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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마지막 장소에 가다
인류 역사상 가장 얼굴이 많이 알려진 화가
만약 고흐가 다시 살아나서 강남역 한복판에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깜짝 놀라 인사를 하거나,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하는 등 난리가 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이토록 얼굴이 알려진 화가가 또 있을까?
■ 파리 |고흐의 마지막 장소, 오베르쉬르우아즈
고흐, 영화와 노랫말의 주인공이 되다
만약 고흐가 다시 살아나서 강남역 한복판에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깜짝 놀라 인사를 하거나,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하는 등 난리가 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이토록 얼굴이 알려진 화가가 또 있을까?
1999년 폴 데이비즈 감독의 영화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은 죽은 지 100년 후에 되살아난 고흐가 현실 세계에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다룬 판타지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100년 뒤에 깨어난다. 그리고 미술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들을 가져가고, 자화상에 노란 모자를 그려 넣는 등의 기막힌 일들을 저지르다가 결국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는 또한 새로운 작품을 그리고 전시회를 열지만 비평가들은 여전히 그를 혹평한다. 그러다 그가 진짜 고흐라는 증거가 나타나자 세상은 발칵 뒤집어진다. 그가 새로 그린 작품들은 거액에 팔리기도 한다. 고흐는 그 그림들을 모두 팔아 가난한 화가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한 후, 100일째 되는 날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 외에도 1956년 제작된 감독 빈센트 미넬리 <열정의 랩소디>, 1990년 작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빈센트와 테오>, 1991년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반 고흐> 등 빈센트 반 고흐를 다룬 영화는 많다. 그를 소재로 한 노래도 적지 않다. 돈 맥클린의 「빈센트」 그리고 한국에서도 산울림의 김창완 씨가 부른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김종서의 「스타리 나이트」 등 찾아보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그에 관련된 오마주라 할 작품들이 많이 있다. 이것은 고흐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고흐의 불안함이 보여
「오베르쉬르우아즈 성당」은 고흐가 생을 마감하던 1890년 그려진 것으로,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지러진 형태는 죽음 직전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한 것 같다. 마치 고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유령의 집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낮에 그렸음에도 하늘이 온통 어두운 남색으로 표현된 이유는 보이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따라 대상을 표현하는 고흐의 독특한 화법 때문이다. 고흐는 성당의 모습을 자신의 직관에 따라 묘사했고, 그 안에서 현실과 상상, 화가의 내면이 하나로 어우러지고 있다. 성당이 매우 불안하고 어둡게 그려진 것으로 보아, 말년에 그는 자신의 신앙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성당 아래쪽의 밝은 색채는 자신에게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말의 희망을 표현하고자 했지만, 그 마음 가운데 찾아드는 어두움과 좌절은 결국 성당 상단부를 짙은 하늘색으로 마감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 「오베르쉬르우아즈 성당」, 캔버스에 유채, 94?74cm, 1890, 오르세 미술관, 파리
소용돌이치는 것 같은 느낌의 붓 터치가 고흐의 특징이다. 그는 색채에 대해 따로 화실에서 배운 적은 없었으나, 자신의 직관만으로도 자연스럽고 완벽한 색채를 구현했다. 오베르 체류 기간인 2개월 8일 동안 고흐는 60점의 유화와 수많은 스케치를 남겼는데, 이는 하루에 한 장 이상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뜻한다. 그중 오베르쉬르우아즈 성당을 그린 작품은 단 한 점에 불과하나, 독창성과 그의 혁신성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대개 고흐는 같은 주제나 장소를 여러 번 그린 것으로 유명한데, 이 성당 그림은 하나뿐이다. 그리고 화풍 역시 그동안의 것과는 다르게 몽환적이라서 독특하다.
자신의 편지가 원인이 되어 형이 권총 자살을 기도했다고 생각한 동생 테오는 그 충격으로 정신병을 얻게 되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테오의 부인이었던 조안나는 고흐의 그림을 팔기 위해서 동분서주했지만, 그녀가 죽을 때까지도 고흐의 그림은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고흐의 작품을 세계적으로 알린 인물은 테오와 조안나의 아들인 빈센트 빌럼 반 고흐이다. 그는 큰아버지인 고흐의 작품들을 경제적으로 궁핍했을 때에도 팔지 않고 잘 보관했다.
시간이 더 지난 후 드디어 고흐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1990년 5월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고흐의 명작 중 하나인 「가셰 박사의 초상」이 무려 8,25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1,000만 달러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 1882년 작 「셰베닝겐 해의 전망」과 1884년 작 「누에넌 교회를 떠나는 유대민」은 2002년 12월 7일 암스테르담 박물관에서 도난당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사후 120여 년 만에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전 세계의 유명한 명화 전문 도둑들이 탐내는 그림 목록 상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고흐의 작품들일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곳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고흐의 편지에서 그의 미술에 대한 집념과 사랑을 읽어 낼 수 있다.
꿈같은 시간, 값진 경험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인천의 시각은 8월 21일이 아니고 하루 늦은 22일 오후 3시 30분경이었다. 날짜 경계선을 넘으며 출발할 때 하루를 벌었지만 결국 돌아오며 하루를 더했으니 총 36일간의 여행이 이렇게 끝난 것이다. 멋진 여행이었고, 훌륭한 팀이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명화를 추적하던 여행은 끝났고 우리는 떠나기 전에 반복했던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다. 손에 땀을 쥐는 명화 추적기가 이렇게 끝났다. 무엇보다도 민석에게는 첫 명화 탐험이었는데, 그 일정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기쁘다.
비행기 안에서 얼마간 잠이 들었다 눈을 떴는데 민석이 자기 그림 일기장에 적힌 것을 수첩에 옮기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실눈을 뜨고 수첩을 뚫어져라 봤더니 그림 제목과 작가 이름만 따로 정리하는 듯했다.
“뭐 하니?”
자세를 바꾸며 민석에게 말을 걸자 민석이 두 팔로 휙 수첩을 덮었다.
“뭔데?”
민석에게 몸을 바짝 당겨 앉자 민석이 큰 비밀이라도 들킨 것처럼 민망한 얼굴을 하고 대답한다.
“리스트요.”
“리스트?”
“여행도 끝났으니까, 기념으로 내가 본 명작 리스트를 나한테 선물해주고 싶어서…….”
민석은, 부끄러운 듯 그리고 끝까지 밝히고 싶지 않겠다는 듯 말끝을 흐린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시 의자에 등을 붙이고 눈을 감으려는데, 내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민석이 은근히 실망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진짜 안 보여줄 거야?”
민석은 못 이기는 척 그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리스트를 찬찬히 살펴보는 내 얼굴을 몰래 살피면서…….
art in ads ★ LG가 만든 고흐의 하루
고흐의 작품들을 하나로 이어 ‘고흐의 하루’를 탄생시킨 LG의 독창적인 기업 CF도 눈길을 끌었다. 고흐의 방에서 시작된 고흐의 일상이, 고흐의 8점의 작품들로 이어지며 그의 생활 속 곳곳에서 LG의 제품들을 속속들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그림 감상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사의 명품 이미지를 더욱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LG의 광고는 국내 ‘아트 마케팅’에 활성화를 가져왔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아빠와 함께 유럽 미술 여행>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두필> 저15,200원(5% + 2%)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등에 있는 유럽 유수의 미술관을 찾아 다니며 명작들을 직접 감상하고 써 내려간 미술 에세이다. 40일 동안 22곳의 미술관을 여행한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쉽고 편안하게 예술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문가가 아닌 아이와 어른의 눈을 함께 따라가며 미술을 감상하는 새롭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