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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몰랐지’와 ‘사실은 이래’

리스트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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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교양을 담은 절대 지식 사전!!" 리스트 북에 속하는 『도전 무한지식』(달)의 띠지 문구는 지나치다. 책 제목의 '무한'도 그렇지만 '절대'라고 한 것은 과장되었다.반면 "지식 충전 여행!"이라는 띠지 문구는 적절하다.

“생각하는 교양을 담은 절대 지식 사전!!” 리스트 북에 속하는 『도전 무한지식』(달)의 띠지 문구는 지나치다. 책 제목의 ‘무한’도 그렇지만 ‘절대’라고 한 것은 과장되었다. 반면 “지식 충전 여행!”이라는 띠지 문구는 적절하다. 저자에게 약간의 책임이 있는 책 제목의 ‘뻥튀기’를 저자는 이렇게 해명한다.

“이 책은 그간 라디오 전파를 타고 세상에 뿌려진 과학 지식들과 5분간의 짧은 만남으로 미처 다하지 못한 과학 이야기를 한데 모은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무한지식에 도전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매뉴얼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방점은 ‘무한지식’에 있지 않고 ‘도전’에 있기 때문이다.”(「책머리에」에서)

그러면 ‘리스트 북’이란 무엇인가? 최근 번역된 리스트 북 두 권의 곁 텍스트는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리스트 북은 존 로이드와 존 미친슨이 함께 지은 『지식의 반전』(이한음 옮김, 해나무, 2009)「맺음말」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그것도 기꺼이, 숨김없이.

“예전에 존 르 카레는 책의 영화화가 ‘소가 부용(육수를 만들 때 쓰는 건조 양념-옮긴이)이 되는 광경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불평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서 우리는 여러분이 손에 쥔 이 책이 수많은 과학자, 철학자, 역사학자, 발명가, 성인, 선각자의 독창적인 연구를 자르고 건져내고 끓이고 거른 것임을 인정하련다.”

리스트 북에 대해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턴까지 세계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 100』(에드윈 무어 지음, 차미례 옮김, 미래인, 2009)의「옮긴이의 말」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서구에서는 이런 종류의 이른바 뽑아낸 리스트 북이 시대의 유행과 관계없이 꾸준히 발간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은 주로 정치사나 왕조사 위주로 편찬된 엄숙주의 편년체 역사보다 재미있게 읽히기 때문이다. 또 원래 사소한 것 음미하기, 몰래 들여다보기를 즐기는 그들의 본성에도 맞는다.”

내 나름대로 형식과 내용을 짬뽕하여 리스트 북의 갈피를 잡으면, ‘발췌?요약 형’ ‘요건 몰랐지’ ‘사실은 이래’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리스트 북은 언론, 특히 방송 프로그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의 작가 겸 편집자 에드윈 무어는 ‘사실은 이래’ 유형의 리스트 북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에 들어간 ‘어떤 만남’의 기준을 크게 세 가지로 잡았다. “첫째는 만남의 당사자들이 모두 유명인사일 것, 둘째는 양자가 모두 서로의 존재에 대해 깜깜한 상태에서 우연히 잠깐 마주칠 것, 셋째는 그 만남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다.”

내겐 두 주인공 모두가 ‘생면부지’인 ‘어떤 만남’이 더러 있다. 에드윈 무어가 어느 한쪽만 “아주 유명한 이름”의 예로 거명한 빌리 홀리데이를 지금까지 나는 이름만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여자인 줄은 몰랐다.

“파니 카플란Fanny Kaplan은 레닌을 죽인 역사 인물로 유명하긴 하지만, 우리가 그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의 대부분은 분명치가 않다”(327쪽) 또한 나의 무지를 한껏 증명해줬다. 나는 파니 카플란뿐만 아니라 레닌이 그녀가 쏜 총(알)을 두 방이나 맞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에드윈 무어는 ‘짧은 만남’을 간추리고 ‘후일담’을 전한다. 특이한 점 하나. 아파치 추장 제로니모의 항복을 받아낸 넬슨 마일스 장군(289쪽)과 조셉 콘래드(301쪽)는 서로 쏙 빼닮았다. 에드윈 무어는 영국인답게 미국에 대해 까칠하게 군다. 미국보다는 덜 하지만 프랑스에 대해서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저자의 애국심을 한편으로 제쳐 놓으면 꽤 읽을 만하다.

무리 없이 진행되는 책에서 오자가 같은 페이지에서 한꺼번에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의 335쪽이 그러한데, 바로 앞줄에 두 번 나오는 “존스”가 그 다음 줄에서 “존슨”이 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앞 페이지의 휴 트렌처드 영국 공군 “중장”이 바로 옆 페이지에서 “중령”으로 내려앉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과 어긋난다. 우린 육군 대장이 이등병으로 급전직하하지 않았는가.

“진리는 무지를 통해 드러난다”(하인리히 조이제, 1300-1365,『진리의 책』)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지식의 반전』은 ‘요건 몰랐지’와 ‘사실은 이래’가 섞여 있다. 이는 “어려운 질문들을 파헤치는 남다른 요령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인 QI(Quite Interesting)와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의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영국 BBC의 퀴즈 프로그램은 기상천외한 질문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엉뚱함이 자의적인 판단과 해석의 방패일 수는 없다.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적용해야 마땅하다. “에베레스트는 해발 8,848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가장 키가 큰 산은 아니다”라는 주장은 퀴즈쇼에서나 가능한 억지일 수 있다.

다양한 기준을 들이대면 ‘산’의 개념 정의 자체가 무의미해지지 않을까. 또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를 재는 기준과 상이한 이중 잣대가 된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는 “에어즈록Ayers Rock이 아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에 있는 아우구스투스 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에어즈록 찬미자들을 거꾸러뜨릴 한 방”은 마우나케아 예찬자를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아우구스투스 산은 단일 암석이다. 즉 한 덩어리 바위다.” 에어즈록은 바위 한 덩어리가 아니다. 그것은 코너 산과 올가 산에서도 “튀어나와 있는 거대한 암반의 꼭대기에 불과할 뿐이다.” 하와이 섬의 마우나케아는 바다 밑부터 재면 높이가 10,200미터나 되지만, 해수면 위로 솟아 오른 것은 고작 4,206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거대한 암반의 꼭대기가 말이다.

나는 많은 천문학자들처럼 “현재 태양을 도는 지구를 뒤따르는 지구 접근 소행성” 여섯 개를 지구의 위성으로 간주하는 QI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그것들 중 일부 또는 전부가 더 규칙성을 띤 궤도에 정착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은 예의 퀴즈쇼이기에 가능하다.

내가 이 책에서 겪은 앎의 뒤집힘 사례 몇을 든다. 흰긴수염고래는 목구멍이 작다. 하여 크릴을 주로 먹는다. 30여 년 전, 우리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강으로 뛰어드는 레밍에 비유한 주한미군사령관 위컴이라는 자는, 이제 보니 몰상식한 데다 상무식한 인간이었다. 레밍한테는 그런 습성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만들어진 거짓 속설이다(112-113쪽).

영국에선 “1963년까지도 닭고기는 사치품이었”단다. “닭고기가 일반 가정에서 애용하는 육류가 된 것은 1970년대 들어서였다. 오늘날 영국인이 먹는 육류의 절반은 닭고기다.” 때로 어떤 현상이 보편화한 역사는 이렇듯 짧다. 이 책에도 영국식 애국주의가 ‘작열’하는데 영국이 야구의 발상지라는 ‘설’은 별 의미가 없다. 지금 쓰고 있는 야구 규칙을 토대로 야구를 발전시킨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사실은 이래’로 분류되는 『상식의 오류 사전 747-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발터 크래머 외 지음, 박영구 외 옮김, 경당, 2007)는 이미 나왔던 세 권의 개정판 합본이다. 기 출간본 세 권을 한데 묶으면서 낡은 내용을 뺐다는 것을 개정판 합본 판권 면 아래에다 작은 글자로 알린다.

그런데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첫 권, 223쪽)라는 시대착오적 항목이 개정판 합본에 잔존하는 것은 꽤나 아쉽다. 매우 유감스럽다. 이 항목의 전거가 못 말리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그인 폴 존슨의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말은 레닌이나 마르크스에게 나온 것이다?”(개정판 합본, 532쪽) 『상식의 오류 사전』은 이 말의 출처는 노발리스라고 바로 잡는다. 그리고는 “오늘날 사람들이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한 것으로 생각하는 다른 유명한 말들도 알고 보면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한 말들”이라고 깎아내리며 네 가지 예를 더 든다.

나 같으면 그런 말들은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는 엄연한 진실을 숨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상식의 오류 사전』은 딴소리를 한다. “이런 문장들은 그 밖에도 많이 있”단다. 맞다. 그러나 적어도 마르크스는 남의 글을 도용하지 않았다. 인용문의 전거를 분명하게 밝혔다.

나는 “저 위대한 피렌체인의 좌우명”을 『신곡』의 「연옥편」이 아닌, 『자본』 제1판 서문에서 접했다(『자본Ⅰ-1』강신준 옮김, 길, 2008, 48-49쪽). 나는 ‘남이 뭐래든 네 갈 길을 가라’는 단테의 좌우명을 아주 좋아한다. 셰익스피어 희곡은 엄청난 독서가인 마르크스가 쓴 저작의 ‘단골손님’이다. 『자본』도 예외는 아니어서 곳곳에 셰익스피어 희곡의 대사가 인용된다.

마르크스는 남의 글을 빌려오지만은 않았다. “학문을 하는 데에는 평탄한 길이 없으며, 가파른 험한 길을 힘들여 기어 올라가는 노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빛나는 정상에 도달할 가망이 있습니다.”(『자본Ⅰ-1』63쪽) 이를 못 말리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그는 ‘학문엔 왕도가 없다’의 변형이라 그러겠지만. “어떤 학문에서든 언제나 처음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법이다”(『자본Ⅰ-1』43쪽)에는 어떤 분칠을 할는지.

‘발췌?요약 형’인 김원중 교수의 『통찰력 사전-사마천의 생각수첩』(글항아리, 2009)은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책은 장강처럼 흐르는『사기』의 세계에서 3백여 편의 명언을 뽑아 그 명언이 나온 역사적 배경과 간취할 만한 통찰력을 현대적 사유 속에 담아낸 것이다.”

예컨대 제11장 섭리(攝理)의 첫머리에 나오는 ‘권력에 의지하지 말라’는 “사마천이 속담을 인용해 논평한 것이다.” 원문을 먼저 보자. “권세와 이익에 의해 합치면, 권세와 이익은 없어지고 교류도 드물게 된다. -「정세가」以權利合者, 權利盡而交疏.” 부연 설명과 현대적 해석이 이어진다.

“정나라의 보하甫瑕라는 자가 정자鄭子를 살해하고 정 여공鄭□公을 다시 옹립했지만, 여공은 끝내 맹서를 저버리고 그를 살해했다. 이것이 권력의 속성임을 보하는 왜 몰랐냐는 것이다. 배신과 잔인한 짓을 통해 권력은 유지된다. 그러나 잔인한 수단으로 유지되는 정권은 한 치의 틈만으로도 곧바로 방어벽이 무너져 파멸하게 된다.”(187쪽)

『스펀지』(동아일보사) 시리즈는 독자 대상의 초점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췄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흥미위주인데다 좀 가벼우며 통속적이다. 이에 비하면, 『지식ⓔ』(북하우스) 시리즈는 세련된 지식 엔터테인먼트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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