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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문체만으로 연쇄살인범 잡을 수 있나?

범인이 ‘머리카락’대신 ‘문체’를 남긴다면 - 특정한 단어와 표현에만 길들여지지 말고 풍부한 대체어휘를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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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감식결과, 그는 소심남?
특정한 단어와 표현에만 길들여지지 말고 풍부한 대체어휘를 마련하자


문체 감정결과, 그는 소심한 남자로 드러났다.
“~하는지 모르겠다”가 2회당 평균 한 번은 등장했다. “중독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술 이야기를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수세적인 태도다. 쓸데없이 묻거나 부탁을 한 뒤 시작하는 버릇도 있다.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유치하다고 나무라지 마시라.” 괜히 찔리나 보다. 자신없음일까? 아침에 뜨는 해도 아니면서 아이디어가 많은 척, “떠올랐다”를 수시로 띄우기도 한다. “과거를 회상하다 숙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침에 찢던 편지가 떠오른다.” 끝날 땐 ‘단순화’에 목을 맨다. “저널소년은 다른 말로 시사소년이다”“한마디로 인물묘사가 빠졌다는 말이다”등등. “문제는 구라다”“결국은 리듬감이다”도 닮은꼴이다. 간명하게 압축하려는 강박! 일종의 편집증까지 엿보인다.

“또 이 반찬이야?” 하듯 낱말투정?

그 남자는, 나다. 그동안 이곳에 실었던 ‘글쓰기 홈스쿨’ 서른세 편을 다시 읽으며 현미경을 들이대 보았다. 이런 특징도 발견했다. “그때 나의 장난스런 좌우명은 이러했다.” “쉼표의 미덕이 과대평가되었음을 장난스레 과장해보았다.” 너 지금 장난하냐?^^

무의식적 습관의 접착력은 강하다. 양말을 나도 모르게 언제나 오른쪽이 아닌 왼쪽 발부터 신는 것과도 같다. 예전에 쓴 인터뷰기사 여러 편을 다시 읽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대부분이 “~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로 끝났기 때문이다. 탈고 직전이면 내 손끝이 자동으로 판박이 자판을 두드리며 춤춘 걸까?

남의 글에서도 무한반복의 양상을 씁쓸하게 목격한다. 어떤 이는 “~하는 터다”를 떨쳐내지 못한다.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에 길들여져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이도 있다. ‘언죽번죽’따위의 순우리말 부사에 중독된 이도 있다. 일관성은 좋지만, 눈에 띄게 되풀이하면 독자가 질려버린다. “또 이 반찬이야?”가 아니라 “또 이 단어야?”다. 그렇다. ‘낱말투정’ 당할 수도 있다. 사람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체크하듯 단어와 문장을 정기 검진해보면 어떨까? 제3자가 해줘도 좋지만, 스스로 할 수도 있다.

준석과 은서에게도 ‘문체 자가 진단’을 시켰다. 아이들은 ‘글쓰기 홈스쿨’을 하며 쓴 30여편의 글을 다시 읽었다. 분석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준석의 반듯한 성격, 은서의 산만한 애교

준석은 자신의 첫 특징으로 ‘그래서, 왜냐하면, 그리고의 무자비한 남용’을 꼽았다. ‘~하는가’ 같은 의문형이나 ‘생각해보아라’ 따위의 명령형이 잦다고도 했다. 맞다. 노래로 치면, 의문형과 명령형은 준석 글의 18번이다. 후반부에선 ‘~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가 나오기 일쑤라고 했다. 툭하면 터져나온다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은 아빠와 비슷하다. 문체 감정결과, 준석의 반듯한 성격이 그대로 나타났다.

은서도 자신의 글을 열심히 해부했다. 먼저 나온 건 ‘쉼표의 공해’였다. 이유가 웃긴다. “난 말이 많아 숨을 돌릴 때가 많은데, 그래서 글을 쓸 때도 쉼표를 넣는가 보다.” 물결표(~)를 좋아한다는 대목은 가소롭다. “‘참 재미있당’ 이랑 ‘참 재미있당~’중에서 어떤 문장이 더 재미있나? 앞의 것은 무뚝뚝하고 싸늘하지만 뒤의 것은 애교 있다.” 이모티콘이 빠지지 않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문체 감정 결과, 은서는 산만한 애교파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편애하는지 정확히 알자. 자신의 ‘클리셰’(판에 박힌 듯한 문구)가 무엇인지 직시하자. 되도록 풍부한 대체어휘를 마련하자. 식상한 글은 ‘지겨운 단어’에서부터 시작한다.

***

‘질린말 자동변환기’를 개발해주오


문장은 머리카락이다? 침이다? 오줌이다?
가능한 일일까? 현장에 남겨진 범인의 자취에서 유전자를 검출하듯, 범인이 쓴 글을 통해 사회적 유전자를 밝혀내는 일이… 얼마 전 읽은 추리소설 『살인자의 편지』(유현산 지음, 자음과 모음)에서는, 제목 그대로 ‘살인자의 편지’를 분석해 그 장본인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과정이 나온다.

소설 속에서 ‘텍스트심리학’을 경험한 나지일 교수는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로부터 문제의 편지를 전달받는다. 나 교수는 범인의 문장구조와 어휘습관을 통해 범인의 심리상태와 행동방식은 물론이고 성별과 연령대, 학력과 직업과 인격까지 추정한다. 그 내용을 잠깐 보자.

“범인은 단정적인 문장을 사용합니다. 논리적이고, 이해를 구하기보다 상대를 장악하려 합니다. 남성의 특징입니다. …… 여자는 다릅니다. 신경질적이고 톡톡 쓰는 어투도 많이 구사하지만, 결론을 때릴 때는 단정적이지 못합니다. 상대의 동의를 구하려는 것이지요. 여자도 학력과 지위가 높을수록 단정적인 문장이 늘어나지만, 남자와는 빈도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A4 용지 두 장 분량의 글에서 주술관계, 어미와 조사의 사용에서 오류를 하나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일종의 훈련을 받은 것 같아요. 논문을 많이 쓰는 학계나 사건을 조사하고 설명하는 보고서를 쓰는 공무원과 일반회사의 특정부사 직원인 듯해요. 학력이 높은 경찰일 수도 있죠.”


여기에 더해, 범인이 불필요한 부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주격조사 ‘이, 가’보다 ‘은, 는’의 비율이 압도적이고 ‘하고, 고’라는 연결어미 빈도가 평균보다 높다는 분석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떤 인간일까?

현실성은 없는 이야기다. 법의(法醫) 심리학에서 글을 통해 범인의 심리분석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문체가 수사의 물증 역할을 한 사례는 없다.(가능하다면 ‘국립문체과학수사연구소’라도 만들어야 할까?) 사건 뒤 자신의 문체를 드러내며 장황한 글을 보낼 범인도 없다. 소설속의 허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글로써 범인을 밝혀낸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문체와 범인의 신상명세를 연결짓는 부분도 나름 일리있다. 글에서도, 제 버릇 개 못 주기 때문이다.
중딩 준석과 초딩 은서가 수사관 행세를 했다. ‘범인의 편지’가 아닌 자신의 글이 대상이다. 먼저 준석의 ‘자가 진단서’를 보자.

‘왜냐하면, 그래서’는 영어공부 탓?

무언가 하기 싫을 때 상반신을 마구 떨어대는 준석의 버릇.
이런 자세로 글을 쓸 때도, 아주 가끔 있다.

글쓰기를 한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지금까지 쓴 글들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래봬도 마지막이 다 되어가는 데 말이다. 내가 무엇을 많이 쓰던가?

먼저, 그래서 왜냐하면 그리고 라는 말들을 무자비하도록 많이 쓴다. 늘 그래왔지만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런 습관이 영어에도 즐비하게 드러난다. 내가 영어 문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because, so, and니까 말이다.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이란 문장도 습관이었던 듯싶다. 꼭 마지막 단락에는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이란 문장을 넣는 풍습이 있었다.

-하는가? 라는 물음 형식도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누가 간판에다가 긴 문장을 쓰던가?” 라고 하는 문장을 많이도, 참 많이도 사용했다. 명령식의 -하라 라는 말도 무지 사용했던 듯. “생각해 보아라!” “보아라!” 같은 문장을 일부러 사용했다. 그렇다고 진짜 명령하는 건 아니고.

-할 것이다 같은 다짐이나 예상도 꽤 했던 듯 싶다.
따라서 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결론을 말하자면” 과 같이.
정말로 라는 말도 정말로 질릴 정도였다. 참 진심이 담기도록 하고 싶었던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 이런 식으로 로 이어지는 문장도 많이 보였다. “사실, 이런 식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처럼. 어쨌든 같은 문장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같이 이런 단어로 시작하는 문장을 많이 썼다. 또 하나의 정말 큰 특징은 항상 우리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내 것’ 이 아니라 ‘우리 것’ ‘나는’ 이 아닌 ‘우리는’이 눈에 띄는 특징이 아닐 수 없다.

할 수도 있다 도 즐비하다. 좀 자신감이 없는 결점이라고 보아도 좋지 않은가?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도 많이 써서 자신감 없는 글이 많다. -하니까 말이다 는 엄청나게 대표적인 예 중 하나이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니까 말이다” 같은 말 때문에 그런지, 반복하는 일이 많아졌다.

-했다고 해야 하나 도 무척 많았다.
아참! 까먹을 뻔했다. -있기 마련이다- 라는 말 역시 아주아주 많았다.

무料보다 같은 말은 내 글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문장으로 말이다.
-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같은 말도 마지막 단락에서 습관처럼 썼다.
잘 알 터 라는 말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공감하는 부분에 자잘하게 남긴 말이다.

이렇게 보니, 사람의 글에는 각각 특징이 서려 있는 것 같다. 나의 글에도 이렇게 많은 특징이 있다. 단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나쁜 게 있으면 고치고, 좋은 게 있으면 발전시켜 나가는 게 좋겠다.

32개의 글을 다 일일이 읽어가느라 정말 눈이 지치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다 써서 다행이다. 이제 마지막이고 세 번째 쓰는데 빠꾸 좀 안 당했으면 좋겠다. 시험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뭘 그렇게 ‘바라는 거’가 많니?

이 모든 습관을 다 고칠 필요는 없다. 딱 세 가지만 바꾸어보길 권한다. 먼저, 접속사 줄이기다. 이건 예전에 다루었던 내용이다.(‘날라리야, 접속사에 중독된 날라리야’ 참조) 두 번째, 글 앞머리에서 ‘~하는가’라고 엄중하게 묻는 어투다. 쓸데없이 비장해 보인다. 세 번째, ‘~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로 끝내지 않기다. 뭐 그렇게 바라는 게 많니? 담백한 글을 위해선, 바라지 말거라. 바라더라도 더 멋진 말로 바랄 수는 없을까? 읽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그 일을 하고 싶게 말이다.

더불어 하나만 더 추가! 네가 쓴 위의 글에서는 ‘~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가 줄기차게 나온다. 원래는 10번이나 나왔는데, 아빠가 도저히 그냥 봐줄 수 없어 절반이나 뺐다. 여전히 넘친다. “내가 지금 한 단어만 혹사시키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돌아보기 바란다.

계속 써서 나쁠 게 없는 좋은 문장도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 아빠도 애용하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이다. ‘한마디 정리’는 복잡한 함수를 풀어내는 방정식과도 같다. 이럴 때는 주로 ‘비유법’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때그때 표현은 바꿀 필요가 있겠다. “~은 줄여 말하면” “~은 비유하자면”등이 ‘한마디로 얘기하자면’과 쌍둥이다. 그 ‘한마디 축약’의 정신만 살리면 된다.

다음은 은서의 ‘자가 진단서’다. 참고로, 세 번 만에 통과한 글이다.

수다쟁이와 쉼표의 상관관계

코맹맹이소리 때문에 말줄임표를 쓴다는 은서의 주장은 웃기다.

그림을 그릴 때도 자신만의 그림체가 있다. ‘습관’이다. 당~연히 내 글에도 습관이 있다.
내 글에서 자주가 아닌 매~일 매~일 나오는 습관은 쉼표(,)이다. 나는 저번 글에서 말했듯이 수다쟁이이다. 그래서 랩을 좋아한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유의 3단 고음을 불러서 물을 많이 마신다. 말이 많아서 그만큼 쉴 시간도 많아야 된다.

그리고 또 매일 매일 나오는 습관은 물결표(~)다. 아빠는 나에게 “글을 재밌게 써라!!” 라고 강요하신다. 난 표현만 재미있게 할 뿐이지, 글을 재미있게 쓰는 것은 못 한다.

예를 들자면, ‘어쨌든’과 ‘어쨌~든’ 중에서 무엇이 더 재미있어 보이는가? 1번을 택한 사람도 있겠지만, 2번을 택한 사람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다. 아마도…확실히 2번 글이 더 친근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을 많이 넣는다. 내 글을 재밌게라도 보일려고…

그리고 ‘예를 들자면’을 많이 쓴다. 아빠는 내 글이 이상하다고 하신다. 이해를 못 하겠다고 하신 적도 있는 것 같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내 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자면’을 쓴다. ‘예를 들자면’을 쓰면 많은 독자들이 이해를 잘 한다. 명색이 작가인데… 독자들이 내 글을 이해를 잘 못한다면… 그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난 이해력이 잘 되는 글쓰기 연습을 좀 해야겠다…

나는 말줄임표(…)도 많이 넣는다. 바로 위에서도 말줄임표를 썼다. 반에서 내 별명은 코맹맹이다. 목소리가 이상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말끝을 흐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아… 현실의 버릇이 글에 또 나왔다. 봐라! 바로 윗 줄에서도 말줄임표를 넣었다. 웹툰에서도 그렇게 쓰는 아이는 말끝을 잘 흐리는 아이이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몰랐던 습관도 알게 되었다.

말줄임표는 코맹맹이 때문이라고?

어설프다. 쉼표, 물결표, 말줄임표 따위의 부호가 과잉이란다. ‘예를 들자면’도 어렵게 하나 보탰다. 쉼표를 많이 쓰는 이유가 ‘가수 아이유의 3단 고음을 불러 물을 많이 마셔서’라고? 말줄임표가 말끝을 흐리는 코맹맹이 때문이라고? 어설픈데, 기발하다. 웃음이 난다. 어른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냈다. 앞으로 이런 초딩다운 비유와 상상력이 빛나는 글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늘 정리되지 않은 듯한 어수선함을 하루아침에 개혁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은서가 준석보다 한 수 위다. 준석은 자신의 버릇을 나열하기만 했다. 그 배경을 재밌게 찾아내지는 못했다. 은서에게는 ‘why’가 있고 준석에게는 없다. 아, 그렇다고 너무 골똘히 심각한 표정으로 글 버릇을 ‘뒷조사’할 필요는 없다.

가령 은서 말투의 비밀은 단순하다. “아직 어려서” 또는 “생각 없음”에 있다. 말줄임표는 “덧붙일 말이 없어서”다. 준석의 문체는 일상의 말버릇이나 즐겨 읽던 책, 또는 근엄한 도덕정신(!)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에겐 몸과 마음에 자연스레 깃든 규칙적 습관이 있는 법이고, 고리타분하고 지겨운 것만 조금씩 넘어서면 된다.

문득, 여기에 도움을 줄 만한 기계나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제품 이름까지 떠오른다. 이거 어떤가? 질린말 자동변환기!

요즘 한글문서 소프트웨어에는 교열 기능이 있다. 띄어쓰기를 포함해 맞춤법이 틀리면 자동으로 연한 빨간 밑줄이 그어진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일반인들도 맞춤법을 크게 틀릴 일이 없다. 오히려 ‘완고’해서 탈이다. 신조어인 ‘ㅎㅎ’같은 글을 쓰려고 해도 두 번 정도는 ‘gg’로 변환되어 애를 먹는다. ‘맞춤법’에 없는 말이니 다시 입력하라는 경고다.

나라이름을 억지로 바꾸기도 한다. 한때 오랫동안 ‘미얀마’의 옛 국호인 ‘버마’를 치면 ‘미얀마’로 스르륵 바뀌었다.(지금은 안 그렇다. 이용자들의 항의로 바뀐 듯하다. ‘미얀마’는 쿠데타에 성공한 그 나라 군부가 맘대로 지은 이름이라 국제사회에서 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면 안 될까? 한 편의 글에서 특정 낱말과 문장이 심하게 쏟아지면 자동으로 변환해주는 거다. 가령 은서처럼 “예를 들자면”이 한 편의 글에서 여러 차례 나오면 “질립니다. 예 좀 그만드시오”라는 안내문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또는 특정한 입력자가 글을 쓸 때마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를 반복하면 “이 문장 한 달 새 10번이다. 정말이지 실소를 금할 수 없으니 다른 말을 찾으시오”라고 안내한다. 대안으로는 “폭소를 참을 수 없다”를 내놓으면 어떨까? ㅎㅎ 질린말 자동변환기, 누가 출시하면 꼭 주문하겠다. 오늘의 결론으로 직행한다.

1. 질리면 잘린다

단어와 문장의 편식은 영양의 결핍을 부른다. 비실비실 힘이 떨어진다. 맛이 없어지고 쉽게 질린다. 질리는 글 쓰지 말자. 독자한테 잘린다.

2. 지를 땐 지르자

그렇다고 주특기마저 제거하랴? 획일성과 일관성은 구분하자. 획일성은 질리지만, 색깔있는 일관성은 글 쓰는 이의 기를 살려준다. 가령 나는 이 연재칼럼을 한 편씩 마무리할 때마다 ‘오늘의 결론’을 꼽는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일관성이 재미없으면 ‘획일성’이 되지만, 괜찮은 반응을 얻으면 ‘획기적 개성’이 된다. 나의 ‘결론맺기 버릇’이 ‘개성’에 해당된다고…나 혼자 우기는 바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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