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여름 생텍쥐페리(Antoine-Marie-Roger de Saint-Exupery)는 어느 출판사 편집자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무심코 그림 하나를 냅킨에 그린다.
“누구야 이놈은?!”
“응 내 가슴에 품고 다니는 놈이야.”그는 대답한다. 그러자 편집자가 다시 묻는다.
“그럼 이 작은 프린스를 가지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써보는 게 어때?”그날 바로 그는 작은 크레용박스를 하나 사서 자신의 부인 콘스엘로(Consuelo)가 기다리고 있는 뉴욕의 아파트로 간다. 콘스엘로는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 출신이었다. 이 작은 영웅을 위한 동화는 그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종이 위에 하나씩 그려나가면서 존재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텍쥐페리가 그림을 그리면 콘스엘로는 어린 왕자의 목도리를 추가로 그려놓았다. 생텍쥐페리가 새벽 세시에 자고 있는 부인을 깨워 그림을 보여주면 그녀는 뱀의 형상을 추가로 만들어나갔다. 생텍쥐페리는 무엇이든지 전쟁과 결부시켜 뱀에도 별을 그렸다. 콘스엘로는 지우개로 그 별을 지웠다. 콘스엘로는 동화책을 유니버설하게 만들고 싶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1943년 4월 6일 미국 뉴욕의 책방에
『어린 왕자(Le Petit Princ)』가 첫 선을 보였다. 프랑스에선 3년이 지난 1946년에 가이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아쉽게도 생텍쥐페리는 자기 책의 어마어마한 명성을 모른 채 1944년 7월 31일 비행을 하다가 바다에 추락한다. 콘스엘로는 신문을 통해서 그 소식을 듣고 뉴욕을 떠난다. 뉴욕에서의 모든 생활이 담긴 가방 하나만 들고서 말이다. 그 가방에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초고와 원화가 들어 있었다.
생텍쥐페리에게는 두 명의 누이가 있었다. 그 두 누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콘스엘로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가톨릭 집안으로서 그녀를 태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법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았던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오직
『어린 왕자』만이 있었다. 이것이 누이들과 콘스엘로 사이의 상속사업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죽을 때까지 시댁 식구들의 미움을 받았던 콘스엘로는 1947년에야 작품 판매액의 반을 누이들과 나누어가지는 것으로 법적인 매듭을 지어졌다.
콘스엘로는 1979년 5월 28일, 호홉기장애로 죽음에 이른다. 그날 그녀의 모든 권리와 소장품들을 생텍쥐페리의 가족이 아닌 그녀의 비서관에게 일임한다.
『어린 왕자』의 오리지널 삽화와 생텍쥐페리가 썼던 안경, 그림을 그렸던 크레용 등, 경매에 내놓을 경우 폭발물처럼 어마어마한 가치로 둔갑할 보물들도 함께 말이다. 이것이 그녀의 분홍빛 복수였다.
그날로 그녀의 비서는
『어린 왕자』의 출판권 50퍼센트를 지켜나갈
『어린 왕자』의 양아버지가 되었다. 그 선물은 상상할 수 없는 물질적 가치를 가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생전의 콘스엘로의 뜻을 받드는 것을 더욱 가치 있게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의 남편 생텍쥐페리의 분신인
『어린 왕자』가 하나의 인형극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생텍쥐페리의 조카들과 법적으로 싸우고 있다.
“그들은 『어린 왕자』를 이곳저곳에 팔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비누 포장에도 『어린 왕자』가 보입니다. 이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생텍쥐페리와 그의 부인 콘스엘로의 전설적인 사랑의 증거입니다. 그래서 전 이 위대한 작업들을 저 깊숙이 은행금고에 넣어놓았습니다. 어린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한계를 넘어선 행동에서 『어린 왕자』를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어린 왕자』의 글과 그림은 현재 220개 국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자신의 이름과 달리 어마어마한 사업의 실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콘스엘로의 비서와 생텍쥐페리 가족은 아직도 기나긴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흙탕물 싸움 뒤편에 묻혀버린 생텍쥐페리와 그의 부인인 콘스엘로의 역사적이고 기적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쉽다.
『어린 왕자』는 이들에게 가질 수 없었던 아이였던 것이다.
나는 연예부 기자도 아니고, 스타들의 뒷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삽화 원본이 새롭게 발견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정말 환상적인 일이다. 동화에 관심이 많은 것도 한 이유이지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나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의 동화의 지평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삽화에 대한 흥분과 관심에 더해 생텍쥐페리와 그의 부인 콘스엘로의 전설적인 사랑이 나에게 잔잔한 흥분과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운영자가 알립니다이기진 교수의 <바나나박사 물리학에 쪼인트 맞다> 연재를 시작합니다.
물리학자 이기진 교수가 세상을 바라보는 불변의 메커니즘은 물리입니다. 그는 물리라는 스펙트럼으로 세상 관심사를 다양하고 때로는 잡다하게 논합니다. 세상사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필두로 때로는 유치하게 때로는 이성적으로 예술을 사람을 삶을 유형과 무형 사이에서 섬세하게 묘사하여 그만의 코멘트를 새길 예정입니다. 앞으로 매주 수요일에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