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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르트로 정말 그를 유혹할 수 있을까?

아르노 라레 Arnaud Lar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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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르트로 정말 그를 유혹할 수 있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리스탈(Cristal), 빅토리아(Victoria)……. 사실 그런 이름의 디저트는 없다. 모양만 조금 다른 초콜릿 빵에다 ‘순이, 영희’란 이름을 붙인 격이다. 그런데 궁금해졌다. 그럼 누구의 이름일까? 혹시 파티시에가 그를 스쳐 간 여인들의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 종류별로 하나씩 골라 조심스레 안아 보고 싶다. 내 손안에 들어왔더라도 먹기 위해 뭉개 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어차피 짧은 수명에 더 오래 함께할 수 없다면 포크로 사정없이 찌르지 말고, 조심스레 입술과 만나 입속에서 무너트리고 싶다.

 
유럽 맛보기
김보연 글,사진 | 시공사
유럽의‘진짜’음식들이 보여준 특별한 맛 이야기 세계적인 스타 셰프의 감동적인 코스 요리부터 소박한 보통 사람들의 손맛 담긴 음식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진짜배기 음식을 찾아 유럽 곳곳을 누빈 고군분투 미식 여행의 기록. 겉보기엔 우아하지만, 실제로는 고생바가지였던 저자 김보연의 유럽 맛 기행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유럽 땅에서 자라고 그곳의 물, 바람, 시간이 만들어낸 그곳의 음식들, 그곳 사람들의 장인 정신이 담겨 있는 소울 푸드에는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깊이와 감동, 이야기가 있었다.
난 아기자기한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어릴 때 여자아이들이 한 번씩은 빠진다는 헬로키티에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이미 다섯 살 때부터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체구 때문에 그랬을까. 덩치 큰 아이가 그런 걸 좋아하면 남세스럽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이다. 앙증맞은 액세서리도, 화려한 보석도 나의 시선을 그다지 붙들어 두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나도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이 있다. 바로 프랑스 빵집의 달달한 디저트들. 쇼윈도에서 빛나는 그것들을 보면 눈꺼풀에 힘을 주고 잘 깜빡이지도 않는다. 맛있는 것을 보면 자연스레 침이 고여야 할 텐데 어떤 때는 마른입에 그냥 멍하니 쳐다만 볼 뿐이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이 이상한 현상에 ‘파블로프의 실험’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 어쨌든 한입 가득 먹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냥 조심조심 안고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고동빛 가나슈가 켜켜이 정갈한 오페라(Opera)*, 새빨간 딸기가 속내를 드러낸 프레지에(Fraisier)*, 1000겹의 잎사귀 밀푀유(Mille-Feuille)*, 아담한 수녀님을 연상시키는 렐리지외즈(Religieuse)*, 풍성한 드레스 끝자락 같은 생토노레(St. Honore)*.

그 무엇 하나 빠지지 않지만 촉촉이 물기 머금은 과일 타르트(Tarte aux Fruits)는 단연 으뜸이다. 멀끔한 과일도 타르트 위에만 올라서면 반지르르 윤기 나는 고혹적인 숙녀가 된다. 배가 올라가면 배 타르트, 과일이 올라갔다고 과일 타르트이지만 이런 이름은 좀 심심하다. 그러던 중 몽마르트르 언덕의 어떤 제과점에서 눈에 번쩍 띄는 이름을 발견했다.

‘유혹의 타르트(Tarte Tentation).’


이 타르트로 정말 그를 유혹할 수 있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리스탈(Cristal), 빅토리아(Victoria)……. 사실 그런 이름의 디저트는 없다. 모양만 조금 다른 초콜릿 빵에다 ‘순이, 영희’란 이름을 붙인 격이다. 그런데 궁금해졌다. 그럼 누구의 이름일까? 혹시 파티시에가 그를 스쳐 간 여인들의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 종류별로 하나씩 골라 조심스레 안아 보고 싶다. 내 손안에 들어왔더라도 먹기 위해 뭉개 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어차피 짧은 수명에 더 오래 함께할 수 없다면 포크로 사정없이 찌르지 말고, 조심스레 입술과 만나 입속에서 무너트리고 싶다. 바라보는 것뿐 아니라 가질 수도 있다. 무너짐에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더라도……. 내 입안에서 종말을 맞이하기에 그 유혹은 더욱 생생하다.

아르노 라레 Arnaud Larher
2007년 M.O.F.(Meilleur Ouvrier de France; 프랑스 국가 공인 최고 요리사)를 획득한 아르노 라레의 파티스리. 몽마르트르의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그의 솜씨답게 알록달록한 마카롱, 동화 속에서 나올 것 같은 타르트와 케이크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주소 53 Rue Caulaincourt
전화 01 42 57 68 08
오픈 화~토요일 10:00~19:30
휴무 일, 월요일
교통 지하철 Lamarck Caulaincourt역 하차


*오페라 Opera
초콜릿, 스펀지케이크, 가나슈, 버터크림을 층층이 쌓은 케이크.

*프레지에 Fraisier
딸기 케이크의 일종. 제누아즈 (Genoise; 스펀지케이크의 일종) 시트 사이에 크림을 채운 케이크와 딸기로 장식이 된다. 가운데 크림 부분의 딸기 단면이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밀푀유 Mille-Feuille
‘1000겹의 잎사귀’라는 뜻으로 수백 겹의 나뭇잎이 겹쳐 있는 듯한 모양의 페이스트리.

*렐리지외즈 Religieuse
초콜릿이나 캐러멜을 씌운 크림 슈 위에 좀 더 작은 크림 슈를 얹은 것. 눈사람 모양과 비슷하다.

*생토노레 St. Honore
타르트 반죽 위에 시부스트 크림(Creme Chiboust)이나 샹티이 크림(Chantilly Cream)으로 속을 채운 슈로 장식한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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