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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재즈 보컬의 모든 재능을 지녔다’

이소라, 제시 제이(Jessie J), 브라이언 컬버트슨(Brian Culbert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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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리메이크로 감성을 되찾다 - 특유의 비음과 보컬 톤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한 ‘이소라’가 ‘리메이크’ 앨범으로 돌아왔습니다.

특유의 비음과 보컬 톤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한 ‘이소라’가 ‘리메이크’ 앨범으로 돌아왔습니다. 버즈(Byrds), 길버트 오설리반(Gilbert O'Sullivan)의 명곡을 어떻게 재해석 했을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리고 영국에서 요즘 제일 ‘핫’한 신인 아티스트 ‘제시 제이’, 재즈, R&B, 펑크(funk) 등을 한 앨범에서 아우르는 ‘브라이언 컬버트슨’의 열두 번째 앨범은 흑인 음악 팬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듯합니다.

이소라 <My One And Only Love> (2010)

유연하고 매끄럽다. 실험성이 강했던, 아무런 이름표도 붙어있지 않은 작품의 후속이라고 하기엔 좀 의외다. 백색의 표지엔 강렬한 핑크색 키스마크가 선명하고, 양각된 타이틀은 더없이 로맨틱한 내용이다. 게다가 수록곡 11곡을 리메이크로 꾸몄다. 전곡을 팝으로 꾸민 점은 음악적 자신감의 발로다.

명곡들의 재탄생을 위해 전작에서 잠시 내려놓았던 재즈 풍의 보컬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독특한 음색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비음과 함께 동반되던 감정 과잉의 흐느낌을 배제한 것은 인상적이다. 「제발」, 「난 행복해」 등 발라드에서 보여줬던 (그리고 적지 않은 팬들이 그리워하는) 한껏 울고 난 뒤 후련함을 내세우기보다 덤덤하면서도 여유로운 흐름을 이어간다.

도리스 데이(Doris Day)와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그리고 최근엔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의 음성을 탔던 타이틀 트랙에서 그녀만의 독창적 우아함을 감지할 수 있다. 5분 가까이 진행되는 곡을 통해 그의 보컬은 뛰어난 호흡과 완급 조절 능력을 선보인다. 영화 <프렌치 키스>에 삽입되어 히트한 「Dream a little dream of me」역시 힘을 주기보단 가볍고 뭉근히 접근했으며,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의 대표작 「Two sleepy people」도 낭창낭창한 멋이 그득하다. 진득하지만 결코 질퍽거리지 않는 음색은 단 한 번의 끊김도 없이 고전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버즈(The Byrds)의 「Turn turn turn」을 다층적 코러스와 울림 깊은 키보드를 사용해 마감한 점은 의외다. 전작에서 자신이 포크 록에 관심을 가졌던 만큼 같은 분위기로 갈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포근하고 여유로운 무드를 조성하려한 앨범의 콘셉트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소라의 예전 스타일을 선호했던 이들이라면 「Almaz」에서 비슷한 감정을 어느 정도 공유가능하다. 멜로디가 국내 정서에 맞는데다 여타의 수록곡에서 감정선을 차분히 유지하던 그녀의 음성도 유난히 정적(情的)으로 담겼다. 원곡 자체가 애절한 팝 발라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소라도 이 곡에서 만큼은 예전의 감성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았을까.

전작에서 보여준 포크적 보컬은 첫 싱글 「Alone again」에서 표출된다. 무심한 듯 툭툭 끊어 부르는 체념적 보컬은 우아함이나 온화한 면과 다소 거리가 있다. 더 나아가 스틸러스 휠(Stealers Wheel) 원곡의 「Stuck in the middle with you」에선 포크록까지 영역 확장을 한다.

곡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자신감이 없다면 이 같은 앨범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왜 그녀가 뛰어난 보컬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는지도 본 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절박하게 울부짖다가도 무심한 듯 털어놓는 포크 싱어로서의 감성, 또 느긋하고 여유로운 재즈 보컬로서의 재능을 모두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 모두를 한 앨범 안에 자연스레 담아냈다는 점이다.

매만져낸 정성은 훌륭하나 이 앨범의 성격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특히 ‘싱어’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이소라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왜 정규앨범 타이밍에 내놓은 것쳀 리메이크인지 또 왜 팝인지에 대한 당위성이 희박한 것은 한계점이다. 게다가 이 앨범에 들어간 이소라와 여러 뮤지션들의 성의는 작품을 단순한 리메이크 앨범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이번 앨범을 다음 작품 이전에 잠시 숨 고르는 의미로, 또 대중 가수이자 재능 있는 싱어의 번외 편으로 여기고 싶다. 그녀에겐 전작에서 발동한 음악적 실험을 완성시킬 의무가 남아있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제시 제이(Jessie J) <Who You Are> (2011)

최근 들어 영국 팝 신을 지배한 뮤즈들을 상기해 본다면 제시 제이는 복고주의적 화풍에 반기를 드는 여걸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더피(Duffy), 팔로마 페이스(Paloma Faith) 등의 숙성된 소울 사운드가 귀에 물리려던 찰나에, 반동적인 음악 스타일을 지닌 신인의 인상적인 핫 샷 데뷔는 대영제국을 들끓기에 충분했다. 이미 BBC는 2011년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로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더 백신스(The Vaccines)를 제치고 그녀를 1순위로 올려놓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기몰이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Do it like a dude」와 「Price tag」 이 두 곡만으로도 제시 제이의 브랜드를 명징하게 압축했다. 둔탁한 비트를 전제로 남자 못잖은 활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노랫말에서도 도발적이고 직설적인 어조로 여성상위의 도그마를 설파한다. 아니라 다를까 이제 막 오른 정상의 위치임에도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공석에서 커밍아웃했다.

극성으로 유명한 영국 타블로이드 지에게 군침 도는 먹잇감이겠지만, 단순히 가십을 배설하면서 유명세를 탈 위인은 아니다. 이미 유명 아티스트들의 곡 작업에 참여하며 기량을 과시해왔고,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의 「Party in the U.S.A.」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음악적인 센스에 대한 보증까지 완비한 셈이다. 공연 라이브를 정규 트랙으로 삽입한 「Big white room」은 데뷔 앨범으로는 이례적인 사례다. 어느 인공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도 변화무쌍한 애드리브와 시원스러운 고음부 연출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읽혀진다. 특히 아티스트의 기호를 짐작 가능한 장르 간의 교배도 흥미로운 점인데, 유독 이번 앨범에서는 레게가 돋보인다. 「Price tag」의 후렴구에서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심증이 「Stand up」에서 확실하게 굳혀진다.

그렇다고 영국 내의 빈티지 소울 뮤즈들 틈에서 온전한 개혁의 목소리를 발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톰보이 이미지와 록 성향이 다분한 팝 사운드의 영리한 결합으로 분투하고 있는 핑크(P!nk)가 어른거리는가 하면, 육중한 팜므 파탈의 매력을 목소리로 투사한 퍼기(Fergie)도 어렵지 않게 연상된다. 여러모로 무기력하게 과거로만 천착하던 영국 전반의 흐름을 저지한 핵심 유전자는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넘어온 듯하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브라이언 컬버트슨(Brian Culbertson) <XII> (2010)

브라이언 컬버트슨(Brian Culbertson)의 열두 번째 앨범 <XII>는 최근 몇 년 동안 그가 조리해 온 흑인음악의 모둠 요리가 업그레이드되고 더 깊은 맛을 내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스무드 재즈를 비롯해 성인 취향의 리듬 앤 블루스와 한층 열띤 대기를 조성하는 펑크(funk)가 열두 편의 수록곡에서 근사하게 펼쳐진다. 다양한 스타일에 목말라하던 이들이라면 이 음반이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자리가 될 듯하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Feelin' it」부터 기대를 충족한다. 앨범의 스타트를 끊는 작품답게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해 귀를 뗄 수 없게 한다. 힙합풍의 묵직한 드럼 비트, 흥겨움을 자아내는 혼 섹션이 브라이언 컬버트슨의 날랜 피아노 연주와 만나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사뿐사뿐한, 그리고 신 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피아노, 신시사이저, 브라스와 탄력적인 베이스 연주가 절묘한 하모니를 내는 「Stay wit it」도 그보다 순화된 사운드로 상쾌한 바운스를 나타낸다.

2008년 작품 <Bringing Back The Funk>와 마찬가지로 객원 가수들의 도움으로 풍성한 면모를 갖추고 노래를 더욱 근사하게 치장한 것도 앨범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이전 작품들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케니 라티모어(Kenny Lattimore)의 비단결처럼 고운 음색이 노래를 운치 있게 하는 「Another love」, 중간 템포의 비트가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의 따스한 목소리와 만나 점잖은 그루브를 발산하는 「Out on the floor」, 페이스 에번스(Faith Evans)의 농염한 표현이 세련미를 곱절로 올리는 「Don't u know me by now」와 1990년대 중후반의 정서를 띤 아반트(Avant)의 리듬 앤 블루스 넘버 「Skies wide open」이 그러하다. R&B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금세 반해 버릴 노래들이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브라이언 컬버트슨이 리드하는 재즈 연주곡도 하나같이 훌륭하다. 차분한 선율에 사랑하는 이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서린 「Waiting for you」라든가 유연함과 찰진 기운을 겸비한 업 비트 트랙 「It's time」, 후반부로 갈수록 격정적인 분위기를 내는 「Forever」 등은 그의 음악적 뿌리는 재즈임을 알게 하는 곡들이다. 스무드 재즈의 대가 얼 클루(Earl Klugh)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 「That's life」는 그 특유의 청아함이 물씬 풍긴다. 작곡, 편곡, 연주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괜찮은 재즈 연주 앨범이기도 하다.

발전과 성장을 이룬 그의 열두 번째 앨범은 이전에 없었던 기록을 누렸다. 비록 상위권은 아니지만 「Skies wide open」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빌보드 R&B/힙합 싱글 차트에 진입했고 「That's life」는 빌보드 스무드 재즈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재즈 앨범 차트에서는 2위, R&B 앨범 차트는 15위를 차지하며 과거를 능가하는 지명도를 얻었다.

상업적인 흥행 덕분이라도 그의 기억에 길이 새길 작품이 됐지만 <XII>를 제작하기 전부터 브라이언 컬버트슨은 앨범에 각별한 의미를 두었다. “제 인생에서 12라는 숫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1월 12일에 태어났고, 12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고,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한 지도 12년이 됐죠. 피아노에는 열두 음계가 있고, 전문 음악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도 열두 살 때부터였으니까요.”라는 말로 이번 음반에 대한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특별함은 이제 그에게만 해당되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재즈, R&B, 펑크(funk) 등을 아우르는 근사하고 세련된 앨범이 등장했다는 점은 흑인음악 마니아들에게도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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