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예스 책꽂이 >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베짱이처럼 사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인가?
개미의 노동보다 베짱이의 생활 방식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미의 활동은 그 목적의 필요성 때문에 이루어진다.
한여름, 그리고 인생은 느긋하다, 다는 아니어도 누군가에겐. 우리의 떠돌이 기자는 전원생활을 경험하면서 시골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뭐지? 별스럽게…… 그녀는 베짱이와 개미를 인터뷰하고 있다.
“하루 종일 뭐 하시나요, 베짱이 양?”
“푸른 들판을 뛰어다니며 노래하고 춤추고, 춤추고 노래해요. 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밝고 뜨거운 햇살에 날개를 적시고 말이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네요, 베짱이 양. 그런데 개미 씨, 베짱이 양의 생활 방식을 비난한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당신도 그런 삶을 인정하면 안 돼요. 이 젊은 아가씨나 다른 베짱이들한테 인생은 그저 느긋하기만 해요. 하지만 우리 일꾼들은 그렇게 빈둥거리면서 보낼 시간이 없어요. 우리는 밤낮으로 허리가 휘도록 일합니다, 그러니까 우리한테 허리가 있다면 말이죠. 보세요, 저 야시시한 옷을 나풀거리면서 게임이나 하는 게을러터진 베짱이하곤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는 매일 달구지를 끌고 음식을 모으고, 춥디추운 겨울철에 대비해 그걸 열심히 저장하죠.”
“이봐요, 개미 아저씨, 그렇게 호통 칠 필요 없잖아요? 이리 와서 같이 놀아요. 노래하고 춤추고, 춤추고 노래해요. 당신이 하는 일은 다 무용지물이에요. 그런 노동, 일, 비참한 노고를 대체 뭣 땜에 하는 거죠? 그건 아무 의미 없어요.”
“내가 그 의미를 말해 주겠소, 젊은 처자. 장담하건대 아가씨는 큰 실수를 하는 거요.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는 거요. 그리고 잘 들으시오. 들판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춥고 배고플 때 우리 집 문을 두드리게 될 거요. 그땐 후회하게 될 걸. 내 말을 잘 새겨들어요!”
“하지만 내일은 무수히 많아요. 오늘을 생각해요. 자, 이리 와서, 같이 놀아요.”
“부질없는 짓이고, 시간 낭비요. 내가 왜 아가씨와 얘기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일이나 계속 해야지.”
“자, 이제 잠시 스튜디오로 돌아가 교통 상황을 점검하겠습니다. 청취자들께서는 베짱이 양의 논리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베짱이들은 일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카드 대금을 갚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솝 우화는 여기서 신중함을 배우라고 암시한다. 우리가 오늘 시간을 낭비한다면 내일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만일 베짱이가 겨울에 문을 두드리고 음식을 구걸한다면 개미는 그녀를 도와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는가? 베짱이는 겨울에 굶주릴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지내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굶주림은 그녀 자신의 잘못일 것이다. 그녀는 개미처럼 한여름의 태양 아래서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겨울에 불행이 찾아온다면 그건 순전히 그녀 자신 책임이다. 하지만 이 우화는 무책임한 타인을 우리가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가의 문제와는 다른 퍼즐을 불러일으킨다. 그 퍼즐은 다음과 같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베짱이와 개미의 대조는 여가와 노동, 무위도식과 생산적 활동의 대조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위도식은 가치가 거의 없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위도식’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그것은 해변에 그냥 누워 푸른 하늘을 보면서 따뜻한 햇살을 즐기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일까? 그것은 가치 있는 삶의 일부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것을 가치 있다고 평가하는가?
베짱이는 무엇인가를 하긴 하지만 개미와는 반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상징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베짱이는 놀고, 개미는 일한다. 개미는 일 자체가 가치 있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목적ㅡ즉, 겨울에 잘 먹는 것ㅡ을 위한 수단으로써 일을 한다. 베짱이는 논다. 노는 동안 베짱이는 무엇인가를 하긴 하지만, 놀이의 목적은 힘들게 성취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목적 자체가 바람직할 필요도 없다. 가치 있는 것은 놀이 그 자체다. 놀이는 대개 게임과 관계가 있고, 혹자에 따르면 게임은 불필요한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자발적인 시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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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케이브> 저/<김한영> 역11,700원(10% + 5%)
유쾌한 공상과 기발한 역설로 오늘을 도발한다 일상을 전복하는 철학의 카타르시스! 해학과 유머로 무장한 질문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33개의 논제를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 속에 자리한 철학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