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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팝과 알앤비의 결합 -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 밴드 오브 호시즈(Band Of Horses)

1990년대 후반은 그야말로 아이돌 팝의 시대였죠. 엔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 바로 이때 나온 스타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창력 하나로 아이돌 팝의 반대 진영까지 침묵시킨 가수는 바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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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은 그야말로 아이돌 팝의 시대였죠. 엔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 바로 이때 나온 스타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창력 하나로 아이돌 팝의 반대 진영까지 침묵시킨 가수는 바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였죠. 작은 머라이어 캐리라고 불릴 정도로 고음을 치솟는 파워, 기교, 호흡,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던 그녀의 데뷔 시절을 기억하실 겁니다. 달콤한 팝의 데뷔작에서 복고를 탐색했던 전작,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는 일렉트로닉 팝을 선택했네요. 이어서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의 사운드트랙, ‘2010년의 컨트리 록’이라는 설명이 어울릴 ‘밴드 오브 호시즈’의 앨범입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Bionic> (2010)

소녀가 여성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뿌듯하다. 디즈니 TV <미키 마우스 클럽> 출신 아티스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성숙해 가는 과정은 그래서 미국인들에겐 관심사였다. 청순한 10대 소녀에서 도발적인 아가씨로의 변신, 뮤직 마케팅 디렉터 조던 브라트먼(Jordan Bratman)과의 행복한 결혼과 함께 아들 맥스 라이론(Max Liron)의 탄생으로 엄마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그 어떤 리얼리티 티비 쇼보다 흥미로웠다.

같은 시기에 데뷔했던 경쟁자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악재 속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성공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다.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대중의 시선에 익숙한 그는 음악 세계와 현실 세계의 괴리가 크지 않았고 매 앨범마다 자신의 페르소나를 솔직히 투영해 팬들의 사랑을 고조시켰다.

데뷔 앨범 <Christina Aguilera>의 팝적인 키치함, 미국 내 남미 문화권 이민자들의 급격한 증가에 반응해 발표한 스페인어 앨범 <Mi Reflejo>, 성공가도의 길목에서 인기를 확인하는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 <My Kind of Christmas>, 뜨거운 이미지로의 변신에 성공한 <Stripped>, 고전에 대한 정당한 연구로 화제가 된 <Back To Basics>를 통해 디바의 부재 시대에 여왕의 자리에 등극했다.

출산과 함께 찾아온 인생의 변화는 여섯 번째 앨범 <Bionic>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일렉트로닉 팝 밴드 레이디트론(Ladytron), 호주 출신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 시아(Sia), 스튜디오 요원 출신의 제로 7(Zero 7), 다국적 문화의 색채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엠아이에이(M.I.A), 수많은 알앤비 힙합 히트곡의 뒷면에 자리 잡은 팔로우 다 돈(Palow Da Don), 포 논 블론즈(4 Non Blondes) 출신으로 「Beautiful」을 작곡해 준 린다 페리(Linda Perry) 등이 <Bionic>의 공신이다.

이 서포터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신스 팝과 일렉트로닉 팝의 흡수로 알앤비와 팝의 비중은 줄었지만 「All I need」 「I am」 「You lost me」를 제외하고 앨범 전체의 창법은 여전히 알앤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흉성을 중심으로 만들었던 소리의 질을 강화해 자신만의 특별한 왕국을 통치한다.

퓨처리즘의 광기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반복되고 심플한 멜로디보다는 귀에 쉽게 스며들지 않으나 그보다 더 풍성하고 진보된 일렉트로닉 팝과 1990년대부터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강자인 프로디지(The Prodigy)의 강렬한 남성성을 제외한 소프트한 사운드가 <Bionic>의 바탕이다.

팔로우 다 돈의 프로듀싱에 힘입어 일렉트로닉 팝과 알앤비의 묘한 교집합을 이끌어 내는 첫 싱글 「Not myself tonight」, 크리스티나의 섹시한 읊조림이 인상적인 「Woohoo」, 레트로한 질감과 현대적 색채를 담은 사운드의 「Elastic love」, 결혼 후 배가된 관능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Sex for breakfast」, 남편과 아들의 목소리를 담아 엄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My heart (Intro)」,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자신의 중요한 변화 포인트를 절제된 목소리와 최소한의 사운드로 담아낸 음반의 보석 「All I need」, 보컬리스트로서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I am」, 동화 <백설공주>를 연상케 하는 「Vanity」 등이 <Bionic>에 고출력 에너지를 제공한다.

출산과 더불어 단아하고 우아한 엄마의 모습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앨범 커버와 하드코어 섹스어필을 연상시키는 사진들은 의외다. <Bionic>은 미래지향적 사운드의 대세 속에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으면서도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펼치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다이내믹함을 보여준다.

- 글 /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 (2010)

바야흐로 만화영화의 황금기다. 더욱이 제왕적 위치를 탈환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Avatar)와 선발주자 로버트 저맥키스(Robert Lee Zemeckis)에 의해 극장영화의 신기원을 기록한 3D 입체영화의 제작 호황과 함께 만화영화의 가능성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Roger Ebert)도 입체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을 남기면서 현재로서 만화영화가 3D 입체영화 제작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언급한 바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는 그런 의미에서 <아바타>에 뒤이어 입체감을 가장 뚜렷하게 잘 구현해낸 애니메이션으로 추대하기에 손색이 없다. 캐릭터 개개의 세밀한 이미지나 모션캡처도 매우 생생하지만 무엇보다 하늘을 나는 비행의 느낌이 정말 최고다. <아바타>에서 날짐승을 타고 비행하는 장면의 흥분감에 필적하는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단순한 스토리는 차치하고라도 적당한 로맨스와 우정 그리고 가족적인 메시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화는 매우 호쾌하다. 즐겁고 감동어린 재미를 선사한다. 역시 <슈렉>(Shrek) 시리즈와 <쿵푸 팬더>(Kung Fu Panda), <마다가스카>(Madagascar)를 대박 히트시킨 드림웍스(DreamWorks) 스튜디오의 최신 유행 희극과 가족우호적인 액션을 정확히 혼합해내는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임을 재인식시킨다. 할리우드의 원조 만화왕국 디즈니(Disney)와 또 다른 후발 경쟁사 픽사(Pixar), 그리고 20세기 폭스(20th Century Fox)사 간의 선의 경쟁구도 속에 영화 팬들은 즐거움은 해마다 배가될 수밖에 없다.

크레시다 코웰(Cressida Cowell)의 유명한 유아도서에 근거한 영화는 버크라는 섬을 무대로 한 바이킹과 용(Dragon)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 섬에서 바이킹은 용과 허구한 날 싸우는 게 생활방식이다. 바이킹 족장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 목소리)의 아들 히컵(제이 바루첼 목소리)은 아주 똑똑한 아웃사이더, 용과 싸우면서 성장하기보다 그 상황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비꼬길 잘하는 맹랑한 소년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끔찍이도 무서워한다. 아버지는 아들 히컵을 강하게 키우려하고 그래서 그를 고버(크레이그 퍼거슨 목소리)가 교관으로 있는 용과의 육탄전 훈련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용맹전사가 되기는커녕 용들과 놀고 자빠졌다.

용은 반드시 죽여야 하는 적으로 간주하는 아버지의 목적의식과 달리 아들 히컵은 꼬리 잘린 흑룡 투슬리스와의 필연적 우연의 만남을 계기로 친용책(용과 친해지는 비책)을 친구들에게 전수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이 어른들의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게 된다는 결론의 가족 친화적 스토리가 신나고 재밌는 오락적 터치로 전개된다. 여친 아스트리드(아메리카 페레라 목소리)와의 로맨스도 화기애애한 낭만적 분위기를 돋우는 대목. 주연 외에도 크리스토퍼 민츠-플래즈(Christopher Mintz-Plasse)와 조나 힐(Jonah Hill) 등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영화는 2002년 <릴로와 스티치>(Lilo & Stitch)를 감독한 크리스 샌더스(Chris Sanders)와 딘 드블로이스(Dean DeBlois)가 다시금 의기투합했다.

음악적으로, 드림웍스의 만화는 언제부턴가 한스 짐머와 미디어 벤처스(Media Ventures)와 리모트 콘트롤 제작사(Remote Control Production) 출신의 그의 후견인들의 유일한 도메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개미>(Antz), <엘도라도>(The Road to El Dorado), <치킨 런>(Chicken Run), <쿵푸 팬더>(Kung Fu Panda) 그리고 오리지널 <슈렉>(Shrek)을 이미 작업한 바 있는 영국 출신 작곡가 존 파웰(John Powell)이 여섯 번째 작품을 위해 귀환했다. 한스 짐머 외에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와 공동으로 드림웍스 만화영화들을 위해 멋진 베스트스코어들을 작곡해온 그지만 단독으로 입후보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언급하자면 그는 분명히 탁월한 작곡가다. 존 파웰은 지리학적 손질을 할 줄 안다. 파웰은 확실히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들(버틀러와 퍼거슨)에 의해 목소리 연기된 영화 내에서 바이킹 어른들을 데리고 농을 친다. 또한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음악을 스코어에 주입하지만 과용하진 않은 것 같다. 높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백파이프, 춤추는 휘슬 그리고 정도껏 나부끼는 피들이 장려한 스칸디나비아 신사 풍의 색조를 입힌다. 북해 지역에 걸친 켈트음악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지만 스웨덴의 백파이프나 노르웨이의 하르당에르 피들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리학상의 단절감이 잠시나마 들게 되는 이유를 찾는다면 분명 켈트적인 감 때문일 것이다.

자질구레한 쟁점들은 차치해두고라도, <드래곤 길들이기>의 음악 구성은 전적인 즐거움이 압도적이다. 영화 내외로 음악을 듣는 동안의 심정은 그야말로 ‘환희’라고 단언할 수 있다. 신나는 액션 시퀀스들과 함께 감탄을 자아내고 더욱 서정적인 음악질료들로 마음을 움직여 시종 함박웃음 짓게도 하고 실실 웃게도 만들 것이다. 존 파웰은 다른 그 어떤 타입의 영화보다 더 만화영화를 위한 스코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 같다. <로봇>(Robots)과 <아이스 에이지>(Ice Age) 시리즈와 같은 작품들에서의 독창적인 수준이나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Harry Gregson-Williams)와 공동작곡한 <치킨 런>(Chicken Run)과 <슈렉>(Shrek)이 명백한 증거.

하지만 이 스코어들은 때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정신분열적이거나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식의 접근법을 보였고 이는 사운드트랙 전반의 일관성을 흔들고, 스타일과 스타일 사이를 널뛰고, 스타일과 테마를 계속 바꾸는 등 외견상으로 무작위적 인상을 주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확실히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멋지고 아름답게 흐르고 응집력 있는 화합의 결실을 매듭지었다. 최근의 그 어떤 장르영화에서 보여준 파웰의 음악들 중 단연 최고의 만족감을 줄 작품. 파웰에게는 회심작, 수긍하는 입장에서는 걸작임에 분명하다.

오프닝 큐, 「This is Berk」(여기는 버크)는 세 가지 스코어의 메인테마를 소개한다. 결국 스코어의 「Flying theme」(비행테마)가 되는 것의 웅장한 혼 연주로 시작한다. 그리고 <치킨 런>(Chicken Run)의 더 저음계 악절들을 상기시키는 다정 아담한 목관악기 악곡으로 이어진다. 이는 히컵과 그의 여자 친구가 되려고 하는 아스트리드를 위한 곡조다. 스코어의 메인테마의 첫 번째 연주로 완전히 폭발해 들어가기 전, 풀 오케스트라를 향해 치닫는 송가와 남성합창은 그야말로 소리의 장관이다. 대규모 오케스트라/남성합창/스코틀랜드의 악기들의 결합은 근본적으로 전체 스코어를 위한 청사진을 제공한다.

각각의 모든 큐에서 이 요소들을 기본으로 다소의 변주해낸다. 메인테마는 스코어의 도처에서 규칙적으로 재등장한다. 탁월한 효과를 발하는 「New tail」(새 꼬리), 「This time for sure」(이번엔 확실한 거지), 「Astrid goes for a spin」(아스트리드 드라이브가다)과 같은 큐들에서 주목할 만하게 재현된다. 「Where's Hiccup」(히컵 대체 어디 있는 거야?)에서 테마의 다정한 피아노 반주는 황홀하다.

비행 장면을 반주하는 큐들, 히컵이 비늘로 덮인 친구 투슬리스의 등에 조종석을 만들어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을 전하는 곡들은 최선의 방법으로 정말 신나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정말 놀라운 「Test drive」(시험비행)와 함께 불확실한 조건 하에서의 자유비행의 스펙터클을 포착한다. 이 큐들에서 음악은 급강하하고 급변한다. 비행테마의 광활한 표현들로 통하면서 극적인 스릴감을 맛보게 한다. 특히 백파이프와 전기기타가 오케스트라와 합류하는 순간에 최고조에 달한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실제 고공을 회전하듯 머릿결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걸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액션음악도 동등하게 최고다. 역동적이고 활발하며 듣기 좋은 선율이 아름답게 흐르고 독창적이다. 이 또한 메인테마를 자주 특징 삼아 표현한다. 「Dragon Battle」(드래곤 배틀)은 추진하고 다급한 리듬 진행에 무시무시한 저음 금관악기 화음을 결합한 사운드로 불을 뿜는 드래곤의 위협적이고 위험한 감을 제공한다. 「The downed dragon」(다운된 드래곤), 「Dragon training」(드래곤 훈련), 「Focus, Hiccup」(집중해, 히컵), 「Dragon's den」(드래곤 소굴), 「The kill ring」(죽음의 링)과 같은 후반부의 큐들, 특히 놀랄 만큼 치열한 「Counter attack」(역습)은 오락적 흥미와 즐거움의 진수를 전한다. 때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때론 완전히 위협적이지만 자유분방하고 느긋한 활력을 아우르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체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각각의 큐들에서 오케스트라에 의해 생성되는 파워, 각 악기 섹션들을 조화롭게 지휘해내는 파웰의 유려한 솜씨는 걸출하다.

스코어는 그러나 전반적으로다가 허풍을 친다거나 과장된 기조를 삼간다. 감미로운 몽상의 「Forbidden friendship」(금지된 우정)은 거의 뉴 에이지적인 분위기다. 똑딱똑딱 시계처럼 울리는 색다른 퍼커션, 가장 흥미로운 마림바와 자일로폰, 허스키한 여성 보컬, 썰매방울 소리까지 다양한 악기들이 특징적으로 조화를 이룬 이 곡은 비행테마의 특이한 변주로서 서서히 그 정체를 드러낸다. 「See You Tomorrow」(내일 봐)는 경쾌한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춤곡. 몇몇의 거대한 주제적 연주들에 앞선 장난감호루라기가 떠들썩한 분위기를 이끈다. 10년이 지난 <치킨 런>의 「Building the crate」(상자 쌓기)의 활력을 되살린 것으로 보인다. 히컵과 아스트리드를 위한 로맨틱 테마는 장엄하고 광범위한 「Romantic flight」(낭만적 비행)에서 오프닝 큐의 전조를 확장해 들려준다. 스코어의 또 다른 절정 부분.

스코어의 대미, 「Ready the ships」(배를 준비해)부터 「Coming back around」(귀환)에 도달하기까지 20여분에 달하는 액션음악에서도 존 파웰은 최고의 역량을 쏟아낸다. 「Ready the Ships」는 미묘하고 사색적이면서도 완강하고 기대감 넘치는 사운드를 주입하고, 「Battling the green death」(그린 데드와의 전투)는 최후의 결전의 스펙터클에 부합하는 굉장히 인상적인 소리의 장관을 입힌다. 이는 에리히 볼프강 콘골드(Erich Wolfgang Korngold)와 울스 스타이너(Max Steiner) 스타일의 스와시버클링(Swashbuckling) 어드벤처 뮤직을 재연하는 사운드이기도 하다. 모험심 가득한 장면들과 함께 과거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황금기를 향한 향수를 불러낸다. 비행테마를 변주, 재구성한 「Coming Back Around」는 비상의 흥미진진한 감정적 솟구침의 최고조.

종영 인물 자막과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 「Sticks & Stones」(막대기와 돌), 아이슬란드 출신 록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리더로 더 유명한 욘시 비르기슨(Jon ?or Birgisson)의 참여는 실제로 스칸디나비안 아티스트가 프로젝트에 기여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통한다. 침울한 내성과 시무룩한 스타일을 특징 삼은 비르기슨의 가창은 원래 너무도 비관적이지만 여기서는 매우 속도감 있는 리듬 반주를 타며 관객들을 유쾌하고 신나는 꿈나라로 안내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음악으로 영화의 단점을 가리기는 어려워도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종극에는 감동으로 승화시키는 데는 필요충분조건임을 다시금 깨치게 만드는 작품. 영화 외, 음반으로 따로 접해도 음악적 메리트로 가득한 <드래곤 길들이기>의 사운드트랙은 순수의 결정체로 치켜세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실로 매우 드문 케이스일 것이다. 뚜렷한 주제음악을 다채롭게 활용하고 더욱 강조해 조금 더 새롭게 그리고 더욱 흥미진진한 풍요의 텍스처를 구현해낸 작곡가의 창의적인 작법은 실로 감탄을 금할 길 없게 만든다. 사운드의 명료함도 귀를 잡아챈다. 악기들의 독특한 음색을 피처링 삼아 특징적인 분위기를 낸 것 또한 매우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클라리넷과 하프의 탁월한 사용, 「The dragon book」(드래곤 북)에서 셋잇단음 브라스연주와 경합하는 하프시코드의 입체감 등, 허리를 곧추 세우고 집중하게 만드는 오케스트라 편성과 편곡 마법. 현대영화음악의 우수한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영화적 완성도에 기여한 최상의 결과물로서 만점이 아깝지 않다.

- 글 / 김진성(jinsung@izm.co.kr)

밴드 오브 호시즈(Band Of Horses) <Infinite Arms> (2010)

서구 팝에 대한 관심이 위축된 현실에서 국내 팬들 다수가 이 앨범에 골똘하거나 호의적 시선을 둘 확률은 낮아 보인다. 미국 백인의 컨트리라면, 아니 그 느낌이 조금이라도 개입한 음악이라면 본능적으로 꺼리는 우리들과 달리 미국 음악계에서는 이 록밴드 ‘밴드 오브 호시즈’의 신작에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컨트리 터치라서가 아니라 황폐한 이 음반의 모욕시대에 모처럼 창의성에 빛나고 감정중독을 씻어줄 신선함을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음악전문지 너도나도 ‘올해의 앨범’으로 노미네이트해줄 것 같다. 빌보드에선 데뷔 7위라는 인상적인 승점을 얻었다. 평단을 넘어 대중의 인정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평론 우물의 괴물은 탈피했다.

인디 레이블의 명가 서브팝(Sub Pop)에서 발표한 두 장의 인디 앨범 <Everything All The Time>과 <Cease To Begin> 때부터 록마니아의 시선을 집중시킨 이들(5인조)은 잦은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음악감독이라 할 벤 브리드웰(Ben Bridwell)의 지휘 아래 빅 네임으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제작 투자는 본인들이 했지만 이 작품이 메이저 컬럼비아 레코드사 데뷔작이라는 점도 성장의 지표일 것이다.

주류로 올라가면 인디 시절 음악의 핵이 ‘대중화’라는 타이틀 아래 퇴색 혹은 변색되는 것이 보통이다. 서브 팝 대선배 너바나(Nirvana) 커트 코베인의 고민도 바로 이것이었다. 밴드 오브 호시즈의 경우도 사운드의 덩치를 비롯해서 두 전작과 다른 양상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원초적 본능인 컨트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장르로 규정한다면 아직 인디 컨트리 혹은 얼트 컨트리(얼터너티브 컨트리) 정도가 되지만 그런 용어가 싫다면 ‘2010년대 컨트리 록’이라 해도 무방하다.

베스트 트랙은 스트링을 활용해 마치 영화적 느낌을 낸 「Factory」를 비롯해 「Laredo」 「Blue beard」 그리고 하모니가 출중한 곡 「On my way back home」이다. 후자는 비치 보이스(Beach Boys)의 유려한 진행을 연상시킨다. 첫 싱글 「Compliments」는 메이저 앨범에 맞춰 대중성을 부여했지만 특별함 구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Older」는 유난히도 컨트리 록의 성격이 강하다.

전 곡에 걸쳐 개성의 발화가 지침 없이 포착되는 것은 그만큼 고리타분한 컨트리를 이 시대 록 트렌드로 잘 가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울함이 퍼진 노랫말도 과거 컨트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벤 브리드웰의 보컬을 마이 모닝 재킷(My Morning Jacket)의 짐 제임스와 견주고, 사운드의 경우 일부 프로듀싱에 참여한 필 엑(Phil Ek)이 과얰 플리트 폭시즈(Fleet Foxes)를 프로듀스한 이력이 전제되어 이 팀과 자주 비교되곤 하지만 밴드 오브 호시즈만의 독창성에는 흔들림이 없다. 모처럼의 신선한 앨범이다. 컨트리도 이렇게 하면 싫어하던 사람들도 귀 기울일 수 있다.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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