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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꿀벌로 산다는 것, <꿀벌 대소동>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꿀벌 배리(제리 사인펠드)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부모님은 꿀벌로서의 본분에 최선을 다할 것을 바라지만 배리의 생각은 다르다. 바깥 세상을 동경한 배리는 우여곡절 끝에 꽃집 아가씨 바네사(르네 젤위거)의 도움을 받아 금기시되어 있는 인간과의 대화를 하고 결국 친구가 된다. 바네사와 쇼핑 중, 꿀벌들이 힘들게 만들어 놓은 벌꿀을 통해 사람들이 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안 배리는 벌꿀 회사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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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라이징(Localizing)하면서 발생한 문제기는 하겠지만 <꿀벌 대소동>이라는, 이 애니메이션의 한국판 제목은 원제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미국 내 최고 시청률을 자랑했던 시트콤 시리즈 <사인필드 Seinfeld>의 타이틀 롤인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가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식사 자리에서 <벌 영화, Bee Movie>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단순한 제안에서 비롯되었다는 <꿀벌 대소동>의 원제인 <Bee Movie>는 B급 영화를 뜻하는 ‘B-Movie’와도 동일한 발음이기 때문이다.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맨 겸 MC인 유재석이 우리말 더빙판의 목소리 연기를 한 것을 홍보 포인트로 삼으면서 영화의 본래 모습보다는 좀 더 슬랩스틱 코미디적인 부분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꿀벌 대소동>은 유머러스한 원제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자이자 주연 목소리를 연기했고 각본에도 참여한 코미디계의 거물 제리 사인펠드의 영향력이 짙게 드리운 영화다. 뉴욕을 배경으로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풀어나갔던 <사인필드>처럼 <꿀벌 대소동> 역시 뉴욕이라는 대도시만이 지닌 도시적 감수성과 맞닿은, 비교적 어른스러운 유머를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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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꿀벌이기는 하지만 <꿀벌 대소동>의 히어로 배리는 뉴요커다운 고민에 빠져 든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이 보장되어 있는 인생이지만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는 배리는 다른 종족(인간)의 여인에게 연정도 품고 법정에서 변호사로 활약한다. 잠시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잊는다면 <꿀벌 대소동>은 기존의 할리우드 여러 장르를 패러디했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배리와 바네사의 로맨스가 대두되는 초반부가 로맨틱 코미디라면, 배리가 벌꿀 회사들과 소송을 벌이는 과정은 법정 드라마며 후반부에서 극적으로 세계의 위기를 구해내는 것은 재난 영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 전개 과정 속에서 배리의 모험이 등장하는 액션 어드벤처 영화의 요소도 담겨 있으며 전체적으로 이 이야기는 미성숙한 소년이 위기를 겪으며 성장해 나간다는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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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꿀벌 대소동>은 증권 브로커로 악덕을 쌓다가 성실한 자신으로 귀환한다는 올리버 스톤의 <월 스트리트>나, 톰 크루즈가 부도덕한 사업으로 돈에 눈뜨게 된다는 <위험한 청춘 Risky Business>의 어린이용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데, 그건 전적으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벌꿀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놓고 벌이는 ‘꿀벌 배리 대 벌꿀 회사들’ 간의 법정 장면 때문이다. <꿀벌 대소동>의 주인공 배리는 앞서 언급한 <월 스트리트>의 주인공 버드(찰리 신)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비윤리적 현실을 경험한 후에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데, 배리는 인간과 말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법정 소송에서 승리한다. 물론 이런 과정은 어린 관객들을 의식해 비교적 단순하게 처리되기는 했지만 <꿀벌 대소동>의 이런 설정은 소송이 실생활과 밀접한 편인 미국적 유머가 지나치게 강조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꿀벌 대소동>의 이런 시도는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마는데, 인간 사회에 대한 풍자라는 측면에서 흥미롭기는 하지만, 밝은 색감을 내세운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상상력이나 설득력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영화상에서는 복잡하게 이끌어 나간 법정 소송 장면의 무게를 클라이맥스 부분의 모험담으로 상쇄시키기는 하지만 그리 성공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배리는 꿀벌로서의 자유로운 삶과 인간 생활 속의 변호사 노릇이라는 모순된 직업을 모두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상반된 두 가지 욕망(자유로운 삶 ↔ 세속적인 성공)을 모두 포용한다는 점에서 개운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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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대소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다소 차별된, 약간은 성인 취향이 가미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성공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뉴요커의 유머를 지닌 꿀벌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은 뉴요커들의 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아이들은 신나는 꿀벌들의 모험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특히 아이들과 감상할 때는 ‘유재석 형님’의 우리말 더빙 버전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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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체인 DVD에서 가장 화질이 좋은 경우는 당연히 소스 자체가 디지털 매체인 경우다. <꿀벌 대소동>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3D 디지털 애니메이션. 두말 할 필요 없이 명도 높은 노란색과 검은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꿀벌들의 세상을 묘사하는 초반부 장면에서부터 높은 해상도의 영상을 선보인다. 잡티 하나 없이 깔끔한 화면이 본편 내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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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한국어 모두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역시 뛰어난 것은 당연지사. 특히, 영어 더빙의 경우는 벌들의 움직임이나 빗소리 등의 효과음들이 서라운드를 통해 잘 표현되어 정위감이 뛰어나다. 영어 버전에 비하면 용량이 조금 적은 우리말 더빙은 대사를 잘 표현하는 데 더욱 많이 집중된 사운드 디자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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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로는 일단 주역인 제리 사인펠드와 스탭들이 참여한 음성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코미디언답게 제리 사인펠드는 전체적인 음성 해설을 유머스럽게 끌고 나간다.
서플먼트 구성은 크게 어른용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셜 피쳐’와 아동용인 ‘드림웍스 아이들’로 구분되어 있다.
‘스페셜 피처’ 메뉴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워크 스테이션급 컴퓨터들이 대거 사용된 제작 과정 전반을 다룬 “꿀벌 대소동”의 제작 노트(7분 33초)가 수록되어 있으며 제리 사인펠드와 르네 젤위거 외에도 조역을 연기한 매튜 브로데릭, 크리스 록, 존 굿먼 등의 녹음 모습을 볼 수 있는 “벌집 속으로 : 꿀벌 대소동의 캐스팅(14분 42초)”가 포함되어 있다. 그 외에도 문답 형식으로 영화의 여러 궁금증을 풀어보는 “주인공 배리를 만나요”와 “꿀벌 대소동 뮤직 비디오” 등이 수록되어 있다.
아동용인 “드림웍스 아이들” 카테고리에는 영화 속 장면을 통해 꿀벌의 세계를 알아보는 “꿀벌들의 소음”(7분 9초), 벌침의 강도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아야! 미터”, 꿀벌에 관한 퀴즈를 풀어볼 수 있는 “믿을 수가 없는!” 그리고 몇 가지 문제를 풀고 자신에 해당하는 꿀벌들의 직업을 찾아 볼 수 있는 “꿀벌이 되자”와 미니 게임인 “꽃가루 운반 연습”이 포함되어있다. 그 외 PC에서 실행할 수 있는 DVD-Rom 기능을 통해 색칠 공부와 관련 게임 등을 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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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히크너>,<사이몬J 스미스>,<제인 세인펠드>,<르네젤위거9,210원(7%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