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흘러야 제 맛 ‘유동성’
경제신문이나 기업 관련 자료에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유동성(流動性)’입니다. 한자어를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흘러 움직이는 성질’이라는 뜻으로, 경제에서 유동성(liquidity)은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뜻합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를 할 때는 원하는 시점에 곧바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유동성은 결국 자산을 필요한 시점에 손실 없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럼 기업의 유동성을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기업의 유동성은 기업이 현금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말로, 좁은 의미로는 채무(빚) 지불이나 변제시기(빚 갚는 시점)에 맞춰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기업의 유동성이 부족하면 자칫 지급불능이나 파산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신용경색’이나 ‘자금경색’이라는 말은 기업이나 개인이 그만큼 돈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유동성은 또 금융거래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사실 같은 돈이라도 남에게 빌려준 돈은 수중에 있는 돈보다 유동성이 낮은 편입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돈을 빌리는 사람은 빌린 돈에 대한 금리 외에 일정한 돈을 더 얹어주게 됩니다. 이런 것을 ‘유동성 프리미엄(liquidity premium)'이라고 합니다. 대개 유동성 프리미엄이 붙으면 금리가 더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은행의 1년 만기 적금보다 3년 만기 적금 금리가 더 높은 것도 바로 이 유동성 프리미엄 때문입니다.
흔히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 마련입니다. 낮은 금리를 활용해 돈을 더 빌려 투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금리를 추가로 내리고 통화량은 늘려도 좀처럼 소비와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아 경제회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금리가 어느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너나없이 머지않아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 대신 회사 금고에 돈을 쌓아놓은 등 현금보유량을 늘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금리인하 = 기업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등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유동성 함정’이라고 합니다.
유동성
자산을 필요한 시기에 손실 없이 전환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경제학 용어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기회비용’기회비용(機會費用)은 여러 선택방안 중에서 한 개를 선택했을 때 포기한 대안 가운데 가장 좋은 한 가지의 가치를 뜻합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어떤 재화의 두 종류 이상의 용도 가운데 한 가지를 취하고 나머지를 포기할 경우, 포기 안 했으면 얻을 수 있는 이익 중 가장 많은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철수에게 현금 1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는 100만 원을 어떻게 운용할까 고민하다가 크게 3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첫 번째는 100만 원으로 국채를 사서 10만 원의 연이자를 얻는 것이고, 두 번째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연이자 11만 원을 받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정기예금을 해 12만 원의 연이자를 얻는 방법입니다. 그는 결국 여러 사람과 얘기를 나눈 끝에 세 번째 방법인 정기예금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철수의 기회비용은 얼마일까요. 국채 연이자인 10만 원? 아니면 친구에게 받을 수 있는 11만 원? 아니면 이 두 가지를 더한 21만 원? 기회비용은 11만 원입니다. 왜냐고요? 기회비용의 정의가 ‘여러 선택방안 중에서 한 개를 선택했을 때 포기한 대안 가운데 가장 좋은 한 가지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가 나대지(裸垈地, 지상에 건축물이 없는 땅)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LA시에서 이곳에 병원을 지을 경우 기회비용은 무엇이 될까요? 나대지에 병원 대신 스포츠센터를 짓거나 주차난을 해소해줄 수 있는 주차장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LA시가 안고 있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그 땅을 판다는 가정을 해보면, 결국 기회비용은 스포츠센터, 주차장, 땅 매각 중 하나가 됩니다.
기회비용
어떤 재화의 두 종류의 용도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 경우, 포기 안 했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평가액(評價額), 기회원가(機會原價)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