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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력 가수의 부재를 만회할 ‘디바’가 돌아오다 - 거미, 폰부스, 유발이의 소풍

힙합 알앤비의 타이틀 곡 「남자라서」에서는 강한 비트에서도 돋보이는 거미의 보컬이 여전히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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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곡인 「그대 돌아오면」 「기억 상실」 등 가창력을 극대화하는 파워 보컬을 들려준 거미는 <Unplugged> 앨범과 전작 「미안해요」를 기점으로 톤 다운된 보컬을 들려주었습니다. 시원스레 터져주는 가창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조금 심심했을지 몰라도, 그 탄력적인 그루브나 타고난 감성 보컬까지 숨길 순 없었죠. 힙합 알앤비의 타이틀 곡 「남자라서」에서는 강한 비트에서도 돋보이는 거미의 보컬이 여전히 매력적이네요. 또, 모든 연주자들이 한번에 녹음하는 ‘원 테이크’ 방식으로 레코딩된 로크롤 밴드 ‘폰부스’, 앨범에서부터 사랑스러운 사운드가 감지되는 ‘유발이의 소풍’도 함께 감상해 보세요.

거미 <Loveless> (2010)

트렌드 음악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천편일률적인 스타일 탓에 다양한 사운드가 나오지 못한다는 점과 해당 장르에 접근하지 않았던 가수들마저 대세를 따라 도전하게끔 되는 양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흑인음악 기반의 발라드를 선보였던 거미는 <Loveless>를 통해 후자의 모습을 선보인다.

중요한 건 이것이 두 번째라는 거다. 거미 최초의 댄스 타이틀 「미안해요」(2008)로 그녀는 당시 불기 시작한 전자 음악 유행에 민첩한 반응 속도를 자랑했다. 낯설 수 있었던 분야에 발을 디디며 다른 영토에서도 어색함이 없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반복적인 소스를 선택한 건 2년의 공백 동안 변하지 않은 가요계의 분위기를 의식한 거 같다.

전작과 겹쳐지는 이미지가 조금 식상하나, 그래도 거미는 거미다. 선배 가수들이 칭찬할 정도로 노래 실력이 출중한 그녀는 이번에도 본분을 다한다. 비트가 빨라지는 후렴에서 침착한 호흡과 섬세한 바이브레이션을 선사하는 「그만 헤어져」, 오토튠의 효과가 더 어울릴 거 같은 상황에서도 직접 음정의 기교를 섞으며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낸 「누구세요」는 유행 안에서도 거미가 가지는 강점을 발휘한 곡이다.

그러나 「그만 헤어져」 「Because of you」를 들으며 떠오르는 건 또 다른 ‘원곡’이다. 프로그래밍 사운드를 넣은 두 곡이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것은 사실이나, 왠지 평소 그녀가 불렀던 발라드가 기반일 거 같은, 그리고 그것이 더 자연스러울 거 같은 느낌이 감지된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거미만의 색깔을 선보일 기회를 포기한 채 시장의 입맛을 맞추는 거에 더 열중한 것이다.

4장의 정규 앨범을 낸 가수로서는 용기가 부족한 거 같다. 비록 <Loveless>가 6곡의 짧은 트랙으로 이루어진 미니 앨범이지만, 그 안에서도 그녀만의 존재를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장점을 살리기보단 지나친 주변 의식을 통해 타협안의 요소들만 파고든 거 같다. 지금 당장이야 차트를 노리는 방법이겠지만, 훗날 그녀를 기억할 수 있는 앨범이 될지는 의문이다.

-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폰부스(Phonebooth) <By Me For Me Of Me> (2010)

젊음의 포효를 이들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다. 사랑, 현실, 인생에 관한 내용이 펼쳐지는 노랫말과 넉넉한 에너지가 전해지는 반주의 만남은 그야말로 젊음이 갖는 생생함의 표출이며, 건강한 울부짖음이다. 그 덕분에 폰부스(Phonebooth)의 노래를 접하는 이들은 즉시 어딘가 뻥 뚫리는 기분이라든가 후련함을 맛볼 수 있을 듯하다.

로큰롤, 펑크를 비롯해 록의 원초적이며 스트레이트한 표현이 배어들었던 데뷔 앨범 <The Way To Live On>에 비해 이번에는 리듬감이 증가했으며 멜로디를 깔끔하게 뽑아내는 데에도 공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윈디 시티(Windy City)의 정상권이 퍼커션 연주에 특별 참여한 것이나 오케스트레이션, 건반 악기의 삽입 때문일 것이다. 더욱 풍성해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럼에도, 힘이 넘치는 기타 리프와 흡수하기에 좋은 뛰어난 선율감은 여전히 이어진다.

생물 같은 활기가 전면에 부각되는 첫 곡 「Please please please」부터 그룹의 장점인 힘과 귀에 쉽게 박히는 멜로디 구성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염세적인 시선을 뉴 웨이브풍의 반주로 풀어낸 「Come to the fight」, 자유롭고 활력적인 기상이 묻어나는 가사와 시원스러운 코러스가 멋스럽게 들리는 「Realize」, 브라스 연주가 덧대어 다이내믹한 댄스 록의 모양을 내는 「1,2,3,4,5,6,7」과 청춘의 고민을 경쾌하게 해석한 「스물스물 스무살」은 폰부스의 최대 매력인 쾌활함을 제대로 만끽할 노래들이다.

반면에 타이틀 곡으로 낙점된 「별빛에 젖어」는 조금 다른 골격이다. 빠르지도 않고 억세지도 않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렵고 고된 삶을 사는 사람의 쓰라린 심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가사와 편한 후렴이 인상적이어서 금방 적응이 된다. 슬픔이 지배하지만 사물에 비유하는 처지의 표현은 재미를 안겨 준다.

이번 앨범은 연주자들이 한꺼번에 동시에 연주하는 ‘원 테이크 레코딩’으로 녹음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연주자나 가수가 개별적으로 녹음해 수정, 보완을 반복하는 요즘의 일반적인 관례에 반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것은 멤버들 간의 호흡과 연주력, 밴드 음악만이 갖는 청각적 질감을 유감없이 나타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로써 나타난 결과는 깔끔하고 명확한 합일이니 이들의 기량이 뛰어남은 물론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사실도 증명하고 있다.

2006년 비정규 앨범 <The Band Who Sing Time Truly>를 출시하며 데뷔한 폰부스는 얼마 안 되어 일본과 동남아에서 열리는 록 공연에 초청될 만큼 일찍부터 뛰어난 실력을 검증받았다. 매체에 소개된 적이 없음에도 이 EP는 두 달 사이에 300장 이상 팔려나가며 음악 팬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폰부스의 음악을 만나본 적 없는 이가 이번 앨범을 듣는다면 일련의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디 록 신의 기대주로 입지를 다지는 그룹답게 두 번째 앨범에서 향상된 표현력을 과시한다. 또한, 이글거리는 청춘의 기개, 혈기와 재기로 채워진 노랫말과 소화 잘 되는 선율이 알맞게 화합하기에 유쾌하고 박력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다. 지난번에 이어 1년 만에 또 한 차례 근사함을 내비치고 있다.

-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유발이의 소풍 <유발이의 소풍> (2010)

크레파스로 칠해진 앨범 커버와 밴드 이름에 쓰인 ‘소풍’이란 단어로 떠오르는 건 밝은 분위기다. 봄이 생각나기도 하고, 여유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 좋은 어쿠스틱이 그려지기도 한다. 거대한 치장보단 소소하면서도 자연스러울 거 같은 음악. 예상대로 <유발이의 소풍>엔 예쁜 기운이 감지된다.

팀의 보컬이자 유일한 홍일점인 유발이를 중심으로 3명의 남성이 존재하는 유발이의 소풍은 엷은 색조의 사운드를 지향하는 밴드다. 이런 기반을 두게 되는 건 이들의 전신이 재즈 밴드(Heum)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건반을 맡았던 유발이와 드러머 이광혁이 기타 치는 후배 김은성을 영입하며 지금의 팀을 탄생시켜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2009)의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으며 이목을 끌게 됐다.

소풍을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유발이의 소풍>은 지향대로 환하고 가볍다. 리듬 기타의 움직임이 봄의 살랑거림을 떠오르게 하는 「봄이 왔네」, 완구용 피아노와 셰이커의 등장이 가사를 어루만져주는 「그런 얘기」, 이별 역시 경쾌한 반주로 이겨내는 「이별도 아무렇지 않았잖아」 등 이들은 밴드 결성의 초심을 즐겁고 재치 있게 풀어나간다.

그러나 아쉽게도 <유발이의 소풍>에선 꽃이 피는 계절만큼의 신선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그 이유는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선발 주자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 「곰돌아 미안해」에서 피처링을 한 조준호의 팀 ‘좋아서 하는 밴드’도 이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향한다. 큰 무대가 아닌, 당장 옆에서 들려주듯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디자인이 이미 서교 음악시장 안에서 종종 접하게 된 것이다.

물론 유발이의 소풍은 재즈에서 익숙히 접했던 컴핑을 쓰기도 하고, 달리는 음악의 대표 주자인 크라잉넛의 한경록(캡틴락)이 피처링에 참여하며 다른 이미지를 구축해보지만, 이들만의 남다른 색깔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일상에서 쓰이는 단어들을 가사에 심으며 산뜻한 편곡으로 힘차게 나가보지만 듣는 이를 흡수할 만큼의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는다.

경쟁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팀의 색깔도 무뎌지기 마련이다. 20대에 접어들며 잊히는 소풍이란 추억을 꺼내 든 만큼 과거의 설렘을 실감나게 느껴줄 만한 비책이 필요하다.

-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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