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크 샤갈, 「화덕 가의 어머니」 캔버스에 유채, 63x47cm, 1914, 개인 소장 | |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년)의 어머니
페이가-이타 세갈(Feiga-Ita Segal)
샤갈의 그림에서는 환상과 유머, 사랑과 시정이 생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는 평생 그렇게 밝고 꿈 같은 그림들을 그렸는데, 그중 어떤 것들은 그가 실제로 살았던 삶을 보여준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머니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 젖먹이고 어르던 그 가슴을 기억할 때면 나는 달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의 자서전에서는 출생과 함께 시작되는 회상들이 펼쳐진다. 그림에서처럼 회상에서도 과거에 대한 묘사는 현실보다는 상상에 더욱 의지하고 있다. 그의 가족이 살던 리투아니아 국경 근처의 작은 러시아 마을 비텝스크에 불이 난 적이 있었다. 샤갈은 자기가 바로 그 화재 때에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들은 침대와 매트리스, 산모와 그녀 발치의 아기를 고스란히 들어다가 마을 반대편에 있는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사실 그 불은 그 전날 일어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회상의 시제는 상상의 영역에 속한다.
또한 샤갈은 유대-기독교 공동체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다정하게 회상한다. 그의 가족이 가난을 면한 것은 어머니의 수고 덕분이었다. “어머니께서 온 집안을 다스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에게 작은 집들을 연달아 짓게 하고 식품점을 내었으며 외상으로 산 물건을 몇 수레씩이나 들이시곤 했다. 어머니가 문간에서 빙그레 웃음 지으시는 모습이나 몇 시간씩 식탁 앞에 앉아 말상대가 되어줄 이웃을 기다리시던 모습을 어떤 말로, 어떤 수단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화덕 앞의 어머니를 그린 이 그림에서 그는 평소의 화풍과는 딴판으로 가라앉은 색조를 쓰고 있으며, 이런 색조들은 어머니의 앞치마와 화덕에 떨어지는 강한 빛 덕분에 더욱 강조된다. 그는 어머니가 가정의 영역에서 지배적인 인물임을 보여주기 위해 종교화나 민속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과도 같은 상징적인 비례를 사용하고 있다. 즉, 어머니는 화면 중앙을 거의 전부 차지하고 있으며, 아버지는 그녀가 사용하는 조리도구보다도 조그만 모습으로 손에 지팡이를 든 채 작은 의자 곁에 서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자서전에 샤갈은 어머니의 무덤 곁에 있는 자기 모습을 그린 스케치를 실었다. “말해주세요, 어머니. 다른 세상에서, 낙원에서, 구름 저편, 어디든 계신 곳에서. 제 사랑이 어머니께 위로가 되나요?”
※ 운영자가 알립니다<어머니를 그리다>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