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현모양처보다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될래!”라고 외쳤던 수많은 여성들에게 있어 지금은 ‘직업을 갖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의 슬로건은 ‘당당한’이 된 것일까? 커리어우먼의 효시는 미국의 워킹우먼들에게 있다. 80년대에 그들은 어깨를 잔뜩 강조한 파워수트에 날카로운 스틸레토 힐을 가진 하이힐로 우먼파워가 무엇인지 보여줌으로써 주눅 들지 않은 당당함을 스타일로 풀어냈던 것. 절찬리에 종영된 <섹스앤더시티>의 홍보우먼이었던 사만다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물론 그런 차림은 상상해 보건데 뭔가 위험한 악녀 이미지일 뿐 사실 엘리트적인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변호사였던 ‘미란다’의 차림이 현실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루해 보인다는 것도 인정한다. 어쨌든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바야흐로 지금, 현명하게도 지적인 면모와 결부된 세련된 차림을 위해 여성들은 자신만의 적절한 옷차림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는 말도 있듯이 여자들의 질투심은 입사초반의 다짐이었던 ‘오피스룩은 깔끔하고 적절한 옷을 입으면 된다!’ 에서 뭔가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적절한 옷을 입으면 된다!’ 라는 인식으로 바뀌기 십상인데, 직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신참의 청바지와 스니커차림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립스틱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이 세련된 사냥꾼은 늘 나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경쟁사 최신 정보를 입수하는 것만큼 최신 유행에도 안테나를 곧추 세우고 있는 것. 런웨이 트렌드보다는 오히려 워킹우먼이 등장하는 스타일리시한 드라마에서 오피스룩의 아이디어를 얻는 이들은 성공을 향해 달리는 그녀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런웨이 트렌드가 개념이라면, 드라마 속 스타일은 개념의 응용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런웨이 최신 유행 정보에 의하면, 스커트 길이는 길어지고, 나풀거리는 긴 블라우스는 스커트 밖으로 빼서 입는 것도 멋진데, 가느다란 벨트로 허리를 강조해 달라는 것이다. 벨트는 여전히 커리어우먼에게 딱 맞는 아이템. 느슨해 보이거나 단정치 못한 차림도 단숨에 깔끔한 인상으로 바꿔주는 효과가 있다. 날씬한 다리를 돋보이게 해주는 광택 있는 소재의 슬랙스와 블라우스도 주목할 만하다. 런웨이에서 찾은 개념을 어떻게 현실에서 적용해야 할까? 영어 실력 증진을 위해서 즐겨보는 일명 ‘미드’ 속 마음이 끌리는 캐릭터에 자신을 대입해보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