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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하고 강렬한 록 스피릿 - 갤럭시 익스프레스, 골드프랩(Goldfrapp), 트레인(Train)

연주자가 한 번에 동시 연주하는 원 테이크 방식은 이미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정체성이 되었죠. 거친 록의 질감과 현장성이 이번에도 앨범 전면에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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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가 한 번에 동시 연주하는 원 테이크 방식은 이미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정체성이 되었죠. 거친 록의 질감과 현장성이 이번에도 앨범 전면에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또, 1980년대 신스팝 사운드를 그대로 심어놓은 골드 프랩은 그 묘한 매력과 심플함 덕에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애청되고 있죠. 이들의 신보 <Head First>와 마지막으로 루츠 록 사운드를 대표하는 트레인의 5집도 감상해보세요.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Wild Days> (2010)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의 음악은 ‘통쾌함’이 하나로 압축 가능하다. 멜로디컬한 느낌과 힘을 적당히 흡입한 기타 리프와 자유롭게 내달리는 드럼 연주, 이주현의 거칠게 내뿜는 보컬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후련한 맛을 제공한다. 처음 얼마간은 어지러운 면이 없잖아 있어도 금세 폭발할 듯 유쾌한 활력으로 나타난다. 이들에게 ‘탈진 로큰롤 밴드’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이유는 언제나 막강한 기력과 숨결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정규 앨범 <Wild Days>에서도 통쾌함은 여지없이 재현된다. 다시 한 번 작렬의 순간이 도래한 것이며 2009년 말에 출시한 EP <Come On & Get Up> 이후 약 반 년 만에 또 한 차례 넘치는 에너지를 맛보는 시간인 것이다. 수록된 스무 편의 노래들 중 대부분이 음반의 표제처럼 와일드하다.

들머리를 장식하는 ‘문’부터 간결하지만 확실히 센 모습을 과시한다. 1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에 보여 주는 날카로움과 박력은 과연 갤럭시 익스프레스답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나오게 한다. 차분하게 시작하다가 강성 사운드로 돌변하는 「난 아무것도 아닌데」, 염세적인 가사에 따라 부르기 좋은 후렴이 인상적인 「Sharking」, 드센 연주와 포효하는 것 같은 보컬이 돋보이는 「매일매일」 등에서 그룹의 특장인 정력적인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무조건 사납기만 한 것은 아니다. 빠르고 강견한 노래들 사이에서 중화 작용을 하는 것도 존재해 다양성을 담보한다. 양 옆으로 퍼지는 듯한 몽롱한 분위기와 보컬 레이어링이 편하게 들리는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어」는 앨범의 전반적인 태도와 상반되는 유순함이 매력적이다. 애드 포(Add 4)의 노래를 그들만의 감성으로 풀이한 「빗속의 女人」이나 약간의 사이키델릭함으로 1960년대의 록 음악이 오버랩되는 「꿈의 그림자」, 록으로 진행하다 2분 24초쯤 레게로 변주되는 구성이 꽤 신선한 「Reggae 치킨」도 색다른 모양새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 세계를 대변한다.

독창적인 형용도 음악을 재미있게 가꿔 주는 데 한몫한다. 힙합 그룹의 이름이며 딥 퍼플(Deep Purple), 밴 헤일런(Van Halen) 등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House of pain」을 패러디한 타이틀의 「House of 폐인」 중 ‘꿈꾸던 낙원? 현실은 시궁창 / 모험의 판타지? 현실은 화나지’ ‘끝없는 노력? 한심한 손장난 / 든든한 동료? 방구석 외톨이’나 「나의 지구를 지켜줘」의 ‘나의 지구가 죽어 간대 나도 월세 때문에 죽겠는데 / 북극곰 집이 녹아 사라진대 내 집도 재개발로 사라진대 / 하와이 섬들이 사라져 간대 하와이 한 번 가 보고 싶은데’는 비애감이 진하게 밴 노랫말이지만 재미있는 표현 덕분에 듣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좋지만 맨 마지막에 위치한 「Jungle the black」 「홀로 이렇게」 이 두 곡은 이전까지 받은 흐뭇함을 깎아 버리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노래방에서 그냥 자기들끼리 놀면서 부른 것을 굳이 넣었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물음만 남는다. 이건 재미도 없고 일말의 감동도 없다. 장난기를 앨범을 관통하는 콘셉트로 했다면 몰라도 작품의 지향이 그것이 아니기에 생뚱맞다. 트랙 낭비이며 시간 낭비다. 이것만 아니면 더 좋았을 텐데 사족을 붙여 아쉽다.

4월 26일, 밴드의 마이크로블로그에는 ‘5월 1일 갤럭시 익스프레스 앨범 발매! <Wild Days 거친 나날들> 4월 1일의 허세가 현실이 되는 순간!! 모두 와서 확인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 음반은 4월 1일부터 시작해 단 30일 만에 음반을 완성하겠다는 호기 가득한 프로젝트였다. 가능하지 않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들은 약속을 지켰다. 기간이 짧다 보니 모든 곡을 합주실에서 원 테이크로 녹음해야 했다. 그럼에도 전혀 촌스럽거나 후지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의지와 실천 또한 앨범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소다.

단기간에 제작했지만 큰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앨범은 견고하면서도 다채로운 어법을 발산한다.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원기 왕성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특기, 통쾌함을 확인할 수 있다. 앨범 자체가 진귀한 기록이자 훌륭한 성과다.

-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골드프랩(Goldfrapp) <Head First> (2010)

레트로(Retro), 혹은 복고의 매력은 무엇일까. 후대들에게는 뭐라 형언할 수는 없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묘한 촌스러움? 반면에 왕년의 추억을 가슴 저편에 묻어둔 이들에게는 회한과 환희가 교차하는 일종의 연대의식? 골드프랩(Goldfrapp)의 신작 <Head First>는 1980년대를 수놓은 신스팝을 근본으로 두되, 현란한 레이저광선이 교차하는 21세기의 일렉트로니카 클럽에서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모범적인 레트로 모델이다.

골드프랩은 심오한 접근법을 취하지 않았다. 이들은 날씬한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경쾌한 코러스로 채운 후크 등의 요소들을 호명하여 80년대를 풍미한 신스팝을 아기자기하게 복권시켰다. 활기찬 템포와 선명한 멜로디 라인이 자칫 가벼운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80년대 신스팝의 설계도를 완벽하게 이해한 지점에서 출발한 치밀한 구성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보컬인 앨리슨 골드프랩(Alison Goldfrapp)과 프로듀서인 윌 그레고리(Will Gregory)가 생기를 불어넣은 총 아홉 개의 트랙 속에서는 이엘오(ELO, Electric Light Orchestra)가 되살아나며,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가 다가온다. 첫 번째로 싱글 커트된 1번 트랙 「Rocket」은 38분짜리 신스팝 속성 과외의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우주 공간을 꿈꾸고 있는 사운드의 스펙트럼은 미래지향적이었던 그 시절의 찬가,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 John)과 이엘오가 만나 탄생한 「Xanadu」의 2010년 버전이다.

근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서 종종 발견되는 기계적이고 강박적인 반복리듬에 거부감을 가졌던 이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회귀한 골드프랩에게서 호감을 느꼈다면 보컬의 섬세함에 매료를 당했던 것은 아닐까. 발랄함, 관능미, 몽환적, 열정 등의 복합적인 매력이 앨리슨 골드프랩의 목소리에 혼재한다.

과거의 유산들을 정확히 꿰뚫어보지 못하고 ‘자칭 레트로’를 구사하는 것만큼 촌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단기적인 시선 모으기에 치중한 나머지, 외형적인 껍데기만 이식한 사례도 종종 봐왔지 않은가. 포스트 록 마니아들이 부모님의 박수를 받으며 한발씩 걸음마를 띨 무렵, 머리칼을 휘날리며 롤러장을 누볐을 두 베테랑은 레트로의 정석을 몸소 제시했다.

- 글 / 홍혁의(hyukeui1@nate.com)

트레인(Train) <Save Me, San Francisco> (2010)

재기에 성공한 이에게 더 큰 환호를 보내는 이유는 끝나지 않을 듯 계속된 처절함과 싸워 이긴 것에 대한 보상 때문일 것이다. 후미진 곳에서 재기만을 꿈꾸며 이를 갈았을 수많은 지난날의 스타들 중 하나였던 밴드 트레인. 그들이 다섯 번째 정규 작과 함께 외진 곳으로부터 무사 귀환을 알렸다.

지난 4년간은 트레인에게 있어 최대 위기상황이었다. 2006년 작 <For Me, It's You>의 저조한 성적은 밴드의 활동 중단을 낳았고, 설상가상으로 이듬해 리더 팻 모나한(Pat Monahan)이 발표한 솔로 프로젝트마저 머쓱한 결과를 얻는 데 그쳤다.

2009년 초,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팻 모나한과 기타리스트 지미 스태포드(Jimmy Stafford), 드러머 스콧 언더우드(Scott Underwood)는 다시 한 번 트레인이란 이름으로 재도약을 준비한다. 더 큰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에서 그들은 서로를 의지했고,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서 꽃피운 희망의 음악들이 바로 그들의 다섯 번째 앨범 <Save Me, San Francisco>에 담겼다.

루츠 록 사운드와 감성적인 발라드 간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의 오프닝 트랙은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Save me, San Francisco」. 가벼운 기타와 파워 넘치는 드럼 비트, 블루스 스타일의 건반의 어울림 속에 마린 카운티(Marin County)와 그곳에 위치한 금문교(Golden Gate Bridge), 미군 감옥으로 유명한 알카트레즈 섬(Alcatraz Island), 라이브의 명소인 필모어(Fillmore) 등을 가사 곳곳에 배치한 곡은 자신들의 고향인 이 도시를 위한 가슴 찡하면서도 완벽한 가이드 송이다.

미국 음반협회로부터 트리플 플래티넘을 이끌어내며 그들의 경력상 최고의 히트곡으로 기록된 경쾌한 트랙 「Hey, soul sister」(싱글차트 3위)와 킥 드럼과 만돌린의 조화에 모나한의 보컬이 듣는 이의 마음을 기분 좋게 흔드는 「I got you」까지 전반부의 곡들은 초반 리스너 끌어들이기를 능숙하게 수행한다. 중반부터는 그들의 특기인 발라드의 몫. 현악과 팻 모나한의 원숙한 목소리가 감정의 울컥함을 보듬는 「This ain't goodbye」와 「Words」, 앰비언트의 향취가 풍기는 「Breakfast in bed」를 지나 앨범은 간결하고 달큰한 어쿠스틱 발라드 「Marry me」로 끝을 맺는다.

루츠 록의 장점이기도 한 대중친화적인 멜로디와 가슴 시원해지는 사운드, 거기에 노련미 넘치는 팻 모나한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전체적으로 질척이지 않고 깔끔하게 느껴진다. 더불어 주목할 것은 그들이 지금껏 구사해온 고유한 사운드만을 고집하진 않은 점이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라이언 테더(Ryan Tedder)와의 작업을 통해 젊은 감성을 수혈 받았고 이는 본디 자신만의 사운드가 확고한 밴드의 음악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세련된 사운드로 재탄생했다.

만약 팝 음악계에 미 여자 프로골프투어(LPGA)의 ‘헤더 파 상(Heather Farr Award)’이나 미 프로야구(MLB)의 ‘올해의 재기상’과 같이 명망 있는 부문이 있다면, 올해의 영광은 응당 트레인(Train)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루츠 록 밴드는 절실함이 묻어나는 제목의, 하지만 결코 얄팍하거나 비굴하지 않은 컴백작 <Save Me, San Francisco>를 통해 팝 신의 전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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