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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튀는 사람들 - 투애니원 & 앨리슨 크라우스 & 슈프림 팀

투애니원 &lt;1st Mini Album&gt; - 걸 그룹의 새로운 전형.<br> 앨리슨 크라우스 &lt;Essential Alison Krauss&gt; - 블루그래스의 매력 속으로.<br> 슈프림 팀 &lt;Supreme Team Guide To Excellent Adventure&gt; - 힙합 뮤지션의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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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는 현란한 의상과 화려한 춤을 앞세워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돋보이려는 가수들이 많습니다. 튀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수더분한 모습의 인물이 그들 사이에 낀다면 오히려 그 사람이 더 돋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패션, 안무, 음악 모두 신세대 감각으로 무장해 튀어 보이는 그룹 투애니원과 슈프림 팀, 그들 틈에 있어서 더 눈에 띄는 미국의 컨트리 가수 앨리슨 크라우스를 만나 보세요.

투애니원(2NE1) <1st Mini Album>(2009)

투애니원(2NE1) 뒤에는 국내 대표 기획사 중의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가 있고, 기획사 안에는 현재 보이 그룹의 선두주자로 우뚝 선 간판스타 빅뱅(Bigbang)이 존재한다. 분명 출발선에서 다른 걸 그룹보다 가질 수 있는 이점이 많다.

「Lollipop」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과 대면하여 기득에 대한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투애니원은 「Fire」로 공식 데뷔하며 소속사가 만들어 놓은 기존의 장면보다 좀더 진화된 모습을 연출한다.

화려한 색상의 의상으로 시각을 현혹했던 빅뱅은 단정했다. 소녀들은 형형색색의 자수가 촘촘히 박혀 있는 스카쟌(Sukajean), 레고 액세서리, 찢어진 스키니 바지, 상투 머리 등을 채택하며 더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주변의 눈치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개성 강한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이를 구경하는 것 같다. 스타일도 대단하지만, 순정만화 여주인공의 자리만을 만들어 놓았던 여자 아이돌 그룹 텃밭에서 다른 그림을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스트리트 패션이 장식된 강한 소녀 이미지는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 통념상 여성의 의미는 바람둥이 남자 친구에 대한 「I don't care」, 헤어진 남자 친구를 그리는 「Stay together」 등 가사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무술 영화에서 나올 법한 신시사이저 소리와 무거운 베이스가 짙게 깔린 「Fire」는 다리 찢기 퍼포먼스까지 선보이며 구경하던 남성들도 놀라게 하는 힘을 발생시킨다. 그녀들을 세상에 알렸던 「Lollipop」이 가장 여성스럽다고 볼 정도다.

이런 힘은 프로듀서 테디(Teddy)와 그를 도와주는 쿠시(Kush)에게 찾을 수 있다. YG의 아이돌 전성기를 이끄는 두 축은 여전히 힙합,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트렌디하고 핫한 최신 사운드를 배출한다. 미국, 영국 차트에서 느낄 수 있는 댄스 사운드를 <1st Mini Album>에서도 익숙하게 살필 수 있다. 그렇게 생긴 부스터는 뿜어내는 소리에 소녀들을 포함시켰다. 아쉬운 건 멜로디의 약발. 렉시의 「하늘위로」, 엄정화의 「Disco」, 태양의 「나만 바라봐」 등의 히트곡들을 써냈던, 심지어 「Lollipop」에서도 폭발했던 대형 멜로디 무기가 <1st Mini Album>에선 중형으로 교체됐다. 작곡가로서 한창을 보내고 있는 둘의 능력을 의심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에선 망가지는 개그우먼이 인기다. 그것이 과연 망가진 모습만 재밌어서 웃는 것일까? 콩트 안에는 가식을 요구당했던 여성에 대한 장벽을 허무는 통쾌함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생긴 공감은 관람하며 손뼉을 치게 만든다.

투애니원의 팬을 보면 유독 다른 걸 그룹과는 달리 여자가 많다. 개성 강한 소녀의 모습이 못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예쁘장한 모습만 노출되던 걸 그룹 속에 구속받지 않고 노는, 응원해주고 싶은 든든한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멋진 오빠와 예쁜 언니에만 강요당했던 10대 팬들에게 그녀들은 새로운 동경이다.

격한 댄스로 말미암은 라이브 논란, 테디의 원맨쇼를 통해 작곡가 한 명에 기대어 수명 연장의 불안감을 가져오는 등 걱정의 요소도 적지 않게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가요 순위의 일등을 놓치지 않으며 대중에게 존재를 각인시킨 것만으로도 낯선 형체의 색깔을 가진 신인 여자 그룹의 데뷔는 성공적이다.

글 / 이종민 (1stplanet@gmail.com)

앨리슨 크라우스(Alison Krauss) <Essential Alison Krauss>(2009)

올해 초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와 함께한 앨범 <Raising Sand>가 ‘올해의 앨범’ 등 5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을 때, 앨리슨 크라우스(Alison Krauss)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수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그녀를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을지 모른다. “역시, 인생 한 방이군.”

하지만 잠시 침착해지도록 하자.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면 ‘인생 한 방’ 따위를 운운하기 머쓱할 만큼 그녀가 거대한 존재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까. 2008년 그래미 ‘최우수 팝 보컬 협연’ 부문에 이름을 올린 싱글 「Gone gone gone (Don't moved on)」을 포함해 2009년까지 <Raising Sand>가 총 6개의 그래미를 휩쓸기 전, 그녀는 이미 20개의 그래미상을 손에 거머쥔 상태였다. 일순간 나타나 로버트 플랜트와의 작업을 통해 혜성처럼 떠오른 인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수상의 대부분이 그래미의 주요 부문이 아닌 그녀의 주 장르라 할 수 있는 블루그래스와 컨트리에 집중되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상기한 장르들이 현재까지도 미국 음악 시장에 무시할 수 없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과 이러한 20회의 수상 기록이 2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진행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녀가 예사 인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손쉽게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블루그래스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블루그래스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미국의 전통음악인 컨트리의 하부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이민자들의 전통음악에 블루스와 재즈 등 흑인음악이 결합되어 탄생된 것이 바로 블루그래스 뮤직인 것이다. 블루그래스는 컨트리적인 악기 요소에 블루스의 12마디 형식이나 재즈의 즉흥연주 기법 등을 도입해 생성되었으며 밴조, 피들, 만돌린, 도브로 기타, 어쿠스틱 기타 등 현악기를 음의 증폭 없이 어쿠스틱으로 연주해낸 것이 특징이다.

컨트리가 구식 혹은 백인 취향의 이질적인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강한 우리나라 특성상 (사실, 이 문제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것이기도 하다.) 지명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앨범이 드디어 국내에 발매되었다. 20년간 미국 블루그래스/컨트리 음악계 정상에 서 있는 앨리슨 크라우스의 음악을 온전히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앨범 <Essential Alison Krauss>는 블루그래스로 정의 가능한 그녀의 음악적 정수를 온전히 담은 앨범이다.

<Essential Alison Krauss>에는 1992년 앨범 <Every Time You Say Goodbye>를 비롯해 1997년 작 <So Long So Wrong>, 2001년에 발매된 <New Favorite> 등 9장의 앨범에서 충실히 골라 담은 14곡의 필수 트랙들이 자리하고 있다. 앨리슨 크라우스와 그녀의 밴드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tion)이 각종 현악기들로 펼치는 명징한 연주와 서로 다른 파트의 보컬이 풍성한 하모니를 이루는 앨범의 면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음악이 가진 본연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애간장을 녹이는 듯한 「So long, so wrong」 속 만돌린 연주나 어깨춤을 들썩이게 만드는 밴조 연주가 인상적인 「Every time you say goodbye」,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Let me touch you for awhile」 속 도브로 기타 연주 등은 비록 인간의 손을 빌려 연주되고 있지만, 음악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만큼은 자연의 순수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3분여 간 각종 현악기들이 총출동하여 빚어낸 「Sawing on the strings」 속 화려한 앙상블은 듣는 이로 하여금 포크댄스를 추는 듯 속도감과 황홀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전작인 <Raising Sand>에서 고른 「Sister rosetta goes before us」는 애절한 피들 연주와 로버트 플랜트의 음산한 하모니 보컬이 잘 어우러져 차분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현악기의 빈틈없는 연주와 더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앨리슨 크라우스의 목소리다. 차분한 매력이 잘 살아난 「Broadway」와 「A living prayer」 속 가늘고 섬세한 그녀의 목소리는 더없이 맑고 달콤하며 천사 같은 순수함도 함께 지녔다. 이곡을 위시한 전곡에서 때론 홀로, 때론 밴드의 멤버들과 하모니를 이루는 보컬은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곡에 녹아들어 현악기 못지않은 청명함을 전한다.

현대음악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Essential Alison Krauss>에 담긴 그녀의 블루그래스 음악들은 다소 밋밋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심심하게 간이 밴 음악들이 선사하는 차분하면서도 서정적인 매력은 마냥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차분한 휴식을 선사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도 함께 전한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둠이 드리워진 방 안 의자에 앉아 앨범의 한 곡 한 곡을 찬찬히 새겨듣고 나면, 어느새 개운하고 가벼워진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무언가 답답하며 풀리지 않은 문제를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Essential Alison Krauss>는 치유제와 같은 음반이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슈프림 팀(Supreme Team) <Supreme Team Guide To Excellent Adventure>(2009)

오버그라운드를 향한 슈프림 팀(Supreme Team)의 출사표는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의 중용을 대명제로 설정한 듯하다. 이는 언더그라운드와 인터넷 공간에서 탄탄한 지지층을 쌓아 오던 힙합 뮤지션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감지되어 왔던 불문율이기도 하다. 사이먼 디(Simon D)와 이센스(E-sens)가 각자의 믹스 테이프와 컴필레이션 앨범 활동을 거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후,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개인 레이블인 아메바 컬쳐(Amoeba Culture)에서 조우했다는 뉴스가 접해졌을 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내심 이들이 가요계에 화끈한 힙합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대중적인 주목을 끌어당길 만한 요소는 역시 음악적인 멘토라 할 수 있는 다이나믹 듀오의 손길을 거친 흔적이 두드러진다. 1990년대 초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간판 코너였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에 배경음으로도 쓰인 보니 엠(Boney M)의 「Felicidad」를 샘플로 차용한 「Supermagic」은 대중적인 흡인력을 머금고 있다. 이들의 데뷔 앨범에서 다이나믹 듀오가 참여한 「Supermagic」과 「아리따움」이 모두 광고 삽입곡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위의 논지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사실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들이 주목받게 된 매력은 플로우를 능숙하게 타고 넘는 두 멤버의 스킬에 있었다. 다행히도 멜로디컬한 사이먼 디의 플로우와 장난기와 익살로 가득 찬 이센스의 래핑이 한 팀이 되면서 희석될 수 있는 역효과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한층 더 탄력받은 듯 과감하게 내지르는 랩의 파워가 스타일의 변주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앨범의 후반부에 나란히 배치된 「Do」와 「훌리건(Hooligan's anthem)」은 탄탄하고 바운스 넘치는 드럼 비트의 포석 위에서 아드레날린의 향취를 진하게 풍기며 폭주한다. 「Do」의 익살맞은 후렴구는 걸쭉한 타령을 상기시켜 흥겨운 춤판으로 몸을 떠밀고, 개 짖는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힙합 광신도를 선동할 「훌리건」은 청취자를 집단행동에 이르게 할 슈프림 팀의 진군가다.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포세이돈의 아들인 프로쿠르스테스는 평생 동안 길거리를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기 침대에 눕힌 후 그 다리가 침대보다 길면 절단했고, 반대로 짧으면 길게 늘여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자신의 주관적 기준이 횡포를 휘두르는 경지에 다다르면 이야기는 비극을 뛰어넘어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한다.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하는 신인 아닌 신인 힙합 뮤지션은 위의 비유에 적절한 실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준의 정의가 모호한 대중성과 뮤지션의 고유성 사이의 위태로운 선상에 뮤지션을 폭력적으로 올려놓을 것이 아니라면, 슈프림 팀의 첫 번째 대중적 결과물은 우려하는 만큼 그리 허술하지 않다. 최근 가요계에서 활약하는 힙합 뮤지션의 세대교체가 미진하다는 느낌을 떠올린다면, 오히려 이들의 신선한 출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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