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보신탕 간판을 내걸고 개장국을 파는 식당은 드물다. 88서울올림픽 때 외국인들 보기 부끄럽다고 보신탕, 개장국 등의 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은근히 혐오음식이라는 압박을 주어 뒷골목으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반사이익을 본 것이 삼계탕이었다. 같은 ‘보신’ 계열 음식인 데다 전통음식의 맥을 잇고 있으며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보신탕을 대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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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 입맛 사로잡은 토속촌의 삼계탕 | |
옛날 서울에서는 통닭과 삼계탕을 함께 팔았다. 종로와 을지로에 이런 ‘닭집’이 많았다. 전기구이 기계가 번지면서 통닭이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식 프라이드 치킨이 프랜차이즈로 번창하면서 통닭은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러면서 삼계탕만 전문으로 파는 식당들이 늘어났다.
서울에는 삼계탕을 전문으로 하는 노포들이 꽤 된다. 다들 강북 중심가에 있다. 음식 가격으로 보아 평소 이 정도의 음식을 끼니로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만한 자리에 있는 것이다.
토속촌은 현재 서울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삼계탕집이다. 겨울에도 점심에는 줄을 서야 한다. 여름이면 줄을 선 손님들이 하루종일 장사진을 이룬다. 맛도 있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단골집이라는 것으로 최근 더 인기를 끌었다. 대중의 심리라는 것이 유명인의 단골집이라 하면 특별히 맛있는 줄 여기는 까닭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가끔 들러 삼계탕을 먹었다고 한다.
토속촌은 한옥이다. 마당이 넓고 좌식으로 여러 방이 있다. 여름에 이 식당이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은 시원한 느낌의 한옥 덕이 클 것이다.
토속촌의 삼계탕은 국물이 뿌옇다. 일반적으로 닭만으로 국물을 내면 투명한데 토속촌 삼계탕 국물은 불투명하다. 곡물이나 견과류 등을 가루 내어 넣은 것으로 보인다. 고소한 맛도 닭 국물만의 맛이 아니다. 걸쭉한 질감까지 있다. 삼계탕용 닭이 어린 닭이라 국물 맛이 약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맛을 더한 것이다. 옛날 3개월 이상 키운 ‘진짜 영계’로 진하게 국물 맛을 낸 ‘진짜 삼계탕’은 아니지만 이 토속촌 삼계탕이 서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니 이것이 서울의 대표 맛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토속촌 외에는 중구 서소문동의 고려삼계탕, 태평로2가의 장안삼계탕이 유명하다. 한류를 타고 찾아온 일본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 서울의 삼계탕은 맛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닭에 인삼, 대추, 밤 등으로 맛을 내던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났다. 쇠고기 국물로 맛을 더하기도 하고 닭발 육수를 첨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곡물이나 견과류의 가루를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입맛도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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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촌은 복날이 아니라도 여름이면 항상 붐빈다 | |
tip - 주변 산책은 식후경경복궁과 가깝다. 일본 관광객이 토속촌을 많이 찾는 이유도 경복궁 관광 후 들르기 좋기 때문이다. 토속촌 아래는 효자동이고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청와대앞길이다. 삼계탕 한 그릇 먹고 산책하기 좋다.
이용정보- 종로구 체부동 85-1 | 02-737-7444
- 영업시간 10:00~22:00, 연중무휴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입구에서 자하문터널 세검정 방향으로 150m
- 171, 272, 601, 606, 607, 706, 708, 9602, 9703, 9706번 버스 이용 적선동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