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바뀔 때 마다 입을 옷이 없다고 징징 거리는 것은 패션 루저(fashion loser)들만이 하는 불평이다. 내가 아는 스타일리시한 모든 사람들에게 시즌리스(seasonless)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도대체 옷에 계절이 어디 있다고!”라 굳게 믿고 있는 패션계 종사자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패션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은 여름에도 가죽과 모피를 즐겨 쓰고, 겨울에도 슬리브리스 드레스나 튜브탑 드레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든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믹스 & 매치 란 금세기의 결코 변하지 않는 불멸의 패션 공식 때문이다.
드레스와 스니커처럼 어긋난 조합 속에서 센스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현대의 미학에는 고정된 기준이 사라졌다. 덕분에 많은 옷을 갖고 있는 것보다 최소한의 옷으로 얼마나 잘 활용해서 입을 수 있는가가 패션 센스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 숍으로 달려가 누구처럼 F/W 신상을 사야 할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겠지만, 시즌 오프라는 세일 더미에서 고고하게 정가를 유지하고 있는 ‘신상’ 혹은 ‘new arrival'이란 왠지 모르게 얄미운 무엇으로 할인쿠폰에 반응하는 알뜰 쇼퍼홀릭에게는 지갑이 선뜻 열리지 않는 무엇이다. 게다가 또 더 예쁜 무언가가 곧 출시될 것 같다는 예감에 손해 볼지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당신이 앞서 말한 사람들의 범주에 속한 다면, 그럴 때는 안전한 선택은 기존에 갖고 있는 옷과 함께 믹스 & 매치 시킬 수 있는 기본 아이템이나 액세서리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유행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골라야 100%의 효과를 볼 수 있겠다.
이번 F/W 시즌에는 유독 클래식함과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룩들이 눈길을 끈다. 클래식 퓨처리스틱(classic-futuristic)이란 다소 아이러니한 느낌인데, 디자이너들이 제안한 것은 우아함을 잃지 않는 미래적인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다.
봄에 샀던 롱 재킷을 F/W 재킷으로 변신시키기
= 가느다란 벨트 하나면 OK
재킷은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하게 입어줄 수 있는 패션군에 속하며 격식 있는 자리에서 빛을 발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파워풀한 느낌을 가지는 아이템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F/W에서 디자이너들이 우리에게 제시한 것은 페플럼이 인상적인 재킷들이다. 패플럼이란 허리라인에서 힙라인 쪽으로 둥글게 떨어지는 일종의 패널처럼 붙은 것으로 엉덩이를 반쯤 덮으며, 우아함의 상징인 40년대 후반 디올의 뉴룩에서 찾아볼 수 있는 느낌이다.
독특하게도 곡선을 그리는 허리 라인은 클래식한 느낌의 레이디와 사이버 여전사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는 드문 스타일이기도 하다. 이번에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었던 그런 재킷 형태를 롱재킷에 응용해 볼 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가느다란 벨트를 허리에 매어주는 것이다.
왜? 빅벨트가 아닌 가느다란 벨트인가. 라고 의문을 던지면서 못다 차준 빅벨트들을 흘겨보고 있다면, 주목할 것은 50년대 레이디와 여전사들은 그런 벨트를 차지 않는다는 변덕스러운 유행에 그 탓을 돌리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오피스레이디라면 재킷에 벨트를 차고 니렝스보다 좀 더 올라오는 스커트로 랑방의 알버 엘바즈가 제안한 스타일처럼 입어보는 것은 어떨까?
미니드레스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활용하기
= 블랙스타킹 하나면 끝
결코 수그러들 것 같지 않은 미니드레스는 계속 유행의 반열에 머물러 줄까?
맥시드레스의 열풍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은 미니드레스를 붙잡고 울면서 떠나보내는 것에 있을까? 이런 의문들 속에서 인정해야 할 것은 그동안 지속해 왔던 미니드레스는 이제 끝물이란 것이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맥시드레스나 롱스커트에 몸을 맡기기에는 지나왔던 시절들이 조금 아쉽고, 뒤늦게 그 유행에 동참했던 사람들에겐 이건 매우 아까운 일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여전히 미니드레스는 블랙스타킹과 함께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잭 포즌이 제안한 우아한 마피아 레이디는 어떤가. 블랙 벨벳 재킷(누구나 가지고 있다는!)에 베이지색 미니멀한 느낌의 미니드레스 그리고 블랙 스타킹으로 완벽한 스타일링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미니드레스를 가지고 있다면 결코 옷장에 처박아 두어서는 안 된다.
이번 시즌에는 미니멀리즘에 입각해 디자인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드레스들이 주목받을 것이다. 여기에서 아이러니 한 것은 화려한 패턴을 가진 코쿤실루엣의 드레스들도 매우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제 유행은 일관성이 사라져서 자신의 패션센스란 것을 시험하라 조장한다.
여전히 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니렝스 그 즈음의 길이의 원피스가 필요하다면 미니멀리즘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코쿤 실루엣의 프린트 드레스는 가을의 레이디와 어울리지 않아서 좀 아니잖아!
슬리브리스와 그 밖에 남은 것들……
= 장갑과 모자라는 시즌 아이템으로 해결하기
변화하지 않은 것은 살아남을 수 없다.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다윈의 적자생존의 법칙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어떤 특정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지루함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왜 슬리브리스와 카디건이 한 세트인 트윈니트에서 사람들은 세트로 밖에 입지 못할까. 수트에는 왜 모자를 쓰면 안되는 걸까?
그건 익숙한 행동이 불러오는 고정관념적인 행동이다. 뭔가 좀 변화를 주고 싶다면, 니트 베스트에 가디건을 벗어던지고 롱글로브를 착용해 보고, 베레나 캡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에 도전해 보는 것도 색다를 것이다.
여기에서 마지막 의문이 들 것이다.
스키니진과 레깅스는 계속 가져가도 괜찮을 아이템인가?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그 스키니 스타일들(심지어 ‘스키니 비치(skinny bitch)’라는 책마저 우리에게 깡마른 년(?)이 되라고 조장하기까지 했다)에 애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펄럭펄럭한 와이드팬츠는 납득할 수 없는 무엇이다.
이렇듯 아무리 유행을 시켜보려고 해도 받아들이기 힘겨운 스타일이 있으니 바로 뚱뚱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스키니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무엇이다. 맥시드레스가 아무리 유행이다 소리쳐도, 와이드팬츠를 계속 선보여도 사람들은 여전히 날씬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유행을 받아들일 것이다. 날씬함을 위해 당신이 투자한 돈을 생각해 보라. 당연한 결과이지 않겠는가!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의 맥시 스타일링 에트로(Etro)의 스키니 & 패플럼 튜브탑 과연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