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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화신’이 된 조니 뎁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19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타고 거대 도시로 성장해 가는 런던. 하지만 산업화, 도시화의 이면에 있는 런던의 뒷골목은 추악함으로 뒤덮여 있다.
악몽의 런던,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블루레이
* 이 글은 국내에 출시된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의 블루레이 타이틀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으나 필자가 블루레이 타이틀을 캡처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인 관계로 글에 포함된 이미지들은 DVD 타이틀을 캡처한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19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타고 거대 도시로 성장해 가는 런던. 하지만 산업화, 도시화의 이면에 있는 런던의 뒷골목은 추악함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아내와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살아가는 이발사 벤자민 파커(조니 뎁)에게 삶이란 행복으로 충만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아내를 탐하는 터핀 판사(알란 릭맨)의 음모에 의해 누명을 쓰고 영어의 몸이 되었다가 15년 만에 런던으로 돌아온 벤자민 파커는 아내가 독약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으로부터 듣고 터핀 판사와 세상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파커는 스스로 ‘스위니 토드’라고 칭하고 자신의 이발소를 찾는 손님들을 러빗 부인이 만드는 고기 파이의 재료로 만드는 살인을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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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팀 버튼의 영화는 언제나 비틀어진 어른들의 동화였다. 그것의 시작이 미국판 코믹스든(<배트맨 1,2>) 로알드 달의 유명한 동화든(<찰리와 초콜릿 공장>) 자신의 원안에서 출발하든(<가위손>), 오래된 미국의 전설에서 출발하든(<슬리피 할로우>)간에 팀 버튼은 우리가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악몽’에 가까운 기괴한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늘 백짓장같이 하얗고 창백한 얼굴과 산발한 머리를 지니고 어둑한 도시와 마을의 한편에 자리잡은, 초현실적이지만 무서운 진실과 직면해 나간다. 늘 유약하고 왜소한 주인공들은 팀 버튼 자신의 페르소나인 동시에 ‘악몽 같은 동화’인 그의 영화 세계의 중심을 배회한다.
팀 버튼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소심하며 무력하다. <배트맨>과 <배트맨 리턴즈>의 마이클 키튼은 다른 배트맨 영화들의 주인공 즉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 앤 로빈>의 조지 클루니,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의 크리스찬 베일에 비하면 전혀 슈퍼 히어로답지 않은 인물이다. 사실 <배트맨>과 <배트맨 리턴즈>의 진정한 주인공은 악역인 조커(잭 니콜슨)와 펭귄맨(데니 드비토) 그리고 캣우먼(미셸 파이퍼)이고 드라마와 액션 모두 악당 캐릭터의 비중이 더 높은 편이다. 이런 성향은 그의 가장 개인적인 영화라고 공인된 <가위손>의 주인공 에드워드(조니 뎁)의 모습에서도 가장 잘 드러난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지닌 ‘가위손’을 저주하며 자신을 세상과 유리시키는 인물이다. 팀 버튼의 이런 성향은 심지어 외면적으로 가장 멀쩡해 보이는 <빅 피쉬>의 주인공 에드워드 블룸(이완 맥그리거)에게서도 보인다. 에드워드 블룸은 영화의 막바지까지 자신의 아들로부터 승인받지 못하는 아버지다. 영화 내내 동화 같은 자신의 모험담을 전해주는 이 아버지는 현대적인 의미의 아버지라기보다는 중세 시대에나 존재했을 법한 매력적인 ‘이야기꾼(Story Teller)’이며 스스로 이성적인 아버지의 지위에 오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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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이하 <스위니 토드>)는 팀 버튼의 영화 중 가장 강도 높은 폭력 장면이 들어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스위니 토드가 행하는 잔혹한 면도날 살인 장면이 여과 없이 표현된다. 약간 비현실적인 핏빛이 잔혹함을 약간 중화시켜주고 팀 버튼 영화 특유의 비틀어진 유머가 더해졌지만 피살자의 목을 그어버리는 잔혹함은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폭력 장면이 들어있는) <슬리피 할로우>의 폭력 강도를 훨씬 상회한다. 이 영화의 타이틀 롤인 스위니 토드 역시 이전까지의 팀 버튼 영화의 주인공들 중 가장 강력한 주인공이다. 그는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그의 불타는 복수심은 이성적인 능력을 마비시키고 그의 눈을 멀게 한다. 말 그대로 그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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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위니 토드>의 주인공인 스위니 토드가 팀 버튼 영화의 주인공들이 지녔던 왜소하고 소심하며 무력한 경향을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복수에 눈이 멀어 괴물이 되어버린 그는 자신을 둘러싼 어떤 현실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의 곁에 있는 러빗 부인의 사랑의 밀어는 간단히 무시되고 최소한의 이성마저도 상실되어 간다. 심지어 그는 유일한 혈육이라고 믿는 딸의 구출에도 큰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까지 한다. 영화에 잠시 등장하는 벤자민 파커 장면에서 보듯 그는 소시민적인 행복에 만족하는 유약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수감 생활 이후에 그는 완벽히 다른 인물, 즉 악의 화신으로 재탄생한다. <스위니 토드>가 팀 버튼의 이전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면 바로 이 점에 있다. 이전까지의 팀 버튼 영화의 주인공들이 딱히 악(惡)이라고만 규정될 수 없지만 ‘악에 가까운’ 가공할 힘들에 의해 압도된 채 간신히 문제를 해결해 왔다면 <스위니 토드>의 파커는 스스로 스위니 토드라고 지칭한 ‘악의 화신’이 되기로 결심하며 이런 그의 변신은 어둡기 짝이 없는, 구원받을 가능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1840년대 경의 런던의 절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설득력을 얻어간다. 말하자면 <스위니 토드>는 절대악의 출연을 표현한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19세기 버전이고 박찬욱의 <올드 보이>의 팀 버튼식 뮤지컬 버전 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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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는 놀라운 뮤지컬 영화다. 이 영화는 기존에 알려진 거의 모든 뮤지컬 영화의 공식을 깨뜨려버린다. 이 영화의 악마 같은 남녀 주인공들은 영화 속에서 춤을 추지 않으며 노래의 코러스 부분은 의도적으로 제거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드라마 부분을 책임질 대사들은 노래로 대치된다. 이 영화는 달콤한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뮤지컬 영화가 아니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창조한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영화는 한층 어둡고 서늘하다. 이 영화에는 해피엔딩도 없고 동정도 없고 집단 군무도 없다. 조니 뎁은 복수에 눈이 먼 연쇄 살인마로 분해 생애 처음 영화 속에서 노래하고 팀 버튼은 특유의 비딱한 블랙 유머를 섞어 이 비극적이며 잔혹하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 펼쳐나간다. 그리고 그 결과물의 수준은 경이롭다. 다만 이 영화는 아이들이나 심장 약한 사람들과 볼 만한 행복한 뮤지컬 영화는 아님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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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블루레이의 타이틀 퀄리티는 최신작다운 뛰어난 화질을 제공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DVD 시절 사용하던 압축 코덱인 MPEG2를 사용한 타이틀과 화질 손상이 거의 없는 VC-1 코덱을 사용하는 타이틀이 있는데 최신작이나 기대작들은 당연히 화질 손상이 거의 없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스위니 토드> 역시 이런 경향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물론 블루레이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플레이스테이션3를 비롯한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풀HD 디스플레이가 있어야 한다. 일단 영화의 앞부분에 있는 안개 낀 도시 장면에서 필름 그레인이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이 영화의 촬영이 필름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장면이 많아 재생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서 세세한 명암 표현이 가능한, 상대적으로 더 좋은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화질에 민감한 분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으로 최신작이니만큼 (블루레이 재생이 가능한) 기본적인 환경에서도 DVD를 압도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세세한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러 창백한 분장을 한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의 분장 두께가 느껴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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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지니고 있는 시스템 역시 블루레이 타이틀이 뿜어내는 True-HD 돌비 디지털 포맷의 위력을 구현할 만한 환경을 지니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돌비 디지털 시스템만으로도 한층 맑은 음색의 음향이 제공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스위니 토드>는 뮤지컬 타이틀이다 보니 음악의 공간적인 구성이 뛰어난데 표현력에 있어 기존의 DVD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생생한 음향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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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는 2 디스크 버전의 DVD와 동일한 구성이다. 하지만 <스위니 토드> 블루레이에 들어있는 서플먼트들은 HBO First Look과 런던 개봉시의 기자 회견을 제외하고는 모두 HD급 영상으로 수록되어 있어 놀랍도록 선명한 모습의 배우들과 스탭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속의 모습과는 다른, 자연인인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 그리고 팀 버튼은 또 다른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Burton+Depp+Carter=Todd는 영화가 현실화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 인터뷰 중심의 다큐멘터리이며 Sweeney Todd Is Alive는 영국에서 전해 내려온 스위니 토드 이야기의 근원을 뒤쫓는 흥미로운 역사 다큐멘터리. Musical Mayhem: Sondheim's Sweeney Todd는 세계적인 뮤지컬 프로듀서 스티븐 손드하임이 직접 출연해 자신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 공연 후의 반향 등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다. Sweeney's London은 이러한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산업혁명기 런던의 더러운 진실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Desingns For a Demon Barber, Grand Guinol:A Theatrical Traditon, A Bloody Business 등의 풍부한 서플먼트들이 모두 고해상도의 영상으로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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