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성공의 네잎 클로버를 찾고 있습니까?
자신만의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잔디를 짓밟는 것은 옳지 않겠지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네잎 클로버를 찾는 과정의 순수한 기쁨과 행복이니까요.
가르치는 사람이고 싶습니까, 배우는 사람이고 싶습니까?
나의 삶은 핸드볼 그 자체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핸드볼을 처음 시작했는데 운동신경이 남들보다 조금 더 발달했던 덕분에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베스트 멤버에 들어가게 되었고 경기에서는 곧바로 6학년 언니들을 제치고 네 골을 넣기도 했습니다. 나는 승부 근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학창 시절 내내 코트 밖의 세상도 모른 채 핸드볼에 미쳐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몰두했던 결과인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었고 스물두 살 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새롭게 창단한 일본 히로시마의 핸드볼 실업팀에 선수 겸 감독으로 입단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일본으로 가게 되었지요. 십 년 넘게 활동해오던 익숙한 한국 핸드볼 코트를 떠나 타향살이를 하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히로시마에서 부딪힌 첫 번째 장벽은 역시나 언어 문제였습니다. 단체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팀원들 사이의 이해와 공감인데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감독으로서 팀원들을 컨트롤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가르치고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였지만 이를 위해서는 실력과 내공을 쌓고 배워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고, 두 시간 이상 잠을 잤던 적도 없었습니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타지에서의 긴장과 피로를 풀 단잠이 아니라, 신생팀을 끌고 나가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으니까요. 마침내 두 달 만에 기본적인 일본어는 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능숙하게 그들의 언어로 경기에 대해 소통할 수 있게 되자 팀원들은 나를 대표 선수이자 감독으로 인정해주었습니다.
언어뿐만이 아니라 연습을 할 때에도 아침에 워밍업 운동을 할 때도 저는 언제나 팀원들보다 먼저 움직이고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기 이전에 함께 배워나가고 성장해나가는 사람으로서 진정성을 보이고자 애를 썼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열악한 한국 핸드볼과 체육계의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스포츠 심리와 스포츠 법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일정한 위치에 올라서게 되면 아랫사람들을 가르치고 이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물론 그 마음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지식과 정보는 공유되어야 하고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가르침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가르침을 나누어줄 사람들을 진심으로 설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자신이 가진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 끊임없이 배우고 실력을 쌓아가려는 지적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듯, 고여 있는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은 다양한 풍경을 만나게 되는 길고 긴 여행입니다. 배움을 멈추지 마십시오. 언제나 반짝이는 눈빛으로 여러분을 자극하는 수많은 배울 것들에 몰두하십시오. 끊임없는 배움의 열정은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밑바탕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성공의 네잎 클로버를 찾고 있습니까?
여러분들은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입니까? 사회적인 성공입니까? 남부럽지 않게 풍족한 재산을 모으는 것입니까? 혹시 여러분은 ‘결과’로만 규정짓는 성공을 원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나는 성공의 네잎 클로버를 찾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노력한 것에 대응하는 합당한 결과를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잔디를 짓밟는 것은 옳지 않겠지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네잎 클로버를 찾는 과정의 순수한 기쁨과 행복이니까요.
2008년 7월, 나는 내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바로 새롭게 창단한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의 감독으로 한국 땅을 밟은 것입니다. 십사 년 동안의 일본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말입니다. 다시 한국 핸드볼계로 돌아온 나를 환영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그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일본에서도 잘나가면서 무엇 하러 굳이 한국에 들어와 밥줄까지 빼앗으려 하느냐’ 하는 따가운 시선들도 있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 그리고 노장 감독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등으로 이런 시선을 받는가 싶어 한동안은 한국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꽃피워야 할 시기에 칩거하는 등 괴로운 마음을 다독여야만 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지요. 처음에는 이렇게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니 행동이 바뀌었습니다. 나는 감독직이라는 어떤 결과적인 위치만을 생각하고 한국에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질타에 위축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가졌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핸드볼에 관련된 좋은 정보들을 타향에서가 아닌 한국에서 후배들과 동료들과 나누며 한국 핸드볼계를 업그레이드하자, 국가대표 시절처럼, 일본에서 감독 생활 하던 때처럼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상황들을 받아들이며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감독이 되자, 스스로 외쳤습니다. 단순히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닌 선수들과 교감해나가는 순간순간을 네잎 클로버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며 즐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과정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행운의 네잎 클로버는 언젠가 나와 나의 선수들 앞에,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돋아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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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오경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 전 핸드볼 국가대표
※ 운영자가 알립니다.
<인생기출문제집>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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