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험프티덤프티가 칠면조 부인에게 던지는 충고

여러 가지 일들이 지금껏 규칙적으로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들이 미래에도 계속 규칙적으로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칠면조 부인 : 이 세상은 너무 멋진 곳이에요! 아침마다 패스트푸드가 배달되고, 농부인 맥도날드 씨는 정말 예의 바른 좋은 친구예요. 하루 종일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밤이 되면 근심 걱정 없이 꿈나라로 갈 수 있죠. 내일 아침 첫닭이 울면 배달될 음식을 기다리면서 말이죠.

칠면조 부인 : 이 세상은 너무 멋진 곳이에요! 아침마다 패스트푸드가 배달되고, 농부인 맥도날드 씨는 정말 예의 바른 좋은 친구예요. 하루 종일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밤이 되면 근심 걱정 없이 꿈나라로 갈 수 있죠. 내일 아침 첫닭이 울면 배달될 음식을 기다리면서 말이죠.

험프티덤프티 : 아하, 이걸 모르시네요, 부인. 농부의 지난 행적은 절대 미래의 지침이 아니라는 걸요.

칠면조 부인 :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세요?

험프티덤프티 :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인의 친척들이 어떻게 됐는지 많이 봐왔죠. 처음에는 정말 행복하게 지내더군요. 하지만…… 글쎄요. 친구로서 말하는 건데…… 칠면조 부인, 내가 댁이라면 말이죠. 일단 12월에 눈이 내리고, 썰매 종소리가 들리고, 키 큰 전나무에 아름다운 불빛이 켜지면 얼른 농장을 그만둘 겁니다.

칠면조 부인 :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마워요, 험프티덤프티 씨.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당신의 친절한 충고 역시 과거의 행적에 기초하고 있는 거잖아요. 과거는 절대 믿지 말라면서요.

험프티덤프티 : 부인의 잘못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거예요. 그 멍청한 여자애, 앨리스ㅡ거울 안으로 넘어와서 나하고 한 번 만났거든요ㅡ한테도 얘기했지만, 내가 어떤 단어를 말할 때 그 단어는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의미한답니다.

칠면조 부인 : 그러면 너무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험프티덤프티 :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죠. 그건 전적으로 당신이 과거 의미를 미래 의미의 지침으로 삼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어요.

칠면조 부인 : 하지만, 하지만…….

여기서 잠시, 의미들이 고정적인가 유동적인가의 문제를 간단히 살펴보자. 아래에 기본적인 질문이 있다.

이 퍼즐은 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매우 밀접하다. 흄은 스코틀랜드 사람이었지만, 영국 철학자들은 때때로 흄을 ‘브리티시(British,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즈를 포함ㅡ옮긴이)’라 부르며 찬양한다. 물론 영국인인 존 로크에 대해서는 종종 영국인(English)이라는 표현을 쓰고 넘어간다.

여러 가지 일들이 지금껏 규칙적으로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들이 미래에도 계속 규칙적으로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수세기 동안 전해 온 유명하고, 유치하지만 정확한 얘기가 있다. 유럽인들은 항상 하얀 백조를 보았다. 그 경험으로부터 그들은 모든 백조는 하얗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들이 호주에 가 보았다면 검은 백조인 흑고니를 보았을 것이다. 모두가 흰 백조를 봤다는 사실에서 모든 백조가 하얗다는 결론이 나오진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숨을 쉬었다는 사실에서 내가 항상 숨을 쉴 거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퍼즐은 과거 사례에서 미래로 넘어갈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을 뿐 아니라 관찰된 사례에서 관찰되지 않은 사례로 넘어갈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사실 이 퍼즐의 핵심은 ‘일부’와 ‘전부’ 또는 ‘이것들’과 ‘저것들’ 사이의 빈틈에 있다. 그것은 귀납의 문제다. 양자의 조합을 경험한 사례가 많든 적든, 앞으로 그런 조합을 또 기대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그리고 정당하다면 왜인가? 이것은 지식 또는 믿음과 관련된 ‘인식론적’ 질문이다. 그 기초에 놓인 형이상학적 문제ㅡ‘세계에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ㅡ는 다음과 같다. 여기에 또는 과거에 어떤 규칙성이 있다면, 그것은 저기에 또는 미래에 반복될 수 있는가?

사람들은ㅡ심지어 철학자들도ㅡ때때로 속임수를 쓴다. ‘저 크고 검은 새는 백조처럼 보일 뿐이다. 깃털이 하얗지 않으므로 저것은 진짜 백조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깃털이 하얗다’는 것을 백조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일 백조를 하얗다고 정의한다면, 모든 백조가 하얀지를 보기 위한 이전의 조사들은 무의미해진다. 나는 대처 여사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영국 수상이던 시절에 그녀는 간호사들은 파업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간호사들이 파업하고 있다고 누군가 지적하자 그녀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응답했다. “아하, 그들은 진짜 간호사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흰색과 백조 같은 우연한 조합이 미래 또는 다른 공간으로 연장되지 않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만 본질상 어떤 필연성이 존재할 수는 있다. 다음을 생각해 보자. 모든 유리는 잘 깨진다. 일반적인 조건에서 단단한 벽돌로 치면 유리는 금방 깨진다. 만일 이 투명한 창이 깨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유리가 아니라고 우리는 주장할 수 있다. 좋다, 일단 이 말을 인정하기로 하자. 그러나 이것은 단지 우리의 퍼즐을 다른 곳으로 살짝 치워 놓은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다음번에 만나게 될 유리가 깨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를 문제 삼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만일ㅡ만일ㅡ그것이 진짜 유리라면 깨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새로운 퍼즐로 넘어가 보자. 이 투명한 물질이 깨지는지 안 깨지는지를 볼 때까지 우리는 그것이 유리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다시 한 번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일로 건너뛰어야 한다.

출처: //www.flickr.com/photos/29831438@N00/411949251/

칠면조 부인 : 그러니까 과거에 그랬다는 것에서 미래에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추론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겠어요. 거기엔 빈틈이 있군요. 어쩌면 우리는 세상의 일들이 종종 똑같이 지속된다는 우리의 경험에만 의존해야 할 것 같아요. 그 추론ㅡ귀납적 추론ㅡ은 과거에는 대개 성공적이었어요.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성공할 거라고 기대해도 되겠죠?

험프티덤프티 : 칠면조 부인, 순환적입니다. 귀납적 추론이 과거에 성공했다고 어떻게 미래에도 성공한다는 거죠?

칠면조 부인 : 글쎄요, 그냥 그렇다고 인정하지 않나요? 험프티덤프티 씨, 당신은 그 벽 위에서 계속 균형을 잡고 있어요. 과거에도 그랬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죠.

험프티덤프티 : (불안한 기색으로) 글쎄요, 그러니까……. 맞아요, 흄, 그 훌륭한 계란이 당신의 요점을 입증했지요. (흄은 관념 연합의 세 가지 성질 중 시공의 인접성에 대한 예로 계란ㅡ병아리ㅡ닭을 들었다. 그는 이성에 의한 인과성을 의심하고 원인으로부터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습관에서 파생된 신념이라고 보았다.―옮긴이) 습관이 열쇠예요. 우리는 단지 어떤 기대들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그런 기대를 발전시켰다는 것이 그 기대가 확실하다는 표시일 겁니다.

칠면조 부인 : 하지만 그 성공은 단지 지금까지의 성공이에요. 미래의 성공은 아닐 수 있죠. 인류는 과거에서 왔지만, 누가 미래를 알겠어요? 요즘 말하는 온난화 현상을 생각해 봐요. 하지만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지구가 얼고 인구가 폭발할 거라는 과거의 예측들을 생각해 봐요.

험프티덤프티 : 요점을 알겠어요, 칠면조 부인. 하지만, 과거에 의존하지 않으면 어떻게 미래를 판단할 수 있을까요? 나 같은 계란이 벽 위에서 균형을 잘 잡을지, 뚜껑을 따지 않은 피노느와르 와인의 맛이 이전의 것들과 똑같을지 어떻게 판단하겠어요? 그리고 구운 칠면조 고기를 바로 저미면 육즙이……. 아이고! 미안합니다, 부인.

칠면조 부인 :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는 계속 혼란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과거의 규칙성이 미래의 비슷한 규칙성을 결코 보장하진 못해도, 어느 정도의 가능을 보여 주진 않을까요? 그게 합리적이지 않아요? 생각해 보세요. 투자의 세계에서 과거는 미래의 지침이 결코 아니라고 광고하면서도 과거 실적을 자세히 보여 주거든요. 어떤 광고에서는 과거가 반드시 지침은 아니라고 주장해요.

험프티덤프티 : 그래요. 과거가 반드시 미래의 지침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쩌다 그럴 수 있죠. 결국 사람들은 구운 감자와 칠면조 고기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는 없거든요……. 어이쿠, 죄송합니다. 닭대가리처럼 똑같은 실수를 또 범하다니!

칠면조 부인 : 저런, 그러다 습관이 되겠어요, 험프티덤프티 씨. 이제 곧 예측이 가능하겠는 걸요, 당신의 과거 행적에 기초해서 말이죠. 어쩌면 이 세계에서 우리는 과거의 규칙성이 어쩌다 미래의 규칙성을 보여주기도 하는 꽤 좋은 지침이라는 사실을 그냥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험프티덤프티 : 심지어는 말이죠, 과거가 반드시 미래의 좋은 지침이라는 그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도 있답니다. 만일 과거에 어떤 일이 들쭉날쭉 불규칙적으로 일어났다면, 그건 미래의 불규칙성을 보여 주는, 비록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어쨌든 증거가 될 수 있지요.

칠면조 부인 : 그건 좀더 생각해 봐야겠는 걸요…….

험프티덤프티 : 아니요, 더 생각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칠면조 부인. 과거가 미래에 대한 믿음을 제대로 정당화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압니다, 그냥 알아요. 12월에 눈이 내리면 농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지 숨을 죽이고 들어야 한다는 걸 말이죠.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할 겁니다. 과거에 일어난 일들 때문에요.

칠면조 부인 : 당신의 과거 행적에 비추어 볼 때 내가 당신의 훌륭한 균형 감각을 믿어야 하는 것과 같군요, 험프티덤프티 씨. 생각해 보니, 내가 당신의 말을 이해하는 것도 과거가 나를 이끈다는 사실의 증거일 겁니다.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말을 하거나 심지어 생각을 할 때마다 우리는 언어적 과거가 미래의 길잡이라고, 어쩌면 반드시 그렇다고 인정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퍽 소리와 함께 험프티덤프티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험프티덤프티 : 동요집 <엄마 거위 Mother Goose>에 나오는 달걀꼴 사람ㅡ옮긴이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

<피터 케이브> 저/<김한영> 역11,700원(10% + 5%)

유쾌한 공상과 기발한 역설로 오늘을 도발한다 일상을 전복하는 철학의 카타르시스! 해학과 유머로 무장한 질문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33개의 논제를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 속에 자리한 철학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