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안녕하시오, 난 아이작 뉴턴 경이오. 잠깐, 사과 얘긴 꺼내지 마시오

우리는 가능성에 대해, 가능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따라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거나 일어날 것 같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한 남자가 침대에서 눈을 비비고 일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시오, 난 아이작 뉴턴 경이오. 잠깐, 사과 얘긴 꺼내지 마시오.”

우리는 이 일이 17세기가 아닌 아주 최근에 일어났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 남자는 ‘아지Ossie’라는 약간 특이한 이름을 가진 극히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곧 화를 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사람들은 그가 그들을 놀리기 위해 마치 뉴턴인 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지는 화려한 중세 영어를 구사한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놀란다. “여기가 어디인가? 하인들은 어디 갔는가? 나의 책들과 연금술 기록들은? 천장에 매달린 저 이상한 등불은 무엇인가? 저 마술 상자에서 어떻게 말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는가?”

우리는 이 이야기를 계속할 수도 있지만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만, 아지라는 사람이 계속 진지한 태도로 아지라는 사람의 삶을 전혀 모르는 척하고, 마치 자신이 초라한 아지의 몸에 들어앉은 아이작 뉴턴인 것처럼 뉴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으며, 진짜 아이작 뉴턴이 웨스트민스터사원에 묻혀 있지 않고 여기 런던의 소호에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아지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우리 모두 뉴턴의 이야기를 안다. 잘못된 주장이지만 그는 사과가 머리에 떨어지자 중력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지는 아마 남몰래 뉴턴의 삶을 연구하고, 중세 영어의 억양을 연습하고, 또 뉴턴이 사과와 관련된 농담에 질렸을 것이라고 추측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어떤 식으로든 뉴턴이 환생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때가 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오지는 감쪽같이 사라질 것이다. 그는 어디로 사라질까?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퍼즐이다. 지금은 이 사람이 아지인지 뉴턴인지에, 즉 아래와 같은 다소 무겁고 일반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 보자.

우리는 가능성에 대해, 가능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거나 일어날 것 같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단지 순전한 가능성에 대해, 그 생각에 어떤 모순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된다.

아지처럼 생겼지만 뉴턴처럼 말하고 자신이 뉴턴이라 주장하는 이 남자는 누구일까? 그가 실제로 누구든 간에 일단 그를 ‘아이지Issie’라고 부르자. 만일 아이지가 환생한 아이작 뉴턴이라면 그는 최소한 ‘나는 이것을 실험했고, 저것을 썼고…… 기타 등등’이라고 자신의 과거 사건들을 설명해야 한다. 그는 뉴턴에 대해 즉 자기 자신에 대해 1인칭으로 말해야 한다. 아이지가 그렇게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우리는 아이지가 아이작 뉴턴이 아니라고 의심할 수 있다. 아지가 역사적 사건들을 연구한 다음 1인칭으로 윤색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들을 아이지가 말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쩌면 그는 킹스칼리지 예배당의 지하실이나 캠브리지 외곽의 오래된 밤나무 밑에 논문이나 성경을 묻어 놓았다고 말할지 모른다. 전문가들이 그 장소를 조사한 결과 수세기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곳을 파서 그가 말한 물건들을 찾아낸다. 그런 증거가 있다면ㅡ분명, 충분한 증거다ㅡ우리는 ‘그래, 어쨌든 뉴턴이 아지의 몸을 빌려 환생을 했군. 아이지는 아이작 뉴턴이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뉴턴이나 또는 어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에 육체적 연속성ㅡ시간이 흐르는 동안 동일한 몸을 소유하는 것ㅡ은 필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지ㅡ즉, 뉴턴ㅡ도 이에 동의한다. “계속 말하고 있지만 나는 아이작 뉴턴이오. 물론 지금 뒤집어쓰고 있는 이 몸이 익숙하진 않소. 아지는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군.”

출처: //www.flickr.com/photos/23784719@N08/3313970582/

그러나……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브루스란 사람이 어느 날 오후 호주의 본디 해변에서 잠을 자다가 일어나, “안녕하시오, 난 아이작 뉴턴 경이오. 잠깐, 사과 얘긴 꺼내지 마시오.”라고 말한다. 이 사람은 아지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른다. 브루스도 아이지와 똑같은 주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더구나 그가 출현한 곳은 비키니 천국인 본디 해수욕장이다. 우리는 브루스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은 뉴턴이라 주장하고 있는 이 남자는 정체가 아직 불확실하므로, 그를 ‘오지Aussie’라고 부르자. 오지가 뉴턴이라는 증거의 신뢰도는 결국 아이지가 뉴턴이라는 증거와 똑같다. 그래서 만일 그 증거로 인해 아이지가 뉴턴이라는 것이 입증될 수 있다면 우리는 또한 오지가 뉴턴이라는 것도 믿어야 한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호주 사람인 오지가 런던 사람인 아이지와 동일인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불가능하다. 어떻게 한 명의 사람이 호주와 영국에 동시에 존재하면서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모를 수 있겠는가? 뉴턴이 두 개의 몸에 거주하는 두 개의 인격으로 환생한 것일까?

잠에서 깨어나 자기가 뉴턴이라고 진지하게 선언하는 사람을 스물일곱 명을 만들거나 이만 칠천 명을 만들어도 거기엔 논리적 모순이 없고 우리는 그들을 모두 동등한 정도로 신임할 수 있다. 단수의 경우, 즉 아이지의 경우만 보면 뉴턴이 멀쩡하게 살아 있다고 믿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복수의 경우들 앞에서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여러 명의 뉴턴이 환생할 가능성 자체는 한 명의 뉴턴이 환생할 가능성을 가로막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다수의 뉴턴이 환생할 가능성은, 한 명의 동일인이 환생하는 것은 심리적 상태만 갖춰지면 충분하다는 사실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단일 사례인 아이지의 경우로 돌아가 보자. 아이지가 정말 아이작 뉴턴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그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감춰둔 문서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해도(특히 뉴턴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지는 뉴턴일 것이다. 우리는ㅡ그리고 뉴턴도ㅡ요행히 환생한 뉴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특별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또한 우리가 요행히 그를 알아본 것은 그가 혼란에 빠져 있지 않아서였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계속 동일인으로 존재하면서도 정체성의 큰 부분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뉴턴이 아지의 몸으로 깨어났을 때 그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그가 아지의 몸을 점령한 것과 똑같이, 그는 자신의 마음이 점령당해서 엉뚱한 기억, 생각, 태도가 모인 이상한 집합체가 되었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뉴턴이 오지의 몸으로 깨어났을 때 자신이 누구인지 완전히 헷갈리는 경우에도 모순 없이 적용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논리적 상상의 가능성을 아주 멀리까지 확대 시킨다면, 뉴턴이 아지의 몸으로 깨어났을 때 더 큰 혼란에 빠져서 자신이 ‘아지’라는 사람이고 지금이 21세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침대에 앉아 있는 그 사람, 즉 혼란에 빠진 불쌍한 아지ㅡ그는 아지로 보인다ㅡ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는 사실 아이작 뉴턴 경인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고 말해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가능성을 너무 멀리까지 확대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퍼즐이 존재한다ㅡ어디까지가 너무 멀리까지인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

<피터 케이브> 저/<김한영> 역11,700원(10% + 5%)

유쾌한 공상과 기발한 역설로 오늘을 도발한다 일상을 전복하는 철학의 카타르시스! 해학과 유머로 무장한 질문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33개의 논제를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 속에 자리한 철학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진짜 수학 세계사

피타고라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뉴턴. 유명한 수학자는 대부분 유럽 남자다. 훌륭한 비유럽 수학자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는 지금까지 쓰여진 수학사의 공백을 채운다. 인도, 중국, 마야 등 다른 대륙에서 발달한 수학 들이 교차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간절하게 원했던 보통의 삶을 위하여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집’. 이 집이라는 출발점부터 비뚤어진 한 소녀가 어떤 여자를 만나고, 생판 모르는 남들과 살게 된다. 가출 청소년, 빚쟁이 등 사회 속에서 외면받은 이들이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간다. 삶의 복잡한 내면을 다룬 수작이자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

국민을 위한 완벽한 나라가 존재하는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2036년,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미국이 아예 두 나라로 분리된다. 양국이 체제 경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중립지대’가 소설의 주요 배경이다. 그 속에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이복자매 스파이들. 그들의 치열한 첩보전을 통해 적나라한 민낯들이 펼쳐진다.

‘시’가 전하는 깊고 진한 위로

장석주 작가가 전하는 시에 관한 이야기. 시인으로, 작가로 50년 가까이 글을 읽고 써온 그가 사랑한 77편의 명시와 이를 사유한 글들을 전한다. 과잉의 시대에서 덜어냄의 미학을 선사하는 짧은 문학, '시'가 선물하는 절제된 즐거움과 작가만의 울림 가득한 통찰을 마주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