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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시오, 난 아이작 뉴턴 경이오. 잠깐, 사과 얘긴 꺼내지 마시오
우리는 가능성에 대해, 가능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거나 일어날 것 같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한 남자가 침대에서 눈을 비비고 일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시오, 난 아이작 뉴턴 경이오. 잠깐, 사과 얘긴 꺼내지 마시오.”
우리는 이 일이 17세기가 아닌 아주 최근에 일어났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 남자는 ‘아지Ossie’라는 약간 특이한 이름을 가진 극히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곧 화를 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사람들은 그가 그들을 놀리기 위해 마치 뉴턴인 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지는 화려한 중세 영어를 구사한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놀란다. “여기가 어디인가? 하인들은 어디 갔는가? 나의 책들과 연금술 기록들은? 천장에 매달린 저 이상한 등불은 무엇인가? 저 마술 상자에서 어떻게 말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는가?”
우리는 이 이야기를 계속할 수도 있지만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만, 아지라는 사람이 계속 진지한 태도로 아지라는 사람의 삶을 전혀 모르는 척하고, 마치 자신이 초라한 아지의 몸에 들어앉은 아이작 뉴턴인 것처럼 뉴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으며, 진짜 아이작 뉴턴이 웨스트민스터사원에 묻혀 있지 않고 여기 런던의 소호에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아지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우리 모두 뉴턴의 이야기를 안다. 잘못된 주장이지만 그는 사과가 머리에 떨어지자 중력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지는 아마 남몰래 뉴턴의 삶을 연구하고, 중세 영어의 억양을 연습하고, 또 뉴턴이 사과와 관련된 농담에 질렸을 것이라고 추측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어떤 식으로든 뉴턴이 환생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때가 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오지는 감쪽같이 사라질 것이다. 그는 어디로 사라질까?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퍼즐이다. 지금은 이 사람이 아지인지 뉴턴인지에, 즉 아래와 같은 다소 무겁고 일반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 보자.
우리는 가능성에 대해, 가능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거나 일어날 것 같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단지 순전한 가능성에 대해, 그 생각에 어떤 모순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된다.
아지처럼 생겼지만 뉴턴처럼 말하고 자신이 뉴턴이라 주장하는 이 남자는 누구일까? 그가 실제로 누구든 간에 일단 그를 ‘아이지Issie’라고 부르자. 만일 아이지가 환생한 아이작 뉴턴이라면 그는 최소한 ‘나는 이것을 실험했고, 저것을 썼고…… 기타 등등’이라고 자신의 과거 사건들을 설명해야 한다. 그는 뉴턴에 대해 즉 자기 자신에 대해 1인칭으로 말해야 한다. 아이지가 그렇게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우리는 아이지가 아이작 뉴턴이 아니라고 의심할 수 있다. 아지가 역사적 사건들을 연구한 다음 1인칭으로 윤색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들을 아이지가 말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쩌면 그는 킹스칼리지 예배당의 지하실이나 캠브리지 외곽의 오래된 밤나무 밑에 논문이나 성경을 묻어 놓았다고 말할지 모른다. 전문가들이 그 장소를 조사한 결과 수세기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곳을 파서 그가 말한 물건들을 찾아낸다. 그런 증거가 있다면ㅡ분명, 충분한 증거다ㅡ우리는 ‘그래, 어쨌든 뉴턴이 아지의 몸을 빌려 환생을 했군. 아이지는 아이작 뉴턴이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뉴턴이나 또는 어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에 육체적 연속성ㅡ시간이 흐르는 동안 동일한 몸을 소유하는 것ㅡ은 필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지ㅡ즉, 뉴턴ㅡ도 이에 동의한다. “계속 말하고 있지만 나는 아이작 뉴턴이오. 물론 지금 뒤집어쓰고 있는 이 몸이 익숙하진 않소. 아지는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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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케이브> 저/<김한영> 역11,700원(10% + 5%)
유쾌한 공상과 기발한 역설로 오늘을 도발한다 일상을 전복하는 철학의 카타르시스! 해학과 유머로 무장한 질문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33개의 논제를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 속에 자리한 철학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