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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

가장 쉬운, 가장 오래된, 그러나 어색한 불교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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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도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창시자가 될 수 있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언행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남긴 책이 존재합니다. 그 책이 오늘 살펴볼 『숫타니파타』입니다.

한국인에게 ‘절’이란 매우 친숙한 공간입니다.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수려한 자연 속에 파묻힌 오랜 역사 속의 사찰들은 관광지로서도, 마음의 휴식처로서도 가까운 공간입니다. 하지만 사찰이 명백히 불교라는 종교의 종교 건축임을 감안한다면 불교라는 종교가 사찰만큼 한국인들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실 불교라는 항목은 그리 만만한 항목이 아닙니다. 세계 3대 종교 중에 가장 오래된 종교이고, 그 거쳐 온 역사만큼이나 불교는 방대한 경전과 해석으로 두텁게 올라앉은 철학의 보고입니다. 일반인의 교양 원천이라 볼 수 있는 정규 학습과정에서의 불교는 게다가 온통 어려운 용어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사성제四聖諦, 오온五蘊, 연기설緣起說…… 불교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아도, 대개 이런 두터운 교리의 벽은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 첫 번째 장애물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손쉽게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길도 존재합니다. 크리스트교는 예수가 직접 남긴 말과 행동을 가장 가까이서 서술한 복음서를 통해 그 정수를 알 수 있고, 이슬람교는 창시자 마호메트가 직접 서술한 코란을 통해 핵심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불교도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창시자가 될 수 있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언행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남긴 책이 존재합니다. 그 책이 오늘 살펴볼 『숫타니파타』입니다.

 

『숫타니파타』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대략 ‘경전의 모음’ 정도가 유사하다고 합니다. ‘숫타’가 경전을 의미하고, ‘니파타’가 ‘모음’ ‘전집’과 같은 의미입니다. 한문으로 번역되어 동아시아로 흘러온 다른 경전과 달리, 『숫타니파타』는 딱히 이렇다 할 제목을 붙이기도 애매한 본문 구성 때문에 별도의 이름보다는 그냥 『숫타니파타』로 불리고 있습니다.

실제 경전의 내용은 논리 정연한 체계라기보다는 시구들을 모아놓은 듯한 형태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불교 세계를 지칭하는 불교 용어는 드문드문 흩어져 있어 찾기 힘들고, 각종 비유와 우화들이 한가득입니다.

그래서 『숫타니파타』는 초기 불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는 경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교가 지금과 같은 체계와 사유의 형태를 갖추기 전,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닫고 설법하며 퍼뜨리기 시작한 불교의 핵심 가치들이 『숫타니파타』에는 매우 쉬운 언어와 비유를 통해 정리되어 있습니다.

“뱀의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약으로 다스리듯이,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는 수행자는 이 언덕도 저 언덕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연못의 연꽃을 물 속에 들어가 꺾듯이, 애욕을 모두 끊어버린 수행자는 이 언덕도 저 언덕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넘치는 애착의 물줄기를 남김없이 말려버린 수행자는 이 언덕도 저 언덕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 『숫타니파타』 제1장 「뱀의 비유」 1~3절

위에 예시로 언급한 것처럼, 『숫타니파타』는 상당 부분이 비유를 통한 가르침을 담은 시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다른 대부분의 불교 경전에서처럼 ‘여시아문’(如是我聞,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라는 의미로, 불교 경전의 저자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 관용어구처럼 쓰이는 문구)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상당수는 위의 예시와 같은 형태입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다른 불교 경전에 비해 말 자체가 쉽고 재미있으며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무척 수월한 편입니다.

이렇게 붓다의 말씀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온전히 보전하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전은 그러나 의외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널리 퍼지지 못했습니다. 『숫타니파타』의 최초 번역본은 1980년대에 일역본을 기초로 해서 처음 나왔고, 법정 스님이 1990년대에 새로 번역하면서 대중화가 이뤄졌습니다. 그전까지의 불교 경전에서는 『숫타니파타』 전체의 한역은 없었고, 부분 부분이 파편화된 채 번역되어 전승되는 형태가 전부였습니다.

교리와 경전의 체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 『숫타니파타』는 사찰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대승불교와 그리 쉽게 융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최초의 말씀이라고는 하지만 비유와 운문으로 들어찬 경전은 읽기 쉬운 만큼 이해하기 쉬운 편은 아닙니다. 특히 한역을 통해 주로 한반도에 들어왔던 불교 경전의 흐름은 한역이 없었던 『숫타니파타』의 유입 자체에 큰 장애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파편화된 흔적들은 한국 불교에서도 꽤 여기저기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당장 불교 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가장 유명한 그 구절은 출전이 『숫타니파타』입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살아있는 무엇도 괴롭히지 말라.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 것인데 하물며 친구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연민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니, 사랑으로부터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이나 아내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붙지 않도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유로운 사슴이 숲 속에서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다니듯이, 지혜로운 자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제3장 「무소의 비유」 1~4절

『숫타니파타』는 이처럼 반복되는 후렴구를 가진 운문 형태의 시 모음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이는 초기 불교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이어나가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이 암송을 통한 구전이었음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초기 불교의 붓다는 당시 귀족과 식자층의 언어였던 산스크리트어 대신 불교의 설법을 위한 언어로 방언에 가까웠던 팔리어를 사용했다고 여겨집니다. 이 팔리어 운문 암송을 통해 붓다의 가르침은 제자들의 입을 통해 전승을 이어 왔고, 팔리어를 사용하는 서인도, 스리랑카 등의 남방불교 전파에 핵심적인 전파 수단이 되었습니다. 실제 『숫타니파타』 원문은 팔리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숫타니파타』는 남방 불교 지방에서는 우리보다 높은 인식의 순위를 차지합니다. 지금까지도 『숫타니파타』가 일부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일상생활의 윤리규범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은 『숫타니파타』가 담은 초기 불교의 정신이 단지 그 시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비록 불교의 발전 방향은 남방불교와 대승불교가 다르게 진행되었지만, 그 원천인 가르침은 동일하다는 점은 한반도에서 『숫타니파타』를 읽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방대하고 치밀한 경전과 론論으로 구성된 대승불교만이 붓다의 가르침을 정통으로 이어오고 있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불교에 관심은 많았으나 방대한 체계에 기가 죽어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던 독자라면, 아예 『숫타니파타』가 첫 불교 경전이 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붓다의 생애, 바라문 제자들과의 문답, 풍부한 비유를 통해 붓다가 제자들의 입으로 남긴 가르침을 살펴보는 것은 그 방법의 차이를 넘어선 영역에 존재합니다. 오히려, 최초의 정신을 이해하고 불교 경전을 접해 보는 것도 붓다의 가르침을 체득하는 더 좋은 길이 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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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

<법정> 역10,800원(10% + 5%)

만화가 박재동씨로 하여금 구원과 자유를 꿈꾸게 했던 불교 경전 . 무소유의 법정 스님이 불교 초기 경전 중의 하나인 를 단순하고 소박한 해설로 들려 준다. 생사의 거센 흐름에 대한 해안, 피안에 이르는 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불교 경전에서 손수 가려뽑아 다듬은 시 1149수가 정갈하게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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