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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사망 불구 그녀의 가창력은 최고였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셋째 날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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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 드는 8월의 첫날 록 팬들의 잔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현장은 어느덧 3일 간의 장정을 마치고 끝을 향해 마지막 남은 열정을 모두 뿜어내고 있었다. 화창한 햇볕과 간간히 숲으로 찾아 드는 반가운 바람, 편안하고 개성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개개인의 옷차림, 먹고 마실 것과 화려한 무대 등 축제를 즐기기 위한 모든 박자가 고루 갖춰진 이 곳은 다른 나라의 어느 록 페스티벌이 부럽지 않았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 드는 8월의 첫날 록 팬들의 잔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현장은 어느덧 3일 간의 장정을 마치고 끝을 향해 마지막 남은 열정을 모두 뿜어내고 있었다. 화창한 햇볕과 간간히 숲으로 찾아 드는 반가운 바람, 편안하고 개성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개개인의 옷차림, 먹고 마실 것과 화려한 무대 등 축제를 즐기기 위한 모든 박자가 고루 갖춰진 이 곳은 다른 나라의 어느 록 페스티벌이 부럽지 않았다.

앞선 이틀 동안 펼쳐졌던 무대를 한껏 즐겨서였을까 공연장에 도착한 오전, 오가며 마주친 사람들에게서 조금은 지친 기색이 읽혔다. 이도 잠시뿐 공연이 시작할 즈음엔 원기를 회복해 각자 만끽할 무대 앞을 서성이며 이 날의 잔치에 대한 기대감을 온 몸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무대가 가까운 스탠딩석을 차지하기 위해 벌써부터 길게 늘어져 있는 줄과 한껏 여유를 부리며 공연을 즐기기 위해 각자 준비한 돗자리와 차양을 펼쳐내고 자리잡은 사람들의 모습은 대비되는 면도 있지만 이 날을 즐기기 위한 마음만은 모두 하나로 통했을 것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마지막 날 메인 무대인 빅 탑 스테이지의 포문은 갤럭시 익스프레스로 시작됐다.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장내 분위기를 압도해야 하는 첫 순서를 맡은 갤럭시의 부담감은 만만치 않았으리라. 그러나 이미 많은 무대 경험을 통해 축적해 둔 연주 실력과 여타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연장의 사람들을 그들의 지지자로 변신시키는데 성공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곡과 무대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일부 다른 페스티벌을 다녀온 관객들에게는 다소 식상 하다는 원성 사는 말들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무동을 탄 채 기타 연주하기, 등 뒤로 연주하기, 「Hey Jude」와 「Basket case」 「Smells like teen spirit」 「We will rock you」등 무대 위와 아래를 하나로 연대 시킬 수 있는 곡들을 부르며 기대하는 것 이상의 신나는 한 판 놀음이 모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헤이어투스(hiatus)

한 낮 뜨거운 태양 아래서 듣는 록의 향연은 지칠 줄을 몰랐다. 뒤이어 나온 스키조와 문샤이너스는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한 무대를 한층 더 달아오르고 뜨겁게 만들었다. 국내 밴드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연장에 익숙해질 즈음 일본의 헤이어투스(hiatus)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공연 시작까지 예상 외의 시간이 소요 되어 진행 상태에 대한 곳곳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나 이 곳에서도 꽃 미남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은 그치지 않았다. 조금 전 일을 모두 잊은 것처럼 용서하고 또 용서하며 짧은 일본어로나마 꽃돌이 보컬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조금은 씁쓸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미국 록 밴드 써드 아이 블라인드(Third eye blind)의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되느냐, 함께 보자는 지인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공연 전부터 관객들을 집중시키고 움직이게 했던 이 놀라운 능력자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숙한 무대 세팅으로 지지부진 시간을 끌던 앞 팀과는 달리 신속하게 객석의 호응까지 이끌어 낸 마이크 확인부터가 범상치 않음을 증명했다.

과하지 않으나 압도시키고 느슨한 듯 하지만 타이트하게 이끌어지는 무대는 과거 전성기에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관객과 함께 부른 이들의 최고 히트곡 「Semi-charmed life」 그룹 헤이어투스의 호소미와 함께 부른 「Graduate」 등 라이브의 묘미인 호흡이 느껴지는 공연을 선사 한 써드 아이 블라인드는 우리에게 몇 번이나 말한 ‘너희?이 세계 최고의 관객들이야’라는 말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될 밴드로 남을 것 같다.

뮤즈(Muse)

해가 떨어질 즈음 빅탑 스테이지와 그린 스테이지를 이어주는 통로는 이동하는 사람들로 분주하게 보였다. 어둑이 내린 뒤 피날레를 장식할 두 헤드 라이너의 공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시간표와 짐 꾸러미를 꼭 쥐고 코린 베일리 래 (Corinne Bailey Rae)와 뮤즈(Muse)의 무대를 확보할 수 있는 각자 최고의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눈치 작전이 펼쳐지던 광경은 진풍경으로 남는다.

코린 베일리의 온 스테이지는 감동 그 자체였다. 단언할 수 없지만 그 곳에 머물렀던 한 시간 동안 그에게서 눈을 때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60분 내내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곡의 끝마다 ‘Thank you very much’와 ‘감사합니다’를 말해서는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했다. 작고 귀여운 체구지만 그가 가진 최고의 악기인 몸에서 퍼져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는 모두의 마음과 귀를 열어버렸다.

코린 베일리 래 (Corinne Bailey Rae)

얼마 전 남자친구의 사망으로 힘겨운 시간을 겪은 그녀의 목소리에선 그런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어려운 일을 겪고도 음악을 대하는 그녀의 자세는 더욱 완고하고 따듯하다. 애절하지만 절도 있고, 섹시하지만 절제미가 숨어 있다. 귀엽지만 날카롭고, 작지만 큰 여운을 남긴다. 새 앨범에 수록될 곡을 선보이며 새로움과 이전 곡의 비율을 적절히 버무려 팬들을 이완시켰던 이 작은 여자에게선 뮤지션으로써 관객을 만나는 노련함까지 두루 갖춘 버릴 것 하나 없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에 호응하는 우리들 모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키보드 주자와 엉덩이를 크게 들썩이던 드러머 90도 이상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앙코르까지 소화해낸 코린과 그의 세션들은 한국의 팬들을 잊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다.

마지막 날 가장 중요한 무대인 피날레. 벌써 한국을 세 번째 방문하는 뮤즈가 주인공이었다. 낮부터 뮤즈 티셔츠와 깃발을 흔들며 기다리던 뮤즈의 빅팬들은 벌써부터 잔디밭을 장악해버려 앞쪽으로는 디디고 설 틈조차 없었다. 스탠딩석과 그렇지 않은 장소를 가르는 울타리의 역할은 제 구실을 다 하지 못했다. 모두가 일동 기립하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만이 있었다.

흥미로운 스크린 영상과 은백색의 우주복과 같은 의상을 입고 등장한 뮤즈를 보는 것만으로도 모두는 열광했고 남은 연료를 모두 태우기 시작했다. 「Hysteria」 「Resistance」 「Time is running out」등 한국 팬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중심으로 선곡하고 곡의 별다른 멘트 없이 이어졌던 곡과 곡 사이의 연주들 등 몰입시키는 음악을 보여준 뮤즈의 공연은 말이 따로 필요 없었다.

후끈 달아올랐던 페스티벌의 현장은 이슬 내린 잔디 위에 엉덩이를 등을 기대고 폭죽놀이를 관람하는 것으로 맺음을 지었다. 약 10분여 정도 하늘을 수놓은 하트 분수 별똥별 모형의 불꽃은 지산을 찾은 모두의 가슴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름 밤의 기억으로 남을 것만 같다.

글 / 옥은실(lameta@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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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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