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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 김태우 & 지기 펠라즈 & 박승화

그룹과 솔로, 둘 모두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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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과 솔로, 둘 모두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룹으로 활동하면 옆에 있는 동료들이 힘들 때 의지가 되고 자기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어 참 좋죠. 혼자 활동하면 개인적으로 염원하던 음악을 맘껏 시도할 수 있고 자신이 못해도 옆 사람에게 피해줄 일이 없으니 덜 부담스럽다는 사항이 있습니다. 그룹으로는 단점이지만, 솔로는 장점인 페이 문제도 예로 들 수 있겠고요. 지오디에서 나와 솔로로 경력을 쌓고 있는 김태우, 유리상자에서 13년 만에 솔로로 돌아온 박승화, 부산과 서울 출신의 래퍼들로 구성된 지기 펠라즈, 이들은 어떤 장단점을 느낄까요?

김태우 <T-Virus>(2009)

지오디(god)의 외피를 벗어나 김태우 개인으로서의 색깔을 인정받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2006년 10월, 힘차게 솔로 활동의 폐달을 밟은 김태우지만 2007년 3월 군 입대와 함께 잠시 대중과의 소통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중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솔로 김태우가 아닌 지오디의 메인 보컬로서의 김태우의 모습일 공산이 크다.

지난 솔로 데뷔 앨범은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알앤비 발라드로 기본 골격을 세워 파격적인 변신을 이뤄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근 3년에 가까운 공백기는 솔로 김태우를 지속적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키기에는 벅찬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김태우의 행보가 바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니 앨범이긴 하지만 김태우는 이번 작업에서 음악적 변신의 각오를 분명히 드러낸다. 템포는 빨라졌고 최신 트렌드를 많이 반영했다. 옛날 아이돌 멤버로서의 영광을 재현하기 보다는 세련된 사운드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로 보면 될 것 같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끈적끈적한 알앤비 넘버 「하고 싶은 말 part.2」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전작보다 한 템포 빨라졌다. 그중에서도 「Faster」와 「점점점」의 속도감 있는 진행은 눈에 띈다. 도입부가 마이티 마우스를 연상시키는 「Faster」는 댄스 비트와 어우러진 오토튠을 앞세워 트렌드의 수용에 열심인 모습 또한 보여준다. 김태우가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점점점」은 리드미컬한 보컬을 선보이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 받는다.

속도감의 중시, 트렌드의 민첩한 수용은 김태우의 구수한 음색 그리고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는 가창을 변화시켰다. 김태우는 세련되고 빨라진 사운드에 발맞춰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킨다. 세게 몰아붙이기보다는 가늘고 매끈하게 고음으로 치닫고 있으며 유연한 바운스가 느껴진다. 시원한 고음과 희망적인 분위기가 대번에 귀에 들어오는 타이틀곡 「사랑비」, 린(Lyn)과의 귀여운 듀엣 플레이가 돋보이는 어반 알앤비 트랙 「내가 야! 하면 넌 예!」가 좋은 예다.

유행에 뒤처지지도 않고, 곡에 맞게 완벽한 보컬의 변신을 보여주는 점 모두 좋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태우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음악이라고 확신할 만한 면모는 부족해 보인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러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죽인 결과다.

그렇기에 중용의 미덕을 발휘한 「기억과 추억」이 가장 매력적으로 들리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오디의 울타리 안에 있는 곡이지만(지오디의 「관찰」을 일부 삽입하기도 했다) 김태우 보컬의 매력을 오롯이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한다. 지오디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은 언젠가 해야 할 일이고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태우만의 매력을 표현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글 / 박효재 (mann616@hanmail.net)


지기 펠라즈(Jiggy Fellaz) <The Blue Album>(2009)

지기 펠라즈(Jiggy Fellaz)는 올 초 <The Black Album>을 발표하며 계절과 색을 주제로 한 테마 앨범이라는 독특한 시도로써 깊은 관심을 받았다. 일단 힙합 앨범 가운데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콘셉트 앨범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추후에 비슷한 성격의 연작 앨범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을 염두 했기에, 문자 그대로 색(色)다른 힙합 사운드를 즐길 수 있기를 내심 기대했다. 약속대로 지기 펠라즈는 여름을 맞아 계절과 잘 어울리는 푸른색으로 물들인 <The Blue Album>을 들고 재등장했다.

<The Black Album> 때부터 가시화되었던 사안이긴 하지만, 큰 호평을 불러일으킨 2007년작 <Xclusive>에 비하면 멤버들의 중량감이 다소 가벼워진 것이 사실이다. <Xclusive> 앨범이 크루의 정규 멤버 이외의 객원 출연진들도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근래 일부 멤버의 교체 이후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한 점도 입지의 약화를 견인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사실상 지기 펠라즈를 이끌어 가고 있는 핵심 멤버인 바스코(Vasco), 베이직(Basick), 마르코(Marco), 그리고 최근에 영입된 신예 래퍼 이노베이터(Innovator) 등의 활약을 기대해야 할 터이나, <The Blue Album>에서 확연한 감상 포인트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가사 속에 녹아 있는 라임 구성의 묘미도 평이한 수준이며, 마초적인 뉘앙스가 묻어나던 특유의 플로우적 기질도 예열의 단계 이상으로 점화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콘셉트 앨범의 기저에 자리 잡아야할 일관성의 측면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로 떠나는 드라이브 코스에 어울릴 만한 「Blue dream」으로 포문을 활짝 열었지만, 이후 재생되는 트랙들 간의 연관성은 그리 밀접하지 못하다. 분명 대부분의 수록곡들이 화끈한 여름 시즌에 적절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무엇보다도 제작 의도에 걸맞은 앨범 구성의 세밀함이 확보되어야 했다.

세부적인 곡들의 흐름은 좀 더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가벼운 팝 사운드로 구성된 「Go go go」와 「두 번째 느낌(첫 느낌 2)」은 여성 청취자에게도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곡이며, 클러버를 위한 더티 사우스풍의 「Yo ye yo」는 흥겨운 코러스 부분이 몸을 요동치도록 흔들 기세다.

<The Black Album>이 일부 힙합 마니아층에게 좀 더 친숙한 성격을 표출한 앨범이었다면, <The Blue Album>은 더 확대된 관객들을 향한 적극적인 몸짓이 드러난다. 이러한 시도는 지기 펠라즈의 내부적인 과제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이는 당장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았어도 방법론을 고민하는 과정에 이은 추후의 행보에 눈을 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아무쪼록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박승화 <다시 부르기>(2009)

유리상자의 박승화가 13년 만에 내놓은 솔로 앨범이다. 박승화의 이름을 걸고 내는 앨범이 처음은 아니지만 (1993년 <사랑해요>, 1996년 <3년 동안의 꿈>) 일단 ‘13년’이란 긴 시간에 이목이 집중된다.

유리상자의 탄탄대로, 천생배필의 만남, 2007년 새벽에 벌어진 오토바이 사고 등 13년간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인생의 희로애락들을 겪은 만큼 <다시 부르기>에는 정제된 안정감이 숨 쉬고 있다.

리메이크는 일반적으로 편곡을 통해 과거의 스타일을 지금의 것으로 바꾸어 세련된 맛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둔다. <다시 부르기> 역시 현재 쓰이는 밴드 구성을 지향하지만, 원곡 대부분이 밴드 사운드로 만들어졌기에, 편곡에 이질감이 적은 편이다. 노래를 즐겼던 30~40대가 다시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이세준의 음성이 가늘어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굵어 보였지만, 그 역시 남성적, 마초적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보이스다. 그래서 강산에의 터프함이 자리 잡았던 「할아버지와 수박」에선 하모니카와 기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사랑했지만」, 짝사랑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 록발라드 「가질 수 없는 너」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남자의 가냘픔이 있다.

올드한 느낌을 살려놓는 부분도 있다. 「암연」에선 내레이션, 「장난감 병정」에서의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로 박강성이 선보였던 1990년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난다.

오랜 만에 나온 홀로서기가 리메이크란 점이 아쉽지만, 함께 세월을 보낸 팬들과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펼치고 있다. 현 가요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중년층에게 손짓을 보낼 수 있는 앨범이다.

글 / 이종민 (1stplanet@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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