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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시절의 상징이던 리바이스 청바지 - 청바지를 태우자

인디펜던스 가에 있는 프리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래 나는 어디를 가든 늘 가지고 다니던 바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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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리바이스 청바지였는데, 오래 입은 티가 완연해서 입으면 무릎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았고…

 
37일 동안: 행복을 부르는 37가지 변화
패티 다이 저/박유정 역 | 이숲
당신의 삶이 37일 남았다면, 지금처럼 살겠습니까?
저자의 아버지가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정확하게 37일 후에 세상을 떠나는 사건을 경험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는 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37일만이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그 뼈아픈 통찰을 통해 『37일 동안』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37일 동안 우리가 하루하루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후로도 어떻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인지, 늘 미래로 미루는 행복을 어떻게 지금 느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좌절한 수많은 사람이 ‘완벽’이라는 버스를 기다리며 거리 한구석에 버려진 채 서 있다.

                               - 도널드 케네디



인디펜던스 가에 있는 프리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래 나는 어디를 가든 늘 가지고 다니던 바지가 있었다. 그것은 리바이스 청바지였는데, 오래 입은 티가 완연해서 입으면 무릎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자국이 드러나고, 밑단은 닳아서 적당히 올이 풀린 상태였다.

여러 해 동안 그 청바지는 나의 완벽했던 고교시절 모습의 상징이자 행운의 부적이며 아이콘이었다. 그 청바지는 걷고, 달리고, 산에 오르고, 자전거를 타던 날렵하고 건강한 십 대 소녀의 몸을 감싸고, 실연, 성희롱, 부모의 죽음, 소송, 승진, 체납, 공허한 회의, 비열한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괴로움, 속물화, 친구의 죽음, 테러범들의 파괴, 탑승했던 비행기의 고장, 과도한 직책을 맡은 지극히 평범한 삶 등 그 모든 것을 경험하기 이전의 단순하고 명료했던 젊은 날 나의 모습을 간직한 추억의 앨범과 같은 물건이었다.

나는 그 청바지와 함께 이 세상을 돌아다녔다. 대학교, 독일, 대학원, 직장, 배낭여행, 워싱턴 DC에서 보낸 20년, 그리고 최근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와 내가 처음 그 옷을 입었던 곳에서 불과 54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우리 집 옷장에 걸리기까지, 그 청바지는 나를 줄곧 따라 다녔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데님 천에 리벳, 조그맣고 빨간 태그가 선명한 나의 청바지!

내가 어디를 가든지 그 청바지를 가지고 다닌 것은 의식적인 결정이라기보다는, 단지 가는 곳마다 그것이 나와 함께 있었다고 표현?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청바지는 이제 불어서 내 몸이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늘 일깨워주었고, 내게는 그 청바지를 다시 입겠다는 오래된 목표가 있었다.


그렇게 여러 해가 흘렀다.

여전히 청바지는 몸에 맞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을 수없이 책망했다. 나는 워싱턴 DC에 있는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해서 내가 거의 죽을 지경이 될 때까지 훈련시켰던 ‘소어’라는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했으며, 다이어트 음료를 마시고, 웨이트 워처스에 가입했고, 사람들의 감량 전, 감량 후 사진이 실린 잡지 <셰이프>를 마치 빅터 프랭클의 저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를 정독하듯 한 줄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그러나 그 많은 시작과 중단, 그리고 높은 기대도 무색하게 결과는 미미했고, 여전히 입지 못하는 청바지는 나를 조롱하듯이 옷장에 걸려 있었다.

아무리 음식을 제대로 먹어도(비록 가끔이지만), 아무리 열심히 운동해도(이것 역시 가끔이지만), 인생의 다른 측면에서 여러 가지 성공을 거두어도 -훌륭한 남편, 놀라운 아이들, 약간 비정상이며 엄청나게 매력적인 친구들, 출판한 책들과 그럴 듯하게 들리는 직위- 여전히 청바지는 몸에 맞지 않았다.

특히 엉덩이 부위가 들어가지 않는 나를 놀리는 듯한 리바이스 청바지를 옷장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나는 슬그머니 패배감이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곤 했다.


엠마가 6학년이던 어느 날 아침, 학교에 입고 갈 바지가 없다고 투덜댔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바로 옷장 문 앞에 서 있었고 코앞에 그 청바지가 걸려 있었다. 그래, 안 될 것도 없지! 어차피 내가 이 청바지를 다시 입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멋있어!” 내 청바지를 받아 든 아이가 소리쳤다.

그 순간, 청바지를 입고 다니던, 근심 걱정 없던 시절의 숱한 기억이 떠올랐다. 베이스 클라리넷을 맡았던 학교 음악반, 하디스 주차장에서 장난치며 함께 놀던 맥, 미모사 극장에서 상연하던 <도라! 도라! 도라!>, 아빠에게 빌려서 몰아보았던 푸른색과 흰색 콤비 88년식 올즈모빌….

지난 몇 년간, 청바지는 여전히 나의 중요한 목표이었고, 날씬한 칼리스타 플록하트나 아기를 낳고서도 이내 케이트 모스 같은 몸매를 되찾는 저 이기적이고 무정한 여자들처럼 나도 ‘몸짱’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증명서였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청바지를 나의 에베레스트 산, 오스카상, 올림픽 금메달, 피플스 초이스상, 퓰리처상, 나의 노벨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엠마는 자기 방으로 청바지를 가져가서 입어보고 나서서 다시 가지고 왔다.

“고맙지만, 너무 작은데?” 아이가 청바지를 내 쪽으로 던지며 말했다.

뭐? 너무 작다고?

날씬하고, 건강하고, 운동선수 같은 열두 살 엠마에게도 너무 작은 청바지를 다시 입겠다고, 나는 지난 30년을 그토록 마음 졸였단 말인가?

우리 인생에서 청바지를 하나의 은유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를 따라 다니면서 진정한 목표로부터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해서 결국 의도했던 것을 실패하게 하는 허깨비 같은 것은 아닐까? 그것은 우리가 잘못 설정한 목표가 아닐까? 가치 없는 목표, 결코 도달할 수도 없고 비이성적인 목표. 우리를 선하고, 정의롭고, 강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형편없는 기분만 들게 하는 요망한 허깨비가 아닐까?


왜 비현실적인 기대로 자신을 학대하고, 그것을 달성할 때까지 삶의 기쁨을 유보하는가? 그런 기대는 우리 앞에 펼쳐지는 바로 이 순간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게 방해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때가 되면 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것을 아직 못했기 때문에 지금 저것을 할 수 없다” 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은 졸업학년 때 밀턴 수업에서 학점을 따지 못하고 계속 낙제하여 고통스러워 하는 것과 같다.『실낙원』에 나오는 루시퍼와 인간의 실패에 대해 완벽한 성서적 해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 뇌리를 떠나지 않아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청바지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제 그만 됐다!

청바지가 근심 없고, 단순하며, 역동적인 삶, 스트레스와 구속을 덜 받는 삶을 상징하는가? 바로 그런 삶이 내가 지향해야 할 목표이지, 청바지 그 자체는 아니다.

● 자기 자신이야말로 본연의 자기가 되기 위해 뛰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 마이클 맥클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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