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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맥주냐 켄맥주냐?

땅이 모든 쓰레기를 분해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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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제에 대한 물리적 핵심은 과도한 밀도에 있다. 3차원 규모로 증가한 인구가 만들어낸 쓰레기는 땅 위에 버려지다 땅 속에 매립되는 방법으로 처리됐다. 그 대표적인 상징탑이 월드컵 경기장 근처의 난지도다.

변방에 있어야 할 쓰레기가 왜 이렇게 중요한 위치에 와 있는가?
쓰레기 문제에 대한 물리적 핵심은 과도한 밀도에 있다. 3차원 규모로 증가한 인구가 만들어낸 쓰레기는 땅 위에 버려지다 땅 속에 매립되는 방법으로 처리됐다. 그 대표적인 상징탑이 월드컵 경기장 근처의 난지도다. 80년대 초만 해도 모든 서울시의 쓰레기가 그곳에서 처리되었다. 지금은 풀과 나무로 뒤덮여 감쪽같이 공원이 되었지만, 그 속엔 서울시민들이 만들어낸 인간의 역사를 담고 흙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당시만 해도 변두리 땅에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인구 밀도의 증가로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흙은 무기물, 유기물, 수분, 공기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딱딱한 물질인 고체와 액체, 기체가 서로 공존해 있는 복잡한 물질이다. 이 중 고체 물질인 무기물은 암석의 풍화에 의해 만들어진다. 유기물은 각종 동식물에서 유래된 물질이다. 그리고 액체성분인 수분은 여러 종류의 물질과 이온이 함유되어 있으며, 기체인 공기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등이 들어간 복합체다. 흙의 구성 비율은 지역에 다라 다르겠지만 고체 50%, 액체 25%, 기체 25%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물질이 땅속에서 부패라는 생화학적 중간과정을 통해 분해된다는 것은 토양 속의 주성분 속으로 흡수된다는 의미다.


사과를 땅에 묻으면 얼마 후 분해될까?
사과는 조건에 따라 적당히 건조한 특별한 곳에서는 젤리 사과가 될 수도 있고, 수분이 많은 곳에서는 빨리 분해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과가 땅속에서 분해되는 데에는 한 달에서 다섯 달이 걸린다. 사과 한 개일 때의 이야기다. 만약 사과 한 박스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분해의 문제에서 오염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참고로 사과의 주된 성분은 수분으로 85%다. 수분 속에 맛을 내는 당분은 15%로 다른 과일에 비하여 다소 높다. 수분과 당분을 뺀 나머지 성분은 흙의 성분인 무기물 성분으로 되어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맥이 땅속에서 분해되는 데는 얼마만큼 시간이 걸릴까?
컴퓨터는 플라스틱을 포함, 금속, 무기질 재료인 반도체, 폴리머 배터리, 유리 등으로 이루어진 아주 복잡한 물질이다. 각각이 다 분해되는 시간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참고로 교통카드의 경우는 1000년을 잡고 있다. 천 년 동안 쓰레기로서 땅속에서 존재한다는 의미다. 사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알뜰하게 씨까지 먹어 치운다면 100% 분해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85%만을 먹는다. 나머지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진다. 먹다 남은 사과는 쓰레기로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쓰레기 처리에 대한 좋은 예
벨기에의 경우에는 쓰레기 전담형사가 있다.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를 해부해 끝까지 범인을 찾아내 벌금을 물린다. 부인하면 유전자 검사까지 한다고 한다.

프랑스를 예로 들면,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1킬로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일반적으로 집 안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분류해본 결과 썩는 것들이 29%, 박스 등과 같은 종이 종류가 25%, 유리 13%, 플라스틱이 11% 등이다. 이들을 없애는 방법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한다. 리사이클 13%, 썩혀서 퇴비로 이용하는 방법 6%, 연소시키는 방법 43%, 처리 후 땅속에 매장이 39%를 차지한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컨트롤한 후의 매장은 산업 도시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미국과 유럽공동체는 쓰레기 총 유출의 50%를 땅에 파묻고 있었다.

땅에 쓰레기를 묻는 것은 리사이클링의 한계점이다!
쓰레기를 땅에 묻는 방법은, 물론 들어가는 쓰레기들을 컨트롤하기도 하지만, 빗물로 인한 지하수로 연결되는 수로의 물을 다시 받아 정화시켜야 하고, 냄새와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이 방법이 가장 저렴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톤당 2만원 정도였다면 이제부터는 톤당 10배 이상 오를 전망이다.

프랑스의 경우 법에 의해 2002년부터는 리사이클되지 않는 것, 소각되지 못하는 것, 퇴비로 이용되지 못하는 것만 땅에 매장하는 방식으로 법이 바뀌었다. 빈병의 경우 12%가 재활용되고 71%는 녹여서 다시 사용되고 있다. 박스와 같은 종이의 55%가 리사이클되고 있다. 플라스틱 병, 철을 포함한 금속은 재활용률이 높다.

농업용 폐기물은 환경을 오염시킨다
땅으로 돌아가는 폐기물이 환경과 공간의 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설탕을 만드는 자연재인 사탕수수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동물의 분뇨 또한 가축을 키우는 지방에서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이것이 곧 땅과 식수원인 하천을 오염시키는 중요 대상이다. 멀리에서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다. 가축 사료를 다시 재활용해서 나타난 증상인 ‘미친 소’ 병이 있지 않은가. 죽은 가축을 사료로 만든 것이 이 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에필로그
일본에서 공부를 시작할 때 이야기다. 허름한 4층의 관사에서 살았다. 누군가 주차장에서 하는 이야기를 단지네 모든 사람들이 귀만 기울이면 다 들을 수 있는 적막한 변두리였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모르는 사람과도 지나다니면서 습관처럼 서로 인사만 열심히 하는 관계로 지냈다. 어느 날 집에 오니 깨알 같은 일본어로 쓰인 ‘러브레터’가 헬로키티 봉투에 담겨 편지통에 있었다.

“당신의 쓰레기봉투 속에서 맥주 캔이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지구를 지킵시다!”
“뭐야!”

그날 밤 괜히 신경질이 나서 맥주를 더 마셨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쓰레기를 뒤진 거야. 말로 하든지.”

더 신경질 나는 것은 그 ‘러브레터’를 쓰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잘못한 것은 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다음날 지도교수와 세미나를 끝내고 러브레터 때문에 분을 삭힌 이야기를 꺼냈다.

“닥터 리, 이제 일본생활 시작이군요.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본인들이 사회문제입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버리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쓰레기를 이고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캔맥주 말고 병맥주를 배달해서 마셔요. 맥주는 병맥입니다!”

그후 난 지금까지 병맥주만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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