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예스 책꽂이 >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험프티덤프티가 칠면조 부인에게 던지는 충고
여러 가지 일들이 지금껏 규칙적으로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들이 미래에도 계속 규칙적으로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칠면조 부인 : 이 세상은 너무 멋진 곳이에요! 아침마다 패스트푸드가 배달되고, 농부인 맥도날드 씨는 정말 예의 바른 좋은 친구예요. 하루 종일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밤이 되면 근심 걱정 없이 꿈나라로 갈 수 있죠. 내일 아침 첫닭이 울면 배달될 음식을 기다리면서 말이죠.
칠면조 부인 : 이 세상은 너무 멋진 곳이에요! 아침마다 패스트푸드가 배달되고, 농부인 맥도날드 씨는 정말 예의 바른 좋은 친구예요. 하루 종일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밤이 되면 근심 걱정 없이 꿈나라로 갈 수 있죠. 내일 아침 첫닭이 울면 배달될 음식을 기다리면서 말이죠.
험프티덤프티 : 아하, 이걸 모르시네요, 부인. 농부의 지난 행적은 절대 미래의 지침이 아니라는 걸요.
칠면조 부인 :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세요?
험프티덤프티 :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인의 친척들이 어떻게 됐는지 많이 봐왔죠. 처음에는 정말 행복하게 지내더군요. 하지만…… 글쎄요. 친구로서 말하는 건데…… 칠면조 부인, 내가 댁이라면 말이죠. 일단 12월에 눈이 내리고, 썰매 종소리가 들리고, 키 큰 전나무에 아름다운 불빛이 켜지면 얼른 농장을 그만둘 겁니다.
칠면조 부인 :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마워요, 험프티덤프티 씨.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당신의 친절한 충고 역시 과거의 행적에 기초하고 있는 거잖아요. 과거는 절대 믿지 말라면서요.
험프티덤프티 : 부인의 잘못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거예요. 그 멍청한 여자애, 앨리스ㅡ거울 안으로 넘어와서 나하고 한 번 만났거든요ㅡ한테도 얘기했지만, 내가 어떤 단어를 말할 때 그 단어는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의미한답니다.
칠면조 부인 : 그러면 너무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험프티덤프티 :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죠. 그건 전적으로 당신이 과거 의미를 미래 의미의 지침으로 삼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어요.
칠면조 부인 : 하지만, 하지만…….
여기서 잠시, 의미들이 고정적인가 유동적인가의 문제를 간단히 살펴보자. 아래에 기본적인 질문이 있다.
이 퍼즐은 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매우 밀접하다. 흄은 스코틀랜드 사람이었지만, 영국 철학자들은 때때로 흄을 ‘브리티시(British,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즈를 포함ㅡ옮긴이)’라 부르며 찬양한다. 물론 영국인인 존 로크에 대해서는 종종 영국인(English)이라는 표현을 쓰고 넘어간다.
여러 가지 일들이 지금껏 규칙적으로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들이 미래에도 계속 규칙적으로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수세기 동안 전해 온 유명하고, 유치하지만 정확한 얘기가 있다. 유럽인들은 항상 하얀 백조를 보았다. 그 경험으로부터 그들은 모든 백조는 하얗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들이 호주에 가 보았다면 검은 백조인 흑고니를 보았을 것이다. 모두가 흰 백조를 봤다는 사실에서 모든 백조가 하얗다는 결론이 나오진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숨을 쉬었다는 사실에서 내가 항상 숨을 쉴 거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퍼즐은 과거 사례에서 미래로 넘어갈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을 뿐 아니라 관찰된 사례에서 관찰되지 않은 사례로 넘어갈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사실 이 퍼즐의 핵심은 ‘일부’와 ‘전부’ 또는 ‘이것들’과 ‘저것들’ 사이의 빈틈에 있다. 그것은 귀납의 문제다. 양자의 조합을 경험한 사례가 많든 적든, 앞으로 그런 조합을 또 기대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그리고 정당하다면 왜인가? 이것은 지식 또는 믿음과 관련된 ‘인식론적’ 질문이다. 그 기초에 놓인 형이상학적 문제ㅡ‘세계에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ㅡ는 다음과 같다. 여기에 또는 과거에 어떤 규칙성이 있다면, 그것은 저기에 또는 미래에 반복될 수 있는가?
사람들은ㅡ심지어 철학자들도ㅡ때때로 속임수를 쓴다. ‘저 크고 검은 새는 백조처럼 보일 뿐이다. 깃털이 하얗지 않으므로 저것은 진짜 백조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깃털이 하얗다’는 것을 백조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일 백조를 하얗다고 정의한다면, 모든 백조가 하얀지를 보기 위한 이전의 조사들은 무의미해진다. 나는 대처 여사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영국 수상이던 시절에 그녀는 간호사들은 파업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간호사들이 파업하고 있다고 누군가 지적하자 그녀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응답했다. “아하, 그들은 진짜 간호사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흰색과 백조 같은 우연한 조합이 미래 또는 다른 공간으로 연장되지 않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만 본질상 어떤 필연성이 존재할 수는 있다. 다음을 생각해 보자. 모든 유리는 잘 깨진다. 일반적인 조건에서 단단한 벽돌로 치면 유리는 금방 깨진다. 만일 이 투명한 창이 깨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유리가 아니라고 우리는 주장할 수 있다. 좋다, 일단 이 말을 인정하기로 하자. 그러나 이것은 단지 우리의 퍼즐을 다른 곳으로 살짝 치워 놓은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다음번에 만나게 될 유리가 깨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를 문제 삼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만일ㅡ만일ㅡ그것이 진짜 유리라면 깨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새로운 퍼즐로 넘어가 보자. 이 투명한 물질이 깨지는지 안 깨지는지를 볼 때까지 우리는 그것이 유리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다시 한 번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일로 건너뛰어야 한다.
|
관련태그: 험프티덤프티
<피터 케이브> 저/<김한영> 역11,700원(10% + 5%)
유쾌한 공상과 기발한 역설로 오늘을 도발한다 일상을 전복하는 철학의 카타르시스! 해학과 유머로 무장한 질문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33개의 논제를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 속에 자리한 철학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