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김봉석의 만화이야기
당신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가? - 『더블 페이스』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때로는 단순히 살아가기 위해, 때로는 악행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할 특별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가면을 쓴다.
<배트맨2>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펭귄맨이 배트맨에게 던진 말이었다. “가면을 쓰지 않은 내가 부럽지?” 가면을 쓰고 악당들을 사냥하는 배트맨은 갈등하고 있다. 과연 나는 왜 악당들을 잡으러 다니는 것일까? 사회의 정의라는 미명을 내걸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건 단지 나 자신의 욕망 때문은 아닐까? 나는 나 자신의 얼굴을 진정으로 내보이기 두려워서, 얼굴을 숨긴 채 가면을 쓰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배트맨만큼은 아니어도, 자신이 가진 또 하나의 얼굴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은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는 누구보다 강인하고 냉정하지만, 실제의 얼굴은 내성적이고 연약할 수도 있다. 자신의 약점이나 결점을 숨기기 위해 사회적인 가면을 쓰기도 한다. 혹은 범죄자나 사기꾼처럼 누군가를 속이고 해하기 위해 가면을 쓰는 경우도 있다. 법에 정해진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겉으로는 상냥하면서도 속으로는 온갖 음모를 꾸미는 교활한 인간도 있다.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때로는 단순히 살아가기 위해, 때로는 악행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할 특별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가면을 쓴다.
호소노 후지히코의 『더블 페이스』는 제목처럼 두 개의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화다. 사금융회사 츠키카게 파이낸스에서 일하는 하루이 후데미는 가정적인 샐러리맨이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서툰 마술이 취미인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하게 잘난 점도 없는 보통의 사람. 하지만 하루이의 실제 모습은 억울한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Dr. WHOO다. 수수께끼의 조직 쿠로부치 기관을 배후에 둔 Dr.WHOO는 츠키카게 파이낸스의 실제 오너고, 탁월한 능력을 가진 마술사다. 하루이로 위장을 하여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나쁜 놈들이 저지른 악행을 알게 되면, Dr. WHOO는 ‘마술’을 십분 활용하여 그들이 발행한 부실채권을 어떻게든 갚게 만든다. 뛰어난 신체적인 능력과 정교하게 만들어진 세트나 소도구, 그리고 최면 등을 통해서 악당들이 참회하거나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이 『더블 페이스』의 즐거움이다.
두 개의 얼굴이란 좋은 의미에서는 속임수가 아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엄한 얼굴로 아이들의 잘못을 가르쳐야 할 때도 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가면을 쓰고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하나의 얼굴로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대체로 정직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하루이의 직장동료인 준은 남의 말에 너무나 잘 속아 넘어가는 여자다. 그런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늘 속아 넘어가고, 이용당하고, 결국은 고통을 받는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얼굴이다. 자신의 원래 얼굴을 약간 감추고, 강하게 단련하는 것. 그러면 처음에는 그것이 가면 같아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이 자신의 진짜 얼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호소노 후지히코는 두 개의 얼굴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대표작인 『갤러리 페이크』의 후지타 레이지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일할 정도의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누명을 뒤집어쓰고 쫓겨난다. 그리고 후지타는 위조품, 심지어 장물까지도 취급한다는 악명을 가진 갤러리 페이크를 운영하게 된다.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도 밀려난 후지타는 ‘갤러리 페이크’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만이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한 방법으로는 교활한 악당들에게 정면으로 대항할 수 없으니, 다른 가면을 뒤집어쓴 것이다. 『타로』란 작품에서도 또 하나의 얼굴이 등장한다. 회사에서는 너무나 착하고 성실해서 늘 손해만 보는 타로는 권투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상사만이 아니라 동료에게까지 얕보이는 회사원 타로와, 링에서 치열하게 주먹을 교환하며 난타전을 벌이는 타로. 두 개의 얼굴 중에서 무엇이 그의 진짜 얼굴일까? 아마도 모두가 그의 진짜 얼굴일 것이다. 얼굴은 결코 하나로 고정된 것이 아니다. 가면이라도 그것을 뒤집어쓰고 살다 보면 그대로 나의 얼굴이 될 수도 있다. 다른 말로 한다면, 나의 얼굴도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그동안의 인생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의미다. 사기꾼의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그래도 그게 옳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면서 실감하게 된다. 어떤 가면을 써도, 그 가면 역시 나의 얼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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