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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영화음악을 듣는가 - <맘마미아!>

영화 <맘마미아!>는 가장 끝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가 「I Have a Dream」을 부르는 동안 이별의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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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본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레코드 가게에서 돈을 내고 처음으로 샀던 OST는 <스타 탄생>이었다. 결말은 비극적이지만 무척이나 음악이 인상적이어서 테이프를 샀고, 늘어지도록 들었다. 둘 다 가수가 본업이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주연배우를 맡았으니 주제가도 좋았다. 두 사람이 같이 부른 「Evergreen」이나 바브라가 부른 「Queen Bee」 같은 노래들.

그렇게 OST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스타워즈>도 사고 <사운드 오브 뮤직>도 구입했다. 그렇게 테이프로, LP로, OST를 하나씩 사기 시작했다. OST 앨범을 듣고 있으면 영화 장면이 떠오를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던 순간까지 기억난다. 영화를 같이 보았던 친구의 얼굴까지 갑자기 떠오를 때면 미묘한 느낌에 젖는다. 그리고 그 영화를 처음 보던 때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그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영화음악은 이처럼 과거의 즐거웠던 순간을 상기시켜주는 매개체이다.

영화보다는 음악 때문에 더 기억되는 영화들도 있다. <나자리노> <라스트 콘서트> <필링 러브> 같은 영화들이다. 라이선스 LP가 제한적으로 발매되던 시절이라 음악을 듣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대부분의 앨범은 그 가수들의 ‘그레이티스트 앨범’으로 대표곡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뮤지션의 장점밖에 볼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때에 영화음악은 종종 음악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존 윌리엄스가 영화음악을 맡은 <타워링>에서는 모린 맥거번이 부른 「We May Never Love Like This Again」을 들을 수 있었고, 무명의 미셸 파이퍼가 나온 <Into the Night> 음반에서는 B. B. 킹의 시원스러운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샤키 머신> 같은 OST에는 「마이 퍼니 발렌타인」이 쳇 베이커와 줄리 런던의 두 가지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었다.

공연 실황을 그대로 찍은 영화 <아바>의 OST 앨범. 이런 앨범이야말로 진정한 OST인지도 모르겠다.

<스타 탄생>이 아니더라도 가수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꽤 많았다. 올리비아 뉴튼 존은 <그리스>에서, 빌리지 피플은<캔 스톱 뮤직>을 보며 극장에서 만났다. <맘마미아!>가 개봉되기 훨씬 전인 1970년대에 <아바>라는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적도 있었다. 호주 실황 공연을 편집해서 극장판으로 만든 작품이다. 까만색 바탕에 아바 멤버들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늘어놓은 포스터가 아련히 떠오른다. 그렇게 70년대에 아바를 듣다가, 2000년대에 <맘마미아!>로 아바의 노래를 다시 듣는다. 30년 이상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억은 영화를 통해서, 음악을 통해서 계속 이어진다.

* * *

<맘마미아!>(Mamma Mia!, 2008년)
감독: 필리다 로이드(Phyllida Lloyd)
음악: 베니 안데르손(Benny Andersson), 비요른 울바에우스(Bjorn Ulvaeus)
주연: 메릴 스트립, 아만다 사이프리드, 피어스 브로스넌

영화 <맘마미아!>는 가장 끝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가 「I Have a Dream」을 부르는 동안 이별의 순간이 온다. 소피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왔던 샘(피어스 브로스넌), 해리(콜린 퍼스), 빌(스텔란 스카르스가드)은 배를 타고 섬을 떠난다. 카메라는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사되는 푸른 지중해를 비춘다. 그러나 영화가 끝났다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쇼가 시작된다. 마치 비너스의 탄생처럼 세 여자친구가 바다에서 떠오른다. 도나(메릴 스트립), 로지(줄리 월터스), 타냐(크리스틴 바란스키)이다. 그녀들은 70년대풍의 유치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감흥에 젖은 채 아직 극장을 떠나기 싫어하는 관객들 앞에서 보너스 공연을 펼친다. 우리도 어릴 때는 이렇게 놀았다는 듯이.

우린 갈 곳을 찾아 헤매네. 멋진 음악에 맞춰, 춤출 곳을 찾아. 댄싱 킹을 찾아. 어떤 남자든 상관없어. 아직 초저녁, 음악은 신나고, 락의 비트 속에 모든 걸 잊고 화끈하게 춤춰요. 이 젊음이 가기 전에! 그대는 댄싱 퀸! 젊고 아름다운 열일곱 살.

영화 <맘마미아!>의 엔딩 장면

도나는 관객들을 향해 “한 곡 더 듣고 싶어요?”라고 외친다. 분위기를 고조시킨 세 여자와 함께, 퇴장했던 세 남자까지 의상을 갈아입고 무대에 올라와 노래를 부른다. 복고풍 의상으로 인해 무대는 더욱 반짝거린다. “워털루! 난 영원한 사랑의 포로야. 워털루, 그대를 벗어날 수 없어.” 흥겨운 사랑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어도 좋다. 영화는 끝나가지만 분위기는 절정이고, 관객들은 모두 <맘마미아!>의 매력에 사로잡혔으니까. 오히려 누군가 먼저 일어서서 춤을 춰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요란 법석을 떠는 「워털루」가 끝나면 정말로 이별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소피의 목소리로 「Thank for the Music」이 나온다. 그렇다. 영화는 끝나지만, 음악이란 우리가 영원히 감사할 만한 것이다.

<맘마미아!>는 나이가 들면서 영화의 주류 관객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아줌마 아저씨들을 위한 영화다. 옛날 즐겨 듣던 팝송들이 기억 속에 얼마나 깊이 박혀 있으며, 그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흥겨운 일인가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남들보다 몇 곡 더 알던 노래들, 이어폰을 끼고 엄마 몰래 듣던 노래들, 음악다방이든 분식집이든 어디서나 아바의 노래가 밝은 톤으로 흘러나오곤 했다. 비영어권 출신 팝 그룹으로서는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아바.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인기가 덜했을지 모르지만, 유럽, 일본, 우리나라까지 어디서나 그들의 노래에 흥겨워했다.

아바의 음악은 본질적으로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이다. 인생을 즐기는 데 무겁고 난해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어렵지 않으면서 따라 부르기 좋고, 노랫말들은 사랑에 빠진 이들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노래를 온전히 다 모르더라도 듣고 있으면 따라 부를 수 있는 몇 소절이 나올 정도로 대중 친화적인 노래이기도 하다. 아바의 노래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추억이지만 지금 들어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바의 노래를 처음 듣는 젊은 층들조차 옛날 팝송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 <맘마미아!>의 OST CD 재킷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노래는 「I Have a Dream」이다. 여기엔 예쁘고 앙증맞은 소피의 미래에 대한 꿈이 있다. 캐스팅 오디션에서도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 노래를 불러서 발탁되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오디션에서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 아바 멤버들의 감회는 어땠을까. 영화가 끝날 때처럼 시작 장면에도 밤바다가 먼저 나온다. 하늘에는 아름다운 은빛 달이 떠서 세상을 비추어준다. 소피는 조각배를 저으면서 섬 마을을 향해 간다. 그리고 외로이 서 있는 노란 우체통에 얼굴조차 모르는 세 명의 아저씨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집어넣는다. 그들 중에 자기 아빠가 있을까. 소피는 행복한 꿈을 꾸고 밝은 미래를 믿는다.

난 꿈이 있어요. 사랑하는 노래가 있죠.
노래를 부르면 뭐든 견딜 수가 있어요.
동화의 기적을 믿기만 한다면, 미래를 가질 수 있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요. 난 천사를 믿어요.
세상엔 온통 아름다운 것뿐. 난 천사를 믿어요.
때가 됐다고 믿어지면 넓은 세상으로 나갈 거예요.
난 꿈이 있으니까요.


이런 꿈의 무대가 지중해에 떠있는 그리스의 아름다운 작은 섬에서 펼쳐진다. 이국적인 섬은 사랑과 아바의 노래를 현실처럼 만들어주는 환상적인 무대로 탈바꿈한다. 판자들을 얼기설기 잇대어 만든 작은 마을의 간이 선착장이 이처럼 멋진 뮤지컬의 무대였던 적이 있을까. 사람들은 자그마한 선착장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신나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도나가 「댄싱 퀸」을 부르면서 마을 여자들을 전부 몰고 내려와 선착장에서 추는 군무는 압권이다. 마치 디오니소스 축제 같다. <맘마미아!>의 드라마를 공고히 구성하기 위해 아바의 원곡들은 약간씩 개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멜로디는 옛날 그대로다. 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그대로 따라 부르면 된다. 같은 리듬을 타고 있으니까. 피어스 브로스넌의 아랫배가 약간 나오고 가창력이 약간 떨어진다 한들 무엇이 문제가 될까. 중년의 브로스넌조차 활력이 넘치는 메릴 스트립을 만나면 과거의 자신과 사랑을 되찾게 되는 것을.

ABBA 이름은 멤버들 이니셜을 따서 지었다. 왼쪽부터 비요른, 아그네사, 애니프리드, 베니.


[Tip] <맘마미아!>는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리면서 뮤지컬 영화로는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 또한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로도 최고의 성공을 거둔 영화로 기록된다. 특히 영국에서의 인기는 엄청나서 <타이타닉>이 세웠던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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