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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충주의가 만들어낸 라틴 록의 정체 - 산타나(Santana) - < Abraxas > (1970)

산타나(Santana)는 기타 소리만 들어도 누구의 연주인지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기타리스트 중에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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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나(Santana)는 기타 소리만 들어도 누구의 연주인지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기타리스트 중에 하나죠. ‘기타의 거장’이라 불리는 산타나는 이 앨범에서 라틴 리듬과 록음악을 섞은 ‘라틴 록’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후에도 미셸 브랜치(Michelle Branch), 롭 토마스(Rob Thomas)등의 젊은 뮤지션들과 뛰어난 합작품을 선보이며 장르뿐 아니라 세대 간의 벽을 허물기도 했죠. 뉴 록의 새로운 접근법이었던 앨범 <Abraxas>입니다.

산타나(Santana) - <Abraxas> (1970)

“우리는 그것 앞에서 힘쓰며 내부로부터 얼어버리기 시작했다. 우린 그 그림을 수상쩍게 생각했고, 그것을 꾸짖었고, 그것과 성교했고, 그것에 기도했다. 우린 그것을 어머니라 불렀고 그것을 매춘부와 암캐라 불렀고, 그것을 우리 연인이라 불렀고, 그것을 아브락사스(Abraxas)라 불렀다.”

이 앨범의 재킷 뒷면에 쓰여있는 글이다. 독일작가 헤르만 헤세의 명작 『데미안』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로 산타나는 친절하게 그 출처까지 재킷에 밝히고 있다.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생의 욕구는 그처럼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새는 신(神)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이 아브락사스다”

『데미안』에 이처럼 묘사된 아브락사스는 최고의 신인 동시에 악마이며 사람이면서 짐승이며, 남자이면서 여자로 알려져 있다. '기타의 거장' 카를로스 산타나(Carlos Santana)는 아브락사스의 이같은 변증법적 개념을 음악에 적용시킨 독특한 음악세계를 가꾸어냈다.

아브락사스가 이중적 성격을 함축하듯 라틴 리듬과 록음악을 섞은 소위 '라틴 록'(Latin rock)을 처음 선보인 것이었다. 그는 라틴음악과 록 음악 어느 쪽으로도 무게중심이 쏠리지 않도록 자신을 그 중간의 '평화지대'에 위치시켰다.

라틴 록은 70년대 초 새로이 생성된 록의 일파였다. 사이키델릭과 하드한 록블루스가 60년대 말을 휩쓸면서 정점에 달했던 록은 '변화한 새시대의 기류'에 무너져 70년대 들어 구심점을 잃어버렸다. 그러면서 록은 테두리 밖을 넘보며 새로운 장르와 잇따라 결합하면서 분화작용을 일으키게 되었다. 라틴 록 또한 그때 등장한 재즈 록, 클래시컬 록, 컨트리 록 등과 함께 출현한 일종의 뉴 록(New rock)이었다.

카를로스 산타나는 이를 통해, 폐허가 된 60년대 '웨스트 코스트 록운동'의 잿더미속을 빠져나와 생존하는데 성공했다. 원래 블루스로부터 영향받은 그는 60년대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했고 우드스탁 페스티벌에도 참여, 전설적인 '소울 희생'(Soul Sacrifice)의 연주를 들려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워블루스 록음악의 추락을 감지한 그는 곧바로 '환경적응'에 나서 라틴 록을 새롭게 시도했다. 1947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그임을 감안할 때 라틴 록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음악실험이었다.

그 시도는 성공했다. 이 음반의 수록곡 「검은 마법의 여인」(Black magic woman)과 「오이 코모 바」(Oye Como Va)는 싱글로 발표되어 각각 차트 4위, 13위에 랭크되는 히트를 기록했다. 두 곡은 지금도 라틴 록의 고전으로 널리 사랑받는다.

라틴록이 절충주의의 소산이듯 그룹 산타나(자신의 이름을 그룹명으로 내걸었다)의 멤버 6인은 멕시코인 3명, 미국인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반의 수록곡 또한 반은 영어제목, 반은 라틴어 타이틀을 취하고 있다. 음반룅이틀이 시사하는 그의 균형감각을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음반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미국에서 발표된 싱글이 아닌 「삼바 파 티」(Samba Pa Ti)란 곡에도 있었다. 카를로스 산타나가 작곡한 이 연주곡은 애상적 무드에 민감한 우리 팝 팬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었고 우리 정서와 라틴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는 것을 실증해주었다.

<서커스>?는 “티토 투엔테(멕시코 음악인)와 그룹 크림이 만난 결과가 산타나였다”“그것은 록이 결코 한계에 머무르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기록했다. 이 잡지의 지적처럼 경계를 허문 것은 뜻 깊었지만 그 결과물인 라틴 록은 너무 '부담없는 음악'이라는 인상을 풍긴 점도 없지 않았다.

록은 때로 '엘리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음악'을 체질적으로 거부한다. 카를로스 산타나는 기타의 대가로 이후에도 계속 위세를 지켜나갔지만 이 앨범과 같은 성공을 반복하지는 못했다. 만약 산타나에게 약점이 있었다면 바로 부담 없다는 사실이었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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