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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갤러리에서 명작의 향연을 즐기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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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이탈리아 루카 출신의 조반니 아르놀피니가 신부 조반나 체나미와 결혼선서 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시작은 2006년 10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예술 담당 기자인 조너선 존스가 가디언 예술 블로그에 발표한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걸작 20」을 접한 것에서 출발한다. 다음은 존스의 기사 내용의 일부이다.

그런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작품들의 특성을 감상하려면, 직접 가 봐야 한다. 예술작품은 사람과 비슷해서, 단순한 특징뿐 아니라 좀 더 신비로운 수준까지 모두가 다 다르다. 예술에 관한 일반적인 규칙은 없다. 오로지 예술작품만이 있을 뿐이고, 그 각각을 직접 대면할 필요가 있다. 나는 수년 동안 책에 있는 이미지를 통해 예술작품을 접했는데, 그로 인해 내가 알게 된 사실은, 실물을 보면 기본적인 물리적 특징에서부터 그 모든 것이 내가 기대한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아주 조잡한 수준에서 더 크거나 더 작았다. 게다가 복제된 이미지의 색상은 진짜와는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 만약 여러분이 진정 예술작품을 알고자 한다면 대체물로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명작이라면 직접 보아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는 존스의 생각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1992년부터 1997년 말까지 만 6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CF 프로덕션 회사를 운영하면서 유럽의 멋진 장소 곳곳을 누비고 다닌 나는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인류 역사에 빛나는 명작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너선 존스 기자가 제시한 리스트의 반 정도는 원본을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 리스트를 따라 작품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더 나아가 나만의 명작 리스트를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민석이가 정형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즐겁게 명화를 즐기며 자신의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동기를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런던 | 내셔널 갤러리에서 명작의 향연을 즐기다

그냥 초상화가 아니야!

출처: 얀 반 에이크, 「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유채, 82?60 cm, 1434, 내셔널갤러리, 런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이탈리아 루카 출신의 조반니 아르놀피니가 신부 조반나 체나미와 결혼선서 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을 직접 보니 그동안 책에서 보며 상상했던 것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서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림 앞에 다가가 세밀하게 묘사된 것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해보니, 얀 반 에이크가 쌀알 위에도 글자를 몇십 개나 써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정밀묘사의 대가라는 평이 왜 났는지 알 것 같았다.

아르놀피니는 프랑스의 부르고뉴 공작과 거래하던 부유한 포목상으로,훗날 왕의 시종장 직위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부르고뉴 공작의 전속 화가였던 얀 반 에이크가 그들의 초상화를 직접 그려주었다는 것을 보면 이 부부가 당시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초상화에서 아르놀피니는 아내의 손을 잡고 선서의 표시로 그의 오른팔을 들어 올린 채 서 있다.

“그냥 그림인데, 이게 유명한 이유가 뭐예요?”

민석은 그림을 뚫어져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술사가들은 이 그림을 두고, 부부 침실에 걸리던 초상화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보지만, 전형적인 15세기 가족 초상화와는 꽤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거든.”

나는 이 부분을 민석에게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이 그림을 결혼식 장면으로 받아들이고 보게 된다면 방 안은 결혼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그림의 배경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샹들리에에 촛불 하나가 켜져 있는 게 보이지? 이것은 신의 축복을 받은 결혼식에 임한 성령의 상징이거나, 전통적으로 갓 결혼한 부부 침실에 첫날밤을 지내는 동안 밝혀두던 촛불을 상징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 또 어떤 사람들은 이 한 자루의 촛불이 만물을 꿰뚫어 보는 그리스도를 나타낸다고도 하지. 샹들리에의 아래쪽 바닥에는 붉은 슬리퍼가 보이고, 그림의 앞부분에는 나막신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지? 부부가 벗어놓은 이 신발들은 서 있는 이 순간과 이 자리의 신성함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란다. 당시 성스러운 서약을 할 때는 신발을 벗는 풍습이 있었대. 뒤편 의자 위에 있는 작은 조각상은 여성의 출산을 관장하는 성인, 성 마가렛이란다. 티 없이 깨끗한 거울은 순결한 신부의 상징이야. 그림 아래쪽에 있는 털 하나까지 자세히 표현된 강아지는 부부간의 헌신과 정절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고.”

“그냥 초상화일 뿐인데 무슨 상징이 이렇게 많아요!”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부분, 거울 위에는 “나, 얀 반 에이크는 이곳에 있었다.” 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민석은 얼른 그림에서 눈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려는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민석과 마주보려고 애쓰며 말을 이었다.

“부인 체나미의 불룩한 배를 좀 봐. 얼핏 보기에 임신을 한 것 같지? 그런데 이 여성의 모습에서 당시의 패션을 엿볼 수 있어. 부인 체나미가 입은 배가 불룩 튀어나오는 이 드레스는 당시의 가장 유행하던 여성복의 한 양식이란다. 고급스러운 질감의 무겁게 늘어진 드레스와 화려한 머리 장식은 이 여인이 얼마나 부자인지를 나타내주기도 하지. 당시 이러한 옷차림을 통해서 자신들의 지위가 높다는 걸 나타내기를 바랐던 것 같아. 그런데 어떤 학자들은 실제로 임신한 모습을 그렸다고도 해.”

민석은 다시 그림에 눈을 돌려 설명한 것을 되뇌이는 듯 그림을 한참 쳐다보더니 질문을 던졌다.

“근데, 이 그림은 내용도 많고 상징도 많은데, 엄청 깨끗하네요! 왜 번지지 않아요?”

“이렇게 세밀한 묘사가 가능했던 것은 이 그림이 유화로 그려졌기 때문이야. 얀 반 에이크는 유화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달라. 기름을 용매로 사용하는 기법은 얀 반 에이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었거든. 하지만 더 질 좋은 기름에 대한 지식과 다른 종류의 기름을 섞는 방법은 15세기가 되어서야 플랑드르벨기에 서부를 중심으로 네덜란드 서부와 프랑스 북부에 걸쳐 있는 지방. 르네상스 시대 음악과 미술의 중심지에 알려졌고, 얀 반 에이크는 바로 이 기술의 선구자였어.”

얀 반 에이크는 1422년 10월에 네덜란드의 백작인 바이에른 요한의 ‘명예 시종 겸 화가’로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는 1425년 백작이 죽을 때까지 계속 헤이그 궁전에서 일했으며 그 뒤 잠깐 브뤼주에 머물다가 그해 여름에 플랑드르에서 가장 강력한 통치자이자 중요한 예술 후원자인 부르고뉴 선량공 필리프의 부름으로 릴로 가서 1441년에 죽을 때까지 그를 위해 일했다. 그는 브뤼주에 있는 생도나티앙 교회에 묻혔다. 얀 반 에이크는 플랑드르 화가로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들에 서명을 남겼다. 그가 그린 그림의 대부분에는 ‘요하네스 데 에이크’라고 당당히 서명되어 있으며, 몇 점의 작품에는 ‘최선을 다해(Als ich chan)’라는 그의 좌우명이 쓰여 있다. 그는 재질감과 빛, 그리고 자연의 공간 효과를 충실히 묘사하는 기법을 완성했다. 당시 그의 사실주의 기법을 능가하는 화가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

art in ads ★ 잡히지 마세요!


당시에 가장 정밀한 기법으로 그려진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 오늘날의 광고에 패러디되었다. 이 그림을 광고에 사용한 것은 미국의 콘돔회사 트로얀Trojan이다. 이 광고에서 아르놀피니의 발치에 콘돔을 놓고 “잡히지 마세요 DON’T GET CAUGHT OUT”라는 카피를 붙여놓았다. 이 그림이 결혼식을 그린 것이라는 점과, 부인의 배가 불룩한 것을 빗대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결혼하게 되었다는 익살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부부와 콘돔이라는 절묘한 조합으로 아이디어를 낸 이 광고는 집행된 후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렇듯 얀 반 에이크의 그림은 지금도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으며 그 뛰어난 기교도 여전히 높이 평가받고 있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 여행>은 아트북스와 함께하며, 매주 화요일 총 10편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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