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제 사랑이 어머니께 위로가 되나요?”

샤갈의 그림에서는 환상과 유머, 사랑과 시정이 생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는 평생 그렇게 밝고 꿈 같은 그림들을 그렸는데, 그중 어떤 것들은 그가 실제로 살았던 삶을 보여준다.

마르크 샤갈, 「화덕 가의 어머니」
캔버스에 유채, 63x47cm, 1914, 개인 소장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년)의 어머니
페이가-이타 세갈(Feiga-Ita Segal)

샤갈의 그림에서는 환상과 유머, 사랑과 시정이 생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는 평생 그렇게 밝고 꿈 같은 그림들을 그렸는데, 그중 어떤 것들은 그가 실제로 살았던 삶을 보여준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머니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 젖먹이고 어르던 그 가슴을 기억할 때면 나는 달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의 자서전에서는 출생과 함께 시작되는 회상들이 펼쳐진다. 그림에서처럼 회상에서도 과거에 대한 묘사는 현실보다는 상상에 더욱 의지하고 있다. 그의 가족이 살던 리투아니아 국경 근처의 작은 러시아 마을 비텝스크에 불이 난 적이 있었다. 샤갈은 자기가 바로 그 화재 때에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들은 침대와 매트리스, 산모와 그녀 발치의 아기를 고스란히 들어다가 마을 반대편에 있는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사실 그 불은 그 전날 일어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회상의 시제는 상상의 영역에 속한다.

또한 샤갈은 유대-기독교 공동체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다정하게 회상한다. 그의 가족이 가난을 면한 것은 어머니의 수고 덕분이었다. “어머니께서 온 집안을 다스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에게 작은 집들을 연달아 짓게 하고 식품점을 내었으며 외상으로 산 물건을 몇 수레씩이나 들이시곤 했다. 어머니가 문간에서 빙그레 웃음 지으시는 모습이나 몇 시간씩 식탁 앞에 앉아 말상대가 되어줄 이웃을 기다리시던 모습을 어떤 말로, 어떤 수단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화덕 앞의 어머니를 그린 이 그림에서 그는 평소의 화풍과는 딴판으로 가라앉은 색조를 쓰고 있으며, 이런 색조들은 어머니의 앞치마와 화덕에 떨어지는 강한 빛 덕분에 더욱 강조된다. 그는 어머니가 가정의 영역에서 지배적인 인물임을 보여주기 위해 종교화나 민속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과도 같은 상징적인 비례를 사용하고 있다. 즉, 어머니는 화면 중앙을 거의 전부 차지하고 있으며, 아버지는 그녀가 사용하는 조리도구보다도 조그만 모습으로 손에 지팡이를 든 채 작은 의자 곁에 서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자서전에 샤갈은 어머니의 무덤 곁에 있는 자기 모습을 그린 스케치를 실었다. “말해주세요, 어머니. 다른 세상에서, 낙원에서, 구름 저편, 어디든 계신 곳에서. 제 사랑이 어머니께 위로가 되나요?”

※ 운영자가 알립니다
<어머니를 그리다>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6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어머니를 그리다

<줄리엣 헤슬우드> 저/<최애리> 역13,110원(5% + 2%)

사람들은 누구나 어머니의 자식이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화가들은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어머니를 화폭에 담았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 그린 이도 있지만, 사진이나 기존의 그림을 보고 그린 것도 있고, 상상에 의지해 그린 모습도 있다. 어머니의 초상을 그린 화가들은 대부분 어머니와 사이가 매우 좋았다. 그들은 그림..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