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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다구? 그게 뭐 어때서? <헤어스프레이>
안무가 출신의 아담 쉥크만이 연출한 영화답게 <헤어스프레이>는 5,60년대 초반의 로커빌리 스타일의 노래와 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지만 영화의 첫 장면에서 보듯 요소 요소에 기존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는 장면들로 흥겨움을 배가시킨다.
뚱뚱하다구? 그게 뭐 어때서? <헤어스프레이>
1960년대, 볼티모어의 고등학생인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는 청소년들이 출연하는 TV 댄스 프로그램 ‘코니 콜린스 쇼’의 팬이다. 뚱뚱한 몸매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춤에 재능이 많고 자신감이 넘치는 트레이시는 놀림감이 될 것이라며 만류하는 엄마(존 트라볼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코니 콜린스 쇼’의 오디션에 응하게 된다. 방송국 매니저인 벨마(미셸 파이퍼)와 그녀의 딸인 엠버(블리티니 스노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쇼에 출연하게 된 트레이시는 동급생이자 쇼의 스타인 링크(잭 에프론)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동시에 독창적인 춤을 가르쳐 준 흑인 동급생들과도 가까워진다. 한편, 볼티모어에서는 흑인 인권 운동이 펼쳐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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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는 여장 남자(그 악명 높은 드바인)가 주인공인 데다가 영화 속에서 배설물을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온통 금기를 깨버렸던 악명 높은 컬트 영화 <핑크 플라밍고, 1972>로 유명한 존 워터스 감독의 동명 원작 영화(1988년작)에서 출발한다. <프로듀서스> <이블 데드> 등의 개성 넘치는 영화들의 뮤지컬화가 시사하듯 최근 뮤지컬계는 ‘무비컬’ 열풍이 불고 있는데, 발상 자체가 시대를 앞서 가버린 존 워터스의 <헤어스프레이> 역시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국내에서도 이미 유명 연예인이 제작한 뮤지컬 공연이 상연된 바 있다. 우리가 접한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바로 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버전의 새로운 영화 버전이다. <핑크 플라밍고> 등에 비하면 얌전한 편이기는 하지만 대표적인 반골감독 존 워터스 감독의 영화에서 출발한 덕에 아담 쉥크만이 연출한 이 영화 뮤지컬 버전 <헤어스프레이>는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메인스트림 뮤지컬 영화임에도 오리지널 영화가 지녔던 ‘즐거운 전복’이 가득하고 바로 이런 점이 <헤어스프레이>만이 지닌 매력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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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지만 언급하자면 상식을 뒤엎은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 영화의 주인공인 트레이시를 연기한 니키 브론스키는 영화의 (신체 부위가 클로즈업되는) 오프닝 장면에도 드러나듯 실제로도 친근한(?) 항아리 몸매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미녀는 괴로워>나 기네스 펠트로우가 출연했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경우처럼 대개 주류 영화의 주인공인 ‘뚱녀’ 역할은 실제로는 날씬하기 짝이 없는 배우들이 특수분장이나 특수효과의 힘을 빌려 출연시켰던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이 영화의 제작진은 원작 영화와 브로드웨이 버전의 캐스팅 전통을 살려, 실제로도 귀여운 ‘뚱녀’인 니키 브론스키를 히로인인 트레이시 역에 캐스팅했다.
더 놀라운 캐스팅은 트레이시의 엄마 역할을, 한때 할리우드의 남성 섹시 아이콘으로 꼽혔던 스타 배우 존 트라볼타가 연기했다는 점인데, <그리스>나 <토요일 밤의 연기> 등 초창기 영화에서 특유의 뮤지컬 능력을 선보인 바 있기는 하지만, 남성적 매력을 장기로 내세운 그를 완벽한 특수분장으로 변신시켜 풍만한 몸매의 소심한 아줌마로 변신시켰다는 점은 꽤 흥미롭다. 물론 이 두 배우의 캐스팅은 무척 만족스러워서, 영화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트레이시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트레이시 역의 니키 브론스키는 신인 이상의 존재감을 전해주고 ‘마초 배우’로 각인된 존 트라볼타가 여장을 하고 비쩍 마른 남편 역의 크리스토퍼 워큰과 ‘한밤의 탱고’를 흥겹게 추는 장면은 묘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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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즐거운 전복’을 바탕으로 뮤지컬 특유의 낙관성이 돋보이는 <헤어스프레이>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통 흥겨움과 낙천적인 유머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트레이시의 낙관성은 유래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디를 보나 마이너리티에 속할 것 같은 이 소녀는 말 그대로 구김살 하나 없는 소녀 특유의 경박함을 낙천성과 결합한 ‘해피 바이러스’라고 부를 만하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명백히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들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을 패러디하고 있는데, 날씬하고 어여쁜 여주인공의 몸매 대신에, 사랑스럽지만 통통한 트레이시의 몸 각 부분이 등장하고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트레이시가 ‘Good Morning Baltimore’를 흥겹게 부르는 이 장면은, 다른 영화 같다면 주눅 들고 외로워만 보일 것 같은 여주인공 트레이시의 낙천성과 자신감을 보여준다.
안무가 출신의 아담 쉥크만이 연출한 영화답게 <헤어스프레이>는 5,60년대 초반의 로커빌리 스타일의 노래와 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지만 영화의 첫 장면에서 보듯 요소 요소에 기존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는 장면들로 흥겨움을 배가시킨다. 이 영화에는 60년대를 휩쓸었던 ‘흑인 인권 운동’과 미디어의 부정적인 '여론 조작' 그리고 우리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문제인 ‘외모 차별’ 문제가 등장한다. 하지만 심각하기 짝이 없는 이런 주제들이 춤과 노래라는 지극히 감성적인 방식을 통해 풀려나가자 영화 속의 시공간은 행복한 기운으로 충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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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는 마치 외계에서 떨어진 아이와 같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특별한 성장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다만 백지 같은 순백의 타고난 선함으로 고단한 세상의 문제를 뚫고 나아갈 뿐이다. 트레이시는 영화 전반에서 자신의 외모가 차별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그런 차별의 징후들은 외부의 생각일 뿐(특히 이 영화에서는 블론드 미녀 모녀로 등장하는 벨마와 그의 딸 그리고 소수의 방송국 수뇌부의 생각으로만 한정된다) 트레이시는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그 특유의 당당함으로 (미국 내에서 최고의 하이틴 스타 중 하나인) 잭 에프론이 연기하는 킹카 남자 친구를 사로잡을 뿐 아니라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흑인 인권 운동의 선두에 서게 된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어떤 고난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돌진해 나아갈 뿐 아니라 쉽사리 가족과 동료들의 신뢰와 연대까지 얻어내고 변화시킨다. 트레이시의 백인 친구인 페니는 60년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흑인 남자 친구와 사귀게 되고 자신의 외모를 비관해 집에만 있던 엄마는 자신감을 갖고 집 밖에 나서며 심지어 TV 쇼에서 자신의 거대한 육체를 마구 흔들기까지 한다. 물론 트레이시가 일으킨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분리되어 있던 백인들과 흑인들이 같이 춤출 수 있게 하는, 상징적인 인종 차별 철폐의 전도사가 된 것이다.
이런 영화 속 현실은 물론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헤어스프레이>는 뮤지컬 영화답게 매우 즐거운 판타지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잘 조율된 화려한 춤과 노래들로 가득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백인 선남 선녀들 사이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흑인 소년, 소녀들과 뚱보 모녀의 모습을 보다 보면 세상의 근심이 모두 날아가 버린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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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는 레퍼런스급 DVD를 다수 만들어내기로 유명했던, <반지의 제왕>의 제작사이자 현재는 워너브라더스로 통합된 뉴 라인 시네마가 북미 배급을 맡았던 작품. 당연하게도 이 DVD의 영상 퀄리티의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다. 영화 전체가 화사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눈이 시원한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잡티를 찾아보기가 어려우며 어두운 장면이나 실내 장면의 표현에 있어서도 별다른 약점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북미에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의 영상 퀄리티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아 필자 같은 영어 장애자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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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영화니만큼 음향 퀄리티 역시 레퍼런스급이다. DTS-ES와 돌비 디지털 5.1 EX의 확장형 음향 포맷을 모두 지원하고 있으며 이런 스펙에 부응할 만한 뛰어난 음향 퀄리티를 전해주고 있다. 홈씨어터를 지니고 있다면 절로 어깨를 들썩거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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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 역시 흥미롭다. 영화의 제작 과정은 물론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다루는 역사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감독인 아담 쉥크만과 히로인 니키 브론스키가 마치 10대들이 수다를 떠는 듯 흥겹게 음성 해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두 번째 디스크에는 영화와 관련된 자료들을 가득 담고 있는데, 한걸음 한걸음은 영화의 안무가들이 출연해 영화 속의 안무를 가르쳐주는 메뉴. 3개의 소 메뉴로 나뉘어 있는 헤어스프레이의 역사는 원작 영화의 모티프가 된 볼티모어의 청소년 댄스 쇼인 ‘버디 딘 쇼’, 존 워터스의 원작 영화, 브로드웨이 버전까지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를 볼 수 있다. 8개의 소 메뉴로 나뉘어져 있는 멈출 수 없어는 영화의 캐스팅, 음악, 안무, 의상, 헤어스타일, 미술 등 영화 제작에 관한 모든 것들을 가득 담고 있어 총 135분 분량의 서플먼트 디스크만 챙겨 보아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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