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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아이콘

“트렌치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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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패션 아이템 중, 수많은 상징과 이야기를 가진 전설적인 아이템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트렌치코트”를 선택할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패션 아이템 중, 수많은 상징과 이야기를 가진 전설적인 아이템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트렌치코트”를 선택할 것이다.

“참호(trench)”를 뜻하는 딱딱한 이름을 받고 태어난 트렌치코트는 1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의 레인코트용 군복으로 사용되다가 오늘날까지 사랑 받고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사랑을 받은 만큼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추억과 기억을 갖게 해준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내 버버리를 가지고 오게~”라는 한마디로 트렌치코트라는 본명보다 “버버리”라는 상표를 고유 명사처럼 만들어 버린 영국 왕 에드워드 7세부터, 트렌치코트로 몸을 감싼 할리우드 고전 영화 속의 여배우들, 쓸쓸하고 우수에 찬 남자의 필수품으로 각인시켜준 <영웅본색>의 주윤발, 지적인 엘리트 남성을 상징하던 해외 특파원 출신의 방송인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트렌치코트를 상징하는 아이콘들은 수없이 많고,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이런 수많은 아이콘 중 최근 잇걸들의 트렌치 아이콘은 누구일까? 트렌치의 역사를 말할 때 자주 거론되는 영화 <애수>의 비비안 리, <카사블랑카>의 잉그리드 버그만은 요즘 잇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80년대에 태어난 필자도 대학 시절 복식사책과 고전영화 필름을 통해 겨우 접했을 정도이니까.


최근 잇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트렌치 아이콘은 바로 “커스틴 던스트”이다. 음……. 앞에 열거한 대배우들에 비하면 외모나 분위기 면에서 부족하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트렌치 룩의 인기는 동시대적인 매력이 있다.

커스틴 던스트의 트렌치 룩은 광택이 도는 매끈한 개버딘 트렌치가 아니라, 다림질하지 않은 듯한 빈티지풍의 코튼 트렌치로 스키니진 이나 레깅스에 매치하여 편안하게 연출한다. 복잡한 스타일링 필요 없이 티셔츠와 스키니진으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Easy trench look"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커스틴 던스트가 캐주얼한 트렌치 룩으로 사랑받는 반면, 트렌치코트 특유의 우수에 젖은 듯한 분위기와 쓸쓸함을 완벽히 표현해서 사랑받는 아이콘이 있다. 바로 프렌치룩의 상징인 “샤를로트 갱스부르그”. 맨 얼굴에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벨트의 트렌치를 입고 있는 그녀를 보면 샹송이나 시가 저절로 읊어 질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앞서 말한 두 아이콘과 반대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이콘은 바로 안젤리나 졸리와 마돈나이다. 레오퍼드 프린트의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진 한 장으로 인터넷을 들끓게 만들었던 안젤리나 졸리는 섹시한 트렌치룩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헐리우드 고전 영화 속의 여배우들이 보여주었던 관능적인 트렌치코트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마돈나의 트렌치룩은 좀 더 복잡 미묘하다. 초창기 섹시함의 상징으로 군림할 때 그녀가 트렌치를 입으면 안젤리나 졸리처럼 섹시 트렌치룩 으로 평가 받았지만, 결혼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이들과 함께 다니면서 트렌치를 입은 모습을 보면 마치 좋은 엄마의 표상처럼 보였고 심지어 정숙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마돈나가 일과 가정 모두 성공적으로 해내자 마돈나의 트렌치코트는 구깃한 커스틴의 트렌치나 루즈한 샤를로트의 트렌치와는 사뭇 다른, 헐리우드의 권력과 성공을 가진 여왕의 트렌치처럼 보인다.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트렌치코트를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풀어냈을까? 사실, 몇 시즌 전 버버리 프로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여러 디자인의 트렌치코트로 히트를 친 이후 런웨이에서는 기본적인 트렌치보다는 다양한 변화를 준 트렌치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넓은 소매로 변화를 준 잘 폴 고티에의 트렌치는 원형에 가까우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며 트렌치 명가 버버리는 얇은 퀼팅이 들어간 트렌치를, 왕실납품의 역사를 가진 럭셔리 브랜드 아스프레이는 화려한 프린트의 트렌치를 선보였다.


좀 더 독특한 트렌치를 찾는다면 “루츠(lutz)”의 케이프 같은 쇼트 트렌치가 어떨까? 트렌치코트의 기본요소를 유지하면서도 트렌치코트를 뚝 자른 듯한 해체미가 매력적이다. 우편배달 소녀 같은 D&G의 귀여운 트렌치와 런웨이에서 바로 내려와도 좋을 것 같은 DKNY의 레드 트렌치는 당장 쇼핑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백여 년 전의 그 누군가와 동시대적으로, 고전미를 갖춘 여배우부터 쓸쓸한 남자까지 한번에 아우를 수 있는 아이템은 흔치 않다. 가을이라는 계절 하나를 온전히 자신의 상징으로 가지고 있는 트렌치코트는 누가 어떻게 입든 끝없는 상징을 생산해내고 생명력을 가지기에 불멸의 아이콘이라 칭할 만하다.

당신이 매장에서 어떤 트렌치를 살지, 거울 앞에서 커스틴처럼 또는 샤를로트처럼 입을까 하는 고민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렌치코트를 집어 든 순간 당신 역시 트렌치 아이콘으로 남게 될 것 이니까.


제공: 아이스타일24
(//www.istyl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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