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모던록에 유쾌한 펑키 댄스를 덧입히다 - 불독맨션 <Funk> (2002)

새 천년 들어서 출현한 밴드 ‘불독맨션’은 2002년 데뷔 앨범의 제목을 아예 <Funk>로 내걸었다. 우리 청취 정서를 감안하면 과감하지만 비주류 트렌드로써는 ‘시의성’을 담보한 타이틀인 셈이다. 물론 이들은 그저 신나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펑크를 한다고 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2006년, 정통 브라질 음악을 표방한 ‘소히’의 앨범을 기억하시나요? 타이틀곡 「앵두」를 비롯하여 보사노바 리듬의 상큼한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도 사랑을 받았었죠. 여전히 브라질의 역동적 리듬을 실은 소히의 2집이 얼마 전 발표되었습니다. 1집과는 편곡적인 면에서 조금 차이를 두었는데 이는 바로 프로듀서 ‘이한철’의 디렉팅이 있었기 때문이죠. 펑크(Funk), 발라드, 모던록 등 어떤 장르에서도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언제 들어도 유쾌한 그의 작법은 바로 ‘불독맨션’의 이름으로 발표한 2002년 <Funk>앨범에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불독맨션 - <Funk> (2002)

비트를 잘게 나누는 연주 중심의 음악 펑크(funk)는 선율 위주로 음악을 듣는 우리 팬들과는 별 인연이 없는 음악이다. 우리한테는 형용사 ‘펑키’로 더 알려진 이 음악은 가끔 춤출 기분이 날 때는 끌릴지 몰라도 감상용으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도 펑크는 새 천년 들어 국내의 인디 밴드나 힙합 그룹들 사이에서는 너도나도 한번 손대어 보는 주요한 음악 코드로 부상했다.

새 천년 들어서 출현한 밴드 ‘불독맨션’은 2002년 데뷔 앨범의 제목을 아예 <Funk>로 내걸었다. 우리 청취 정서를 감안하면 과감하지만 비주류 트렌드로써는 ‘시의성’을 담보한 타이틀인 셈이다. 물론 이들은 그저 신나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펑크를 한다고 했다. 실제로도 신나는 펑크, 연주자 입장에서는 할 맛 나는 펑크를 연주한다.

이런 음악적 즐거움 말고 앨범의 의미망은 ‘밴드에 의한 록’이라는 실험성에 있다. 그땐 그래도 ‘롤러코스터’나 ‘체리필터’와 같은 부분적 밴드 성공 사례가 있었다. 밴드 록이 조금은 날갯짓하고 있었음에도 불독맨션이 밟은 길은 험난했다. 일각의 전문가들로부터 수작이라는 칭찬을 들었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 이 앨범에 이어 2004년 두 번째 앨범 <Salon De Musica>를 냈지만 이후 지금까지 신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팀은 해산한 게 아니라 휴지기라고는 하지만 산물은 감감무소식이다.

불독맨션은 이 시대 음악 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한철의 그룹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대학가요제 대상을 타면서 제도 음악계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솔로 앨범이나 그룹 ‘지퍼’를 통해 오히려 인디 쪽으로 선회한 인물이다. 그의 지향은 본 앨범의 수작 「Milk」의 ‘똑같은 길을 가는 건 싫어’라는 노랫말 하나로도 알 수 있다.

앨범은 한마디로 유쾌한 펑키 파티다. 타이틀곡 「Destiny」를 비롯해서 영화 음악으로도 소개된 「Apology」(사과), 연주 하모니가 무척이나 견고한 「Milk」, 스카 리듬을 그들 식으로 해석한 「Stargirl」(내 사랑을 받아주오) 등 전 곡이 매력적이다. 이한철의 ‘곡 만들기’ 재능 또한 물이 올랐다.

색깔, 템포, 느낌 등을 다채롭게 가져가려는 밴드의 갖가지 노력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수록곡들은 당시 ‘한국에도 이런 밴드, 이런 음악이 있었나?’ 하는 경이감마저 불렀다. 특히 한국적인 멜로디를 붙여 청취자에 다가가려는 고민이 투영된 곡 「눈물의 차차」와 내달리는 느낌으로 연주의 맛을 최대한 부각한 「She is my dance sister」는 그들 음악 정체의 좌우 양극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모던록은 예나 지금이나 마니아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불독맨션은 거기에 펑키 댄스의 즐거움을 이입해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고자 했던 점에서는 나름의 음악적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들은 또한 음반이 아닌 공연으로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방송도 출연하지만 우리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활동은 라이브다. 공연할 때가 가장 자연스럽다”고 한 이한철은 클럽 콘서트에 사력을 다했다.

불독맨션은 그러나 주류 TV 음악과 분리된 음악을 들려주는, 들려주고자 하는 지향으로 정의되는 것을 거부한다. 협소한 장르의 주류 음악에 감염된 사람들을 향해 ‘우리의 주류 음악은 비주류 감성의 수혈이 절실하다’는 점을 일깨우려는 시도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설명일 것 같다.

맹렬한 비주류 전사의 포효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앨범 도처에 다수가 공감할 재미와 대중적인 장치들을 배치해 놓은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이제는 다수의 기억에서 퇴각해 가고 있지만 2002년의 수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앨범이다. 앨범 자체의 음악적 완성도를 떠나 비주류의 당시 음악 코드가 펑크로 변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몇 년밖에 흐르지 않은 지금의 우리 음악계에서는 이런 실험마저도 가물가물하다.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