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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거시(Argosy) 서점 살인사건

혹시 실수라도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19세기 말 런던에 있는 서점에 온 기분이 들 것이다. 아거시 서점은 1927년에 루이스 코헨(Louis Cohen) 씨가 열어서 이제는 세 명의 딸들이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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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Document 일주일에 한 번, 아거시 서점에 들러서 새롭게 입수된 책이 있는지 살펴본다. 파크 애비뉴와 렉싱턴 애비뉴 사이의 59번가. 센트럴 파크 동남쪽 끝에서 동쪽으로 더 가면 된다. 주로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을 한 뒤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사실은 언제나 갈 곳이 없다) 터벅터벅 그곳으로 자연스럽게 걸어간다. 5번가에 옷가게들과 애플 스토어, 수많은 관광객을 따돌리고 그다지 넓지 않는 59번가를 걷다보면 아거시 서점을 슬쩍 놓칠 수도 있다. 외부 수리를 한다고 정문 앞에 프레임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어둡고 좁은 입구라 맘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3달러짜리 할인 중고서적을 파는 트레이를 머뭇거리는 사람들은 있어도 실제로 서점 입구를 열고 들어가는 사람을 별로 없다. 어차피 이 서점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지 않으니까, 주인은 상관하지 않는다.


혹시 실수라도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19세기 말 런던에 있는 서점에 온 기분이 들 것이다. 아거시 서점은 1927년에 루이스 코헨(Louis Cohen) 씨가 열어서 이제는 세 명의 딸들이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루이스 씨는 루즈벨트 대통령과도 왕래를 했고, 재클린 캐네디 여사는 백악관 도서관을 만들 때 그를 찾았으며, 미국 유수의 대학 도서관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처음엔 중고서점으로 출발했지만 차차 미국 문학 초판본과 유명작가들의 사인, 오래된 지도와 그림 등을 판매하면서 책수집가들의 성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세 자매는 어린 시절 남들은 평생가도 보지 못할 책들을 지긋지긋하게 봤을 것만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1991년 이후에도 줄곧 사이좋게 서점을 지키는 것을 보면 책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제는 세 딸도 손자손녀를 거느린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온라인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을 문 닫게 하는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서점이 존재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모든 거리와 상점이 관광 상품화되고 있는 뉴욕에서 고리타분한 중고서점을 꿋꿋이 팔지 않고 남은 것도 대단한 고집이다. 근처에 있던 몇몇 중고 서점은 모두 문을 닫아 버렸고 그나마 유니언 스퀘어에 스트랜드 서점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거시 서점에 올 때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오래된 서점의 노스탤지어를 온전하게 느끼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오랜만이네, 요즘은 어때? 그 책은 찾았어?”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세 자매 중 나하고 안면을 튼 나오미가 묻는다.

“언제나 손님보다 점원이 많군요. 9시에 열고 6시에 닫으면 직장인들은 어떻게 찾아오라고 그러십니까?”
“우리 서점에 있는 책을 사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걸 알면서 그래. 그리고 당신은 소설가잖아? 어차피 빈둥거리는 시간도 많으면서 뭘…….”

뒤이어 손님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나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키가 크고 빼빼마른 남자는 자신이 들고 온 오래된 지도책에 대해 떠들어 댄다. 그림과 엽서를 파는 판매대에서 신사 한 명이 보물을 찾기라도 하는 듯 뭔가를 뒤지고 있다. 그곳에는 오래된 책에서 뜯어낸 사진이나, 어떻게 입수되었는지 모를 오래된 사진을 판다. 옆에는 오래된 지도 같은 것이 비닐 커버에 덮여져 주인을 기다린다. 나는 사진을 몇 장 뒤적거려 본다. ‘1947년 5월 16일’이라고 날짜가 박혀 있는 흑백사진을 집어 들었다. 고깔모자를 쓴 난쟁이다.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길렀고 턱수염도 풍성하게 나 있다. 통통한 배에 조끼, 앙증맞은 장화를 신고 있다. 양 손에는 책 한 권씩을 들고 있다. 서커스에 다니는지 실제로 이런 모습을 하고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방문 책 판매원인가? 나는 사진을 슬쩍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1층 서점은 사방이 오래된 책장으로 꾸며져 있고 서점 한가운데에서는 두 개의 커다란 책상에 초록 스탠드가 놓여 있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책상도 마련되어 있다. 바닥에는 또 어디서 들여왔는지 모를 책 박스가 쌓여져 있다. 지난주에 죽은 어느 부잣집 서재의 책을 몽땅 구입한 게 틀림없다. 책처럼 처리하기 곤란한 유물은 없다. 무겁고, 가치도 별로 없으며 그 사람의 지식 수준과 기호를 알 수 있는 것들이라 태워버리기도 아깝다. 그럴 때 사람들은 아거시 서점에 전화를 건다, 부모님이 굉장한 독서광이었다고.


점원들은 우연히 스콧 F. 피츠제럴드의 소설 초판이나 마크 트웨인의 사인본을 찾기 위해 책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내가 찾는 책은 따로 있다. 이곳에는 새 책은 없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것만큼 나를 안심시키는 것이 없다. 내가 찾는 책은 앞으로 만들어질 책이거나 방금 만들어진 책이 아니기 때문에 대형서점 신간코너에서는 절대로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거시 서점을 좋아하게 만드는 하나는 구식 엘리베이터다. 두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는 이 엘리베이터는 직원이 직접 운전해 줘야 한다.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6층 건물 어디엔가 일을 하던 직원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어디론가로 실어주는 것이다. 수십 년은 된 것 같은 레버를 힘겹게 올리면 덜컹거리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고 층에 맞춰서 다시 레버를 당겨줘야 한다. 2층에는 오래된 지도와 그림을 판매하고 5층에는 일반 중고 서적을 판매한다. 다른 층에는 희귀본 도서나 소장품이 있을 것이다. 오래된 무언가를 모은다는 건 취미로 존중해줄 수 있지만, 미국인들은 골동품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조금 심하다. 어쩌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래된 것들에 가치를 두는 것일까?


나는 일단 5층에서 내려 서가를 살펴본다. 근래에 출판된 중고도서들이 세세한 카테고리별로 모여 있는 곳이다. 희귀 서적도 아니고, 아직 충분히 오래 되지도 않는, 그저 그런 책들이다. 아마도 이곳에서 50년 정도는 지내야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이곳의 매니저는 집무실처럼 서가 한편에 커다란 책상을 두고 일을 한다. 마치 자신의 개인 서재를 약속도 없이 방문한 불청객처럼 나를 주시하곤 했다.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책장에는 문학을 비롯해서 역사와 정치까지 주로 두껍고 무거운 하드커버 책이 꽂혀져 있다. 손님은 아무도 없다. 대충 어떤 책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바퀴 둘러보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아갔다. 마침내 기회가 온 것 같다. 분명 비상구가 옆에 있는 걸 보았다. 언젠가 4층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천정에 카메라가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삐그덕, 나무로 된 문을 열고 좁은 계단을 내려갔다. 흐릿한 조명이 계단을 비추었지만 계단 사이사이에 책이 쌓여 있어서 걷기가 힘들 정도다.

아래층에 다다랐다. 어둡고 조용하다. 햇빛을 막기 위해 유리창도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서 얼굴을 책에 바짝 대어야 겨우 제목을 읽을 수 있다. 위층에서 본 보통 중고 서적이 아니라 가죽정장으로 된 오래된 책들이다. 간간히 마크 트웨인이나 윌리엄 포크너, 에밀리 딕슨의 책이 보일 뿐이다. 나는 책등을 하나씩 만지며 서가를 걷는다. 책을 만질 때마다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뛴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여기 어딘가에 내가 찾는 책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서가 안쪽 끝에서 환한 불빛이 보인다. 희미한 라디오 소리도 들려온다. 오래된 재즈가 흘러나오고 중간 중간에 신호가 끊기는 듯이 지지직거린다. 문 앞에는 ‘관계자 이외에는 절대로(never) 출입하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손이 저절로 손잡이로 움직인다. 이제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다. 차가운 손잡이를 돌려본다. 잠겨 있지 않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짝 열어본다는 것이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가 나 버렸다. 작은 방에는 책상 하나와 사방을 둘러싼 책장이 있다. 이 서점의 다른 곳과 차이점은 별로 없다. 바닥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다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나는 그에게 재빨리 달려갔다.

“아저씨, 괜찮습니까? 어디 다치셨어요?”

남자를 일으켜 세운다. 몸이 추욱 늘어져 있다. 심장에 귀를 대 본다. 박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남자는 콧수염을 달고 있다. 턱과 목에 하얀 수염도 나 있다. 그리고 키가 작다. 내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남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주머니를 뒤져 사진을 꺼냈다. 좀전에 1층에서 슬쩍한 사진이다. 모자를 쓰지 않은 걸 빼고는 똑같다. 1947년에 사진을 찍은 주인공이 이곳에서 뭘 하고 있지? 벽에 걸린 빨간 고깔모자가 보인다. 서너 개의 옷걸이 중에 맨 가운데에서 외롭게 대롱대롱 달려 있다. 흑백사진을 보면서도 그 모자가 빨간색이 아닐까 생각했다. 짐작이 맞았다. 나는 휴대폰을 열고 911을 눌렀다. 그러나 송신 강도가 약하다. 신호가 오지 않는다. 제길, 그래서 스프린트(Sprint) 서비스가 싫다니까! 어쩔 수 없이 1층으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 쓰러진 사람을 건드렸다가는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자리에서 일어서자 책상 위에 있는 커다란 종이 뭉치가 보였다. 제본하기 전의 8페이지가 인쇄된 종이다. 그 옆에는 작두처럼 생긴 구식 제단 칼이 있고 가죽 커버와 접착제도 보인다. 이 사람, 손으로 직접 책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던 같다. 나는 그 종이에 인쇄된 것이 궁금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그걸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없었다.

‘도서관을 태우다(Burning Libraries)’

소제목이 페이지 상단 가운데 정렬로 찍혀 있다. 그리고 237페이지, 238 페이지, 239, 240……. 나는 그 종이 한 장을 대충 접어서 가방에 넣는다. 다른 페이지가 있나 찾아보지만 똑같은 페이지가 10센티미터 정도로 쌓여 있을 뿐이다. 서둘러 작은 방을 나왔다. 계단으로 내려가려고 비상구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내려가는 계단이 없다. 할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지이잉 하는 소리가 들린다. 제발, 누군가 와서 엘리베이터를 움직여 달란 말이다. 이 엘리베이터에는 내려온다는, 올라간다는 신호도 없고, 당연히 몇 층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길어도 오 분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끝없이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사람이,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빨리, 4층으로 가 봐요. 죽었을지도 몰라요. 숨을 쉬지 않는다구요.”
“무슨 말이야, 당황스럽게.”

나오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좀전에 찾아온 손님은 아직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손에 들려져 있는 지도책의 가치가 얼마인지 알아보려고 왔을 것이다. 이곳에 있다보면 가끔씩 그런 사람들이 들르곤 한다.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갖고 있었던,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왔던 책이나 사진, 지도를 무작정 가지고 오는 것이다. 대부분은 낮은 가격에 실망하고 팔지 않는다. 어딘가 그 가치를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4층에는 또 어떻게 간 거야? 거긴 창고로 쓸 뿐이고 아무도 없어.”
“아니요, 분명히 봤단 말입니다. 사람이 쓰러져 숨을 쉬지 않아요. 무슨 책을 만들고 있던 것 같기도 하고.”

나오미의 눈썹이 분명 실룩거렸다. 그녀의 주름살이 더욱 짙어지는 것 같았다.

“일단, 내가 올라가볼 테니까 이상한 소동 부리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

나오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나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참을 그렇게 기다렸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다들 태연하게 오래된 책에 파묻혀서 일을 하고 있다.


지도책을 가지고 왔던 남자도 나와 함께 그녀를 기다렸다.

“누군가 제게 5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그런데 주인장은 10달러의 가치도 없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어서.”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화가 많이 난 듯 얼굴이 벌게져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카운터에 지도를 남겨 두고 말이다. 배가 고파 꾸르륵 소리가 날 때쯤, 그녀가 내려왔다.

“왜 기다리고 있어? 4층에 누가 있다고 그래? 괜히 시간 낭비만 시키고…….”
“안쪽 작은 방에 말입니다. 분명히 사람이 쓰러져 있었어요. 여기, 꼭 이렇게 생겼어요. 정말 똑같이 닮았더라구요.”

흑백사진을 그녀에게 보여준다.

“이건 어디서 났지?”
“저기 10달러 사진 매대에서요.”
“그리고 관계자 외에는 절대로 출입하지 마라는 표시는 보지 못했어? 들어가려면 미리 허락을 받아야 예의가 아닌가?”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람이 안 죽었다면 다행이지만, 두 눈으로 분명히 난쟁이를 보았다. 팔과 손에 그를 안았던 감촉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와 나는 카운터에 놓인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자네가 들어가 본 곳은 말이야, 파본된 책을 제본하던 곳이었어.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아.”

나는 그곳에 쌓여진 종이와, 재단기, 가죽 표지에 대해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거기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직원들이 종종 있어서 말이야. 문을 잠가 놨어야 하는데…… 유령이니 뭐니 하는 소문이 좋을 리 없잖아? 그러니까, 자기만 알고 이상한 소문은 내지 말아줘. 사진은 그냥 줄게. 글도 좋지만 음식을 좀 챙겨 먹으라고. 몸이 안 좋으면 이상한 걸 보게 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점을 나와 사무실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지하철 2,3번을 타고 116번가까지 가기 위해서는 센트럴 파크 남쪽을 가로질러서 서쪽으로 가야 한다. 애플 스토어 근처에는 젊은이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고, 센트럴 파크 투어 마차와 말들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작은 방에서 난쟁이 할아버지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머리에서 지우려고 애쓰면서 일부러 빨리 걸었다.

사무실에 돌아와 가방을 열고 종이를 꺼냈다. 사람은 내가 잘못 봤다 치더라도 그 종이만은 진짜로 봤고 내 앞에 놓여 있다. 두 번 접어서 4등분된 종이를 보니 안심이 들 정도였다. 책상 위에 종이를 펴고 스탠드를 최대 밝기로 조정했다. 종이의 겉은 누렇게 탈색이 되었고 약간씩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다. 제목과 페이지를 확인한 뒤 237페이지를 읽어본다. 몇몇 단어는 알지 못하지만 해석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구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대한 도서관이 필요한데, 대규모의 도서관은 적들에게 쉽게 노출될 것이기 때문에 토니의 집 지하실에 넣을 정도의 책이어야만 했다. 다행히 지하실이 꽤 넓었으므로 3만 권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듯싶었다. 그것도 정말로 책을 빽빽하게 채워 놓을 경우에 말이다. 토니는 물론 반대했다. 그는 정말로 모르는 것이다, 그들이 십 년 이내로 책을 모두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서점이 얼마나 많은데, 도서관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일이 있겠느냐며 안심하라고 한다. 조금 쉬는 게 어떻느냐며 나를 병자 취급한다. ……

나는 흥미롭게 페이지를 읽어 나간다. 이 종이는 『도서관을 태우다』의 일부다. 소설치고는 생생하고 에세이치고는 황당하다. 나는 그렇게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종이의 활자를 따라 읽어 내려간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읽자 줄거리의 앞뒤가 저절로 상상이 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 책이 내가 찾고 있는 책의 일부일 것이라는 생각이 번쩍, 하고 들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Argosy Bookstore
116 E 59th St. / www.argosy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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