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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십 년 전에 태어났다면 당신의 삶은 어땠을까요?

시대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미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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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앞을 보고 달리면 결국 길이 보일 거예요. 달리다 넘어지면 일어나세요. 훌훌 털고 다시 달리는 거죠.

나보다 친구가 더 건강해야 하는 이유를 아나요?

하얀색이 가장 좋아요. 무대 위에 서는 사람에게는 하얀색이 가장 어울리죠. 어느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하얀색. 그 위에 어느 공연에서는 빨강을, 또 다른 공연에서는 파랑을 칠하는 거죠. 처음부터 빨강이나 파랑이라면 그 위에 다른 색이 덧입혀졌을 때 이상한 색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됩니다.

하얀색이 되기 위해서는 생활 자체가 담백하고 깨끗해야 해요. 간혹 보면 연기는 잘하는데 성품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요. 예전엔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사람의 성품까지도 눈에 보여요. 깨끗한 심성의 사람들은 조금 어눌하고 둔해 보여도 눈빛에 에너지가 있거든요. 진심을 전하겠다는 뜨거운 빛이 보여요.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갈고 닦는 진짜 배우들. 나도 그렇게 되기 위해 늘 노력하려고 해요.

조금 더 나은 세상은 특별한 사람들이 만드는 게 아니에요. 가령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잊지 않고 고마움을 전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뜻밖의 칭찬을 받은 사람은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할 것이고, 그 사람은 또 다음 사람에게, 또 다음 사람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가 전파될 거예요.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워지는 거죠.

그밖에 좋은 세상을 위해 애쓰는 게 있다면, 친구의 건강을 신경 쓰는 거예요. 운 좋게도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단짝인 친구가 있어요. 나의 모든 추억과 노력, 아픔과 방황, 나의 첫 공연, 내가 했던 수많은 역들에 대해 모조리 알고 있는 친구죠. 세상에서 나보다 더 건강해야 할, 아니, 함께 건강해야 할 사람이죠. 그렇게 가까운 친구를 만나지 못하면 전화를 해서라도 안부를 물어요. 평생 가야 할 친구잖아요.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가 됐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나란히 흔들의자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도 좋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렇게 친구가 건강해야 나도 건강할 수 있어요. 꿈을 이야기하고 외로움을 나눌 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돌봐야 해요.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 서로를 아끼는 마음들이 오고 간다면 세상은 또 그만큼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건 또 이렇게 확장해 생각할 수 있는데, 동료들도 마찬가지겠죠. 능력 있고 함께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는 소중한 동료들도 건강하고 잘되도록 늘 보살펴주세요. 함께 잘해야 오래도록 탄탄하게 끌고 갈 수 있어요. 무대 위도 마찬가지거든요. 잘하는 동료가 많아야, 나도 돋보여요. 동료들을 잘 챙기지 못해서 서로 지친 상태로 연기를 하면 그건 보나 마나 껍데기뿐인 공연이 되니까요.

세상은 나 혼자 잘되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함께 잘되어야 진짜 행복할 수 있어요. 잘 모르는 사람에게 칭찬을 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기 쑥스럽다면, 오늘은 친구에게 전화 걸어 말해보세요. “아픈 곳은 없니, 내 소중한 친구야.”라고.

당신이 이십 년 전에 태어났다면 당신의 삶은 어땠을까요?

<반갑습니다 선배님>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 이야기입니다. 이십이 년 만에 졸업한 고등학교를 찾아갔죠. 뮤지컬 배우 선배가 왔다고 후배들이 무척 반겨줬어요. 감개무량하기도 하고, 벌써 세월이 이렇게 됐나 싶었죠. 그날 후배들과 함께 수업을 받았는데, 어느 선생님이 이런 문제를 내셨어요. “만약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이십이 년 전이 아닌 이 시대에 배우에 도전했다면 과연 지금 같은 성공을 거두었을까?” 많은 아이들이 진지하게 답을 써냈고, 나도 답을 적었지요. “못 됐을 것이다. 그때는 뮤지컬 배우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뮤지컬 학과가 생길 만큼 경쟁자가 많기 때문에 어려웠을 것이다”라는 것이 대부분 아이들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답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녀가 배우가 된 이유를 알면 모두 나와 같은 답을 쓰리라 생각한다. 철들기 전부터 배우를 꿈꿔왔던 그녀, 친구들과 어울려 놀 생각도 않은 채 거울 앞에서 춤과 노래를 연습하던 그녀를 알았다면 말이다. 만약 지금 이 시대에 도전했다면 그녀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한국 무대가 아닌 세계무대에 있을 테니까.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됐을 것이다. 한국 뮤지컬이 불모지이던 시절, 그녀가 배우가 된 것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이 땅에서 언제든 그녀의 연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 젊은 친구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시대입니다. 여러분도 나처럼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경쟁자가 많다고 해도, 받아주는 곳이 적다고 해도 나니까 해낼 수 있다고 말입니다. 퍼센티지는 숫자일 뿐입니다. 경쟁률이 얼마가 됐든 그걸 진짜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만약 해내지 못했다면 죽도록 사랑하는 일인자보다 그것을 덜 사랑한 것이죠. 모든 걸 다 걸고 하면 할 수 있어요. 진실한 사랑을 하면 어떤 조건이든 다 포기하고 사랑을 갈구하듯, 꿈도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실하지 않고 그런 척만 하면 일인자가 될 수 없어요. 다시 태어나야 해요.

고등학교 때, 나는 정말 미쳐 있었어요. 모든 걸 버리고 뛰어들었어요. 다행히 학교에서 재능을 잘 봐주셔서 졸업을 시켜주셨지만, 3학년 2학기는 학교도 거의 나가지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불안하지 않았어요. 아니 그럴 시간이 없었죠. 내가 진짜 원하고 좋아하는 일에 미쳐 몰두하기도 벅찼으니까요. 같은 노래를 계속 반복해 부르고, 다른 친구들이 잘 때 한 번 더 연습하고. 미치지 않으면 결국 중간이에요.

시대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미쳐보세요. 그렇게 앞을 보고 달리면 결국 길이 보일 거예요. 달리다 넘어지면 일어나세요. 훌훌 털고 다시 달리는 거죠. 그러면 어느새 꿈 앞에 성큼 다가간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힘내세요,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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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정원

뮤지컬 배우, <맘마미아!> <시카고> <듀엣>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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