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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선정 2009년 올해의 가요·팝 앨범, 싱글

‘헬로우 루키 오브 더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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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말에 치러진 ‘헬로우 루키 오브 더 이어’에서 우승을 한 국카스텐은 2009년 2월에 첫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역량을 더 많은 대중에게 과시했다. 비록 대표곡인 ‘거울’이 일부 음악팬들에게 ‘국카스텐은 그저 재미난 밴드’라는 선입견을 심어주기도 했지만, 음반은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그러한 선입견을 일소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하현우의 흥미로운 노랫말과 설득력을 띤 가창력, 그리고 기타리스트 전규호의 영리한 이펙터 운용은 한국 록 음악에 건강한 자극이 되었다. 벌써 2집이 기대될 정도로 네 남자의 자극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올해의 가요 앨범

국가스텐 <Guckkasten>

2008년 말에 치러진 ‘헬로우 루키 오브 더 이어’에서 우승을 한 국카스텐은 2009년 2월에 첫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역량을 더 많은 대중에게 과시했다. 비록 대표곡인 ‘거울’이 일부 음악팬들에게 ‘국카스텐은 그저 재미난 밴드’라는 선입견을 심어주기도 했지만, 음반은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그러한 선입견을 일소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하현우의 흥미로운 노랫말과 설득력을 띤 가창력, 그리고 기타리스트 전규호의 영리한 이펙터 운용은 한국 록 음악에 건강한 자극이 되었다. 벌써 2집이 기대될 정도로 네 남자의 자극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드렁큰 타이거 <Feel gHood Muzik : The 8th Wonder>

모두들 저자세로 잔뜩 웅크리던 시점에 신선한 충격파를 퍼뜨린 두 장의 힙합 대서사시. 총 27개의 방대한 트랙 가운데에서 음악과 로맨스에 빠진 뮤지션으로서, 때로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자녀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뜻밖의 질병과 침체된 시장 상황을 모두 극복하고 권좌에 복귀한 호쾌한 역전 홈런.








비갠 후 <City Life>

모처럼 소외된 정통 록을 접한다. 펑크, 일렉트로니카, 모던 록이 질펀한 근래 록 풍토에 대한 카운터펀치이자 개발과 기존 가치 고수에 혈안이 된 세상을 향한 일갈이다. 1960년대 블루지한 록에의 헌정을 통한 엣지, 간지, 재미, 센스 등 트렌디한 정서의 포박은 통쾌함마저 부른다. 재래식 사운드와 현실비판 메시지라는 록 미학의 재림!







서울전자음악단 <Life Is Strange>

주류 음악 신에서는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진지한 음악이다. 대한민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들 신윤철과 신석철, 그리고 김정욱이 표출하는 록에 대한 진득한 애정이기도 하다. 음반은 나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때로는 거칠게 내달리는 연주를 앞세워 정중동의 기운을 발산한다. 큰 규모를 형성하는 반주와 마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악기의 하모니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매력이다. 감동보다는 한순간의 재미만을 목적에 두는 인스턴트식 댄스 음악이 난무하는 때라서 이들의 음악이 더욱 귀하게 들린다.



심성락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74세 아코디언 연주 거장의 첫 독집. ‘50년 만의 데뷔 앨범’이라는 홍보 타이틀이 말해주듯 이 세상에서 가장 늦은 처녀작이다. 그에게 음악 자양분인 바람, 세월의 이끼 그리고 그것들이 그려낸 나이테가 아니면 불가능한 관록의 두터운 터치가 여기 있다. 조성우, 박기헌, 신명수, 황상준 등의 영화 음악가들이 쓴 곡들에 흐르는 아련하고 처연한 아코디언 음색의 여운은 깊다.






오지은 <지은>

‘진공의 밤’을 허우적대면서 그르렁대다가도 긍정의 ‘인생론’을 펼 줄 아는 엽기적 명랑 소녀, 실연 앞에서도 연약한 눈물보단 사랑의 본질을 되묻는 터프한 여자. 홍대 신의 감성적 팬들을 단숨에 흡수해버린 저음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지은>에서 풀어놓는 자화상들이다. 간만에 사람 엿보는 재미가 있는 음반. 방황하면서도 멋들어지게 잘만 살아가고 있는 지금 20대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윤상 <그땐 몰랐던 일들>

냉정히 들릴 수도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온화한 감성 멜로디를 입힌 절묘함.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음악적 역마살이 찾아낸 신세계를 보는 듯한 앨범이다. 과거의 스타일에 동시대적 트렌드를 얻은 자기 내면에서 신과 구를 조합시킨 이채로움이 느껴지는 음악이다.








이수영 <Dazzle>

비음 섞인 부드러운 음색의 ‘유지’와 여전히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도전’과의 최상 밸런스. 서서히 음악적 진폭을 넓혀 가는 그의 ‘확장’이 부담스럽지 않은 건 보컬의 정체성을 놓지 않은 채 이뤄온 다양한 접근 때문이다. 블루지한 감성(「내 이름 부르지 마」)에서부터 규모와 편성의 스케일이 큰 발라드(「아이예」), 충만한 스윙 감각 (「Doobidooo」)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목소리 하나로 가수로서의 표현력을 완성했다.





에픽 하이 <e>

이미 2009년 한 해 동안 두 장의 앨범을 내며 성실함과 매진함을 드러냈던 그들이 더블 CD로 구성된 여섯 번째 정규 앨범 <[e]>로 다시 한 번 근면과 노력을 부연, 증명했다. ‘감성’과 ‘활기’로 열다섯 곡씩 분할한 작품은 두 카테고리에 맞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어 집중도를 더욱 높인다. 일렉트로니카와 결합한 트렌디한 반주와 하드코어, 나긋나긋한 분위기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사운드에 타블로와 미쓰라가 표현하는 감수성 짙은 노랫말이 조화를 이뤄 감흥을 늘린다. 이번 음반 역시 대중적이면서도 튼튼한 짜임새로 에픽 하이만의 특징을 과시하고 있다.



휘성 <Vocolate>

중견으로 접어든 가수의 모범적 행보. 매번 발전을 거듭해온 보이스 컬러와 기교. 함께 성장한 프로듀싱 능력은 드디어 <Vocolate>를 통해 정상 궤도에 올랐다. ‘자기’만의 앨범을 만들기 위한 보컬리스트로서의 노력과 작곡가로서의 열정이 선명하게 들린다. 이제 휘성은 싱어를 넘어 뮤지션의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올해의 가요 싱글

김사랑 「취중괴담」 <Behind The Melody>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돌아온 김사랑의 화법은 허심탄회였다. 다양한 음악적 융합의 분기점을 거쳐 온 그였기에 모던 록으로 회귀한 울림의 진실성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진담이 때로는 괴담처럼 들려오는 광기의 시대에서 쩌렁쩌렁하게 토해 내는 회심의 사자후.








김태우 「사랑비」 <T-VIRUS>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의 솔로 활동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디스코그래피는 쌓이는데 정작 특별한 상업적 성과는 못 이루는 경우와 작품을 낼 때마다 어느 정도 히트를 기록하고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경우다. 김태우는 후자에 포함되는 인물이다. 단순히 전에 활동하던 팀의 명성만 믿고 활동하는 몇몇 가수들과 달리 그는 꾸준히 자신을 발전시키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흡인력 있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사랑비」는 보컬을 계속 가꿔 나가는 그의 노력도 확인 가능하다.




서태지 「Replica」 <Seotaiji 8th Atomos>

음악을 두른 인생을 통틀어 창작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던 서태지는 이제야 그 날개를 활짝 펼친 듯하다. 갖가지 요소가 압축된 강력한 메탈 사운드에서는 새로움을 가장한 시도보다 기준을 지키려 애쓴 땀의 흔적이 돋보인다. 서태지의 욕심, 이것은 낯선 것으로부터 얻는 충격을 가뿐히 뛰어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필수 에너지다.







신승훈 「그랬으면 좋겠어」 <러브 어 클락 (Love O`clock)>

신승훈이 ‘발라드 킹’ 타이틀을 내려놓고 새로운 장르 탐색을 꾀한 두 번째 ‘거침없는 하이킥’. R&B 음색과 거리가 먼 맑은 음색으로 대척 장르로 치달려간 은근한 자기 전복이 놀랍다. 풍성한 코러스와 악기의 배치는 듣는 묘미를 더하는 매력적인 요소.








알리(ALi) 「365일」 <After The Love Has Gone>

개성 강한 음색과 탄탄한 성량이 만들어낸 강펀치.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사랑 노래에 완벽한 생명을 불어넣었다. 단편 드라마와도 같은 군더더기 없는 가사 또한 곡에 찰기를 더한 중요 포인트다.









윤미래 「떠나지마...」 <떠나지마...>

아이돌 그룹의 히트 전략으로 전락한 상업적 후크 송들의 범람 속에서 팝 본연의 진짜 ‘반복’의 미학을 보여준 곡. 지극히 단순한 “떠나지마~” 선율은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곡의 중추 역할을 하며 중독적으로 강조된다. 진한 애틋함을 자아내는 윤미래의 보컬도 수준급. 오르간과 소울 풍의 복고적 편곡도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를 품격 있게 절충하고 있다.

정엽 「잘지내」 <잘지내>

곡의 형식에 일탈을 불러온 「후크송」의 잠식 속에서도 ‘기승전결’ 분명한 정통 알앤비 발라드는 또렷한 선율을 남겼다. 탄력 있는 바운스감의 보컬 디렉팅, ‘에코 브릿지’의 감성이 더해진 단아한 멜로디는 전작 「You're my lady」보다 더 농도 짙은 리듬감, 그러나 감성 충만했던 알앤비 싱글이었다. 넘실대는 리듬을 타면서도 결코 잃지 않는 감미로움. 보컬 지망생들의 ‘롤모델’이라는 타이틀은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캐스커 「향」 <Scent>

반복적인 비트로 자칫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 전자 음악 유행 속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캐스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따뜻한 일렉트로닉 팝 스릴! 융진(여)의 나긋한 보이스와 준오(남)의 편곡 센스가 ‘향’기롭다.

2NE1 「Fire」 <2NE1 1st Mini Album>

둔중한 비트 속에 곡의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인트로의 8마디. 한두 개의 멜로디 변주를 통해 발전시켜나가는 전개와 곡 전체를 장악하는 차가운 전자음은 힙합의 애티튜드와 클럽 신의 트렌드를 교묘히 섞어놓았다. 작정하고 만든 4마디의 하이라이트를 단순 반복하는 다른 걸 그룹과의 명암이 여기서 나뉜다. ‘걸스힙합’의 중심에 선 ‘투애니원’. 올해 가장 ‘핫’하고 ‘엣지’있었다!






허민 「고양이버스」 <Blossom>

1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거둔 소중한 아이템 허민.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게 기대할 수 있는 섬세한 코드워크, 건반으로 이뤄내는 리듬감, 「고양이버스」라는 유쾌한 발상은 화성적 체계에만 갇힌 다른 뮤지션과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가벼운 비트와 최소한의 편곡에서 뽑아내는 말랑말랑한 선율. 그럼에도 다양한 음악적 아이디어로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고양이 버스」에 <바닐라쉐이크(Vanilla shake)>부터 이어온 그의 감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올해의 팝 앨범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Humbug>

이 앨범을 처음 듣고 떠오른 생각은 ‘대단한 놈들’이라는 것이었다. 이토록 어린 나이에, 자신들만의 고유색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매 앨범마다 조금씩, 그러나 확연히, 음악적 변신을 일궈내는 능력이 놀랍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톤-다운 되어 있으나 특유의 후련한 맛도 여전해 만족스럽다. 그 중 첫 싱글 「Crying lighting」의 독창적인 록 비감(悲感)을 듣고는 거의 쓰러질 뻔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Working On A Drea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세웠던 ‘담대한 희망’의 음악 버전. 전작 <Magic>이 부시 정권의 조기 종식을 바랬던 보스의 ‘마법’이었다면, 이번 음반은 모든 이들이 자유와 평화 속에서 살길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음색은 활기에 차 있고, 사운드는 로큰롤의 흥취로 가득하다. 벌써부터 차기작의 음악 색깔이 궁금하다. 오바마와 ‘보스’의 밀월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





다니엘 메리웨더(Daniel Merriweather) <Love & War>

빈티지 소울의 강인한 에너지를 한껏 담아낸 절창 앨범. 힙합과 빈티지 사운드, 모타운 소울 등 다양한 스타일을 매만져낸 다니엘 메리웨더의 걸출한 목소리가 일품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더피의 보컬이 채우지 못했던 알 길 없는 허전함에 대해 다니엘이 내려주는 가장 명쾌한 해답.








그린 데이(Green Day) <21st Century Breakdown>

그린 데이는 더 이상 <Dookie>의 철부지 악동들이 아니다. 세월의 흐름도 무시할 수 없지만, 부시 정부의 일방적 패권주의가 그들을 ‘진짜’ 어른으로 만들었다. 전작 <American Idiot>에서 보여준 분노는 이 작품에서 꼭지점에 올라섰다. 비장하고 장엄하다. 통쾌하고 시원스럽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통 큰’ 록 음악의 폭풍 같은 질주다.







줄리안 카사블랑카스(Julian Casablancas) <Phrazes For The Young>

스트록스의 보컬리스트 줄리안 카사블랑카스의 솔로 데뷔 앨범이지만 신시사이저 음원이 거북하지 않다. 줄리안 카사블랑카스니까. 8곡밖에 없는 <Phrazes For The Young>은 「11th dimension」 한 곡만으로도 80여 분을 꽉 채운 다른 음반들보다 월등하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독립비행으로 이 세상에 ‘11번째 차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데 성공했다.






릴리 알렌(Lily Allen) <It's Not Me, It's You>

사랑스러운 무개념녀 릴리 알렌의 두 번째 악행 일지. 부시를 향해 날리는 깨물어주고 싶은 정치 쌍욕 「Fuck you」, 컨트리 댄스로 빚어낸 섹스 불만족 남자 친구 험담 「Not fair」까지, 앙증맞은 포장의 일기장 속엔 냉소, 성욕, 살벌한 농담들이 빼곡하다. 그러나 비호감 악행들을 재료로 완성한 음악적 만듦새는 호감을 넘어 가히 타의 귀감이 될 정도. 엽기적인 그녀 릴리 알렌이 가십이 아닌 음악성으로도 우릴 놀라게 만들었다.





맥스웰(Maxwell) <BLACKsummers'night>

네오 소울은 아직 죽지 않았다. 무려 8년 만에 발표된 오랜 기간을 인정이라도 받듯 맥스웰의 4집은 발매 첫 주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기다림은 때론 팬들에게 잔인한 인내를 요구하지만, 이만한 작풍이라면 충분히 보상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맥스웰의 음악성은 더욱 진일보한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롤링스톤> <AMG> <LA타임스> 등 여러 매체로부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첫 싱글 ‘Pretty wings’는 내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부문 후보로 올랐다. 화끈한 컴백이다.




노라 존스(Norah Jones) <The Fall>

노라 존스는 재즈 피아노 대신 구식 건반 악기인 불리처 피아노와 기타를 선택한 <The Fall>로 ‘그래미의 여인’이라는 수식어와 ‘재즈 가수’라는 족쇄를 거부한다. 그는 디지털 일렉트로닉의 홍수였던 2009년에 그 대칭점인 아날로그 건반으로 자신의 음악적 실험을 완성했다. 리듬부터가 ‘과거의’ 노라 존스를 거부하는 「Chasing pirates」와 「Even though」만으로도 음악에 대한 몰입과 과감한 그의 도전은 기립박수의 피사체다.





팔로마 페이스(Paloma Faith) <Do You Want the Truth or Something Beautiful?>

깜짝 놀랄 만한 가수 신고식. 레트로 팝의 유망주가 등장했다. 배우가 가수를 하면 곱지 않은 시선이 늘 따라다니지만, 이 데뷔작은 충분히 안심해도 좋다. 스물넷 팔로마 페이스는 빈티지 패션을 노래에 담아 올 하반기 영국 내 화제를 몰고 왔다. 앨범은 단기간 골드를 기록했고 UK차트 톱20을 기록한 첫 싱글 「Stone cold sober」는 클래식 소울의 유쾌한 재해석이 돋보인다. 소울과 재즈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음악성은 더피와 에이미 와인하우스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에타 제임스의 복고 버전을 보는 듯한 「New york」에서 우린 또 다시 놀라움을 만나게 된다. 올해 영국의 가장 흥미로운 데뷔 퍼포먼스다.


유투(U2) <No Line On The Horizon>

발표 당시 찬반론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결과는 역시 유투였다. 여전히 브라이언 이노와 다니엘 라노이스는 영혼이 깃든 사운드를 지휘했고 이 열두 번째 앨범은 영미 차트 1위에 올랐다. 유투에게 전성기는 딱히 없다. 지금도 밴드는 전성기다.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 「Unknown caller」 같은 귀중한 싱글은 웬만한 후배 밴드보다 훨씬 활기차고 에너지 넘친다. 앨범은 연말 <롤링스톤>이 선정한 ‘2000년대 100대 베스트 음반’ 순위에서 36위에 랭크됐다. 이 같은 성적표는 지난 10년간 유투가 발표한 3장의 정규 앨범 가운데 13위에 오른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올해의 팝 싱글

크리셋 미셸 feat. 니-요(Chrisette Michele feat. Ne-Yo) 「What you do」 <Epiphany>

흑인 여가수 크리셋 미셸의 부드러운 음성이 니-요의 감각적인 리듬과 조우하며 경쾌한 팝을 완성시켰다. 전자 음악의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표현함과 동시에 보컬의 재능도 보여준 곡.









제이-지 feat. 알리샤 키스(Jay-Z feat. Alicia Keys) 「Empire state of mind」 <The Blueprint 3>

누가 제이-지를 이빨 빠진 호랑이라 했던가. 은퇴 번복 이후 감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수군거림 속에서도 제이-지는 이 곡 하나로 모든 논란을 불식시켰다. 재기의 지향점이 그의 고향 브루클린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시간을 앞지르며 내달리는 사운드의 범람 속에서 제이-지는 우직한 바위처럼 제 스타일을 보전했다. 이제 그에게는 대부의 칭호가 아깝지 않다.






존 레전드(John Legend) 「Everybody knows」 <Evolver>

세 번째 앨범 <Evolver>에서 싱글로 커트된 곡. 심장을 쿵쾅 내리치는 빅 비트, 통속적 감성을 우려내는 스트링, 토속적인 리듬 반주, 살짝살짝 건드리듯 귀에 감기는 기타 리프가 지속적인 재회와 이별을 반복하면서 실연의 비통한 감정을 어루만져준다. 이 모든 음악적 요소의 상승효과를 완성하는 것은 그러나 바로 존 레전드의 가창이다. 사랑은 기다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사랑도 인스턴트로 즐기고 마는 현대인들에게 레전드는 설파한다. 고온다습한 밀어(密語)와 느긋한 온정으로 솔직하게 교감하라고. 바나나 아이스크림 튀김처럼 와삭 베어 물었더니 부드러움이 살살 스며드는 그런 맛과 퇴행적 복고의 멋으로 심장을 두드리는 애가(哀歌). 강렬하게 정곡을 콕콕 찌르는 요즘의 음악세태에 역행하기 때문에 더욱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카사비안(Kasabian) 「Underdog」 <West Ryder Pauper Lunatic Asylum>

록 기타와 일렉트로 비트가 한판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이 곡은 카사비안 월드의 음악적 집약체다. 섹시하면서도 튼실하고, 튼실한 만큼 저돌적이다. 음악적 자신감으로 흘러넘친다. 영국산(産) 기타 록의 미래에 대한 ‘디 앤서’(the answer)가 바로 여기에 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 「Poker Face」 <The Fame>

레이디 가가는 그저 옷만 특이하게 입는 괴짜 가수가 아니다. 음악팬들은 이미 앨범 <The Fame> 한 장으로 그녀가 센스 있는 싱어송라이터임을 확인했다. 올해 있었던 레이디 가가 열풍의 중심에는 완벽한 일렉트로 팝 넘버인 「Poker face」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지구촌에서 이 곡만큼 격하게 사랑받은 곡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빌보드지가 발표한 2009년 총 결산 싱글 차트에서 이 곡이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도 이미 예견된 뉴스였다.





라 루(La Roux) 「Bulletproof」 <La Roux>

현 시점 음악계의 대세는 여전히 ‘뉴 웨이브’라는 걸 확인시키는 곡. 영국 출신의 혼성 일렉트로니카 듀오 라 루는 완벽한 신스 팝 때깔을 만들어 낸 대가로 올해 초 무명에서 슈퍼 루키로 단숨에 인지도를 급반전시켰다. 일렉트로닉 댄스가 힙합 위주로 전환된 시점에서 야주(Yazoo), 초기 디페시 모드(Depeche Mode) 풍의 1980년대 원조 신스 팝을 들고 나온 것도 독특하다.






뮤즈(Muse) 「Uprising」 <The Resistance>

약 3년 만에 새 앨범 <The Resistance>와 함께 돌아온 뮤즈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신보에 담긴 클래식 음악의 요소가 이들의 대담함을 가늠케 했다. 그러나 뮤즈의 정체성은 역시 록 넘버에 투영되어 있었고, 앨범의 첫 싱글인 「Uprising」은 세 남자의 기본기를 여과 없이 증명해 보였다. 기묘한 분위기를 뽐내는 멜로디 전개와 정의를 갈구하는 메시지는 이제 뮤즈만의 브랜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픽시 로트(Pixie Lott) 「Mama Do (Uh Oh, Uh Oh)」 <Turn It Up>

에이미 와인하우스, 더피의 바통을 이어받은 빈티지 소울 레이디, 픽시 로트의 데뷔 싱글. 탁월한 음색 하나로 ‘레트로 팝’의 ‘깊이’를 그만의 방식으로 해석해내는 능란함까지 획득했다.









샤키라(Shakira) ‘She wolf」 <She Wolf>

참신한 음악적 시도가 완연히 빛을 발한 꿈틀대는 욕망의 결정체! 말랑말랑한 베이스와 구성진 브라스, 입체감 있는 전자음과 스트링 등 실로 다양한 사운드에 더해진 맛깔스런 추임새와 몽환적인 보컬까지. 「She wolf」가 보여준 임팩트는 2009년 선보인 그 어느 곡보다도 강렬했다.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Million dollar bill」 <I Look To You>

1990년대 디바 열풍의 핵심에 있던 그녀. 황금기의 갑옷을 모조리 갉아먹어 버린 오랜 시간의 혼란은 잊자. 알리샤 키스의 세련미와 휘트니 휴스턴의 원숙미, 이 둘의 만남은 그저 돌아오기만을 바랐던 팬들의 기대를 가볍게 받아치며 놀랍도록 높은 만족도를 선사했다. 트렌드라는 물결에 휩쓸려 뿌리째 뽑힌 것도, 품위 고수 운운하며 부러질세라 고개만 치켜든 것도 아닌 유려한 몸놀림이 곡에 의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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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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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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