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잠실 한 서점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경제학』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부동산 시장을 보는 방법에 대해 전반적인 얘기한 뒤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어느 지역에서 집을 사는 것이 좋고 땅이나 상가, 빌딩을 매입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와 같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질문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묻는 분들이 더 많았다. 내년에 우리 경제는 올해보다 좋을지, 아니면 한 번 더 침체기를 겪는 ‘더블딥’에 빠질지 궁금해 했다.
독자들에게도 얘기했지만 사실 정확한 경제 전망을 내놓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알 수 없는 변수들이 많은 데다 천재지변과 같은 우연 요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나와 있는 지표와 경기의 흐름을 근거로 내년 경제를 가늠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독자들이 경제 전망을 묻는 의도는 정확한 투자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집이나 상가, 빌딩을 사고파는 시점 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 상품에 투자할 시기를 알기 위해서는 정확한 경제 전망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 앞서 경제 전체를 조망해 보자.
올해는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세계 정부의 공조로 어느 정도 회복되는 시기였다. 국가마다 편차가 있고 유럽의 일부 국가는 아직도 금융 위기 여파로 신용 등급이 떨어지고 있지만 최소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이 지역에 속한 우리나라는 확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경제 전문들은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낮게 봐도 2%대, 더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는 6%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3~5%대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경제와 같이 부동산 시장도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까? 이에 따라 집이나 상가, 빌딩 가격이 오르고 매매도 활발할까? 부동산을 매입해 두는 것이 유리할까? 일단 부동산 시장 관련 지표는 ‘그렇다’라고 말한다.
건설 산업 연구원은 내년 집값이 전국적으로 4% 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올해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근거는 경기가 회복되고 내년 2월 11일 양도세 감면 혜택 종료로 기존 주택으로 돈이 돌아올 것이라는 데 있다. 또 금융 위기 직후 건설사들이 주택 건설 사업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공급 부족이 내년부터 나타날 수 있다. 공급이 없으면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풀었던 재건축 관련법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벌써부터 일부 재건축 아파트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다시 추진되면서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매매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전세 시세도 강세를 보인다. 특히 서울이나 일부 수도권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데다 가족 분화에 따른 1, 2인 가구 증가로 전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서울은 재개발 이주에 따른 전세 수요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서울의 전세금은 내년에도 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주택 산업 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상가나 빌딩과 같은 수익성 부동산은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유망 지역은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가 증가하면 매매가격과 더불어 임대료와 권리금도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거의 모든 상품이 내년에는 상승세를 탈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에 매수 타이밍을 ?아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일반적인 경제 현상과 다른 요인이 있다. 그것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바로 정부 정책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정부가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강화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담보 대출 규제가 대표적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계속 올랐던 집값은 대출 규제를 강화한 후 하락세로 반전됐다. 연말로 다가오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 효과로 다시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내년에도 이 정책을 유지한다면 집값이 경기 회복에 동조해 오르지 않을 수 있다.
다음으로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요인이 금리의 상향 조정이다.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낮은 수준의 기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좋아져 인플레이션(물가) 불안이 제기되면 금리를 통한 통화량 조정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금리는 부동산 가격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 상승은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 자산에 비해 돈값이 비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가 오르면 실물 자산의 가격은 내려간다. 부동산 가격에는 부정적인 요인인 것이다. 정부가 금리를 언제 올릴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현재 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출구 전략’이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을 비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내년 상반기에는 부동산 시장 불s안을 잡으려는 정책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고 하반기에는 출구 전략의 영향으로 가격 상승이 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전망이 맞다면 내년 중에 부동산 시장은 바닥을 칠 수 있다.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다가 약보합세를 한동안 유지하는 시기에 저점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출구 전략에 대한 충격이 잦아들고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시작됐다고 판단되면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다. 그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수도 있고 2011년 상반기일 수도 있다. 더 늦어져 2011년 중반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내년에는 약세를 보이다가 2011년에는 다시 강세로 바뀐다는 시나리오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이런 전망이 가장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시기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추세는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모든 부동산이 이런 식의 흐름을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동산은 국지성이 강한 상품이다.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다르다. 내년 약세와 2011년 강세 전망은 서울과 수도권의 유망 지역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지방은 만성적인 공급 과잉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전까지 가격이 오를 가망성은 크지 않다. 새만금 주변이나 여수와 같이 특별한 개발 호재가 있다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지만 이런 흐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슬픈 현실이기는 하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은 서울과 수도권뿐이다.
시장이 약세이거나 바닥일 때는 매수 시점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집이나 상가, 빌딩을 사려는 사람은 내년에 투자 타이밍을 잡도록 한다. 저가 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집이나 상가, 빌딩을 처분하려는 사람은 2011년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현금이 필요하거나 부동산이 아닌 다른 상품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내년에 가격이 떨어지거나 약보합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참고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경기 회복에 대한 수요자의 믿음이 확고해져 많은 사람들이 다시 매수에 나서면, 그래서 가격이 상승세로 움직이면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내년의 경제 흐름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를 잘 보면 누구나 성공적인 매수와 매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