하지만 영화 속 미녀의 괴로움은 단지 추녀였던 자신의 과거 자아, 자신이 한나였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을 두려워하는 수준에 그친다. 말하자면 미녀가 자신의 추했던 과거 모습을 감추려는 시도 속에서 ‘미녀는 즐겁고, 추녀는 괴롭다.’는 이분법적 구도를 확정짓는 것이다. 사실 미녀도, 추녀도, 미녀도 추녀도 아닌 평범한 여성도, 현실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모두 겪는다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신체의 변화가 시선의 변화를 가져오고 그럼으로써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영화에서는 성형수술이라는 조작을 통해 손쉽게 이루어낸다. 단지 신체? 변하면, 예뻐지기만 하면, 삶이 한순간 장밋빛으로 물들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슬그머니 주입하면서 말이다. 그러한 메시지는 그렇지 않아도 현실의 이런저런 벽에 마음이 약해진 채 아름다움에 대한 애증과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거침없이 흔든다.

사진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더 크게 부각되는 신체적 자아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신체적 변신과 변화를 약속하는 얘기에 솔깃해지는 걸까? ‘신체적 자아'의 측면에서 답을 찾자면 우리의 신체적 자아가 하는 역할이 현대사회로 오면서 더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시대를 사는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노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과 나의 다양한 면모를 모두 나누기는 아무래도 힘들다. 잠깐 스치는 만남 속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려면 한눈에 호감을 주는 외모를 갖추어야 한다. 이때 신체는 타인이 우리를 짧은 순간 파악하게 해주는 정보가 된다.

피상적인 만남이 많아지고 여러 사람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기회가 잦아질수록 우리는 자아의 많은 부분을 신체적 자아에 의존한다. 특히나 영화 속 한나는 그녀를 바라보는 대중과 깊고 진솔한 관계를 맺기가 불가능한 가수였다는 점을 주목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는 겉으로 보았을 때 두드러지는 그녀의 신체가 그녀의 자아 전체를 대변하게 된다. 한나는 그런 타인의 시선에 끔찍하리만큼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끊임없이 자신의 신체를 감시하고 단속하고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보다 더 복잡다단한 현실
신체에 과도한 관심을 쏟고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살피고 또 살피는 행위는 우리의 마음에 먹구름과 같은 감정을 불어넣고 진실한 관계 맺음을 어렵게 한다. 예로부터 여성들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와 압력을 받아왔다. 한나처럼 뚱뚱한 몸집이 아닌 제니처럼 늘씬하고 섹시한 용모를 가지는 것이 ‘옳다’는 직, 간접적인 메시지의 폭격을 맞고 자라온 것이다.

우리가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하고 머리 모양을 바꾸고 치장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한나가 제니가 된 것처럼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살게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다르다. 한나의 변신은 단지 신체적 자아의 변화에만 그쳤기 때문이다. 자신을 한번 바꿈으로써 약간의 변화를 느낀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에서 또 다른 불만을 느끼고 지속적인 성형의 욕구에 시달린다. 이처럼 욕망의 노예가 되는 사람들 때문에 성형중독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그렇게 파격적인 신체적 변화를 겪은 사람들은 더 근본적인 자기 안의 다른 자아가 함께 변화하지 않았기에 혼란을 느끼기가 쉽다.

그럼에도 변화와 변신을 향한 우리의 감질 나는 욕망은 다양한 상품과 최신 성형 기술,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힘을 업고 우리의 일상을 흐른다. 꾸준하고도 끈덕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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