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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칼럼 사기단’을 조심하라

사기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나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 준석과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은서에게 매주 글을 쓰게 한다. 갖가지 주제를 던져 줄 것이다. 가족과 학교와 친구와 세상의 여러 일들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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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함께 글을 쓰기로 한 아빠·아들·딸 3인이 연재 기념 토론회를 열다

‘일가족 칼럼 사기단’이 될지도 모른다.

아빠와 아들, 그리고 딸이 함께 칼럼을 쓰면서 사기 행각을 벌인다는 상상은 끔찍하다. 사기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나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 준석과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은서에게 매주 글을 쓰게 한다. 갖가지 주제를 던져 줄 것이다. 가족과 학교와 친구와 세상의 여러 일들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게 할 계획이다. 함량 미달의 글에 대해선 다시 쓰게 한다. 때로는 아빠의 성에 찰 때까지 쓰고 또 쓰게 한다. 그 글들을 기본 재료로 삼아 아빠는 이곳에 글쓰기 칼럼을 연재한다. 아이들에게 글쓰기에 관해 한 수 가르쳐 주는 척, 이 칼럼을 읽으면 꼬마 독자들의 글쓰기 실력은 물론 엄마, 아빠 독자들의 글 지도력까지 높아지는 척 폼을 잡을 예정이다. 기대를 품고 이 칼럼을 읽은 독자들이 ‘이상한 일가족’에게 사기당했다며 화를 내지는 않을까 두렵다.

그럼에도 감히 일을 저질러 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이 어찌 ‘사기단’이 될 수 있느냐며 ‘사기 진작’을 꾀하는 의미에서 아이들과 작은 토론회를 열었다. 진지한 대화를 나누려 했는데 자꾸만 엉뚱하게 피식 피식 새 버렸다.

노력을 해야지! 어떤 노력? 수많은 노력!.


아빠: 글을 써보니 어때?
은서: 글 솜씨가 느는 것 같아.
아빠: 어떻게?
은서: 쑥쑥.
준석: 너 바보 아니니?
아빠: 글을 써 보니 어렵디?
준석: 길게 쓰는 건 좀 어려웠어.
은서: 난 하나도 안 어려웠어.
아빠: 정말?
은서: 어, 난 머리에 생각나는 게 딱딱 바로 나와.
준석: 헐~
아빠: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준석: 당근이지.
아빠: 왜?
준석: 외고 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입학사정관제에도 마찬가지고.
아빠: 입학사정관제에 어떻게 도움이 돼?
준석: 아니다, 취소. 잘못 말한 것 같다. 그냥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을 수 있잖아.
은서: 자랑스럽겠다. 상을 받으니까.
준석: 논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고.

보다시피 개념이 별로 없다. 동생 은서에 비해 오빠 준석이라고 월등히 낫지는 않다. 무개념 속에서도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가 없지는 않지만.

아빠: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해?
은서: 책을 많이 읽어야지. 논술책.
준석: 지식이 많아야 해.
아빠: 지식이 많으려면?
은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해.
준석: 그게 그 말이잖아. 무엇보다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해야지.
은서: 신문반에 들어가서 글을 써야 해.
아빠: 어떤 글이 좋은 글이야?
은서: 좋은 글.
준석: 사람들에게 교훈과 감동을 주는 글.
아빠: 그게 뭔데?
준석: 예를 들어 지독하게 못사는 사람이 있는데, 엄청난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나중에 성공하는 이야기.
은서: 수준이 높은 글.
준석: 넌 생각 좀 있게 이야기해.
은서: 흥, 내 말이 어디가 어때서.
준석: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쓴 글이 좋지.
아빠: 경험만 많이 하면 돼?
준석: 아니요.
은서: 노력을 많이 한 글.
아빠: 어떤 노력?
은서: 수많은 노력.
준석: 장난하니? 정말 썰렁 개그다.
아빠: 준석이 말이 맞네.
은서: 아빠, 그러면 뽀뽀 영원히 안 해 주는 수가 있다.
준석: 핵심을 금방 알 수 있다면 좋은 글이야.
은서: 칠전팔기 모험가의 글. 아니면 천재가 쓴 글.
준석: 쓰고 또 쓰고 수정한 글. 그러면서 좋아지는 거야.

소통의 무기, 생존의 무기, 으악 핵무기

아빠는 토론 끝머리에 “글은 무기”라는 말로 운을 뗐다. 준석은 ‘The pen is mighter than the sword’(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영어 구절을 들먹이며 뭔가 알아먹겠다는 티를 냈다. “그러니까 사람을 설득시키는 무기라는 거죠?” 은서도 한마디 보탠다. “으응?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 “그렇지. 그러니까 글은 소통의 무기이자 생존의 무기야. 자기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면 나만의 경쟁력이 생기고 더 나아가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지.” 딸은 하품을 했다. 내친김에 좀 더 어려운 표현을 써 봤다. “예전에 아빠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글은 커뮤니케이션의 핵무기라고. 알아먹겠어?” 두 아이의 마지막 반응은 대조적이었다. “응응, 그러니까 글을 잘 쓰면 사회를 주름잡는다는 얘기?”(준석), “아함, 졸려. 제발 그만 자자.”(은서)

***

‘순전히 내 생각’을 많이 하자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재 첫 회를 맞이하여 고준석과 고은서에게 바로 그 주제를 주고 글을 쓰게 했다. 별도의 가이드라인 없이 니들 멋대로 써 보라고 했다. 먼저 초등학교 4학년 고은서의 글을 보겠다.

부모님 중 한 명은 소설가여야 해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할까? 글을 잘 쓰려면 수준이 높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의 글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노력을 많이 해서 성공한 사람의 글을 읽으면 노력의 힘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험을 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경험을 많이 해보면 그곳에 대한 글이 딱! 딱! 머리에 오기 때문이다. 또, 글을 잘 쓰려면 엄마, 아빠 중에 한 사람이 소설가여야 한다. 왜냐하면, 유전적으로 부모님 중에 소설가가 있으면 딸, 아님 아들이 소설가가 될 가능성이 70%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명한 논술 학원에 다녀야 된다. 왜냐하면 논술 학원 선생님은 논술을 잘 아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글을 잘 쓰도록 지시해 주시기 때문이다.

‘-해야 한다, 왜냐하면 -때문이다’가 계속 반복된다. 쯧쯧, 이 버릇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익혔지? 글을 잘 쓰려면 엄마, 아빠 중에 한 사람이 소설가여야 한다고? 은서는 글을 잘 쓸 수가 없겠네? 하지만 천천히 따지기로 했다. 그냥 한 번 더 써 보라고 했다. “글이란 이렇게 쓰는 것”이라고 장황한 설교를 성급하게 퍼부을 필요는 없다. 많이 써보는 게 더 중요하다. 은서는 또 썼다.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글쓰기?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논술 잡지를 보는 것도 좋다.

논술 잡지에는 논술에 대한 상식도 들어 있고, 재치도 있는 글도 들어 있고, 재미있는 만화도 있어서 아이들이 잘 읽게 되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이제는 그런 잡지는 어린아이들만 읽는 것이다. 고등학생, 중학생, 그 정도는 이제 수능이 문제다. 그냥 <OOOO>(논술 잡지 이름 가명 처리 - 아빠 주)에는 어린아이들이 읽을거리만 나와 있지 중학생, 고등학생들에게 필요한 ‘수능’ 이야기는 안 나온다.

<OOOO> 같은 논술 잡지는 하급 수준의 잡지이다. 이제는 중·고딩은 조금 수준 높은 논술 잡지를 봐야 한다. 하지만, 어린…… 한 8살 때부터 하급 수준의 논술 잡지라도 차근차근 읽어 가며 중·고딩이 수능을 볼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잡지를 본다고 해서, 정확히 실력이 는다는 것은 아니다. 어쩔 땐 만화나 특집 이야기만 술술술 나오기도 한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모두 만화만 보게 되어 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사람들 모두 만화를 좋아한다. 잡지에도 만화만 본다. 재미없는 특집에도 만화가 나오면, 무조건 본다. 하지만 우등생은 글만 읽는 것도 있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책’ 읽기이다. 책에는 여러 갖가지 지식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바로 ‘판타지’ 책이다. 판타지는 어린이에게 꿈을 키워 주는 책이다. 하지만 어떨 때는 글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특히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은 스티븐 호킹이 쓴 『유혹하는 글쓰기』이다.

그것을 읽어 보면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세상에 널리 퍼져 있다.

너무 어려운 주제를 줬는지도 모른다. 쓰는 와중에 “안 하면 안 돼?”라는 투정을 여러 번 부렸다. 억지로 쥐어짜서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오락가락, 횡설수설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요점이 안 잡힌다. 웃긴 것은 영국의 천재 과학자 스티븐 호킹이 글쓰기 책을 썼다는 대목이다. 은서에게 물었다. “스티븐 호킹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 “아빠 책장에 있는 책 제목을 봤잖아 ㅋㅋ.” 맙소사, 그 『유혹하는 글쓰기』 책의 저자는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이었는데……. 은서 말대로 스티븐 호킹이 글쓰기 책을 쓴다면, 음…… 제목이 ‘블랙홀 글쓰기’여야 하지 않을까? 블랙홀처럼 엄청나게 빨아들이는 글쓰기?


다음은 중학교 1학년 고준석의 글이다.

느낌이 올 때 바로 쓰는 거야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하기 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질문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하느냐’이다. 그렇다. 사실상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떤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가?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음…… 글을 잘 쓰려면……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나는 일단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동생이 이야기 얘기를 했을 때 ‘세라’라는 여자가 콩국수를 먹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여기서 ‘세라’라는 외국인은 영국인이나 아니면 미국인, 아니면 다른 나라 사람이건 간에, 우리나라나 동양인은 아닌데 ‘서양 사람이 콩국수?’, 이것은 순전히 맞지 않는 얘기다. 따라서, 글을 잘 쓰려면, 위의 예처럼 엉뚱하고 이상하게 쓰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은 필수이다. 사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서로 연관성이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두 번째로 ‘글을 잘 쓰려면 어찌해야 잘 쓸 수 있겠습니까?’의 예시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물론, 선천적으로 글을 잘 써서 책을 많이 읽지 않고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긴 하다. 내가 그 예인데, 하여튼 그런 경우나 기타 등등을 제외하고는 책을 많이 읽지 않고서는 글을 잘 쓸 수 없다. 그러므로, 글을 잘 쓰려면 책을 가까이해야 한다. 여기서, 글을 잘 쓰는 방법들에 연관이 있는 이치를 추려 낼 수가 있다. 예로 두 번째 예와 첫 번째 예의 연관성을 들춰내자면, ‘책을 많이 읽으면 그만큼 지식과 경험이 쌓이기 때문에 글을 잘 쓸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런 연관이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글을 많이 읽어라’의 일부분이다. 자, 그럼 셋째 예시 들어간다!

셋째 예시는 ‘신문, 잡지, 기타 등등의 글을 많이 접해라’이다. 이것 역시 첫 번째 예시와 관련이 있다. 특히 신문 같은 경우에는 시사를 읽어 좋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첫 번째 예시와 연관이 더욱 깊다. 하여튼, 책이나 신문, 잡지 같은 글을 많이 읽게 되면 그만큼 지식이나 경험이 쌓여 글을 잘 쓸 수 있게 된다,라는 거다.

넷째 예시는, ‘글을 많이 쓰자’라는 것이다. 뭐든 더욱 고치고 더욱 바라보며 지킬수록 더욱 섬세해진다고들 한다.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위의 예시로서 제시되었었던 책을 많이 읽고(글을 많이 읽고) 경험을 쌓고 지식을 쌓아야 글을 잘 쓸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람이 쓴 글이 무조건 매우 잘 썼다는 그런 경우는 없다. 책이나 글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계속 써서 글쓰기 실력을 높이고 고치고, 또 고쳐서, 잘못된 걸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기 등도 좋은 방법이다.

다섯 번째는 순전히 내 생각이다. 바로 생각날 때, 느낌이 올 때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쓴다는 것이다. 생각나고 느낌이 떠오를 때 쓰는 글이, 어떨 때는 최고의 글이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는 정말 내 생각이다. 바로 남이 쓴 글과 자신이 쓴 글 등을 서로 비교해 가며 읽는 것이다. 그런 방법을 이용한다면, 남의 생각에서 지식을 따올 수 있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남의 글의 부족한 점을 생각으로 보완하여, 자신의 글 실력을 높일 수 있다.

본인이 책을 많이 읽지 않고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의 예라고? 이런 근거 없는 자랑질 같으니라고! 이 부분만 빼면 틀린 말이 별로 없다. 주술 관계의 오류가 보이고 어렵게 꼬아서 쓴 문장들이 몇 개 걸리지만 다음에 이야기하자. 은서보다는 논리가 정연하고 의젓하다. 특히 ‘순전히 내 생각’이라고 전제하고 쓰는 부분은 좋다. ‘순전히 남의 생각’이 아닌 ‘순전히 내 생각’은 글을 쓰는 데서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순전히 말도 안 되는 너만의 생각’이라면 비웃음만 당하겠지만 ‘순전히 독창적인 너만의 생각’이라면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자신만의 시각이며,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앞으로 그런 좋은 글을 많이 쓰길 바랄 뿐이다. 준석아, 잘해 보자. 은서도 화이팅!

※ 운영자가 알립니다
<고경태의 초딩중딩 글쓰기 홈스쿨>은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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