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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 <똥파리>

영화감독 양익준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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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했던 양익준 감독님의 모습은 영화 <똥파리>에 나오는 가정폭력의 슬픔을 가진 상훈이었다. 말끝마다 모두 욕이 들어가고 폭력적인, 게다가 성격까지 삐뚤어진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


인터뷰 일자: 2010년 5월 11일
참석자: 양익준 권지용 구연수 한지훈 양다빈
원고 작성자: 권지용 구연수 한지훈 양다빈
(이우 고등학교 2학년, 영화 동아리 ‘돈까밥’ 활동)



우리가 상상했던 양익준 감독님의 모습은 영화 <똥파리>에 나오는 가정폭력의 슬픔을 가진 상훈이었다. 말끝마다 모두 욕이 들어가고 폭력적인, 게다가 성격까지 삐뚤어진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긴 머리에 푹 눌러쓴 비니 모자부터 영화 속의 빡빡 깎은 머리와 대조되었다. 상냥한 목소리에 유쾌한 말투, 정말 착해 보이는 감독님의 모습에 우리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웃음소리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크고 호탕했다. 그의 웃음 덕분에 인터뷰는 유쾌했다.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시는 모습에서 감독님의 삶과 인생이 보였다. (물론 양해를 구했지만) 우리 앞에서 담배를 당당히 피우시는 감독님의 모습이 마치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게 될 현실(?)처럼 느껴졌다. 아무것도 덧칠하지 않은, 감독님의 순수한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셨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간식을 서로 집어먹으며 인터뷰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감독님의 첫 모습에, 당황감과 놀라움뿐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어떠한 질문을 해야 하는지 한동안 생각하지를 못했다. 아직 서로 서먹서먹해서였을까. 시간이 좀 흐르자 한 친구가 말문을 열었다.


아, 딱 보는 순간……

짜증났죠?ㅋㅋㅋㅋㅋ

감독님의 대답에 당황스러웠지만, 이 한마디가 서로의 경계를 녹였다. 말 그대로 ‘……’이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 아뇨 아뇨. 보는 순간 ‘<똥파리>를 찍으셨겠다’는 이미지가 딱 느껴졌어요.ㅋㅋ 그런 분위기를 풍기세요.

냄새도 나요, 나. ㅋㅋ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워서. ㅋㅋ

우리에게 담배 피워도 되냐고 묻는 양익준 감독님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고 하셨다.

담배 얼마큼 피우세요?

하루에 한 갑? 촬영할 땐 두 갑도 피우고.

촬영이 그렇게 스트레스예요?

영화 캐릭터 때문에 많이 피워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연출가로서 찍은 거 확인 작업할 때 그냥 피우게 되더라고요. 담배라는 게 손을 대면 어쩔 수가 없어요. 부모님이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순수하게 중독성하고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해주시는 거예요. 중학교 2학년 때 담배 피우는 거 걸렸을 때, 막 시작했을 때니깐 한참 많이 피울 때였죠. 친구네 집에서 셋이 모여서 피웠어요. 친구가 친구 아버지 재떨이에 찬 담뱃재를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서 내 가방에 넣어놨어요, 가래침도 있는 걸.ㅋㅋ 근데, 집에 갔는데 엄마가 내 가방에서 도시락 꺼내시다가 “이게 뭐야?” 이러고 딱 열어본 거예요.ㅋㅋㅋ 엄마가 놀라서 쓰러질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엄마, 내가 피운 거 아니야~ 친구가 아버지 피우신 거 내 가방에 넣어논 거야” 이랬죠. 엄마가 “어…… 어…… 알았어…….” 그랬는데 뭘 모르겠어요. 뻔하지.ㅋㅋㅋ 그때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22년을 피웠네요. 와! 엄청나네. 이제 한 10년 더 살까? ㅋㅋㅋㅋㅋ

담배는 선택인 것 같아요. 네덜란드는 대마초가 합법화되어 있잖아요. 그 나라 자체가 많은 부분에서 개인에게 선택권을 줘요. 중학생, 고등학생이지만 그 젊은 나이 때부터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선택권을 주는 만큼 마약을 하는 사람에 대한 복지가 되게 많이 되어 있는 거죠. 실제로 중?고등학생 때 마약을 하다가 성인이 되면서 ‘나랑은 안 맞는 것 같아’ 하면서 끊는 친구들이 많대요.


근데 그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선택할 판단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주변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게 많은데 그런 건 자율적인 판단이 아니잖아요. 그런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도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피운 게 아니에요. 중 2때 내 친구 장근이가 있었는데…… 이름만 들어도 무식해 보이죠? ㅋㅋㅋ 그 친구가 처음 피우라고 해서 억지로 배웠거든요. 그래서 나는 담배 피우는 걸 후회한다기보다 강요에 의해서 피웠다는 거 때문에, 담배를 시작한 시점이 안타까워요. 내 스스로 선택을 했다면 뭐, 이 담배 때문에 수명이 준다 해도 내가 선택을 한 거니까 그거에 대해서 내가 왈가왈부할 게 없는데, 내 스스로 피운 게 아니라 누가 피우라고 해서 피운 거니깐 지금 생각해도 스트레스를 좀 받아요. 기분도 나쁘고요. 그때 내가 억지로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 안 피우고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근데 한국이라는 사회가 어떤 선택에 대해서 자율권을 잘 부여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선택에 대한 권리를 부여해주지 않고 억지로 이대로 해야 한다는 관념이 크다보니깐, 탈선이라든가 반항이라든가 이런 게 생긴 것 같아요. 자꾸 억누르니깐.

맞다. 우리나라 사회는 특히 억누르는 게 많은 것 같다. 청소년기는 정말 모든 것을 표출하는 시기이다. 외모, 머리, 옷, 성격, 생각, 느낌 모든 것을 나누고 싶어한다. 그렇게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을 억누르는 순간 담배, 술, 마약, 탈선, 반항 같은 걸로 표출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인간은 표현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니 말이다!

각본도 하시고 연출도 하시고 배우도 하셨는데 어떻게 그 세 개를 동시에 하게 되셨어요?

그냥 했는데. ㅋㅋㅋ

맨 처음엔 뭘 하셨어요?

맨 처음에? 시나리오를 썼죠. 시나리오 쓰다보니깐 한번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내가 연기를 하던 사람이고 내 이야기다보니깐 자연스럽게 나를 주인공으로 결정했고.

그러면 세 명의 역할을 감독님이 다 하신 거잖아요? 안 힘드셨어요?


촬영을 하면서 그렇게 힘들었던 것 같진 않아요. 원래 연기를 하던 사람이었으니깐. 시나리오도 영화를 찍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서 완성을 해놓은 거였고.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어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죠. 이미 집에서 독립을 했으니 집에다 손을 벌리긴 힘들잖아요. 근데 또 손을 벌렸죠.ㅋㅋㅋ

영화를 만드는 데 되게 많은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셨어요?

난 계획을 세워서 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살아오면서. 이런 게 하고 싶다, 는 갈망이 생기면 시나리오를 썼어요. 시나리오라는 게 영상을 만들기 위해 씌어지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영상을 만들어야겠다는 갈망이 자연스럽게 생겼고. 내가 연기자다보니깐 자연스럽게 연기까지 욕심을 낸 거죠. 다른 배우를 캐스팅할 수도 있었겠지만 마땅히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었고, 내가 해야겠단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었기 때문에 그냥 내가 했죠. 그렇게 무리한 부분은 아니었어요. 내가 올해로 11년째 연기를 해왔거든요.

11년이면 되게 긴 시간인데 연기를 어떻게 하세요? 어떻게 하면 편하게 할 수 있을까요?

가끔 보면 대사를 똘똘 암기하고 실제로 보지도 않은 스태프들과 가보지도 않은 현장의 분위기 같은 걸 상상해오는 분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나는 촬영장소에 시나리오에서 그 장면의 느낌과 정서와 상황들에 대해서만 인지해 가고 대사는 대략적으로 숙지를 해서 가요. 왜냐하면 어떻게 그걸 다 생각해요? 매일매일 스태프들 개인의 기분, 분위기가 다를 수 있는 거고, 상대 배우의 상태, 내 상태가 다른 건데. 그날 뭘 먹었는지 오는 길에 차가 막혔는지 몇 시에 일어났는지 이런 거에 따라 기분이 바뀔 수 있잖아요? 그래서 대사를 똘똘 외우는 암기가 아닌,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숙지 정도만 해가요. 나는 구체적인 준비를 통해서 뭔가를 시작하는 것 같지 않거든요. 오히려 너무 구체적으로 상상을 한 후에 촬영현장에 가면 긴장해서 막상 하려고 할 때 못할 수도 있거든요. 감정적인 부분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있는 게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인위적인 것들이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틀어막게 되는 거죠.

웃음소리가 되게 독특하신 것 같아요.ㅋㅋㅋ 흔히 들어볼 수 없는? 웃음소리가 원래부터 그러셨어요?

아 원래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요.ㅋㅋㅋ 자기 스스로 연출, 감독을 하지 않는 이상 연기라는 게 혼자 할 수 없잖아요. 선택을 받아야지. 게다가 스태프나 주연배우들은 촬영 몇 달 전부터 모여서 회의를 하잖아요. 나같이 단역을 하는 사람들은 촬영 들어가기 전 확인 작업할 때 한 번 만나보는 게 다니까 내가 촬영현장에 가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친해진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혼자 뚝 떨어진 느낌을 받았어요. 되게 두려워요. 거의 한 번 이상 본 사람이 없는 상태니까. 영화현장은 보통 7, 80명이 움직이고 있잖아요. 거기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친한 척을 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안녕하세요. 호호호.” 이렇게 인사하는 거죠. 이게 되게 웃기잖아요. 근데 사실 되게 슬픈 거예요. 7, 8년 돼오니깐 웃음이 이렇게 밴 거예요. 우리 같은 배우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웃음을 흘려야 돼요. 그래서 연출가로서 배우들을 볼 때면 안쓰러운 게 있어요. 굳이 웃지 않아도 되는데 웃으면서 자기를 낮추는 거죠. 웃음이라는 게 자신을 낮추기도 하거든요. 근데 이 웃음이 좋을 때도 있어요. 내가 감독을 할 때, 감독이 뭔가 높은 사람이고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스태프?배우?감독이 동등한 입장을 갖고 있다, 이런 걸 보여줄 수가 있었어요.

색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신 것 같다. 친한‘척’을 하기 위해서도 웃음을 짓는다는 말이 처음에는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살면서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웃음을 지을 때도 꽤 있다. 그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친해지기 위해, 이득을 얻기 위해, 그냥 웃음을 흘리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웃음은 인간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도구라는 것이다. 그 웃음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웃음의 효과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웃음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면,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처럼 공짜로 촬영장소를 빌리거나, 투자를 받거나, 전기를 쓸 수 있게 되거나……. 아무튼 덤으로 무언가 받게 될 수도 있다. 인정(人情)을 유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웃음인 것 같다!

<똥파리>를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두렵고 아픈 걸 드러낼 때 치유할 수 있는 뭔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내 가족 안에 있던 폭력이 <똥파리> 안에 들어간 거잖아요. 그런 폭력들은 누구나 마찬가지로 조금씩은 다 가지고 있다고봐요. 근데 그걸 창피하고 두렵다고 생각해서 모든 사람이 숨기고 있어요. 왜 어렸을 때 부모님들이 그런 말 많이 하셨잖아요. 집안에 있는 얘기 밖에서 하면 팔불출이라고. 왜 그러냐면 ‘자식이 팔불출이 될까봐’가 아니라 부모님들이 두려웠던 거죠. 본인들의 얘기가 밖으로 나가니깐.

나는 <똥파리>를 나를 치유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나의 영화를 통해서 이 답답했던 현실에서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못했던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라는 매개가 있기 때문에 좋은 거예요. 약간은 비틀어서 표현할 수가 있거든요.ㅋㅋㅋ


추후에 <똥파리> 같은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으세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한 3년? 4년 동안 엄청난 일들을 했어요. 10년, 15년 할 일들을 압축해서 4년 동안 다 했거든요. 제가 이 영화를 2006년 5월부터 8월까지 시나리오 쓰고, 4, 5개월 정도를 투자자들을 구하러 다녔어요. 근데 잘 안됐죠. 프로듀서처럼 제작에 관련된 분들은 “이런 영화에 관심 있으십니까?” 이런 얘기를 하고 일주일 있다가 또 “생각해보셨어요?” 뭐 이렇게 얘기하면서 ‘쇼부’를 보잖아요. 근데 배우, 연기하는 사람들은 그게 잘 안 돼요. 부탁이나 이런 게. 그러니깐 난 연락만 해놓고 3, 4개월 동안 기다리는 거죠. 웃기잖아요. 근데 연락을 기다리는 그 3, 4개월 동안 술만 먹었어요. 하루에 1시간 30분, 2시간 이렇게 자는 거죠. 잠이 안 와. 왜 연락이 안 오나. 술만 마시고 30분 졸면 이게 막 심장이 답답하고 그러면 또 소주 한잔 먹고. 그렇게 4개월 하니깐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2007년 봄에 찍으려고 했는데 가을로 넘겨서 찍게 되었죠. 근데 마음이 엄청 편하더라고요. 딱 반 년 미뤘을 뿐인데 그사이에 30만 원 갖고 단편영화 한 편을 찍었죠. 근데 하루 찍으니깐 돈이 다 없어지더라고요.ㅋㅋㅋ 그랬는데도 마음이 편했어요. 그냥 담담하고. 그래서 친구 집 가서 하루 찍었는데 “돈이 다 떨어졌네 어떡하지?” 이랬어요. 그랬더니 친구가 10만 원 주면서 쓰라 하고.ㅋㅋㅋㅋㅋ 그거 또 받아서 하루 찍고. 그렇게 완성을 했죠. 그게 또 다른 돌파구가 됐고 2007년 7, 8월부터 스태프들 구성하고 그해 12월인가 어떤 지원을 내서 한 3천5백만 원 받고 중반기에 또 1천5백만 원 받고 그렇게 5천만 원을 준비했죠. 그리고 4개월 반인가를 촬영했어요. 4개월 반을 찍다보니깐 돈이 또 떨어지더라고요. 내가 제작자이자 투자자이자 감독이자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였어요. 2, 30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동시에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사실 제가 지금 몸이 많이 안 좋아요.


돈을 모으기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ㅠㅠ 그러면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그렇게 조금씩 모으고 다 쓰고를 반복하신 거예요?

저희가 50회차 찍기로 했거든요. 근데 35회차 찍고 스태프를 다 내보냈어요. 밥 먹일 돈조차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돈 싹싹 털어서 35회차 찍은 시점에 회식하면서 말했죠. “여러분, 이제 당분간 여러분 삶의 1순위는 <똥파리>가 아닙니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라고. 그랬더니 거의 모든 스태프들이 울고 연출부 퍼스트는 화내고, 욕 엄청나게 먹었죠. “감독님은 다 붙잡아도 모자랄 판에 싹 다 내보내냐”고. 그다음부터 나한테 화낸 애하고 스크립터까지 셋이서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우리 친척 불러서 연기시키고, 진짜 별 이상한 짓을 다했죠. 가미가제 특공대처럼.ㅋㅋㅋㅋㅋ 중간에 한 20여 일씩 쉬었어요. 돈이 없어서. 그래서 아빠한테 3천5백만 원 빌리고, 엄마한테 몇 백 빌리고 친구들한테 몇 천 빌려서 찍다가, 또 떨어지네 돈이. 그래서 또 중간에 쉬다가, 결국은 집을 뺐죠. 그랬는데도 또 떨어져서 또 빌리고. 어떻게 어떻게 하다 끝내고.

편집을 5개월을 했어요. 보통 상업영화는 한 달 반 정도면 끝나는데. 나는 영화가 뭔지도 잘 모르거든요. 편집 5개월 하는데, 쪼끄만 방에서 맥 컴퓨터 가지고서 편집하고 5개월 동안 침낭에서 살았어요. 내가 집을 뺐기 때문에 꾸리꾸리한 데서 살고 있었거든요. 2년 동안은 겨울에 보일러를 안 켜고 살았어요. 그러다가 부산영화제 후반 제작지원이 됐죠. 근데 지원이 되었어도 생각보다 돈이 더 필요했어요. 그래서 또 꾸고, 9월 달에 드디어 완성하고. 그러는 동안 전 패닉상태였죠. 제 용량이 아니었으니깐. 제 용량은 꽉 찼는데 계속 들이붓기만 한 거였어요. 영화제 스물 몇 개를 갔다 오고.

전체 제작비용이 한 1억 7천만 원 정도 들었어요. 작년 하반기에 다 갚았죠. 제가 작년 10월까지 전 재산이 30만 원이었어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또 갔어요. 3천5백만 원 빌린 거 갚지도 않았는데. 그리곤 “아버지 이번엔 빌리는 게 아닙니다. 저한테 투자를 하십시오”라고 말했죠.ㅋㅋㅋㅋ 개봉비가 없으니깐. 근데 아버지가 “지금 나도 돈이 없어서 니 이름으로 대출받아야 하는데……” 하시는 거예요.ㅋㅋㅋㅋㅋ 근데 재작년 9월 달에 <워낭소리> 피디가 <똥파리>를 보고 반한 거예요. 돈 벌면 투자를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곤 <워낭소리>가 잘돼서 저한테 개봉 비용을 대셨죠. 1억 4천만 원 정도.


개봉 비용이 그렇게 비싸요?

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죠. 상업영화 같은 경우는 10억, 20억이 드니깐.

개봉 비용이 뭔데요?

스크린에 올릴 때 드는 프린트 비용, 광고, 홍보, 마케팅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게 개봉 비용이죠.

음! 역시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중요한가보다. 우리도 청소년 최초‘장편 독립영화’를 찍겠다고 나섰는데 돈이 없어서 힘들었던 적이 많다. 부모님께 빌리고, 학교에서 빌리고……. 밥 한번 같이 먹을 돈이 없어서 도시락 싸오거나 끼니를 굶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겨울에 추워서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커피 한 잔 사서 여섯이서 나눠먹고.

학교에서 마이크와 카메라까지 빌려서 좋은 화질로 촬영해놓았더니만 이제 편집실 빌릴 돈이 없어서 구린 학교 컴퓨터와 노트북으로 편집해야 할 판이다.

영화를 찍어서 답답한 것을 털어놓으려고 해도 돈, 사람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지고 싶어도 돈, 진정하고 소소한 삶을 보여주고 싶어도 돈. 아직까지 세상에서 돈 없이 무언가 하기에는 무리다.

언제가 되어야 이‘돈’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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