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 여행
■ 암스테르담 | 사진 촬영 금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트램을 타고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미리 티켓을 구입했던 우리는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민석과 영걸은 프랑스에서 마음껏 사진 찍던 습관대로 박물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곧 관리직원이 달려와 사진을 찍지 말라며 주의를 주었다. 민석은 굉장히 실망하는 얼굴이다. 나는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찍으면 안 되겠느냐고 이야기해 보았지만 그는 친절한 표정에 단호한 눈빛을 실어 안 된다고 대답했다. 민석은 이 많은 그림을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느냐며 내게 한 번만 더 부탁해보라고 애절하게 나를 바라봤다. 영걸이 나서서 이야기해 보았지만 역시나 소용없었다. 영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민석의 표정을 살피며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아빠, 왜 안 된다는 거예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은 플래시에서 나오는 광선 때문에 손상될 수 있거든. 햇빛을 오래 쏘인 간판이나 비닐봉지 색이 바랜 것을 본 적 있지? 같은 이치란다. 그리고 촬영이 잘 된 사진이 다른 곳에서 저작권에 위배되는 용도로 잘못 쓰일 수도 있어. 그래서 주의하는 거지. 사진 한 장 때문에 모작模作이 생길 수도 있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구나.”
민석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도 아쉬운 마음 때문에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미술관 한쪽에 영상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컴퓨터가 있었다. 민석은 엄마에게 손짓 발짓을 하며 영상 메일을 보냈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확인해 보았는데 그럭저럭 재미난 추억이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유럽 여행 중에 갖게 된 유일한 영상 기록이었다. 여행객들 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캠코더를 준비하지 못해서 우리는 동영상 파일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디지털 기계가 보급되면서 이제는 어딜 가든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 같아 씁쓸했다.
어두움이 낳은 오해
그림 속 사실과는 다르게 3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야경夜警」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림이 있다. 바로 렘브란트의 「행군을 준비하는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의 민병대」이다. 아직까지도 ‘야간 경비대’라는 뜻을 가진 「야경」이 더 익숙한 이유는 그림의 어두운 배경 때문이다. 그런데, 렘브란트가 처음 이 작품을 그릴 때는 지금처럼 어두운 색감이 아니었고 오히려 대낮의 풍경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그림에 덧칠한 바니시가 산화하면서 그림이 검게 변해서 이 그림을 「야경」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그림은 ‘야간 순찰대’ 혹은 ‘프란스 반닝 코크 부대의 행군 준비’ ‘프란스 반닝코크 대장이 윌리암 반 루이덴브르크 중위에게 출동명령을 내리다’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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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등에 있는 유럽 유수의 미술관을 찾아 다니며 명작들을 직접 감상하고 써 내려간 미술 에세이다. 40일 동안 22곳의 미술관을 여행한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쉽고 편안하게 예술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문가가 아닌 아이와 어른의 눈을 함께 따라가며 미술을 감상하는 새롭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